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라.”
이야기를 듣던 황제가 중얼거렸다.
황제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교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문이 열리는 건 확실한 듯 보입니다. 이를 막지 못한다면…”
“마계와의 전쟁을, 다시 하게 될 지도 모르겠군요.”
기록으로도 읽고, 당시 상황을 겪었던 이들에게도 들었기에.
마계와 연결된다면 상황은 결코 좋지 않을 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예. 마신교단을 막지 못한다면, 다시금 이전의 대전쟁이 재현될 것입니다.”
표정을 찡그리는 황제에게, 교황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성국은 최대한 제국에 협조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국 내부에서 아무리 마신교단을 저지해도, 다른 왕국들도 이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늦출 수는 있어도 막지는 못할 게 분명합니다.”
교황이 돌아간 뒤로도, 황제는 고민을 이어갔다.
‘막아내는게 최선이겠지만, 막아내지 못했을 경우도 대비 해야 겠지.’
대부분의 인계가 연합하여 마계의 침략을 저지했음에도 그때 입었던 피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저들도 기사, 마법사들과 대등한 마인들이 존재했기에.
분명 어려운 전쟁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다만, 이전과 다른 건 있었다.
이전의 대전쟁은 초인들에게 의존했다면.
지금은 병사들의 전투력 또한 끌어올릴 수 있는 화기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 수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음…”
황제는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흐흠…”
이전에 헤이른 왕국과의 전쟁에 참가한 경력이 있음에도.
공을 인정받아 전역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여전히 군에 남아 복무를 이어가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톰으로, 현재 군 복무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오랜 복무를 하며 짬이 찬 그였다.
계급도 어느새 십인장을 달았다.
“오늘 작업 있으니까, 이따 애들 데리고 가서 하고 와.”
“예. 그리 하겠습니다.”
“나는 따로 할 거 있어서, 너희끼리 가면 돼.”
“…예.”
이후 분대원들은 그가 말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들 뿐만 아니라, 포병들, 창병들 등의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장교가 앞으로 나와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박격포라고 하는 건데. 잘 옮겨둬라.”
“아.”
“나무상자는 취급에 주의하고. 신체도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장교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물론 신관이 결합되지 않았기에 터질 일은 적었지만.
이를 모르는 병사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물건들을 옮겼다.
포며, 나무상자며, 하나같이 무거웠다.
“분대장님…어찌 저희를 두고 홀로…”
톰. 오랜 복무를 하며 짬이 찬 그였다.
고된 작업을 미리 인지하고 회피할 정도의 짬이.
한편, 기사들은.
“이게 그건가.”
기사 전용 화기.
첫번째 화기인, 펌프액션 산탄총.
시험과 평가를 거친 끝에, 일부 기사들에게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게 그렇게 좋다고.”
“음…이걸로 뭔가를 베기에는…”
보급받은 산탄총을 확인하는 기사들.
이전에 이를 시험했기에 파악하고 있던 이들은, 기사들이 총기에 익숙해 지는 걸 보조했다.
“말하지 않았나. 총검은 보조적인 목적이라고. 핵심은 탄이야.”
“오호.”
“탄은 여기로 밀어넣는 게 맞나?”
“거기는 출구일세. 넣는 곳은…”
“왜, 그 저번에 병사들은 장전할때 이렇게 하던데.”
“그건 화승총 시절의 이야깁니다…”
그들이 진땀을 빼며 기사들에게 산탄총의 사용 방법을 보조하고 있을 때, 한켠에서는.
-철컥. 철컥. 철컥. 철컥.
한 기사가 장전 손잡이를 조작하고 있었다.
“으흐.”
“자네 뭐하나. 하는 꼴이 꼭.”
“아니, 그. 이게 참 뭐랄까. 이 소리랑 느껴지는게 은근 중독되서 말이지.”
-철컥.
“오호.”
-철컥철컥철컥틱철컥틱.
“사격은 언제하나?”
“아침에 듣지 않았나?”
“이렇게 견착 하는 게 맞나?”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시면 됩니다.”
“흠. 둔기로도 쓰기 좋아 보이는데.”
-후웅.
“방아쇠가 안 당겨지는군.”
“안전장치를 조작해야 방아쇠가 당겨집니다.”
“이렇게 넣는 것 맞나?”
“거듭 말하지만 거긴 총구일세…총알이 나가는 곳이지 넣는 곳이 아니…”
그들이 이대로 한 명씩 봐주면 끝이 없을 거란 걸 알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번에 알려 줄 테니…주모옥! …”
한편, 거리가 있는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흠. 별로인데.”
산탄총은 작았다.
그의 기준으로 보기에 작았다는 말이다.
“이정도는 되어야지. 그렇지 않나?”
그의 질문에, 옆에있던 종자는 그의 랜스를 바라봤다.
일반적인 기마병들의 랜스보다 배로 큰 랜스를 보며 말이다.
기사들은 일반적으로 검을 쓴다.
보조 방어 수단으로 방패를 장비하기도 한다.
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이들도 존재했다.
