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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아무튼 그 후로 천마환혹에 걸린 나한나는 내 말에 연신 끄덕이다가….

        

       “한나 네 도움이 필요해. 혹시 한나야…, 언니를 도와주지 않을래?”

        

       “……네.”

        

       …나를 도와주겠다고까지 했다.

        

       나는 조금 커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나한나를 보고 조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천마환혹 효과 미쳤네….’

        

       평소의 나한나였으면 절대 이러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저희 일단 뮤비 같이 봐보죠.”

        

       “그래.”

        

       지금은 살갑게 내 옆에 달라붙어 뮤비까지 같이 보자고 한다.

        

       이번 일로 내가 얻게 된 이득은 많았다.

        

       우선…, 그동안 비협조적이던 나한나가 나와 합류했고.

        

       지잉-.

        

       지금 우리의 모든 모습이 연습실 구석에 있는 방치형 카메라에 찍혔다.

        

       ‘그림이 괜찮은데….’

        

       처음에는 서로 이해할 수 없었던 소녀들.

        

       하지만 싸움 끝에 한 소녀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다른 소녀에게 고백하고.

        

       다른 소녀는 방안을 제시하여 결국 두 소녀는 화해하고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간다.

        

       이 왕도와도 같은 스토리텔링에는 사실 최면물이 섞여 있긴 하지만…, 대중들은 이를 알 턱이 없으니….

        

       지금의 이 감동적인 장면에만 감탄할 터.

        

       물론…, 아직도 큰 난관이 하나 남아 있긴 했다.

        

       ‘결국 무대를 못하면 이 모든 게 다 말짱 도루묵이지.’

        

       기껏 각성을 해놓고서 무대에서 실망적인 모습을 보이면 지금까지의 서사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 여기서 좋은 편곡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했다.

        

       하지만….

        

       “으음….”

        

       뮤비 보는 걸 마친 나한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침음했다.

        

       역시 뮤비를 다 보고도 별다른 편곡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나보다.

        

       “역시 좋은 생각이 잘 안 나지?”

        

       “……으음.”

        

       그런 줄 알았는데….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긴 한데요.”

        

       “…뭐?”‘

        

       “사실 저희가 처음 <매지컬 러브☆>를 뽑았을 때부터 떠올랐던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워낙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말 안 하고 있었어요….”

        

       “…….”

        

       이 고얀 것은 처음부터 편곡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지금껏 입 꾹 닫고 있었단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쳐다 보니 나한나가 흠칫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아니야. 지금이라도 말했으니 됐지. 그래서…, 그 아이디어가 뭔데?”

        

       “…….”

        

       내가 묻자 나한나가 고민인 듯 잠시 침묵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언니는 애니를 자주 보시나요?”

        

       “애니? 아, 만화? 뭐…, 지금은 잘 안 보지만 어릴 때는 많이 봤지. 나 등급 평가 때도 지디몬 노래 불렀잖아. 지디몬 엄청 팬이야.”

        

       “…아뇨, 지디몬 같은 고전 말고요.”

        

       …지디몬이 벌써 고전 취급을 받는 건가.

        

       나는 씁쓸함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면 본 적 없어.”

        

       “음…, 그러시구나. 저는 사실 애니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마법소녀는 애니에서도 자주 나오는 소재고. 근데 말이죠.”

        

       나한나가 태블릿pc로 무언가를 검색하여 내게 보여 주고는 말했다.

        

       “마법소녀는 사실 그렇게 희망차고 밝은 내용만 있는 건 아니예요.”

        

       “…뭐?”

        

       나는 나한나의 말에 흠칫했다.

        

       마법소녀가 희망차고 밝은 내용만 있는 게 아니라니?

        

       마법소녀는 어린 소녀가 남몰래 정체를 숨기고 악과 싸워 이기는 다소 유치하지만 장르가 확실한 아동용 만화가 아닌가?

        

       나는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나한나가 보여준 태블릿 pc 속에는….

        

       “흠….”

        

       온몸이 상처로 뒤죽박죽된 채 눈동자에 초점을 잃은 마법소녀의 이미지가 있었다.

        

       “이거는 극단적인 모습의 한 예고요. 다른 것도 봐보세요.”

        

       그 밖에도 나한나가 보여준 것들은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마법소녀 이미지를 탈피한….

