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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1

    <711 – 불쌍한아이(11)>

     

    981기 C그룹 학생.

    뱀피 블라디미르는 억울했다.

     

    “블라디미르는 장차 세계를 멸망시킬 진정한 파멸자이니, 우리는 그녀를 두려워하며 경계해야 한다!”

    “삼대거악은 현 시대의 표면에 드리운 허상일 뿐, 진정한 거악은 암중에 모습을 감추고 세계를 지배하는 뱀파이어 블라디미르다!”

    “다크프린세스께서 미래를 엿보고 장차 인류 최대의 적이 될 블라디미르를 간파하였으니, 종말교단이 너를 감시하리라!”

     

    내가 뭘 어쨌다고 종말교단의 교주라는 도비부터 시작해서 온갖 조직원들이 밤낮으로 교대로 감시를 하고 눈총을 준단 말인가.

     

    “쟤들도 미치지 않고서야 뭔가 근거가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지.”

    “블라디미르가 대체 뭘 했을까?”

    “뱀파이어가 할 짓이 뭐가 있겠어? 피 빨아먹기 외에. 아무나 덥썩 붙잡고 흡혈했더니 그게 쟤네 가족이든 뭐든 그런 거겠지.”

    “헉.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조직을 일으키고 광신도 흉내를 내는 거야? 짱 멋지다…”

    “도비 녀석, 마냥 미치광이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괜찮은 녀석이었잖아?”

     

    뭣 모르는 학생들이야 그렇게 말하며 블라디미르를 수상쩍게 여기고 도비를 동정하는 여론을 조성했지만, 당사자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피도 얌전히 고학년 펫 보관소에 숨어들어서 맛없는 동물 피만 빨아먹고 다니거늘, 무슨 인간 피를 빨아먹다 살인까지 저지른 살인범 취급인가.

     

    “블라디미르.”

    “카시아.”

     

    블라디미르가 촉촉한 눈으로 카시아를 돌아봤다.

    C그룹 대장 카시아.

    융합생명체로서 누구보다 기구한 삶을 살아온, 동시에 C그룹에서 가장 강한 학생.

    신원불명자.

    신분말소자.

    흉악범죄자.

    다양한 이유로 인류경계선이나 비밀시설,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는 아웃랜드에서 살아온 학생들이 대장으로 인정하는 실력자.

    카시아가 블라디미르를 향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네가 도비의 가족을 흡혈해 죽인 원수여도 C그룹이라면 내 부하야. 부하는 내 허락 없이 아무도 손댈 수 없어.”

    “…널 믿었던 내가 바보지. 흡혈 안 했어. 안 했다고! 사람 피 안 먹어!!”

     

    블라디미르는 홧김에 도비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으아악! 혈성이 점지된 미래를 엿본 예언자를 죽이려고 한다! 사람 살려!”

     

    저 새끼, 도망은 왜 저렇게 잘 쳐.

    허접들은 몸도 가누기 힘들 고밀도의 마력 속을 제집 뛰어다니듯이 아주 멀쩡하게 가로지른다.

    연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마나.

    마치 세계의 끝에서 똑 떼어다가 가져온 것처럼 흉악한 기세.

    종말교단의 교주라는 말에 부족함이 없을 힘을 가장 하찮게 운용하고 있지만 우습게 볼 노릇은 아니다.

    저런 대단한 마나를 지닌 것부터 도비가 ‘세계의 끝’은 아니어도 ‘불길한 미래’ 정도는 예지하고 정말 체험하고 온 예언자처럼 보였으니까.

     

    대체 저 녀석은 미래에서 뭘 본 걸까.

    그 미래에서 자신은 어떤 존재였을까.

     

    “선봉은 언제나 내 것이지.”

    “시작부터 선조화다냐?!”

     

    사자갈기를 두르며 매섭게 쇄도하는 사자수인 리온.

    그의 일격에 상시 <동귀어진> 효과를 발동하던 데드캣의 받아치기가 뚫렸다.

     

    “…!”

    “앙칼지구나. 제법 그럴싸한 수준은 되었지만 이건 어떨까?”

    “일격기 수준의 평타를 웃도는 위력이라니, 정말 괴물이다냐!”

     

    데드캣이 형편없이 밀리는 사이, 푸른 주먹의 이오와 붉은 주먹의 기가도스가 섬전과 함께 격돌했다.

