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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음?”

         

       여일예는 상황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한쪽은 다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포박당한 사내. 한쪽은 평범한 무복을 입고 검을 든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

         

       “은공?”

         

       여일예는 나를 보며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를 알아보긴 한 것 같은데 대체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나 싶겠지.

         

       “오래간만이오. 어찌 운남에서 만나게 되는군.”

         

       “아….아아. 그렇지요.”

         

       여일예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포권을 해 보였다.

         

       “혹여 어떤 여인이랑 같이 오셨습니까? 아니면 산적들을 따로 제압하신 겁니까?”

         

       그렇군.

         

       여일예는 멀찌감치서 우리들이 산적과 조우하는 것을 보고 급히 산을 내려온 모양이다. 어째서 운남의 형귀산에 있었는지는 아직 모를 일이지만 대충 그러면 내공을 뿌리다시피 하며 내려온 이유는 설명이 되었다.

         

       “오라버니!”

         

       흑묘의 외침이 들렸다. 여일예의 기파를 느낀 것인지 흑묘가 한번에 달려와 내 옆에 섰다.

         

       “그때의 그 여낭인이로군.”

         

       흑묘가 여일예로부터 나를 지키듯이 자리를 잡았고 그 모습이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여일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서늘한 대치가 이어지려고 하기에 나는 박수를 쳐서 그 흐름을 끊었다.

         

       “자! 자! 동생아! 일단 아래 있는 산적들은 다 제압한 거냐?”

         

       “그래요. 4명 다 혈도를 짚어서 제압해 놨어요.”

         

       “그럼 저 녀석도 제압좀 해 줄래?”

         

       흑묘가 내키지 않는다는 몸짓으로 아까 나를 포를 뜨네 했던 녀석의 수혈을 짚었다.

         

       “우선, 감사 인사를 해야겠구려. 우리를 도와주러 달려와 주어 고맙소.”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말은 겸양의 말이지만 여일예의 표정은 썩어 있었다. 뭔가 허무함? 허탈함이 짙게 드리운 눈빛이었기에 나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시오?”

         

       “개왕채에 볼일이 있어 잠시 머물던 차였습니다.”

         

       머물고 있었다라. 어차피 여일예는 우리 둘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냥 대놓고 묻는 편이 빠르겠군.

         

       “우리는 독의님을 찾아왔소. 당가에서 전해달라는 편지가 있어서 말이오.”

         

       “그렇습니까. 하아. 결국 소란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었나…원시천존.”

         

       여일예가 뜬금없이 한탄을 하더니 주변을 둘러 보았다.

         

       “제가 독의님의 거처를 알고 있으니 안내하겠습니다. 산적들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일단은 모두 깨워 데리고 갑시다.”

         

       흑묘와 여일예는 서로의 존재가 탐탁지 않은 듯이 나를 중심에 두고 영역을 반반씩 나누듯이 행동했다.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는데 아무리 황금가 앞에서 한번 손을 섞은 적이 있다고 해도 서로 감정이 남을 일이 있었던가?

         

       깨어난 산적들이 잠시 반항하려는 소란이 있었지만 여일예의 검강을 보고는 모두 고분고분해졌다.

         

       내공을 사용할 수 있는 주요 혈도들을 모두 봉인한 채 굴비처럼 엮인 산적들과 함께 여일예의 뒤를 따라 독의의 거처로 향했다.

         

       거처라고 해봐야 낡아빠진 오두막이었다. 사냥꾼이나 뭐 그런 사람이 바람이나 피할 용도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여일예가 오두막을 향해 다가가자 흑묘가 눈치껏 산적들을 기절시켰다.

         

       “방해하지 말라고 했더니만 이번엔 사람들을 잔뜩 끌고왔군.”

         

       독의의 첫 인상은 그냥 꼬장꼬장한 노인이었다.

         

       “강녕하셨습니까. 어르신.”

         

       “그래.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느냐.”

         

       “오늘은 용무가 있어서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잠시 길 안내차 들렸을 뿐입니다.”

         

       여일예가 물러서고 내가 전면에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독의 어르신. 가주님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흠…줘 보거라.”

         

       나는 서찰을 독의에게 전달했다. 캥기는 것 하나 없어도 독의 앞에 서니 절로 긴장이 되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독의 당처인은 당가의 가주인 당광렬과 동수의 고수. 그러나 당광렬과 당처인의 압박감은 차원이 달랐다.

