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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0

    <710 – 불쌍한아이(10)>

     

    카타콤 6계층 제 60문.

    보스룸, 고위험군 재학생의 무덤.

     

    사다코 교수의 암흑마나로도 인격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는 한은 통상적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 재능을 지닌 학생들.

    그렇기에 석관에 보관되어 풀려나는 일이 없는 학생들이 자유의 몸을 되찾았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니? 피부도 창백해지고. 늙지도 않고. 아주 자연미인이 되어버렸네?”

     

    살이 무너지고 뼈마디만 남는 저급한 언데드들과 달리, 아카데미에서 요주의 인물로 지정될만한 재학생들은 학년을 넘어서는 강함을 지니고 있다.

    죽음의 기운, 암흑마나에 의한 신체유지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따라붙는 부수효과다.

     

    “사디 초콜릿. 우린 어떻게 된 거지?”

    “보면 모르니? 사이좋게 죽었지.”

     

    980기의 너무 빠르게 진 별.

    살성 아가인이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군. 그대로 졸업했다면 세계마저도 정복할 기세였던 너와 내가 이런 식으로 끝을 맞이하다니.”

    “귀여운 배신자에게 기습을 허용한 탓 아니겠니? 그러게 방심하지 말았어야지.”

    “무기정비를 맡긴 잔챙이들까지 넘어갔을 줄은 몰랐단 말이다.”

    “그게 방심이라는 거야.”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와 의안으로 대체된 눈이 자리한 왼쪽 얼굴을 만지던 사디 초콜릿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런 몸이 된 것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네. 통증이 없어졌어.”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군.”

     

    마검.

    성검의 대척점에 있는 암흑마나를 주입하여 마에 물든 타락한 성검을 팔에 이식한 아가인.

    그의 팔을 타고 올라오며 뇌수까지 침식하려 드는 마기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얌전히 있었다.

    이미 암흑마나에 물들었으니까.

    그가 언데드이니까.

    더는 거부반응이 일어날 이유도, 강제 침식이 진행될 이유도 사라졌다.

     

    “나는 분명… 실습 중에 죽었는데?”

    “저, 정령계는 싫어어!”

    “여긴… 차원의 틈새가 아닌 건가?”

    “조교 임금인상협상은 어떻게 되었지?”

    “과, 과제 제출기한은 지나가버린 건가?!”

     

    빠르게 죽음을 받아들인 두 사람과 달리 아직도 헤매고 있는 다른 이들.

    학년과 학부, 강함은 천차만별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디 초콜릿의 눈에는 요염한 미소가 떠올랐다.

     

    “또 시작이군. 그 악종스러운 웃음.”

    “부하를 잃었으면 리필해야지. 이렇게나 가까이에 마음에 병이 든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진수성찬을 먹지 않고 참을 수 있겠니?”

     

    심리술사 사디의 사악한 꼬드김이 선배들의 상심에 닿은 이후.

    사후의 혼란에 빠졌던 이들 모두가 두 눈에 안정을 되찾았다.

     

    “자아. 이제 환영해 드리도록 하죠. 죽은 자들의 안식을 방해하는 침입자들을.”

     

    6계층의 보스룸.

    재학생의 무덤에 일단의 학생들이 나타났다.

    피부가 창백하지도, 암흑마나가 넘쳐나지도, 한 번 죽은 자의 산 자를 향한 증오가 넘쳐나지도 않는 여리디여린 핏덩이들이.

     

    지켜보는 교관도 없다.

    누구도 저지하지 않는다.

     

    장난감들의 첫 시험가동.

    언데드들의 분풀이로는 딱 좋은 상대였다.

     

    “어머. 너는… 만델라 카스테라?”

    “사디 초콜릿. 역시 있었군요.”

     

    한 번 자신을 패배시켰던 자를 향한 복수혈전이라면 더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다.

     

     

    * * *

     

     

    만델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학생회에도 발을 들일 정도로 강자인 그녀조차도 처음부터 겁 없이 선배들과 어울리지는 못했다.

    그녀가 재학생의 너머를, 학년 이상의 강함을 쫓아다니는 것은 그러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어둠과 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크루엘.

    또 하나는 사디 초콜릿이었다.

     

    그녀의 두려움.

