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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이능 우월주의자들의 전면적인 제도 및 황궁 기습. 그로 인한 씰스톤 파손.

       거기서 시작된 게이트 출현에 뒤를 이어서 악마의 등장. 그것도 하나가 아닌 셋까지.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재앙이라 보는 것이 맞다.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칠 수도 있었다. 이능력자 다수를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에 최악의 경우, 황실 인사 전체가 피살당하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러했다면 제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을 게 분명하다.

       이제껏 잘 버티고 있던 모든 것이 완전히 무너져, 진정한 지옥을 맞이했을 거다.

         

       하지만.

         

       

       “이런 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하던가.”

       

         

       반쯤 무너진 황궁을 두고서도, 황제는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로, 예상보다 더 적은 피해로 이번 사태를 막는 데에 성공했다.

       황궁은 그렇다 쳐도 제도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해 위험할 뻔했는데 마침 때 맞춰 복귀한 샤벨이 이리저리 날뛰며 몬스터와 불순분자들을 모조리 두 동강을 내버렸다.

         

       재산 피해는 많이 발생했지만 인명 피해는 비교적 적다. 무엇보다 ‘사망자’ 는 전무하다.

       급히 동원된 이능력자들도 그렇고 제국의 기사들 및 병사들은 물론이요, 거기에 제국민들까지. 모두가 가장 소중한 재산인 생명을 잃지 않았다.

         

       황궁과 제도가 공격 받았음에도 이 정도면 싸게 먹힌 일이다.

       아니, 싸게 먹힌 수준을 떠나서 그냥 아무 피해도 받지 않은 거라 봐도 된다.

         

       인명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 수만금을 잃어도 한 명도 잃지 않으면 이득이다.

       이것을 중점으로 잡고 게이트 사태 초창기부터 그 기조를 바꾸지 않은 황실이다.

       덕분에 이 혼란의 시대에도 제국이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틴 것이다.

         

       

       ‘두 번째는, 역시나.’

       

         

       이 전대미문의 위협 속에서도 제국은 역으로 모든 걸 이겨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점.

         

       그 무서운 악마들이 하나도 아니고 자그마치 셋이나 들이닥쳤다.

       한데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모든 게 마무리되었다. 악마들은 악마였던 것이 되었다.

       지금쯤이면 조사대가 미친 듯이 달려가서는 요모조모 다 뜯어보고 있지 않을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날카롭다. 어떤 이능보다 강력하다.

       인간이란 미래에 대한 그 희망을 품고서 내일을 살아가는 존재이니, 그것이야말로 제국이 얻은 그 어느 것보다도 대단한 선물이리라.

         

       

       “폐하.”

       “왔느냐.”

         

       

       루시엘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황제는 따스한 눈길로 제 딸을 바라보았다.

         

       

       “짐은 말이다. 짐의 딸이지만, 참 이해하기 힘들다고 여겼다. 굳이 검을 고집하는 네가. 아니, 굳이 이능력자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 신분임에도 그러하는 것이.”

       “….”

        “허나 이제는 알겠다. 네가 왜 그러했는지. 그리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나의 딸이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고.”

         

       

       네페르티의 경우가 그러하듯, 루시엘 또한 굳이 이능력자까지 갈 이유는 없었다.

         

       황실의 모범? 반대로 그녀가 목숨을 잃는다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사기를 생각해야지.

       그래서 높으신 분들의 자녀들을 위험한 곳에 배치하지 않는 거다.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일이 터지면 어떤 식으로든 손해가 올 것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루시엘은 기어코 검을 들었고 이능력자가 되어 그들의 전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 결과는, 악마라는 존재와 두 번이나 싸워보고 또 생환한. 소중한 경험을 지닌 진정한 이능력자가 되는 것이었고 말이다.

         

       가볍게 루시엘의 어깨를 두드려준 황제는 가장 궁금한 것을 묻기로 했다.

         

       

       “제국의 영웅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볼일도 다 끝났으니 요람으로 돌아가도 되냐고 합니다.”

       “허어. 아직 논공행상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1등 공신은 무조건 데우스다.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단신으로 악마 셋을 때려잡았는데 여기서 다른 놈을 논하면 그게 이 제국을 분열시키는 역적이니 당장에 목을 베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아마도 데우스 또한 자신이 치하와 포상을 받을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데 굳이 돌아가겠다고 하는 걸 보면 이런 부분엔 참으로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혹 그 젊은 영웅이 따로 생각하고 있는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황제는 그 부분에서 무언가 눈치를 챈 듯했다. 얼른 돌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실은.”

         

       

       잠깐 고민하던 루시엘은 미리 그에게서 언질을 받은 걸 황제에게 털어놓았다.

         

       

       “….”

       

         

       그리고 잠시 후.