    파랗고 붉은 선을 그리며 쇄도한 두 줄기 선이 충돌하며 일곱 합의 불똥이 튀고 스물세 번의 경로 뒤틀림이 일어났다.

     

    “어떻게 된 거냐. 그 주먹, 유령과 언데드에게는 더욱 특효가 아니었냐? 이딴 주먹이 특효라면 네놈은 대체 얼마나 약하다는 거냐!”

    “닥쳐라!”

    “아니, 닥쳐야 할 건 네놈이다. 고작 이 정도가 특화공격의 전부라면 네놈은 이번에도 날 이길 수 없다. 네놈이 ‘유령특화’라면 나는 ‘인간특화’니까!”

     

    주먹의 색은 푸를지언정 주먹을 휘두르는 당사자의 색깔은 빠르게 붉은 주먹의 기가도스에 가까워졌다.

    멍들고 찢어지며 생긴 출혈이 빠르게 이오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신이 없는 네가 대체 무엇이 될 수 있느냐. 어찌하여 신앙을 멀리하고 이 혼란한 세상의 고독한 탕아가 되기를 자처하느냔 말이다.”

    “디오 선배는 여전하시군요. 다섯 신을 모셨으나 그들 모두의 뜻을 저버린 신벌수행자. 당신과 저는 다릅니다. 신의 힘을 멀리할지언정, 그들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존귀한 이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은 변치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이길 수 없다. 신의 벌조차 이겨내며 더욱 강해진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의 힘뿐이다.”

     

    회색의 방랑기사 디오가 자신의 기운을 세상에 드러내는 순간, 정의를 바라보는 눈을 더럽힌 그를 벌할 모래바람이 다시금 불어닥쳤다.

    마나의 발현조차 어렵게 만드는 신벌의 바람 속에서 한없이 불길한 암흑마나의 참격이 빗발쳤다.

     

    “믿음은 나의 금속이요, 신앙은 나의 힘이니. 신이 보우하지 않더라도 옳은 길을 걷고자 하는 신실함이 우리의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부럽구나. 그 얄팍한 믿음이 배신당하지 않은, 신의 장난감으로 머무를 수 있는 네 안일함이!”

     

    신들이 내린 신벌조차 자신의 적을 위협하는 무기로 삼으며 모래바람과 뇌전, 암흑의 사이로 지옥에서 풀려난 악귀처럼 검을 뻗어오는 디오.

    이를 막아서는 루가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치는 사이, 학년사천왕 중 최강이라 불리던 <살성 아가인>마저도 돌진을 개시했다.

     

    “혈성 블라디미르. 그 실력을 견식해주마!”

    “그 전에 우리부터 꺾어보시지!”

    “롯토, 페이스를 맞춰.”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요?”

    “건방 떨지 마.”

     

    롯토와 헤스티아의 합을 맞춘 연계기가 초수교환으로 아가인의 템포를 늦추는 사이, 눈살을 찌푸린 아이린의 핀포인트 빙결마법에 카시아의 전격이 깃들었다.

    철컥!

    신체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빙결하여 행동을 늦추고, 거기에 전격이 한층 더 신체를 마비시켜 반응속도를 저하시킨다.

    멈춰선 아가인의 몸체에 꽂히는 롯토와 헤스티아의 장지와 팔꿈치가 둔중한 굉음과 함께 신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펑!

     

    화려한 폭발음과 함께 내장이 진탕된 것처럼 코에서 검은 피를 주르륵 흘리고 한쪽 팔이 부러진 아가인.

    너무나 간단히 공격을 허용한 모습에 공격한 롯토와 헤스티아가 오히려 당황하는 사이, 사디 초콜릿을 견제하기 바쁘던 만델라가 급히 주의를 주었다.

     

    “후배들, 정신 안 차려요? 아가인은 <재생>해요. 공세를 멈추면 순식간에 당한다고요!”

    “후후.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이를 어쩌니?”

     

    마치 시간을 되감는 것처럼 반듯해진 팔이 헤스티아와 롯토에게 뻗어졌다.

    타다닷!

    용병 특유의 본능적인 위기의식에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의 유연함을 접목한 헤스티아는 물러설 수 있었지만, 롯토는 그럴 수 없었다.

