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1

       저녁 6시.

        

       일부 운 좋은 직장인들에게는 퇴근 시간이고, 어떤 스트리머에겐 기상시간이지만-

        

       로펌 변호사들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해야할 야근을 앞두고 서둘러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동생에게 한 소리를 들은 이후로 끼니만은 거르지 않고자 노력하는 이예리 역시, 시간을 확인한 후 방을 나서다가- 잠시, 멈춰섰다.

        

       ‘요즘 후배들을 너무 안 챙기긴 했는데. 저녁이라도 사주겠다고 해야 하려나.’

        

       자신이라면, 차라리 돈을 쓰면 썼지 선배와 먹고 싶지는 않을 텐데. 요즘 후배들은,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특히, 옆 사무실의 후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틈만 나면 식사하시겠냐고 사무실 문을 두들기곤 했으니.

        

       그 후배의 사무실은 마침 문이 열려 있어, 무시하고 지나가기도 어려웠다.

        

       -똑똑.

        

       대답 없이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후배를 보고, 약간의 안도와 함께 떠나가려던 순간.

        

       “아!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후배가, 귀에서 이어폰을 뽑으며 밝게 인사했다.

        

       기분이 제법 좋아 보이는게, 일하는 중은 아니었나 본데- 라고 읊조리는 내면의 꼰대를 억누르며, 이예리는 마주 웃어보였다.

        

       “네, 안녕하세요. 유변호사님 시간 괜찮으시면 식사 같이 하실래요? 저번에 컴퓨터 사는 것도 도와주셨는데,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아, 저번에도 맛있는 거 사주셨는데요! 아, 그런데, 어……잠시만요.”

        

       어딘가 망설이는 듯한 후배의 시선이, 이예리와 컴퓨터 화면 사이에서 갈팡질팡 거리고 있었다.

        

       약간의 답답함을 억누르고, 옆으로 다가가니- 모니터에는, 본 적이 있는 게임 화면이 떠있었다.

        

       “……유변호사님, 어떤 프로그램 설치하셨는지 전산팀에서 다 조회 가능한 거 아시죠……?”

        

       “아, 아니에요! 제가 게임 하는 건 아니고, 방송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지금 챌린저……그러니까, 랭커?가 되려고 달리는 중이거든요. 한 번만 더 이기면 여자 중에는 최초 랭커에요. 근데 플레이는 완전 야성적인데, 목소리는 또 엄청 예뻐서……진짜 대박이에요. 변호사님도 한번 들어보실래요?”

        

       숨은 언제 쉬나 싶을 정도의 설명에 이어서, 눈을 반짝이며 이어폰을 들이대는 후배.

        

       이예리는 미소를 부드럽게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며, 최대한 천천히 고개를 저어 거절을 표했다.

        

       “괜찮아요. 제가 게임은 잘 몰라서.”

        

       “이거 그, 나오나거든요! 변호사님 동생분도 하신다는 그 게임이요. 동생분도 이 스트리머 보실지도 몰라요. 요즘 제 주변에 나오나 하는 친구들 중에 아따먹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을 정도거든요, 진짜로. 여성유저의 희망, 같은 느낌이라.”

        

       화면을 가리키는 후배의 손가락을 따라 잠시 시선을 옮기던 이예리는,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아따먹……이 분인가요?”

        

       “네! 아, 이게 오해하실 수 있는데 아이디에 유래가 있어요. 원래 이 스트리머가-”

        

       한 마디를 건네면 열 마디로 돌려주는 재주를 맘껏 뽐내는 후배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이예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싶은 욕구를 애써 억눌렀다.

        

       ‘따먹이라니.’

        

       ‘저런 상스러운- 노골적인, 표현을 아이디로 사용하는 것조차 허용되는 게임인 줄은……정말로 몰랐는데.’

        

       동생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가지는 않을까. 법적으로야 이제 성인이라지만, 그녀에게 21살은 아직 한없이 취약하고 어린 나이로 느껴졌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컴퓨터를 사준 것도 살짝 후회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정말 죄송한데 저녁은 나중에 먹으려고요. 혹시 변호사님 내일도 괜찮으실까요?”

        

       비맞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의 말이, 뒤늦게 들려왔다.

