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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마을에 흩어져 제 할 일들을 하고 있던 조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좋은 아침이오, 조장.”

         

       가장 먼저 당도한 장삼이 무언가 찔리는 게 있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우리 할 얘기가 좀 있을 것 같지 않냐.”

       “커험! 뭐 굳이 따로 나눠야 할 이야기까지야….”

         

       도중에 백우진이 눈을 부라리자 황급히 말끝을 바꾸었다.

         

       “조금 있다가 다 얘기하겠소.”

         

       진작 그럴 것이지.

         

       이야기를 끝마칠 즈음 구왕수가 아기 백호를 품에 안은 채 나타나 손을 흔들었다.

         

       “깨어났구나, 백우진!”

         

       백우진은 그에게 오라고 검지를 까닥거렸다.

         

       쭈뼛거리며 가까이 다가온 그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내놔.”

       “뭐, 뭐를?”

       “백호 내놔.”

       “아…, 난 또.”

         

       혹여 자신이 잠들어 있는 사이 깨어난 백호가 자신을 안고 있는 구왕수를 보고 부모라 생각하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구왕수로부터 건네받은 백호는 여전히 잠든 채였다.

         

       “얘, 내가 데려왔을 때부터 쭉 자고 있는 거냐?”

       “응…. 한 번도 안 깨던데.”

       “흐음.”

         

       곤히 잠들어 있는 녀석의 코를 간질이자 갸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앞발을 휙휙 젓더니 이내 몸을 한 바퀴 돌려 얼굴을 품속으로 더욱 밀어 넣으며 잠을 이어간다.

         

       “어우, 심장이야.”

         

       이 녀석은 유해한 생물이 분명하다. 귀여워서 심장이 터질 뻔했으니까.

         

       며칠째 쭉 잠들어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숨소리도 고르고 만지면 즉각 반응하는 걸로 봐선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겠다 싶어 일단은 두기로 했다.

         

       “조장, 모두 모였소만.”

         

       백호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사이, 조원들이 모두 모였다.

         

       백우진은 조원들을 한 명씩 살펴보았다. 대다수 표정이 밝은데 당선영만이 유일하게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운 건가.’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밤의 입맞춤은 어느 정도 충동적인 부분이 있기는 했다.

         

       별일은 아닌 듯하여 시선을 거두었다.

         

       “다들 이미 예상했겠지만, 며칠 전에 있었던 상황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불렀어.”

         

       진실은 영원히 어둠 속에 묻어버린 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거대한 호랑이 마물과 술잔을 나눴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좀 그러니, 아주 격렬하게 싸우다가 빈틈을 노려 녀석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었고, 죽기 직전에 정신을 차린 녀석이 자신에게 백호를 부탁했더라는 식의, 듣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단편 소설이 뚝딱 만들어졌다.

         

       “…그렇게 겨우 이기고 나서 도중에 정신을 잃은 거다.”

       “오오…, 마물이 된 태백호와 싸워서 이기다니. 대단하시오!”

       “저,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조원들의 칭찬과 걱정이 쏟아지자 백우진의 코끝이 살짝 길어졌다.

         

       백우진은 기분 좋은 손길로 백호의 털을 쓰다듬으며 장삼에게 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깨어났나?”

       “조장이 돌아오고 하루 뒤에 깨어났소.”

       “상태는?”

       “내 의원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소만, 창귀에 조종당하느라 기력이 쇠한 것만 보충하면 큰 이상은 없어 보였소.”

       “다행이네.”

         

       하늘로 떠난 산신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얹어지지 않게 되었으니 참말로 다행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조장이 깨어나면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하였소.”

       “조금 있다가 찾아가지, 뭐.”

       “그러시오.”

         

       장삼과의 볼 일을 끝마친 뒤, 다른 조원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특이사항 있나?”

       “없습니다.”

       “없어요….”

         

       하나둘씩 고개를 젓는 조원들. 백우진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장삼을 검지로 가리켰다.

         

       “이놈만 남고 다들 돌아가서 쉬도록 해. 내일 아침 일찍 산을 내려갈 테니 준비들 하고.”

       “네.”

         

       드디어 산을 내려간다는 생각에 신이 난 조원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나둘씩 집을 나섰다.

         

       백우진은 제 앞에 남아 있는 장삼에게 시선을 던졌다.

         

       “읊어봐.”

         

       장삼이 난감하다는 듯, 설프게 웃었다. 차라리 궁금한 걸 직접적으로 물어봤다면 그것만 얘기하고 끝내면 될 터인데 뭐가 됐든 모두 꺼내보란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후우…, 내 얘기를 하기 전에 조장께서 먼저 내 궁금증 하나만 풀어주시오.”

       “뭔데?”

       “조장은 대체 나의 무엇을 보고 조원으로 삼기로 한 것이오?”

         

       그에게는 여전히 그것이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네 기운.”

       “기운…?”

