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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1

        

       『 잇단 총기 난사 사건, 우연인가 계획인가? 』

         

       『 …오늘 오전 9시 20분 로스앤젤레스 교외 지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히스패닉계 남성이….』

         

       『 …영상 자료 보시겠습니다. 여기 이 남성의 상체를 자세히 보면 길쭉한 막대기를 품 안에 품은 것이 보입니다. 이 남성은 목표로 삼은 건물의 회전문을 통과하자마자 품 안에 숨긴 물건을 꺼냅니다. 이것은 개머리판을 뗀 AR-15로 보이는데, 연발로 놓고 자동 사격을 하는 것으로 보아 민수용을 개조하였거나 군용으로 추정….』

         

       연속적으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그것도 어느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닌, 각지에서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총기 난사 사건에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아무리 총으로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것이 익숙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난사’는 다른 문제였으니까.

         

       특히나 이번에 일어나고 있는 총기 난사 사건이 전부 환한 대낮에, 우범지역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안전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 사건에 주목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번에 일어나고 있는 총기 난사 사건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에서 가끔 올라오는 총기 난사가, 무슨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주르륵 올라오고 있으니 그 내막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 관심에는 ‘혹시 내가 있는 지역에서도 일어나는 거 아니야?’라는 불안감과 공포가 적지 않게 섞여 있기까지 했으니…. 일단 뉴스에 실린 이상, 그것을 묻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

       그것이 문제였다.

         

       “총기 난사…. 하. 빌어먹을. 이게 무슨 총기 난사야. 전쟁이지.”

         

       차라리 우연의 일치, 아니. 차라리 미친놈들이 작정하고 사회에 혼란을 주기 위해 테러를 벌인 것이라면 좋았으련만.

         

       끔찍하게도 일련의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법한 공통점이.

         

       요원.

         

       거점에서부터 정부 시설, 안전 가옥에 이르기까지.

         

       전부 요원들이 있는 곳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무슨 냉전 시대도 아니고….”

         

       노골적이다.

       대놓고 전쟁을 벌이자는 의도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노골적이다.

         

       대놓고 요원들이 있는 곳에 쳐들어와서 총기 난사를 하는 짓거리라니?

       심지어 기관 하나만 딱 노린 것도 아니고, 그냥 요원이 있는 곳이라면 총기를 마구 난사하고 자빠졌다. 마치 미국에 있는 모든 요원- 혹은 첩보기관을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듯이, 우리는 너희에 대해서 알고 있고 너희를 전부 죽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도발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웃기지도 않는 짓이다.

       소련이 존재하던 시절 벌였던 첩보 싸움에서도 이런 짓거리는 없었는데.

       온갖 수작은 다 부려도 이렇게 무식하게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어처구니가 없는데….

         

       “하. 빌어먹을. 이렇게 무식하게 나오니 오히려 대처하기가 힘들군. 제기랄.”

         

       끔찍하게도 이러한 짓이 통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이 짓을 벌이는 놈들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보니.

         

       인터넷의 발달 때문에 과거처럼 언론 통제도 힘들고.

       언론이라는 놈들은 인터넷 뉴스보다 한발 빠르게 특종을 독점하겠다는 듯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난리를 치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놈들은 관심을 끌어보겠답시고 난리를 치지….

       생각할수록 뇌가 쓰레기통이라도 된 것처럼 혼란스럽다.

         

       중국처럼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놈들이라면 그냥 인터넷은 검열하고, 공안을 보내서 불순분자를 걸러내는 것으로 일을 조용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미국은 그게 힘들었다.

       자유주의국가였으니까 말이다.

         

       아니, 설령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힘들다고 하는 것이 옳겠지.

       타이밍 좋게 영상과 사진이 찍히고 뉴스로 내보내진 덕분에 이미 이 일은 양지로 끌어올려진 상태. 여기서 묻는 것은 악수(惡手)가 될 것이 분명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

       정보를 숨기거나 검열하려는 시도 때문에 오히려 더 관심을 끌고 더 많은 정보가 퍼져나가게 되는 현상.

         

       필시 그런 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범인들이 노린 곳의 공통점을 알게 될 것이고, 그 사실이 뉴스로 퍼지게 된다면 그 후의 일은- 흠.

       글쎄. 적어도 지금보다는 골치 아플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더 깊게 파고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비틀어서 ‘요원’에 닿지 못하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미국 시민들이 미국의 첩보요원들에게 이러한 짓거리를 벌일 단체나 국가를 눈이 벌게진 채로 찾아다니지 않게 할 수 있는가?

         

       그런 마법 같은 방법이 있는가?

         

       …

       …

       …

         

       있다.

       놀랍게도, 아주 오랫동안 사용한 전통적인 방법이.

       옛적부터 지금까지 아주 잘 먹혔던 방법이 말이다!