        

       “……네, 그래요. 내일 식사하시죠.”

        

       미묘하게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이예리는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나섰다.

        

       ‘따먹……. 따먹이라니.’

        

       게임을 하는 건 좋지만, 인터넷방송은 너무 보지 말라고 해야 할까. 성인이 된 동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고민이 쉬이 끝나지 않는 그녀였다.

        

       * * * *

        

       불타는 대지와, 흐르는 핏물.

       

       그 위에 선 전사가 쥔 거대한 도끼는, 분노와 굴욕감으로 가벼이 떨리고 있었다. 이를 악문 모습이나마 투구가 가려줘서 다행일 정도로.

        

       수없이 많은 생명이 스러졌고, 또 스러질 전장에서, 어떻게 죽는지가 무슨 상관이겠냐만도-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패배하고 싶지도 않았고.

        

       “지원, 되나?”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건넨 말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답할 사제도, 그를 지키던 마법사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지 오래였으니.

        

       이를 악물며, 도끼를 고쳐 쥐었다.

        

       비열한 술수의 연속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기사가 아닌 자에게 기사도를 기대할 수는 없고, 전사가 아닌 자에게 전사의 명예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정도야,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리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나와라, 이 개자식아!”

        

       전사의 폐에 가득 채워졌던 호흡을 일거에 내뱉은 그 함성은 전장을 울렸으나-

        

       단검을 쥔 채 목표만을 바라보는 도적에게는, 닿지 않았다.

        

       -투웅!

        

       뒤에서 들려오는 활소리에, 광전사는 본능적으로 눈을 부릅뜨며 앞을 살폈다.

        

       아군 궁수가, 무언가를 보았음에 틀림없다.

        

       그 화살이 닿는 곳에, 그 놈이 있으리라.

        

       마지막 기회를.

        

       패배하더라도 좋다. 부디, 이 도끼를 그 빌어먹을 놈의 머리에 한 번은 박아 넣을 기회를.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는 광전사의 귀로, 끔찍하도록 권태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번쩍, 하고 빛나는 무언가를 향해 바로 휘두른 도끼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늦었다.

        

       찰나였으나, 늦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다시금 찾아오는 동료의 죽음이었다.

        

       “더러운 암살자 새끼가!”

        

       분노어린 전사의 외침은 이번에도 도적에게 닿지 않았다.

        

       도적의 두 눈은, 그 너머에 놓인 목표만을 보고 있었기에.

        

       본디, 전장에 떨어진 도적이란 그런 존재인 것이다. 타인의 명예도, 자신의 오욕도, 바라볼 수 없기에 바라보지 않는.

        

       하지만, 그 칼날이 향하지 않는 편에 선 아군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든든한 동료가 없었다.

        

       도적의 손은,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승리를 향한 길을 움켜쥐고 있었기에.

        

       * * * *

        

       『광전사 감수성 터진다 ㄹㅇ』

       『좀 싸워줘라……』

       『광전사 혐오를 멈춰주세요』

       『사제 혐오를 멈춰주세요』

       『혐오…멈춰!』

       『점멸단검 삭제좀』

       『와……진짜 좃같이 잘하네』

       『운빨존망겜』

       『법사하러 갑니다』

       『챌린저! 챌린저! 챌린저! 챌린저! 챌린저! 챌린저!』

        

       《……끝났네요.》

        

       아직 적의 성채는 건재하게 서있었고, 그 위의 깃발도 펄럭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게임이 이미 끝났다는 그녀의 말에는 그 누구도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압도적이면서도, 기계장치처럼 정교한 캐리였다.

        

       아주 단순한 공식이었다. 불가능해보이는 경로로 적진에 침입한 도적이 상대의 후열을 어지럽히면, 아군 법사와 궁수가 자유롭게 마법과 화살을 퍼붓는다.

       

       설명하기엔 간단했다. 그걸 지원도 없이 해낸다는 건, 별개의 문제였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적의 사제와 마법사는 침음성을 흘리며 쓰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좌표를 확인하고, 지대공 포대를 제거한 뒤, 공중에서 일방적인 포격을 퍼붓는다는 전략이 일단 실현된 순간 발휘하는 위력은, 현실에서도 반복하여 입증된 바였다.

