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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1

       

       

       파슥-!

       

       잡고 있던 대진표를 꽉 움켜잡았다. 

       그리곤 열이 오른 눈으로 비무대 너머 한 전각을 쳐다본다.

       

       아마도 맹주와 간부들이 모여있을 공간.

       그곳을 보며 얼굴을 일그렸다.

       

       “이 씨발 놈들이.”

       

       목소리에 감정이 일렁인다. 퍼지려는 기운을 억지로 막아 세웠다.

       조절이 쉽지 않다. 그만큼 속에 열불이 터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유연과 위설아가 붙는다.

       

       그걸 본 것만으로 목 속에 가시가 돋치는 것 같았다.

       

       맹의 오래된 수작질.

       맹주가 바뀌었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광경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개새끼들이.’

       

       구태여 이리 설정해둔 이유는 뻔할 뻔자다.

       

       위설아는 근래 검존의 후인이라며 은연중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그녀가 지닌 외형적 특성 탓이다.

       

       ‘월선무검을 배운 이는 금발과 금안을 얻는다.’

       

       검존이 사용한다는 독문 무공의 특성이며.

       이는 검존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안이기도 했다.

       

       애당초 그녀 스스로가 지닌 말도 안 되는 외모도 한몫했을 터이나.

       예전 신룡관에서 보여준 무위도 그렇고.

       

       아무리 조용히 지냈다고 한들, 삼존. 

       그것도 검존의 후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많은 이들이 잊었을 리 없다.

       

       당장 투룡만 봐라.

       육룡삼봉중 한 명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었는데, 투룡이 패존의 제자라는 얘기가 퍼지자 가치가 달라져 버렸다.

       

       삼존의 후인이 지닌 가치는 그런 것이었다.

       

       한데, 그중에서도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깝다는 검존.

       

       그것도 전전대 맹주 출신이자. 아직까지 검선이 넘어야 할 산으로 여겨지는 존재.

       그런 검존의 후인이 무투제에 나타났다.

       

       ‘그걸 보고 안 써먹고는 못 배겼다는 거냐?’

       

       대진표만 봐도 더러운 속내가 너무나 잘 보인다.

       

       소림의 신룡이 검존의 후인을 이긴다.

       하여 지금의 소림을 띄워주는 것과 더불어.

       

       ‘검존이 남긴 이름을 하나씩 지워내겠다?’

       

       현 검선의 입지를 더 다져보겠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했다.

       서로의 상징을 짓이겨 흔적을 지운다.

       

       정치적인 부분에선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언제나 선대의 이름이란 후대에게 짐과 같을 터이니 말이다.

       

       하나.

       

       ‘기분 더럽네.’

       

       그 위치에 위설아가 들어간다.

       

       그게 역겹고 열 받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쳐들어가서 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꾸우욱.

       

       말아쥔 주먹이 바르르 떨린다. 

       어떻게 하지? 진정이 잘 안 됐다.

       

       그때. 

       손등으로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남궁비아의 손이다.

       

       “…”

       

       남궁비아는 아무런 말 없이 내 손을 감싸 쥐었다.

       

       서늘한 살이 닿아서 그런가 다행히 터지지는 않고 참아낼 수 있었다.

       

       그래, 참아낼 뿐이다.

       

       진정 되거나 잠잠해지지 않고. 단지 참아낼 수 있을 뿐이었다.

       

       ‘제발 적당히 해라.’

       

       별 탈 없이. 부디 걱정하는 일이 아무것도 터지지 않도록.

       그리 바라고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참지 못해 터져 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제발 그리되지 않길 나는 간절히 바랐다.

       

       

       

       

       

       ******************

       

       

       

       

       이 일차 본선이 시작됐다.

       

       비무대에선 어제와 같이 두 쌍의 무인들이 비무를 벌이기 시작했고.

       

       순서가 뒷순위인 이들은 대기석에 앉아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위설아도 마찬가지.

       그녀 또한 자리에 앉아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유일하게 움직이는 건 입일까.

       위설아는 볼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열심히 씹고 있었다.

       

       약과였다.

       

       달달한 맛이 입속에 퍼진다. 그걸 느끼며 느린 듯 빠르게 약과를 씹었다.

       

       하나를 먹고서 하나를 더 집어넣는다.

       

       간식거릴 먹으면서도 위설아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구양천 앞에서 신나게 먹던 모습과는 다르다.

       

       사실 위설아는 간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좋아했으나 나이를 조금 먹으니 단 걸 즐기지 않게 됐다.

       

       시간이 흘러 간식들은 대부분 주면 먹는 수준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약과는 챙겨 먹었다.

       

       맛이 좋아서보다는… 기억이 좋아서였다.

       

       그가 챙겨주던 것들이 머리에 남아 추억이 되었고.

       약과를 구태여 먹는 것은 그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위함이었다.