         

       당광렬은 날 손님이자 스승으로 대우했으니 실질적으로 압박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지만 당처인은 나를 자신의 연구를 방해하는 방해자라고 인식했는지 조금의 배려도 없이 자신의 기도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의 압박감.

         

       실제로 나는 독의의 연구를 방해하기 위해 온 사람이니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독의의 눈치를 살폈다. 가주의 부탁에 따라 지금의 연구를 일단 접고 내 몸을 봐 줘야 할 테니까. 독의로써는 탐탁지 않은 상황이겠지.

         

       밀봉된 편지지에서 나온 서찰은 두 장. 하나를 읽은 독의 당처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잉…쯧.”

         

       못마땅하다는 날 한번 노려본 독의는 그대로 두 번째 서찰을 읽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서찰을 읽고 난 뒤에는 거의 적의에 가까운 반응이었는데 두 번째 서찰을 읽고 나니 상당히 누그러진 기색.

         

       “내 하나 확실히 해 둘 것이 있다.”

         

       “예, 말씀하시지요 어르신.”

         

       “나는 가주의 부탁이 아니라 풍영대주의 부탁에 따르는 것이니 그리 알도록.”

         

       이건 또 뭔 소리야.

         

       예상한 것과 또 다른 말에 잠시 뇌정지가 왔지만 아무튼 진맥을 봐 준다고 하니 일단 반사적으로 포권을 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리 알겠습니다.”

         

       “에잉…쯧. 뒤에 두 여식들은 이곳에서 이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자연동굴이 있으니 저 산적놈들을 다 집어넣고 오도록!”

         

       무림천하의 의원들은 환자의 상태에 대한 비밀엄수가 기본 중 기본이다. 이걸 못 지킨다? 그럼 치료받은 무림인이 언제 밤중에 목 따러 찾아올지 알 수가 없거든.

         

       기절한 산적들의 목덜미를 집어든 흑묘와 여일예가 서로 날카로운 눈빛을 주고 받으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기를 잠시.

         

       “들어오거라.”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의원 특유의 쿰쿰한 약 냄새로 가득차 있었으며 실내는 낡긴 했지만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다. 슬쩍 보니 점성 있는 무언가로 바닥이나 벽의 틈새를 모두 막은 뒤 털가죽을 발라 붙인 듯 했다.

         

       우리 둘은 그런 바닥 중앙에 앉았다.

         

       “그래. 이류에 오른지는 몇 년이나 지났는고?”

         

       “7년정도 지났습니다.”

         

       “흠. 그래 확실히 정상은 아니구나. 이미 신체의 상황과 무공의 경지를 보면 일류 초입 정도는 넘어섰는데 말이야.”

         

       독의는 내 몸의 이곳저곳을 찌르거나 만져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의원에게 몸을 보인 적이 있느냐?”

         

       “어르신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명경당이라는 곳에서 상급 의원으로 분류되는 자에게 정밀진단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진단과 처방을 받아 보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들었지요.”

         

       명경당은 유능한 의료집단이다. 무려 무림맹의 각 지부와 본산에서 의료활동을 도맡아 하고 있으니까. 이 무림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의원문파가 아닐까.

         

       “흠. 그렇다면 근골을 정밀하게 살피는 것은 별달리 의미가 없겠군. 그래도 기본은 짚고 넘어가야지.”

         

       독의는 나에게 이런 저런 자세를 요구하며 촉진을 계속했다.

         

       “본가를 떠나온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새 무공이 창안되었을 줄은 몰랐군. 그래 네놈은 그 무공 창안 과정에 참여했다고 하니 평가가 궁금하구나.”

         

       “으음. 제가 감히 당문의 무공을 평가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의원과 환자가 나눈 대화는 그 자리가 파하는 순간 모두 없어지는 것. 개의치 말고 말하거라.”

         

       “권공과 암기술의 이지선다를 강요하는 무공입니다. 소매에 암기를 숨기듯 권술 속에 암기술을 숨긴다 할 수 있겠지요. 거기에 일부 도박기술을 녹였습니다. 사람의 면전에서 패가 사라지고 나타나듯이 암기의 출납을 정할 수 있지요.”

         

       독의는 피식 웃었다.