       

       이를 두고 비열하다고 얘기하는 건, 기관총포대를 향해 기마돌격을 하는 것만큼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행위라고밖에 할 수 없겠지. 최소한, 이예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개척해둔 경로를 따라 한없이 쏟아지는 마법과 화살에, 적들은 하나하나 전의를 상실한 채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곧이어,

        

       =승리!=

        

       수천명이 기다리던 음성이, 드디어 울려퍼졌다.

        

       『챌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린저 등장!!!!!!!!』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눈ㄴ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 죽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

        

       [챌린저 랭크로 승급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장막을 검으로 찢어내는 멋들어진 애니메이션과 함께, 어둠 속에서 찬란한 마크가 드러났다.

        

       한국에서, 단 500명.

        

       외국에서 활동하는 프로들조차 이름을 쉬이 올릴 수 없는, 명예로운 명단.

        

       그 명단의 말석에, 아따먹이라는 이름 석자가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상형? ‘아따먹’. 더 설명이 필요한가?】

        

       -킹 따 먹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킹 따 먹 갓 따 먹 황 따 먹】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챌린저! 챌린저! 챌린저! 챌린저!】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챌린저? 아아, 40시간 정도 필요하겠군. 술을 마시며 즐기기도 해야 하니 말이야.】

        

       -갱생광질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챌린저 등반 축하합니다!!!!!!!!!!!!!!!!!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아따먹!】

        

       쏟아지는 도네이션과, 시작되는 축제.

        

       약속된 뒤풀이 파티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환호 속에서,

        

       『…?』

       『???』

       『따먹따먹아?』

       『챌린저 됐어요』

       『???』

       『선생님?』

       『챌린저야!』

       『?????』

        

       이예나는, 조용히 다시 큐를 돌리고 있었다.

        

       .

       .

       .

        

       그렇게, 2시간 후.

        

       이예나는 드디어 챌린저 491등에 올랐고,

        

       -흐흫.

        

       그제서야,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이게, 되네요.》

        

       -하아.

        

       힘이 빠진 듯한 한숨소리에는, 기분 좋은 탈력감이 담겨있었다. 노력의 끝에 목표를 달성해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 느껴지는, 그런 숨결이었다.

        

       지켜보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째서 아홉 걸음을 더 나아간 건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으나-

        

       《봐주신 분들, 모두 고마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함께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질 정도였다.

        

       『파티다!!』

       『챌따먹! 챌따먹! 챌따먹! 챌따먹! 챌따먹! 챌따먹! 챌따먹!』

       『뒤풀이 드가자~ 뒤풀이 드가자~ 뒤풀이 드가자~ 뒤풀이 드가자~ 뒤풀이 드가자~』

       『술 꺼내자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주모! 샤따 내려!!』

        

       이야기를 들을 차례였다.

        

       이리도 뛰어난 실력자가, 대체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난 건지. 챌린저에 진입한 소감은 어떤지. 다음 목표는 어디인지.

       

       예정된 뒷풀이에선, 분명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그리 생각하던 모두가 기대에 부풀어 환호하던 순간-

        

       《그럼,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다음 방송 일정은 공지로 올리겠습니다.》

        

       『?????』

       『뒤푸링』

       『뒤풀이 한다며』

       『님?』

       『야』

       『야 이 씹』

       『야이새끼야』

       『뒤풀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은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스트리머가, 사라졌다.

        

       『야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

       『야 이 미친년아』

       『아』

        

       * * * *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챌린저 등반 & 뒤풀이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챌린저 등반을 봐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어요.

        

       아마 다음 일정은 대회일 것 같아요. 아, 그 전에 합방이 한 번 있을 수 있겠네요.

        

       뒤풀이 사진도 올려드립니다.

        

       (사진)

        

       이번에 좀 잘 되지 않았나요? 바삭바삭해서 맛있었어요.]

        

       이예나의 위게더 – 도적부흥운동회 – 에 올라온 공지에는,

        

       이제는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책상 위에 놓인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부추전과, 막걸리를 따라 둔 밥그릇. 그리고 브이를 그리고 있는 손이 담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팔에 붙어있(다고 주장하)는 문신은, 각도가 바뀌어 있었지만.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