       “그래. 네 주변에 흐르는 기운이 남들과는 조금 독특했거든.”

       “허, 그것을 구별할 수 있단 말이오?”

         

       장삼의 동공이 커질대로 커졌다.

         

       ‘설마 영기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자가 있다니!’

         

       그의 말대로다. 좌도방문이라 멸시당했던 모산파의 절기들은 하나 같이 자연지기 외에도 다른 기운을 끌어다 사용한다.

         

       장삼은 이를 영기(靈氣)라 불렀다. 허나, 자연지기에 섞여 있는 영기는 극소량에 불과했다.

         

       ‘역시 이 자는 특별하다.’

         

       백우진의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는 고수들도 장삼에게서 어떠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백우진이 누구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것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했다.

         

       “조장이 느낀 그 독특함은 내가 사용하는 영기 때문일 거요.”

       “영기?”

       “그렇소. 내 줄곧 말해왔듯, 우리 황산파는 모산파의 후예요.”

       “…진짜였냐?”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되묻자, 장삼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오!”

       “어…, 그래. 일단 쭉 얘기해봐.”

         

       믿을지, 말지는 다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듯한 태도에 잠시 울컥했지만,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며 담백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황산파는 모산파의 절기들 중 영술(靈術)을 이어받았소.”

       “영술이라면…, 영혼과 관련된 술법이라는 뜻인가?”

       “그렇소.”

         

       장삼의 표정에 망설임이 생겼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사실 나는…, 영혼을 볼 수 있소.”

         

       스승인 문주와 낳아준 부모를 제외하면 누구도 알지 못한 비밀이었다.

         

       영혼을 보는 눈, 영안(靈眼)을 지니고 태어난 장삼의 삶은 그야말로 기구하기 짝이 없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과 매번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미친 사람 취급받기 일쑤였고, 부모는 그런 장삼을 애물단지 취급했다.

         

       우연히 마을을 지나가던 스승이 거두어주지 않았다면 분명 부모에게도 버려졌으리라.

         

       “구천에 떠도는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거야?”

       “그것도 볼 수 있고, 다른 것도 볼 수 있소.”

         

       의미심장한 시선이 백우진에게 닿았다.

         

       “…산 사람의 영혼도 볼 수 있나.”

       “그렇소.”

         

       백우진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니 묻고 싶소.”

         

       남의 몸에 들어앉은 자신의 영혼에 대해 발설한 드래곤과 이를 전해 들은 연인의 차가운 시선과 음성이.

         

       “당신은 대체 누구요?”

         

       그의 목소리에 덧씌워졌다.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 비릿한 혈향이 입속에 퍼졌다.

         

       “내가 누구냐라….”

         

       자신은 누구인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던져놓은 질문이지만, 여전히 그 답은 찾지 못했다. 애초에 이는 자신이 낼 수 있는 답이 아니었기에.

         

       이 몸속에 들어앉은 자신을 그저 긍정해줄 이가 있다면,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백우진은 그리 생각했다.

         

       “말하면 천기누설이야.”

         

       장난스러운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구려.”

         

       장삼은 쉽게 납득했다.

         

       정체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천기누설이라니 더 물을 수도 없다. 만약 그의 영혼이 탁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테지만.

         

       ‘저토록 고귀한 영혼이니.’

         

       그의 눈에 보이는 영혼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함을 자랑했다. 그런 영혼을 가진 이가 악행을 저지를 리는 없을 터.

         

       “아무튼…, 얘기를 계속하자면 나는 이 마을에 들어설 때부터 이상함을 눈치 챘소.”

       “그런데도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 그렇소. 내 입장에서는 조장이 가진 저력이 궁금했달지, 왜 나를 뽑았는지가 궁금했달지.”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갑작스럽게 조원으로 뽑힌 만큼,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이번 일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생각 없다.”

         

       단.

         

       “앞으로 또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행동을 달리 해야 할 거야.”

         

       날카로운 시선이 쏟아졌다. 장삼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오.”

         

       장삼 또한 이번 일을 통해 마음을 굳혔다. 좌도방문으로 멸시당하는 제 문파와 자신의 능력, 백우진이라면 적재적소에 활용해줄 거란 믿음이 피어났다.

         

       “그럼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자고. 남은 얘기는 차차 풀어가는 걸로.”

       “좋소.”

       “이제 마을 주민들과 얘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같이 가드리오?”

       “됐어.”

         

       질척대는 장삼을 뒤로한 채 집을 벗어났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이 모여 있는 중심쪽으로 조금 걸어 내려가자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아낙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다들 나와봐요! 은인께서 오셨어요!”

         

       아낙의 말 한마디에 집에 들어앉아 있던 주민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정 전후로 한편 더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일러 한 장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제갈연지의 일러스트인데요, 그림 작가님께서 나름대로 찐따미(?)를 잘 살려주신 것 같아 개인적으론 흡족합니다.

    여러분들 마음에도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자정즈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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