       

       ‘달아.’

       

       달고 달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간식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디 나갔다 오면 항상 뭔가를 싸 들고 오고는 했다.

       

       아주 많이 말이다.

       

       “후훗.”

       

       그걸 떠올리니 위설아의 무표정에 잠시 웃음이 생긴다.

       

       아마 그는 모를 것이다.

       

       그녀가 음식을 많이 먹고 좋아하는 이유는, 오로지 그가 귀엽다는 듯 봐주는 시선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영영 몰랐으면 좋겠어.’

       

       계속. 계속 모르면 좋겠다.

       어린 아이 같은 모습으로 그의 곁에 쭉 있을 수 있도록.

       

       다소 이기적인 바람을 품으며 위설아가 약과를 하나 더 먹었다.

       

       주변에서 그녀를 보고자 쏟아지는 시선들, 외모, 혹은 검존이라는 이름이 섞인 탓에 쳐다보는 눈이 많지만…. 그 또한 위설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도 받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저 잊은 걸 떠올릴 따름이다.

       

       ‘또 면사를 깜빡했네.’

       

       꼭 쓰고 다니라며 그가 챙겨준 면사.

       위설아는 이를 또 깜빡해버렸다. 나중에 혼나려나?

       

       살짝 불안해하고 있을 즈음. 누군가 위설아의 앞에 다가왔다.

       

       “위 소저.”

       

       부름에 위설아가 고개를 올리니, 산뜻하게 생긴 미공자가 보인다.

       하얀 무복에 매화자수. 

       

       그리고 아는 얼굴.

       검룡 영풍이었다.

       

       “위 소저 맞지요?”

       

       “아.”

       

       영풍이 웃으며 말하자 위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아, 반갑습니다. 이게 얼마 만인지요. 아마 신룡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 기억하십니까?”

       

       “네.”

       

       기억한다. 그가 좋게 보는 인물이니 알고 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소저께서도 무투제에 나왔다고 들어 인사를 할까 싶어 찾아왔습니다.”

       

       “아…. 반가워요.”

       

       “아쉽네요. 구 소협도 같이 계셨으면 인사를 나눴을 텐데.”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아, 듣기로는 구 소협이 또 대단한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대단한 분이 아닐 수 없네요.”

       

       “그렇죠? 구 공자님은 대단해요.”

       

       위설아가 웃었다. 구양천의 칭찬에 반응한 것이다.

       

       “예. 정말 대단합니다. 혹 가셔서 구 소협을 뵙게 된다면…잘 보고 있다고 말씀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영풍의 말에 위설아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직접 전하면 되잖아요.”

       

       그리 보고 싶으면 보러 가면 되는데. 왜 영풍은 구양천을 보러 가지 않는 걸까.

       그것에 대한 의문을 품으니, 영풍이 위설아에게 말한다.

       

       “이번 무투제에서 상대로 만나기 전까지…. 구 소협을 뵙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의지를 표하듯 영풍의 표정이 굳건해진다.

       

       “하여, 말씀이라도 대신 전해주시길 바라며…이리 조심스레 부탁드리는 겁니다.”

       

       잘 이해할 수 없는 감정.

       하지만 위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위설아의 대답에 영풍 또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에게 예를 취했다.

       

       “휴식 시간을 방해해 죄송했습니다. 그럼, 부디 좋은 성과를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짧디짧은 대화가 끝나고 영풍이 사라지고.

       

       그를 잠시 보던 위설아도 시선을 돌렸다. 

       방금까지 산뜻했던 영풍의 얼굴이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이어 감흥 없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가 주변을 볼 때, 우연찮게 눈이 마주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자신을 보고 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마주치자마자 피하는 이가 칠할.

       당황한 듯 멈칫하는 이가 일할.

       나머진 보고 좋다고 음욕을 드러내는 이나.

       적의 혹은 애매한 감정을 내비치는 이였다.

       

       모두가 각자 다른 눈을 가지고 있다.

       어찌 저리 다양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보며 위설아는 참 미묘한 감상을 끄집어냈다.

       

       ‘불편해.’

       

       저런 존재들과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똑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갑갑하다.

       어째서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걸까.

       

       조금씩 숨이 차오를 즈음, 그녀가 머릿속으로 구양천을 떠올린다.

       그러면 조금씩 얌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건 평범하지 않다.

       자신의 특이함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걸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분에게 이런 불편함을 알게 해선 안 돼.’

       

       그럼 신경 쓸 것이다. 

       한껏 걱정 어린 눈으로 볼 것이고 어떻게든 해주려 하겠지.

       

       위설아는 그런 게 싫었다.

       

       그러니 참는 것이다.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무심히 약과를 하나 더 먹었다.

       벌써 동이 나기 직전인 약과.

       

       그걸 보며 위설아가 아쉽다는 감정을 느꼈다.

       

       어디서 더 구할 곳이 없을까. 

