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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하아···”

       

       공원 벤치에 앉은 한여름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아이들이 사기당한 건 또 어떻게 알아냈는지, 인터넷 커뮤니티가 말썽이었다.

       

       [야옹야옹이 : 백만 원이나 털렸다고?]

        [└아기토끼뚜루 : ㅇㅇ 투자 사기당한 거 같음.]

         [└야옹야옹이 : 아이고… 되게 열심히 사는 아이들인데…]

          [└아기토끼뚜루 : 그러니까, 나도 지금 ㅈㄴ 열받아 죽겠어.]

       

       [ㅇㅇ : 범인은 못 잡는뎌?]

        [마시써용 : 정유나가 추적 중인 걸로 알고 있음. 한 일주일 걸리려나?]

        [└수인조아 : ㄱㄷ 지금 내가 추적 중임 십분 컷 내줌.]

         [└ㅇㅇ : 니가 범인을 어떻게 추적해 ㅋㅋ]

          [└수인조아 : 전공임 진짜 10분 컷 내줌]

       

       그래도 당한 게 열심히 사는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나쁜 말은 없었다.

       오히려 범인을 향한 역정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당한 사람이 잘못이라는 글이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한여름이 안도하며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그때.

       잔뜩 겁에 질린 레비나스가 한여름의 곁으로 다가왔다.

       

       “여름아···”

       

       “응?”

       

       “레비나스가 할 말이 있다···”

       

       레비나스가 머뭇거리며 한여름 앞에 섰다.

       그녀는 꿀꺽 침을 삼키며 긴장한 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 그게 말이지···”

       

       “응.”

       

       “사실 사기 당한 건 왕이 아니라 레비나스다···”

       

       레비나스는 혼이 나리라 확신하는 모습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진실을 알리는 게 두려웠지만, 왕을 위해서라도 그냥 알리기로 했다.

       나쁜 수인족이 되긴 싫었으니까.

       

       “겨울이가 아니라 레비나스가 당한 거라고?”

       

       “으, 응··· 레비나스가 혼나는 거 무서워하니까, 왕이 대신 당했다고 거짓말해 줬다···”

       

       “아···”

       

       나이에 비해 성숙한 겨울이가 사기에 당했을 땐, 아직 어린 면모가 남아 있었나 싶었는데.

       그저 레비나스의 잘못을 감싸주었을 뿐이었던 건가.

       

       너무나도 상냥하고 사랑스럽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말하는 레비나스도.

       

       “어서, 레비나스를 때려라···”

       

       “어, 언니가 레비나스를 왜 때려.”

       

       한여름은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원의 누군가가 듣고 오해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여름아, 레비나스 안 때리냐···?”

       

       “응! 언니는 절대로 레비나스 안 때리지! 오히려 솔직하게 말 해줘서 정말 고마운걸?”

       

       “그, 그러냐?!”

       

       혼이 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한 걸까.

       레비나스가 제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사기는 친 사람이 잘못한 거야. 절대로 레비나스 잘못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알았지?”

       

       “응! 알았다!”

       

       폴짝-!

       레비나스가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한여름의 옷자락을 레비나스가 잡아당겼다.

       

       “그래도 나쁜 사람 잡아서 다행이다!”

       

       “으, 응···?”

       

       나쁜 사람이라면 사기꾼을 말하는 건가?

       사기꾼은 아직 못 잡았는데?

       한여름이 의아함에 눈만 깜빡거렸다.

       

       “레비나스는 나쁜 사람 못 잡을 줄 알았는데, 왕이가 잡았다면서 백만 원 돌려준 거 있지?”

       

       “아···”

       

       겨울이가 사비를 써서 레비나스를 달래준 건가.

       대체 얼마나 따듯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

       한여름이 눈웃음을 지으며 레비나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나한테 조금만 더 노력해 달라 해야겠다.’

       

       세상에 우리 애들만큼 착한 아이들이 있을까?

       한여름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우웅-!

       

       한여름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문자?’

       

       별 생각 없이 문자를 확인한 한여름의 눈이 부릅뜨였다.

       그 속에 있어선 안 될 메시지가 들어있는 탓이었다.

       

       ───

       사기꾼 신상명세서

       ───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집 주소까지 전부 적혀있다.

       마치 이 녀석이 범인이라며 알리는 듯한 메시지었다.

       

       “이게 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발신자 번호는 적혀있지도 않다.

       이걸 믿어야 하는지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아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십 분 만에 범인을 추적하겠다던 이가 있지 않았던가.

       혹시나 싶던 한여름은 인터넷에 접속했고, 충격적인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인조아 : 추적 완료]

        [└째승이 : 뭔 추적 완료야 ㅋㅋ]

         [수인조아 : ㅋ]

       

       아.

       설마 이 사람 엄청난 능력자였나?

       한여름은 일단 정유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정보가 있다면 범인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구분해 낼 수 있을 테니까.

       

       

       **

       

       

       아삭-

       직접 수확한 오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오이 한 개와 연못에서 잡은 고등어, 옥수수 물이 오늘의 내 점심이었다.

       

       백만 원이라는 돈을 소비했음에도 이렇게 진수성찬이라니.

       길드의 도움 덕분에 내 삶이 더욱 나아지긴 한 것 같았다.