         

       “그래. 네가 볼 때는 그 무공이 몇 년은 다듬어야 할 것 같더냐.”

         

       “뭐, 못해도 50년은 다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대답에 독의가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유는?”

         

       “대저 무공이란 단 하나의 묘리에만 집중해도 일절은커녕 상승무공으로 분류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암기와 권법 그리고 암기와 권법의 중도까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는 무공이 절기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연구와 수많은 피땀이 녹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

         

       당가맹호암룡투법은 정말로 갈길이 아주 아주 먼 무공이다. 실전에서 사용되는 정도야 지금도 가능하겠지만 당가의 간판무공으로 내세우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하면 그 간판무공은 지금의 당가맹호암룡투법의 정신만을 계승한 전혀 다른 무공이 될 터였다. 최적화와 고도화를 거듭하다보면 지금의 원형이 얼마나 남으려나.

         

       “뭐 좋다. 함부로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리는 있군.”

         

       앗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독의님의 심기를 거슬렀나?

         

       “무학의 이해도 영 맹탕은 아닌 것 같은데…오래 걸리겠군.”

         

       독의는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가부좌를 요구했다.

         

       “네 기맥에 접촉할 것이다. 놀라지 말도록.”

         

       “예.”

         

       대답은 했지만 사실 남의 내공이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인지라 움찔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움직임을 보이는 내공.

         

       “나는 본디 독공을 익힌 사람이다. 너에게 해를 끼칠 의도는 없지만 독공이라는 내공의 성질상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으니 참도록.”

         

       본능적인 거부감이 전신을 휘감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야말로 내 혈관이 뱀이 기어 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에 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그러고보니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군. 자네 혹시 몸에 지병이라던가 혹은 나에게 말해야 할 특기 사항이 있나?”

         

       “지병이랄 것은 없습니다. 왼쪽 소지 힘줄이 잘리긴 했지요. 그리고…15세 전으로는 기억이 없습니다.”

         

       “흐음. 그렇군.”

         

       나는 생각에 잠긴 듯한 기색의 독의를 보면서 불안감이 치솟아 올랐다.

         

       사실 진기도인이라는 것은 화경의 고수에게도 꽤 어려운 일이다. 진기도인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진기도인 대상자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고 내부만 느낀다는 것이 어려운 것.

         

       아무리 독의라도 그렇지.

         

       진기도인 중에 말을 하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딴 생각 하는건 선 넘은거 아니냐.

         

       “저기, 어르신..?”

         

       “아 미안하군. 잠시 내 상념에 빠졌구만.”

         

       내공이라는 것이 얼마나 민감하고 위험한 것인지 아는가? 주화입마라는게 괜히 걸리는게 아니다. 무인이 얼마나 자주 내공을 돌린다고 생각하는가. 그야말로 평생이다. 그럼 기를 운용하는 것이 얼마나 숙달이 되어 있겠어.

         

       그런데도 화가 크게 나거나 심기가 어지럽혀지면 그대로 내공 운용이 꼬이며 내상을 입는다. 각혈이라는게 뭔가. 내부 장기에 상처가 나서 피가 기도를 타고 나오는 것 아닌가.

         

       기의 운용이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내부 장기가 죄다 꼬이고 박살이 나는 것이 내공이라는 것이다. 바위고 나무고 박살낼 수 있는 힘이 몸 안에 내재되어 있으니 그 힘이 제 장기를 쥐어짤 수도 있는 법.

         

       그런데 뭐? 잠깐 딴생각을 했다고? 그러다가 내 오장육부가 다 곤죽이 되었으면 어쩌려고!

         

       독의만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서 방방 뛰며 노발대발할 일이었지만 간신히 억눌러 참았다.

         

       독의는 내 몸에서 내공을 거둔 채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출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가?”

         

       “어떤 분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런가…그래도..아니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데.”

         

       독의는 무언가를 감지해 낸 것일까? 이런 저런 말을 중얼거리며 상념에 빠지는 독의를 보며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빌어먹을 무림천하에 떨어진 지도 8년.

         

       내가 이 8년동안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왜 하필이면 한계경지가 이류일까?’라는 생각이었다. 충기. 기를 가공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 이 충기야말로 무공의 알파이자 오메가이자 감마이자 베타였다.