둔기류나 도끼류를 사용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랜스를 쓰는 이들도 분명 있다.
다만, 그처럼 거대한 랜스를 쓰는 이들을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말을 타지 않고도, 거대 랜스를 들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이는 특히나.
그런 그에게는, 어떤 무기를 쥐어줘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차마 자신의 소견을 밝힐 자신이 없었던 종자는, 기사의 말에 긍정했다.
‘저 랜스만한 크기의 화기를 만들진 않겠지.’
기사들의 무기와 갑옷의 관리는 종자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그리고, 화기의 관리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기사의 규격 외의 랜스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거기에 저 랜스 크기의 이상한 화기까지 추가된다면.
종자는 그저 기사가 이대로 화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랜스와 화기를 결합하면…”
“?!”
“하하. 될리는 없겠지만.”
‘제발.’
종자는 애타게 기도하며,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다.
다만 기사는.
‘나도 무기연구소에 들려서 의뢰를…’
종자의 바램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기사 전용 화기 또한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아, 이야기는 들었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허어. 오늘 안그래도 다른 기사들에게 화기의 조작법을 알려주다 오는 길인데…”
브라운의 앞에서, 기사들은 오전에 있었던 고충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흠흠. 이거 참. 부끄러운 꼴을 보였군요.”
“하하. 아닙니다.”
“그것보다, 오늘 보자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혹시…새로운 기사 전용 화기입니까?”
브라운에게, 오늘 부른 이유가 무엇 인지를 묻는 기사들.
“그건 아니고…”
오늘 그들에게는, 화기 말고 다른 걸 선보일 예정이었다.
겸사겸사 테스트도 진행하고.
“오늘 보여드릴 것은 좀 다른 물건인데, 우선 확인 해 보시겠습니까?”
“좋죠.”
그들을 안내하는 것은 맥콜슨.
브라운은 그들의 뒤를 따라 지하실로 이동했다.
“이것의 시험을 위해, 여러분들을 불렀습니다.”
맥콜슨이 말하며, 천막을 걷었다.
덮여있던 마석 동력 갑옷이 드러났다.
“오…”
“갑옷…입니까?”
“갑옷 이지만, 일반적인 갑옷과는 조금 다를 겁니다.”
“기대 되는군요. 그럼, 착용 하면 되겠습니까?”
지하실은 갑옷의 기능을 시험하기에 충분한 공간은 아니었음으로, 그들은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기사들이 착용하는 것을 보조한 뒤, 맥콜슨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맥콜슨은 그동안 마석 동력 갑옷의 설계에 집중했다.
마석의 소모율을 계산해 가며 지속적으로 개선하였지만, 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음. 무겁군요.”
“아직 가동이 되지 않아 그럴 겁니다.”
마석을 끼워 넣자, 갑옷에 동력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오, 이거.”
갑옷을 입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사들.
“가볍군요.”
“동력이 공급되기 이전에는 버거웠는데, 오호.”
“착용감은 어떻습니까?”
“몸에 맞춰진 것은 아니지만, 나쁘진 않습니다.”
당장은 나쁘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브라운이 맥콜슨에게 물었다.
“30초 정도였나.”
“그렇지. 계산 상으로는.”
현재 마석의 품질로는 기존에 계획했던 기능들을 모두 추가할 수 없었다.
맥콜슨은 과감하게 기존에 구상했던 마법 방어와 같은 기능들을 대거 포기했다.
이에, 기사의 움직임을 보조한다는 핵심적인 기능만 남은 상황.
이마저도 기존보다 출력을 대폭 줄였다.
대신 가동 시간은 늘어났지만, 그래도 30초.
“아. 끝났나 보군.”
“…”
맥콜슨은 떨리는 손으로 마석을 꺼냈다.
이후로도 시험을 몇번 더 진행한 뒤.
“하하. 가동 시간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군요.”
“이거. 참. 무기 연구소에 올때마다 항상 새로운걸 보는 것 같습니다. 화기들도 그렇고.”
아직 실전 가능성은 제로.
다만 성능을 확인한 기사들은 만족한 듯 보였다.
“상급 마석을 쓰지 못하는 게 아쉽군.”
떠나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맥콜슨이 말했다.
그의 바램이 언제일진 몰라도, 이루어 질 것이다.
“그래?”
“왜 웃나?”
“아니 뭐. 기사들도 괜찮다고 하잖아. 좋은 일인데 웃어 너도.”
‘웃을 일은 아니네.’
마석의 품질이 올라간다는 건,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생각이 복잡해진 브라운은 곧 입꼬리를 내렸다.
“좀 전엔 웃더니, 이번엔 뭔가?”
“…아냐.”
한편, 다시 무기 연구소를 벗어나는 기사들은.
“흠.”
“오호.”
그들의 시선은, 검을 휘두르는 한 여자에게 꽂혔다.
정확히는 그녀의 검에 꽂혔다.
“나쁘진 않은데.”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깔끔 해 지지 않겠습니까?”
“흐음…이거…”
어느새 기사들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떤 일로…?”
“하하.”
그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아르윈은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오늘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