       황제는 놀라움과 당혹감, 그러면서 희미하게 서린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

        “저도 거기까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데우스라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테고요.”

       “허어.”

       

       

       악마들에게서 알아낸 정보. 이제 저들은 더는 올라오지 못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까지 하던 그대로 다시 몬스터들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하던 터라 에너지를 모으기가 쉬웠을 테지만 이쪽 세계도 이제는 적응을 끝냈다.

         

       바로 그래서 악마들도 계획을 변경하여 자신들이 올라오게 된 것이다. 몬스터들만으론 더는 절망과 공포를 퍼트릴 수 없으니까.

       직접 나서서 다시금 모든 걸 부수고 죽여야만 죽음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될 터이니.

         

       

       “그리고 그걸 데우스가 맨손으로 때려 부쉈습니다. 폐하.”

       “하여 악마들은 그 에너지라는 것을 예전만큼 모을 수도 없다는 소리구나.”

       “이미 우리들은 몬스터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 게이트를 어떻게 닫아야 할지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내어주진 않을 겁니다.”

         

       

       더해서, 이러한 부분으로 제국으로 얻는 게 한 가지 더 생겼다.

         

       

       “폐하. 샤벨 세이버 경이 들었습니다.”

        “어서 들라 하라.”

       

         

       시종장이 물러가고 잠시 후, 뾰족한 귀를 지닌 여인이 황제의 앞으로 다가온다.

       

         

       “신 샤벨 세이버. 제국의 주인이자 적법한 지배자이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어서 오라. 고생이 많았다. 그래. 준비는 잘 되어 가는가?”

        “예, 폐하. 그 어리석은 불순분자들은 이제 악마들과의 유대가 있었다는 사실에 의해 모든 곳에서 공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능을 지닌 자들이 지배하고 없는 자들은 지배를 당하는 게 맞다.

       이능이 없는 자들 입장에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하겠지만 이능력자들 중 또 몇몇은 ‘나쁘지 않을 수도?’ 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하여 협력자도 생겨났고 배신자도 나왔다. 아무리 꺼트리려고 해도 꺼지지를 않았다.

       마치 벌레처럼. 먼지처럼. 아무리 치워도 발생하는 건 제국조차 어찌 할 수가 없던 상황.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놈들이 벌인 일에 악마가 튀어 나왔으니 바로 그자들이 이 세상을 불태울 존재들을 숭배하고 있다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을 다스리려는 게 아니다. 전부 불태워서 바치려고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어느 누가 그들의 편을 들어주겠는가.

         

       

       ‘제국이 얻은 바가 참으로 많구나. 커다란 빚을 졌어.’

       

         

       처음에는 그 주인공인 데우스에게 귀족 신분이라도 내릴까 했다.

       하지만 그리 했다가 괜히 신분 간의 갈등을 다시금 유발할까 일단 뒤로 제쳐두었다.

       지금 당장은 남은 혼란을 수습하고 이 다음 계획을 경청하는 것이 맞다.

       

         

       “3황녀. 짐이 걱정되는 바가 몇 가지 있다.”

        “경청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그 악마들은 이곳으로 넘어오기 위해서 소모해야 하는 게 있다 했다. 그러하면 넘어가려는 우리 또한 그와 비슷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만약 그들이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아무 대가 없이 넘어온다면, 그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모두 상당히 그럴싸한 부분들. 허투루 넘기기엔 거슬리는 내용들이다.

       하여 루시엘도 즉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 뜸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폐하.”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국경, 에텐달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선다.

       

         

       “송구하옵니다. 조금 전 급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무엇인가.”

       “요람에 악마가 나타났다 하옵니다.”

       “…?”

       

         

       그 말에 황제는 물론이고 루시엘과 샤벨의 얼굴에 전부 당혹감이 번진다.

         

       이제껏 악마라는 존재는 전부가 게이트의 출현과 함께 나타났다.

       악마와 세 번이나 조우하고 싸웠던 데우스가 말한 것이고, 또 그들에게서 직접 들은 정보라고 하니 확실한 부분이다.

         

       그리고 요람에서 다시 게이트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씰스톤도 진작 멀쩡한 것으로 교체한 이후라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보고도 없었다.

       한데 악마가 나타났다니? 황제는 혹시, 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졌다.

       

         

       “또 불순분자들이 일을 터트린 것인가?”

        “그것이… 그건 또 아닌 듯하옵니다.”

        “아닌 듯하다니. 호국경. 그건 무슨 말인가.”

       “실은….”

       

         

       본인도 이게 정말 맞나 싶은 표정을 지으며. 당황한 기운이 가득한 목소리로 에텐달이 답한다.

       

         

       “무장을 해제하고 두 손을 든 채, 항복을 청하고 있답니다.”

       

         

       순간. 자리에 모여있던 모두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뜨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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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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