        

       소녀스러운 핑크색 배경 보다는 피폐하게 검은 이미지와 어두운 표정으로 가득 찬 마법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떤 거는 안대를 하고 있기도하고…, 어떤 것은 지팡이 대신 채찍을 들고 있기도하고….

        

       …심지어 어떤 것은 담배를 물고 있기도 했다.

        

       다소 중2병스럽기도 한 이미지들을 쭉 넘겨보며 나는 나한나에게 물었다.

        

       “…이게 다 마법소녀야? 뭔가 의왼데? 내가 그동안 알던 마법소녀랑은 다른 것 같아.”

        

       “이른바 마법소녀 안티테제죠. 언니, 생각해 보세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가 마법소녀가 되면 마냥 좋을까요?”

        

       “…….”

        

       “언니는 매일 상대하기 버거운 괴물들과 싸워야 하는데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마법소녀라는 걸 숨겨야 해요.”

        

       “흠….”

        

       “목숨 걸고 싸워도 떨어지는 보상은 없고 남은 건 사명감뿐. 몸도 자주 다치고, 끔찍한 광경도 자주보고 또 가끔은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도 죽어요.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언니가 힘들어하다는 것조차 몰라요. 그러면 어떠실 것 같아요?”

        

       “…확실히.”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괴로울지도.

        

       “거기서 마음이 꺾이면 악에 물들어 타락하거나 흑화하는 경우도 생기죠.”

        

       “……!”

        

       흑화라는 말에 나는 움찔했다.

        

       문득 유 설의 특성 흑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변하면 이렇게 마법소녀가 반대로 악의 조직에 가담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리 말하며 나한나가 추가로 보여준 이미지는 누가 봐도 악의 조직 간부처럼 보이는 마법소녀의 모습이었다.

        

       그 이미지들을 몇 개 더 보다가 나는 천천히 나한나에게 물었다.

        

       “그니까 한나 네 말은…, 마법소녀의 이 어두운 면을 파고들어 보자는 거지?”

        

       “…네, 정확히 말하면….”

        

       나한나가 탁자에서 종이와 펜을 가져와 무언가 쓰기 시작했다.

        

       <매지컬 러브☆>

        

       “이거에서….”

        

       슥슥-.

        

       나한나는 펜을 슥슥 그으며 텅 빈 별표 안을 덧칠했다.

        

       <매지컬 러브★>

        

       “…이걸로 바꾸는 거죠.”

        

       “…….”

        

       그리고는 눈치를 보며 내게 조심히 말했다.

        

       “……원래 <매지컬 러브☆>는 기존의 마법소녀처럼 밝고 희망찬 곡이었으니까요. 여기에 반전을 줘서 어둡게 바꾸는 거예요.”

        

       “…….”

        

       “물론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겠지만…. 잘만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리턴도 클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

        

       나는 <매지컬 러브★>라는 제목을 뚫어져라 보다가 나한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해 볼 만 할 것 같은데.”

        

       확실히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어제 밤을 새셨다고요?”

        

       “응. 컨셉도 새로 짜고 안무 구성도 조금 수정하고…, 그러다 보니 아침이더라고.”

        

       아침 식사 자리에서 박유정, 이혜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헐, 괜찮은 거 맞아요?”

        

       “뭐…, 알잖아, 내 체력. 겨우 하룻밤 샜다고 힘들지는 않아.”

        

       “아뇨…, 언니 말고….”

        

       “…음?”

        

       스윽-.

        

       걱정스런 표정으로 박유정이 가리킨 건 내가 아니라 내 옆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으어어…, 흐어어….”

        

       …마치 좀비처럼 몸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나한나가 있었다.

        

       나한나는 그동안 아이디어가 있었음에도 입 꾹 다물고 있던 벌로 어제 나와 함께 밤을 샜다.

        

       …덕분에 지금 이 모양 이 꼴이고.

        

       ‘그래도…, 활로가 트였다.’

        

       어제 밤을 세서 아이디어를 가다듬은 덕분에 답이 없던 무대에 빛이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다른 팀원들을 잘 규합해서 연습하는 것뿐이었다.

        

       ‘이게 다 천마환혹 때문이었지.’

        

       비협조적이었던 나한나를 밤새 같이 있게 할 수 있던 것은 다 천마환혹 때문이었다.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지는 몰랐는데 말이야.’

        

       고작 1차 스킬이었음에도 천마환혹은 무궁무진한 활용성이 있는 듯했다.