         

       시팔거 까놓고 말해서 이류가 한계경지면 무협에 떨어지나 판타지에 떨어지나 SF에 떨어지나 현대에서 헌터질을 하나 다 똑같은 일이었다. 단순하게 기를 끌어다가 신체만을 강화시키면 이게 무공이냐? 무림이야? 막 천마군림보 밟고 십이분신이 튀어나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검기도 뽑고 점혈도 좀 찍고 전음도 좀 하고 초상비 정도는 해 줘야 무협이지.

         

       기를 뭉치질 못하니 상대의 혈을 막지를 못해서 점혈도 못해.

         

       기로 음파를 못 만들어내니 전음도 못해.

         

       기를 가공해서 몸을 가볍게 만들질 못하니 풀 위에 서지도 못해.

         

       일류가 되어야 진짜 좀 무림인답게 살 수 있다. 물론 일류의 경지로는 전음은 몰라도 점혈이나 초상비 등등은 실전 사용이 벅찬 것이 사실이지만 아무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르다.

         

       후. 침착하자 침착해. 천안아. 호천안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독의가 진짜 대단한 의원인 것은 맞지만 상대는 잡혈이야. 깨달음도 한계경지를 한단계 올려주는데 이 잡혈이라는 놈은 무려 한계경지를 뭉텅이로 까먹는 괴물같은 놈이라고.

         

       독의라고 해도 잡혈은 난적임은 분명했다.

         

       차라리 잡혈 특성에 대해서 털어놔 버릴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독의가 철저하게 의원의 원칙을 지킨다고 해도 이건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 특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로 모든 것을 다 밝혀야 설명이 가능한 일이니까.

         

       이 세계가 본래 게임이었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현대에서 환생트럭에 치여 이 무림천하에 떨어졌다는 것도 그 외 수많은 것들도 다 하나하나가 너무 치명적이다.

         

       내가 고민을 갈무리하는 사이에 독의 역시 어떤 결단을 내린 듯 싶었다.

         

       “그래…뭐 해 보는 수밖에 없겠군.”

         

       독의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내 자네에게 부작용이 있는 방법을 사용해 검진을 해 볼 걸세. 정말 큰 거부감이 들거나 정말 아플 수도 있고 어쩌면 며칠 정도는 휴유증이 남을지도 모르네. 그래도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이 수밖에 떠오르지를 않는구만. 자네가 동의한다면 검진을 시작하겠네.”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전신에 힘을 준 채로 팔을 내밀었다. 뭐 좀 아픈게 대수냐.

         

       “시작하겠네.”

         

       어떤 기운이 내 몸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 독의가 불어 넣은 기운보다 훨씬 미약하지만 더 강하고 단단해보이는 기운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자네. 아무렇지 않은가?”

         

       “예? 기운이 들어오는 것은 느껴집니다.”

         

       “아니 아프거나 거부감이 들거나…그런 것은 없나?”

         

       “잘 모르겠습니다만.”

         

       “흐음…조금만 더 진입하겠네.”

         

       독의의 기운이 팔을 넘어 내 몸 중앙의 거궐혈까지 들어왔다. 아까 독의의 기운이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면 지금의 기운은 그야말로 기맥에 수은이 들어 차는 것과 같이 묵직했다.

         

       “허어.”

         

       왜인지 모르겠지만 독의가 한탄하며 그 기운을 회수했다.

         

       “피를 뽑겠네. 한 사발은 뽑을 테니 아파도 참게.”

         

       내가 동의할 새도 없이 손바닥이 갈라지고 순식간에 그 밑에 그릇이 대어졌다. 아프기는 했지만 뭐 나름 무림에서 칼밥을 먹은 세월이 8년이다. 당연히 이 정도 상처는 무척 아프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정말 밥공기 만한 그릇에 내 피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혈도를 짚어 지혈해주는 독의. 그리고 독의는 내 피를 잠시 물그러미 바라보더니.

         

       푹.

         

       그대로 손에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흐음.”

         

       “어, 어르신?”

         

       입맛을 쩝쩝 다시던 독의는 아예 그릇을 들어 내 피를 들이켰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흡혈 행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주춤하며 물러섰고 연신 쩝쩝거리리던 독의가 돌연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자네 피에는 뭐가 이리 많이 섞여 있는 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밝혀지는 잡혈의 진실!

    24시간 뒤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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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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