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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

        서거억 –

        ​

        후두둑.

        ​

        파라몬의 오러 블레이드에 성벽을 오르던 스켈레톤들이 무더기로 떨어져 내렸다.

        ​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와아아아아!”

        ​

        “성기사들이 도착했다!”

        ​

        “소드 마스터와 성기사들이 함께한다!”

        ​

        콰아앙 –

        ​

        존재감을 알리듯 하늘에서 마법들이 터져 나갔다.

        ​

        모두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허허….”

        ​

        파라몬이 웃음을 흘렸다.

        ​

        전보다 많아진 언데드들.

        ​

        그리고 그들과의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성기사들.

        ​

        놀라운 타이밍이었다.

        ​

        그들이 나타나자 시작된 변화는 병사들의 사기만이 아니었다.

        ​

        “크리스가 온 것인가…”

        ​

        성문 앞에서 지원을 하던 파라몬.

        ​

        그의 근처에는 언데드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

       장승들에게서 섬뜩한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장승이 박힌곳을 중심으로 근처의 언데드들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

        방금 전까지 있던 영역보다 확연히 넓어진 공간이었다.

        ​

        “간다 하여도 결국 사라질 것을…”

        ​

        성기사들이 신성력을 휘감은 채로 이곳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

        빛이 흐르는 검 앞에 스켈레톤들이 무력하게 부서져 나갔으며, 하늘에 있는 벤시 또한 신성 마법에 의해 사라져갔다.

        ​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인가…”

        ​

        저들은 노골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신성력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

        마치 자신들이 여기 있으니 얼마든지 덤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덕분에 성을 향해 오던 언데드들의 관심이 그곳으로 집중 되었다.

        ​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군.”

        ​

        “나 역시 그렇네.”

        ​

        클로셀이 하늘에서 파라몬의 옆으로 내려왔다.

        ​

        “옛날의 모습을 보는 듯 하구만.”

        ​

        “로셀,  다시는 교단을 믿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

        클로셀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

        “저렇게 되면 제법 위험하지 않겠는가?”

        ​

        언데드들의 기세가 사나웠다.

        ​

        산자를 향한 분노보다 더 뚜렷한 증오.

        ​

        상극의 기운을 가진 이들이니 당연한 일이리라.

        ​

        벌써부터 성기사들이 언데드들에게 포위되기 시작했다.

        ​

        파라몬이 검을 고쳐 잡았다.

        ​

        “길을 열어야겠군.”

        ​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달라는 연락이 왔네.”

        ​

        “음?”

        ​

        “알루어드경의 말에 의하면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라는군.”

        ​

        두 노인의 시선이 중간에 있는 마차로 향해 뻗어졌다.

        ​

        저곳에 그들이 있을 것이다.

        ​

        파라몬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

        반가운 얼굴이 떠오른 것이다.

        ​

        “교황과 당대의 성녀….그리고 크리스 그 친구가 있겠군.”

        ​

        “허…그 둘과 이름을 나란히 두어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단 말일세.”

        ​

        클로셀의 말에 파라몬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

        “위험하다 판단되면 주저 없이 나설 것이네.”

        ​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전황은 불리해 보였다.

        ​

        성기사들과 사제들의 수도 많았지만 언데드의 숫자는 그들을 훨씬 웃돌았으니까.

        ​

        성벽 위에서도 염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라몬, 자네는 정말 위험한 일이 있을 것이라 보는가? 주위를 좀 보게.”

        ​

        “음…?”

        ​

        어느새 언데드들이 접근하지 못 하는 범위가 늘어났다.

        ​

        장승들의 방향 역시 돌아가 있었다.

        ​

        크리스가 타고 있는 마차를 향해서.

        ​

        “마치 주인을 맞이하는 문지기 같군.”

        ​

        문 앞을 깨끗이 치워 놓은 느낌이 아닌가.

        ​

        하지만 저들이 도착하려면 한참이나 있어야 할 듯 했다.

        ​

        말을 타고 달리던 기사들의 움직임이 정지해 있었다.

        ​

        그들의 뒤에 있던 마차 마저도.

       

       언데드들의 숫자에 기세가 사그라든 것이다.

        ​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클로셀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이 마나를 끌어모았다.

        ​

        “내 가서 한 손 거들고 오겠네. 크리스는 구해야 할 것 아닌가?”

        ​

        “나도 가지.”

        ​

        하지만 두 노인의 발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

        정지해 있던 마차의 문을 열고 누군가 밖으로 나왔으니까.

        ​

       울려 퍼지는 소리 한 번에 걱정하던 마음이 깔끔하게 진정되었다.

        ​

        딸랑 –

        ​

        두 노인의 눈이 동시에 크게 뜨여졌다.

        ​

        부릅 –

        ​

        방울 소리의 느낌이 평소에 듣던 것과는 달랐다.

        ​

       전보다 더 선명하면서도 무거워진 느낌.

        ​

        “….저 사람이 크리스가 맞는 것인가?”

        ​

        “내 눈이 잘못된 것 같군.”

        ​

        백발을 휘날리며 아이를 등에 업은 모습.

        ​

        살짝 앞으로 구부러진 허리와 뒤로 돌아간 양손이 만들어 내는 느낌이 마치.

        ​

        “할머니 같은 모습이군.”

        ​

        “….분위기가 전혀 다르네.”

        ​

        “경지를 온전히 수습한듯하네.”

        ​

        멀리서 느껴지는 눈빛마저 느낌이 달랐다.