        

       “으으으…, 푸르르….”

        

       “앗, 언니. 얘 된장국에 코 박고 있는데요?”

        

       “대충 건져 줘.”

        

       이에 나는 남은 기간 동안 연습에 집중하며 천마환혹에 대해 더 알아 보기로 했다.

        

        

        

        

        

       **

        

        

        

        

       본 경연까지 남은 4일 간 나는 연습에 열중하며 천마환혹에 대해 알아 보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첫 번째로 천마환혹의 쿨타임은 24시간마다 갱신되는 게 아니라 하루가 바뀌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4월 25일 23시 59분에 천마환혹을 사용했다면 2분 후인 4월 26일 00시 1분에도 천마환혹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천마환혹으로 바뀐 부분은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다.

        

       그 예로 내게 천마환혹을 당해 밤새 함께 작업을 했던 나한나는….

        

       “…에? 내가 어제 무슨 짓을….”

        

       …자신이 어제 자기 언니들 이야기를 한 것과 편곡 아이디어를 낸 것 그리고 밤새 나와 작업했던 것에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그리고는 다시 예전의 나한나로 돌아왔다.

        

       거기에 더해 나만 만나면 뭔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기까지 해서 예전보다 더 번거로워지긴 했지만….

        

       뭐…, 괜찮다. 어차피 단물은 이미 다 빨았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천마환혹의 세 번째 특징.

        

       나는 천마환혹이 일상생활에서 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쿨타임이 차자마자 서유진을 찾아갔다.

        

       천마환혹을 이용하면…, 지금 아슬아슬한 상태의 서유진을 제정신 차리게 할 수 있을까 해서였다.

        

       “유진아.”

        

       “……음? …뭐예요?”

        

       며칠 만에 보는 서유진의 눈가는 거뭇거뭇하게 변모해 있었다.

        

       체력도 안 좋은 애가 밤을 자주 샜나 싶어 안쓰러움을 느끼며 나는 바로 천마환혹을 시전했다.

        

       그리고….

        

       [천마신공 1차 스킬 천마환혹을 시전합니다!]

        

       [시전에 실패했습니다!]

        

       “……!”

        

       …실패했다.

        

       여기서 얻은 천마환혹의 세 번째 특징.

        

       천마환혹이 모든 이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서유진의 안하무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천마환혹이 통하지 않는 것일 수도….

        

       “왜 사람 불러 놓고 말이 없어요?”

        

       “아….”

        

       그렇게 내가 천마환혹이 통하지 않아 당황한 사이 서유진이 신경질을 내며 내게 물어왔다.

        

       이에 나는 급한 대로 그녀에게 아무 말이나 꺼냈다.

        

       “…요즘 무대 준비는 잘 돼?”

        

       “…….”

        

       그리고 내 질문에 서유진의 표정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뭐가 잘 안되는 듯싶었다.

        

       “……모르겠어요. 뭔가 잘해보려 해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연습을 해도 해도 자꾸…. …잠깐.”

        

       서유진은 울적한 표정으로 말을 잇다가….

        

       “근데 언니 저희 반대 팀이잖아요! 뭐예요! 일부러 염탐하려고 물어본 거예요?!”

        

       이제야 내가 1팀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역정을 내었다.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됐어요! 친절한 척 다가와서 은근슬쩍 뒤통수 칠 생각이나 하고! 여기서 믿을 사람은 진짜 하나도 없어!”

        

       그리고는 평소처럼 나를 노려보고 콧방귀를 한 번 뀌고는 돌아갔다.

        

       “아이고….”

        

       저렇게 화를 돋구려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역효과가 나버렸다.

        

       나는 돌아가는 서유진의 뒷모습을 그저 지켜보았다.

        

       화난 상태로 콩콩대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왠지 안타까워 보였다.

        

       ‘그보다…, 저기는 아직도 난항이군.’

        

       그보다 염탐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2팀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구렁텅이를 벗어난 우리 1팀과 다르게 2팀은 아직도 난항 중인가 보다.

        

       ‘유 설은…, 아직도 아무것도 안 하나…?’

        

       팀 경연에서 무대를 망치게 되면 아무리 유 설이라도 타격이 있을 터.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유 설같은 악바리가 여즉 팀을 방치해 둔다는 게 나는 뭔가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연습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본 경연의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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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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