       

       ‘뭔가 선물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그전에 집세부터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지만.

       나는 오이를 베어 물며 유상아를 향해 움직였다.

       어쩌면 그녀를 통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기요···”

       

       “아, 겨울님 왔어요?”

       

       “네.”

       

       아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쯤 남은 오이를 또 베어 물었다.

       그런 나를 보며 유상아가 후후 미소를 지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상냥한 미소였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요.”

       

       “네. 어떤 걸까요?”

       

       데스크 뒤에 있는 유상아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무슨 얘기를 하든 들어주겠다는 듯이, 얼굴이 가까웠다.

       

       

       “그게, 지금 길드 건물에서 세 명이서 살거든요? 저랑 소피아랑 레비나스랑 해서요···”

       

       “네. 알고 있어요.”

       

       “네. 혹시 세 명이 아니라 두 명이서 살게 되면 집세가 더 싸지거나 하나요···?”

       

       “두 명이요?”

       

       내가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를 했나.

       머쓱함에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소피아랑 레비나스만 집에서 살면 더 싸게 할 수 있나 싶어서요.”

       

       “어··· 겨울님은요···?”

       

       “저는 컨테이너에 살아도 상관없어요.”

       

       “으, 으음···”

       

       유상아가 무언가를 고민하나 싶더니, 내 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뒤에 뭐가 있나 싶어 돌아보자, 생글거리는 한여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겨울아.”

       

       “네.”

       

       “언니가 기쁜 소식 들고 왔다?”

       

       얼마나 기쁘길래 한여름이 저리 웃는 거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어떤 기쁜 소식이요?”

       

       “언니가 사기꾼 잡아냈다?”

       

       “저, 정말요?”

       

       “응. 사실 언니가 잡아낸 건 아니고, 친구가 도와줬어.”

       

       친구라면 정유나를 말하는 건가.

       정보를 숨겼을 사기꾼을 잡아내는 실력이라니.

       정유나는 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난 실력자인 걸지도 몰랐다.

       

       “범인은 언니가 엄청 혼내줬어. 그리고 이거 겨울이가 잃어버린 돈.”

       

       한여름이 내게 지폐 다발을 내밀었다.

       지폐가 겹쳐 있었으나, 뛰어난 시력을 통해 정확히 백만 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집에서 안 나가도 될 거 같아요.”

       

       “응. 다행이다.”

       

       헤헤 웃는 한여름을 보고 있으니, 꼬리가 절로 살랑살랑 흔들렸다.

       데스크 뒤에서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있던 유상아의 양 뺨을 착착 공격할 정도였다.

       

       “죄, 죄송해요··· 이거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라서···”

       

       다급히 꼬리를 붙잡고는 유상아를 돌아보았다.

       뒤에 있던 한여름이 나를 도와주려는 건지 꼬리 끝을 붙잡아 주었다.

       

       “후후, 괜찮아요. 전 행복했거든요.”

       

       “네에···”

       

       맞는 걸 좋아하는 취향인가.

       현대인으로서 존중해 주기로 했다.

       한여름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범인도 잡았고, 이제 다 해결된 건가?”

       

       “네. 다 해결됐어요.”

       

       공돈 백만 원이 생긴 기분이다.

       이건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위해 쓰는게 좋을 테지.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나.

       혼자서 고민하고 있으니, 유상아가 허리를 세우고는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여름님 아직 문제가 하나 남아있어요.”

       

       “문제요?”

       

       “네. 내일 정부기관에서 감사 오기로 했거든요.”

       

       “어라? 그거 저번에 하지 않았어요?”

       

       한여름의 물음에 유상아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길드가 아니라, 겨울님 일로 오는 거예요.”

       

       “저, 저요···?”

       

       정부 기관에서 나를 왜 보러 오는 거지?

       이유를 알 수 없는지라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수인족 아이들이 워낙 수가 적은 탓에,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있거든요.”

       

       “음···”

       

       난 아이가 아닌데.

       내가 아니라 레비나스 일로 오는 거 아닌가?

       의문을 표하려는 순간, 유상아가 다시금 입을 열어왔다.

       

       “길드에서 아이들을 잘 보호하고 있는지 걱정되어서 검사하러 오나 봐요.”

       

       “아하.”

       

       국가보호종의 판타지 버전 같은 건가.

       이세계 인으로서도 나름 납득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수인족이 그 수가 적긴 했으니까.

       레비나스처럼 어린 수인족은 보물처럼 길러질 테지.

       

       “제가 뭔가 할 일이 있을까요?”

       

       “아니, 겨울이는 그냥 평소대로···”

       

       평소대로, 평소대로···

       그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리던 한여름이 자리에서 뚝 굳어버렸다.

       그런 그녀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냥 평소대로만 하면 돼요?”

       

       “그, 그게 평소대로 하면···”

       

       “으, 으음···”

       

       한여름과 유상아가 난처함을 표했다.

       그녀들이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부 사람들한테 레비나스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분명 별문제 없을 테지.

       한여름의 말 대로 평소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매번 정말 힘이 돼요!!

    먼데용 오늘은 안 늦었대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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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서졍님 귀여운 겨울이 이모티콘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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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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