        ​

        이곳을 떠나기전만 해도 모두를 압도하던 눈빛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

        그렇다고 강인함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

        다시 한번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딸랑 –

        ​

        이번에는 그 소리가 끝이 아니었다.

        ​

        대앵 –

        ​

        알루어드가 손에 들고 있는 종.

        ​

        그리고 세레나가 부르는 풀피리.

        ​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놀랍도록 차분한 곡조였다.

        ​

        그그그극 –

        ​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두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

        “장승이…”

        ​

        땅에 굳게 박혀 있던 장승.

        ​

        그 높이가 방금전 보다 높아져 있었다.

        ​

       밑둥에 흙이 묻어 있는 것을 보면 땅에서 솟아 올라온 듯 했다.

        ​

        일어섰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

        이윽고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

        화아아악 –

        ​

        딸랑 –

        ​

        성벽 위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

        “언데드들이 물러간다!”

        ​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마라!”

        ​

        “서…성자님이 돌아오셨다!”

        ​

        그때와 같은 광경이었다.

        ​

        이 넓은 성벽에 있는 모든 언데드들이 쫓겨나고 있었다.

        ​

        성기사들의 근처에 있는 언데드 역시 움직임이 멈춰 있었다.

        ​

        딸랑 –

        ​

        대앵 –

        ​

        순간, 크리스의 뒤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교황이 쓴 신성 마법이었다.

        ​

        “과연…교황의 이름에 걸맞는 마법이군…”

        ​

        클로셀이 작게 감탄을 내뱉었다.

        ​

        빛에 닿은 언데드들이 바닥으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

        크리스가 걸어오는 곳에 길이 열린 것이다.

        ​

        딸랑 –

        ​

        장승과 성기사들에게 도리어 포위를 당해 버린 언데드들.

        ​

        그 중앙으로 크리스가 걸어오고 있었다.

        ​

        대앵 –

        ​

        기적같은 광경이었다.

        ​

        크리스의 주위에 있는 언데드들이 멈춘 채로 몸을 떨었고, 하늘에 떠 있던 벤시와 스펙터들이 울음을 멈췄다.

        ​

        움직이는 것은 크리스와 그 뒤를 따르는 알루어드, 세레나뿐이었다.

        ​

        딸랑 –

        ​

        방울의 끝이 크리스의 어깨뒤로 넘어가 있었다.

        ​

        마치 아기에게 보여주듯이.

        ​

        그리고 계속해서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

        거리가 가까워지자 조금씩 들리는 노랫소리에 두 노인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

        “자장 자장 우리 아가.”

        ​

        “허…”

        ​

        “잘도 잔다 우리 아가.”

        ​

        “언데드들 사이에서 아기를 재우고 있는 것인가?”

        ​

        가끔 움직이는 등과 다른 한 손이 아기를 부둥거리며 등을 받치고 있었다.

        ​

        크리스와 닮은 은발의 아기.

        ​

       아기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

        “내 크리스가 범상치 않게 돌아올 줄은 알았네만…”

        ​

        “성녀를 업고 언데드들 사이를 걸어올 줄은 몰랐군.”

        ​

        크리스가 교황에게서 멀어지자, 이번에는 장승들이 길을 열었다.

        ​

        언데드들이 마치 무언가를 따라가듯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크리스가 말했던 표지판의 역할이 이런 것일 줄은 두 노인도 몰랐다.

        ​

       이윽고 크리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

        “알루어드.”

        ​

        “예.”

        ​

        “원래는 쫓아내려고 했는데, 이미 늦었어.”

        ​

        “뭐가 말입니까?”

        ​

        “최대한 다 없애야 해. 더 놔두는 게 독이야.”

        ​

       알루어드가 뒤로 빠지자 성기사들의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

        “왔는가?”

        ​

       손을 들어 크리스를 반기는 파라몬.

        ​

        클로셀 역시 비슷했다.

        ​

        “잠시 못 본 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오다니…쯧쯧, 손녀 사위가 보통이 아니구만.”

        ​

        “성문을 열어라!”

        ​

        크리스를 맞이함과 동시에 성밖의 언데드들을 무찌를 시간이었다.

        ​

        파라몬이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크리스의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우으…?”

        ​

        “…당대의 성녀인가.”

        ​

        “이름은 루나에요.”

        ​

        루나의 하얀눈과 파라몬의 시선이 마주쳤다.

        ​

        말똥 말똥 –

        ​

        “….”

        ​

        만남에 대한 인사는 루나에게서 먼저 터져 나왔다.

        ​

        “하부우…?”

        ​

       고개를 돌려 클로셀을 본 루나의 첫 마디였다.

        ​

        파라몬을 향한 인사는 조금 더 확실했다.

        ​

        “하부…!”

        ​

        “허허….”

        ​

       크리스가 루나를 고쳐 업으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

       

       “루나는…”

       

       태어나서 누군가를 이렇게 설명해 보는 건 처음이리라.

       

       크리스 본인 역시 어색해 하는 듯 했다.

       

       “무속으로는 신딸… 인연으로는 제 여동생이에요. 이런 건 없던 경우이긴 한데…”

       

       두 노인의 입이 닫혔다.

       

       크리스에 대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클로셀이 가벼운 어조로 말하며 웃었다.

       

       “어쩐지 소중하게 업고 오더라니… 자네의 동생이었구만!”

       

       파라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붙였다.

       

       “자네의 가족이로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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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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