    제국의 개인강사와 아카데미의 제국교수에게 배운 기술을 아가인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끝내 팔을 붙들린 롯토에게 아가인이 이를 드러내며 흉폭하게 웃었다.

     

    “그 일격, 꽤 좋았어. 좋은 건 나눠야 두 배로 기쁘다지? 돌려줄게.”

     

    푸확!

    아가인의 손에서 롯토의 일격이 재현되었다.

    롯토의 팔은 순식간에 아가인의 내장이 진탕되었던 것처럼 엉망진창이 되었다.

     

    “아아아아악!!”

    “크읏, 롯토에게서 떨어져!”

     

    광폭화의 힘을 실어 바닥을 훑은 손이 아가인을 향해 힘껏 휘둘러졌다.

    파바밧!

    아가인의 팔뚝에 꽂힌 세 개의 돌파편이 손아귀의 힘을 풀리게 했다.

     

    “단숨에 몰아쳐!”

    “뭔진 몰라도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있단 말이지?”

    “그럼 복구할 수 없는 지속딜을 넣으면 돼요!”

     

    로지니와 샌드쿠커의 합동마법이 불타는 초고온의 금속관을 형성하여 아가인을 집어삼켰다.

    녹아내리는 관의 너머, 티토소가의 티토솔라빔이 내리쬐며 관 전체를 증발시킬 기세로 아가인이 서 있던 자리를 뒤덮었다.

    블라디미르가 나서지 않아도 정리될 것처럼 끝나가는 교전이었지만, 영역 4단계에 감을 잡아가는 즈앙의 눈에는 보였다.

     

    스스슷.

     

    초토화된 지면이 교전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가며 ‘역행’하는 모습이.

     

    <살성 아가인>

    <4단계 각인영역>

    <역행영역>

     

    “아아, 이거 뜨겁잖아. 엄청나게 아팠다고. 너희들, 무슨 생각으로 저지른 거냐?”

    “그, 그걸 맞고도 멀쩡해?!”

    “내 <되갚기>를 어떻게 버티려고 이딴 걸 날리고 지랄이냔 말이다!!”

     

    아가인이 한쪽 손을 휘두르는 순간, 사방으로 흩뿌려진 초고온의 관이 녹아내리며 쇳물의 형태로 모두를 덮쳐들었다.

     

    “!!”

     

    아이린이 필사적으로 얼음방패를 펼치고 샌드쿠커가 대지마법으로 이중방어선을 펼쳤으나, 이어지는 빛의 범람이 그들 모두의 시야를 덮었다.

     

    “이건, 티토소가의 빛?!”

    “크악, 정밀 조준이 불가능해!!”

     

    모든 공격을 무효로 되돌리고 역으로 상대방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사기적인 힘.

    단숨에 스무 명의 2학년이 모조리 리타이어 될 위기 속에서 2차 방어진을 뚫고 학생들을 덮쳐들던 쇳물을 무언가가 저지했다.

     

    “사, 살아있어…?”

    “이건… 혈마법이야!”

    “마법방패?! 하지만 이만큼의 피가 대체 어디서…”

     

    그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 도비의 외침이 떠올랐다.

    혈성 블라디미르.

     

    “오호라. 이름값은 하는구나, 혈성!”

    “…”

    “나 따위와는 말도 섞을 가치도 없단 말인가? 크크큭, 크하하하하하! 그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 더욱 좋다. 잔챙이들은 됐어. 이번엔 네 차례다!”

     

    다른 학생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일자로 달려오는 살성 아가인의 돌격에 블라디미르의 원래부터 하얀 얼굴이 남몰래 창백하게 질렸다.

     

    ‘방금 건 오크노디가 저지른 척 몰래 훔쳤던 선배들의 펫의 피였는데, 고등급 펫들의 힘이 대단했지 딱히 내 실력이 아닌데!

     

    하지만 아가인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블라디미르는 이를 악물고 두 번째 피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어쩔 수 없지. 오크노디가 투명모기를 부릴 때 은근슬쩍 섞어서 보낸 내 투명모기가 모아온 선배들의 피도 같이 사용하는 수밖에!‘

     

    피도둑 테트라포스 선배가 들으면 억울해서 팔짝 뛸 진짜 피도둑의 속마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 몰래 꿀빨던 악질동기!

    넉넉한 후원 감사합니다.
    겨울 내내 축난 몸을 되살릴 든든한 식사 한 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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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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