       그걸 떠올리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

       

       “…”

       

       또 다른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이 묘하다.

       자신의 눈을 피하지도 않았고 다른 이들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지닌 인물이었다.

       

       ‘누구지.’

       

       누군지는 모르겠다. 

       머리를 깎고 입은 옷차림으로 보아 소림의 인물 같았다.

       

       가만히 시선을 나눴다.

       그렇게 몇 초가 흐르고. 

       

       꾸벅.

       

       상대 쪽에서 위설아에게 예를 갖추며 시선을 거둬간다. 

       그걸 보고 위설아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상한 느낌의 눈이었다. 

       

       하나, 이 또한 금방 잊는다. 

       굳이 오래 담아둘 정도는 아니었다. 그 뒤로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 제 차례가 올 때까지, 위설아는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벽을 세운 채 눈을 감았고.

       

       그 뒤 제 차례가 올 때가 되어서야 감았던 눈을 뜨게 됐다.

       

       그리고 비무대에 올라 알게 됐다.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소림의 승이 다름 아닌 제 상대였음을 말이다.

       

       “소림의 유연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소림의 인물.

       그가 유연이라 소개하며 다시금 인사를 건네온다.

       

       “위설아예요.”

       

       심판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관중석은 어째서인지 유달리 뜨겁게만 느껴진다.

       

       뭔가 소리가 들려오는데, 위설아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마치 개가 짖는 느낌이랄까.

       

       그녀는 오로지 앞의 상대만을 보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눈이다.

       가까이서 보니 안에 담긴 감정이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요?”

       

       “예?”

       

       위설아의 물음에 유연이 멈칫하며 대답한다.

       

       “왜 그렇게 봐요?”

       

       “…무슨….”

       

       “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

       

       위설아가 갸웃거리며 묻는 말에 유연의 표정이 망가진다.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저건 들켰다는 표정이었다.

       

       “왜 당신이 내게 그런 감정을 지니는 거죠? 이유가 있나요?”

       

       순수한 듯 날카로운 물음.

       그걸 듣고 유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깨물며 심란한 눈을 할 뿐이었다.

       

       도저히 모르겠다.

       왜 저자가 자신에게 미안해하는지. 위설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유연이 위설아에게 천천히 말을 꺼내 드는데.

       

       “…시주께선. 검존의 후인이라 들었습니다.”

       

       그걸 들은 위설아의 미간에 흠이 생긴다.

       하필이면 가장 껄끄러운 물음이었다.

       

       “근데요?”

       

       “저는 소림의 신룡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소림의 신룡.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말이다.

       

       “하여, 시주와 제가 이곳에 서게 된 것엔 많은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일까. 세상사에 아둔한 위설아로선 잘 모를 일이었다.

       

       “그게 조금 신경 쓰여 태도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중하겠습니다.”

       

       복잡한 감정과 불편한 기색이 눈에 띈다.

       유연의 말을 들었음에도 위설아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갔다.

       

       “그게 뭐가 문제인데요?”

       

       “예?”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유연에게 물었다.

       

       “나랑 안 싸울 거라는 뜻인가요?”

       

       “…”

       

       “상황이 뭐가 됐든. 안 싸울 게 아니라면 집중하세요.”

       

       신룡이 어떻고 소림이 어떻고.

       상대의 감정이 어떻고.

       

       위설아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지금 당신이 제게 보여야 할 사과나 예의는 그것 같은데요.”

       

       덤덤한 어투에 유연의 눈이 커진다.

       예상치 못한 말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또래의 여인에게 한 소리를 들어서 그런 걸까.

       

       일순 굳어있던 유연의 눈에 다소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죄송합니다.”

       

       아까와는 다른 사과를 뱉고서 유연이 자세를 취했다.

       

       그걸 본 위설아는 또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날카로운 검신이 세상밖에 보여지고. 

       유연과 위설아를 확인한 심판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 시작!”

       

       심판의 소리와 함께 유연이 호흡을 고른다.

       

       하나, 여전히 머뭇거려지는 건 매한가지.

       유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서걱.

       

       어디선가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유연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제 옷에서 잘린 무언가가 살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천으로 만든 띠였다.

       

       그걸 본 유연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진다.

       

       띠가 끝내 땅에 떨어지고.

       

       “방금 말했는데. 못 들었어요?”

       

       앞에서 소리가 들렸다.

       유연의 고개가 즉시 여인에게 향했다. 

       

       그녀는 검을 뽑은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집중.” 

       

       마치 검을 휘두른 적도 없다는 듯 평온한 자세.

       

       “하라구요.”

       

       그걸 본 유연의 텅 빈 정수리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유연은 설정상 머리카락이 풍성하고 탈모도 오지 않을 겁니다만, 안타깝게도 죽는 날까지 자신의 머리칼을 볼 일은 없는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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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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