    이제는 사라진 악몽.

    그럴 터였을 악몽 중 하나가 돌아왔다.

     

    “당신, 훌륭해졌군요?”

    “그 교활한 꼬드김엔 다시는 넘어가지 않아요.”

    “성공한 사람이 과거의 시궁창 속의 생활을 외면하려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자신의 성공가도에 티끌이라도 묻어 지금의 자리를 위협해서는 안 되니까요.”

    “그 뱀의 혀를 멈출 방법은 알고 있답니다. 힘으로 다물게 만드는 것!”

     

    만델라의 음파공격이 사디의 뇌를 뒤흔들어 언어중추신경계를 파괴하려 들었다.

    같은 학생들에게는 차마 사용할 수 없었던 실전기술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용하는 만델라.

    그러나 사디 또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싱긋 웃는 것으로 이에 대응했다.

     

    <심리술사>

    <심리마법 – 마인드스캐닝>

     

    상시 상대의 마음을 읽고 간파할 수 있는 마음을 엿보는 괴물 사디 초콜릿에게 ‘기습’은 소용없다.

    그럴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기습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발각되기에.

    신체의 사소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읽는 고수들보다도 한 템포 빠른시점부터 움직이는 그녀에게 기습이 통한 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한 번만이 유일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군요. 선배를 죽여 그 힘으로 치고 올라간 동기끼리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 것은.”

     

    언데드 학생들의 심상치 않은 강함을 느끼고 가세하려던 역대 서귀연 강자들이 멈칫했다.

     

    “지금 그게 무슨 뜻이지?”

    “만델라 카스테라. 너, 선배를 죽였냐?”

     

    싹수가 보이는 귀여운 후배라고 힘 좀 써주려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

    만델라가 다급히 항변했다.

     

    “오해에요.”

    “어떠한 경위로든 우리는 선배를 죽였다. 그 사실은 변함없는 진실이 아닌가요?”

     

    선배들이 힘을 쓰지 않고 망설이는 사이, 980기 언데드학생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니 여기선 잠시 동기간의 재회의 시간을 허락해주실 수 있나요, 선배님들? 선배님들도 내막을 모르는 상태로는 찝찝하실 테니까요.”

     

    플라톤 교수마냥 근육이 비대한 선배.

    싱의 차갑고 날이 선 살기와 록펠의 신속의 기세를 동시에 지닌 검객선배.

    오색마탑의 마법을 모두 연마한 오색마법사 선배.

    대륙이 지정한 금기 키메라 연구를 자신의 신체에 저지른 괴인선배.

    제국의 대귀족들에게도 눈치를 보지 않는 대정치인의 후계자 선배.

     

    서귀연의 모든 선배가 걸음을 멈추었다.

     

    “매듭을 지어라.”

    “선배살해자의 오명을 푼다면 그때는 거들어주지.”

    “자신이 없다면 버텨라.”

    “죽지만 않으면 기회는 있을 테니까.”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녀는 제 멋대로지.”

     

    서귀연의 역대 고수들조차 눈치를 보는 단 한 사람.

    느릿하게, 그러나 변치 않는 속도로 걸음을 내딛는 현 서귀연 1인자이자 제 2차 카타콤원정대 최강자.

     

    ━또각.

     

    벨벳 벨렛.

    그녀만이 자신의 걸음으로 선언했다.

    이번에도 시간제한은 유효하며, 그녀가 도달하는 순간 모든 적은 그녀의 힘으로 격퇴될 것임을.

    벨벳은 기회를 준 것이다.

    만델라 카스테라에게.

    과거의 악연을 청산하고 제 오명을 스스로 씻어낼 기회를.

     

    “적의 강자와 약자를 분리한다. 사디 초콜릿. 당신은 자신의 노림수가 먹혔다고 생각하겠지만 기회를 허락받은 것은 저희랍니다.”

     

    980기 학년 사천왕이 만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으로 나섰다.

     

    공포의 데드캣.

    푸른 주먹의 이오.

    백색의 성기사 루.

    그리고 정통파 귀족영애 만델라 카스테라.

     

    “이게 누구야. 오줌이나 지리던 도둑고양이잖아?”

    “쭉정아. 수련은 열심히 해왔냐?”

    “신과의 연결만이 네가 지닌 전부였거늘, 그 연결마저도 옅어졌는가. 퇴보했군, 루.”

     

    그에 맞서 980기 언데드학생들이 입을 열었다.

     

    “정점의 야수, 사자수인 리온.”

    “붉은 주먹의 기가도스.”

    “회색의 방랑기사 디오.”

     

    데드캣와 이오, 루.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들의 발언조차 허락하지 않는 살기의 폭풍 탓에 세 사람은 변변찮은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너희 따위가 학년사천왕이라니, 980기도 폼 다 뒤졌군. 뭐 실제로 뒤지기도 했지만.”

     

    980기의 정신적 지주가 사디 초콜릿이라면 학년최강자라 손꼽히는 학년사천왕의 정점은 살성 아가인.

    저 전율스러운 강함 앞에서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었으니까.

     

    “덤벼볼 테냐, 만델라?”

     

    만델라의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사디 초콜릿이나 만델라 카스테라나 피차 광역지배 및 광역공격에 특화된 것은 마찬가지.

    단일개체, 그것도 군단급의 강함을 쌓아올린 강자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밖에 없다.

    학년사천왕 중 남은 사람은 만델라뿐이니까.

    사디를 견제할 사람이 없는 것은 마음에 걸리지만 손이 남는 사람이 싸우는 수밖에.

    무거운 걸음을 옮기려던 그녀의 옆을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지나쳤다.

     

    “거 학년사천왕인지, 뒤져버린 약골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혀가 너무 긴 거 아닌가요?”

    “말 잘했어, 롯토.”

    “흥. 성깔 더러운 악역영애의 기질은 저도 지니고 있었거든요? 패거리도 사라지고 어울릴 사람도 없어서 기 죽이고 다녔을 뿐이지.”

     

    겁도 없이 살성 아가인을 향해 폭언을 내뱉는 말총머리 귀족격투가와 한 덩치 하는 광전사 헤스티아.

    두 사람에 이어서 만델라의 그림자 너머로 어둠이 이어지듯이 살포시 나타난 즈앙과 정전기를 파직파직 내뿜는 카시아.

    아이린, 로지니, 샌드쿠커로 이어지는 마법학부 강자들에 마법용사 아스타로트.

    그 밖에도 수많은 2학년과 편입생 강자들까지.

     

    “너희들, 선배님들도 물러선 싸움에 무슨 생각으로 나서는 건가요!”

    “선배가 싸우지 말랬지, 후배보고 싸우지 말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

     

    씩씩하게 조명대를 치켜든 티토소가가 아가인을 가리키며 외쳤다.

     

    “학년최강자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어디 정정당당하게 1 대 20으로 싸워보시죠!”

    “너희들은 아가인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요!”

    “선배도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요!”

    “맞습니다. 특히나 저 남자, <블라디미르>는 세계를 멸망시킬 혈성의 운명을 지닌 자. 오크노디조차 그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저를 통해 경계하는 강자를 넘어설 존재가 이 자리에 있을 리 없습니다!”

    “…나?”

     

    송곳니가 매력적인 여학생이 당황하건 말건 은근슬쩍 스리슬쩍 일행 사이에 섞였던 종말교단의 도비가 두 팔을 벌리며 찬양했다.

     

    “블러디 슈퍼 문 디재스터Bloody Super Moon Disaster.

    뱀파이어의 혈마법이 온 세상을 장악하여 저항력 없는 생명체들을 피의 달로 흡수하는 배드엔딩루트의 트리거가 될 혈족쟁탈전의 승리자.

    시조 노스페라투. 선조살해자 드라큘라. 그 뒤를 이어 최후의 뱀파이어로서 그들과 이름의 격을 천공에 새길 자.

    재앙의 주인 블라디미르가 당신을 한 줌의 핏물로 만들 것입니다!”

    “아주 엄청난 거물이 후배로 들어왔군. 그 허풍의 반이라도 되는 실력을 지녔을지 궁금해졌어.”

     

    도비의 과장광고에 혈성 아가인의 어그로가 최대치로 블라디미르에게 쏠렸다.

    블라디미르의 삐죽 튀어나온 뱀피 귀가 겁먹은 강아지처럼 안으로 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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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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