         

       [ 여러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총기 난사 사건을 들으셨습니까? 쉴 새 없이 뉴스에서 나오는 총기 난사의 공포를 보셨습니까? 오늘 아침에 본 총기 난사 관련 뉴스만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 맙소사!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숫자를 넘어섰군요. 더 놀라운 건 뭔지 압니까? 그 뉴스가 전부 다른 사건을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의 비극이 아니라,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놈들이 다른 선량한 시민들을 쏴 죽인 이 사건이 여럿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

         

       [ 이게 다 이민자 때문입니다! 당나귀 같은 역겨운 파란 놈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규제를 완화하였고, 그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라 이 말입니다! 여러분! 과거의 기준은 말 그대로 기준이었습니다. 이 나라에 발을 디디고, 이 나라에서 살고, 우리의 이웃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그 말입니다!

       그런데 이 멍청하고 무능력한 놈들은 그저 눈앞의 이득만 보고 그 최소한의 기준조차도 완화하고 마구잡이로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조건에 한참 미달이 되는 이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부지런히 잔디를 깎으며 정원을 손질하고, 파티를 열어서 이웃과 친분을 다지고, 매주 교회에 다니면서 신앙심을 키우는 그런 이웃 대신에 우리는 무언가 모자란 이웃을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상상해보십시오! 정원을 방치하고 커튼을 쳐놓으며 위화감을 조성하고, 파티를 여는 대신에 저들과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끼리만 놀러 다니고, 교회에 다니는 대신에 모스크나 성당에 다니는 이교도들을!

       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우리는 그러한 이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그러한 사람들이 이웃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저 멍청하고 무능력한 정권이 아니었다면, 그러한 악몽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이민자들을 모조리 내쫓아야 합니다! 저 불청객들을 그들의 나라로 내쫓고, 미국은 미국인들만이 살아가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

         

       [ 목덜미가 빨갛게 타버린 멍청한 레드넥에서부터 부머(Boomer, 꼰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다른 이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오, 새로운 게 왜 필요해? 우리는 이게 익숙하고 좋은데? 우리는 이게 편한데? 그러니까 그런 건 필요 없어!

       하하. 잠깐 생각해봐도 멍청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죠. 저들의 말대로라면 그냥 통화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니 스마트폰도 필요 없고, 자기들은 할 줄 모르는 것이니 인터넷 같은 것은 필요가 없고, 미국은 아무튼 강한 나라니까 무기 개발과 농사만 지으면 되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블라블라블라블-라. 그들은 불만은 많고, 새로운 것을 수용할 줄을 모릅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새로운 것은 필요 없다는 그들의 말을 그대로 따른 결과를. 항공모함 대신에 석탄을 먹으면서 증기를 푹푹 뿜어내는 증기선을 타고 다니고, 전투기는 라이트형제가 띄운 것과 똑같은 복엽기만 툴툴툴 날아다니고, 집에 하나씩 있는 멋있는 총 대신에 스프링필드 소총 하나가 딱 있는 그러한 광경을 생각을 해보세요. 아, 자동차 대신에 마차나 말을 타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음. 그건 카우보이 같아서 조금 멋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똥 냄새는 그렇지 않겠지만요! 하하하!

       공화당 놈들은 항상 그렇습니다.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항상 우리가 나쁘다, 새로운 것이 나쁘다, 새로운 정책이 나쁘다고 주장하죠. 그냥 눈을 막고 시골에 처박혀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아는 꼴통들입니다.

       여러분. 잘 생각해보세요. 총기 난사 사건 범인들의 얼굴을 잘 보라고요. 저들의 얼굴이 특별합니까? 눈이 한 네 개 달려있기를 합니까, 피부색이 무지개색으로 빛나고 있기라도 합니까?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당당한 미국 시민들이기까지 하죠.

       그러면 뭐가 문제냐? 가난이 문제입니다.

       예. 자기 배 불릴 줄만 아는 공화당 놈의 정책으로 인해 탄생한 빈민이 총기 난사를 벌인 것이죠. 그것을 이민자니 뭐니 하면서 시선을 돌리려 하는 겁니다. 곧 죽어도 가난한 사람들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은 입에 담지 않으려고 말이죠.

       아시겠습니까? 공화당의 추악함을! ]

         

       답은 정치.

         

       관심을 크게 가지는 사람들은 반으로 갈라서 싸움을 붙이고.

       관심을 적게 가지는 사람들은 피곤하게 만들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은 또 시작이라면서 진저리를 치게 만드는 방법이다.

         

       전통적인, 그리고 매우 효과적인….

         

         

        * * *

         

         

       전통적.

       효과적.

         

       “허허. 예상대로 정치 쪽으로 불이 붙었구나.”

         

       그 말은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으니.

         

       이것이 바로 박진성이 일으키는 첫 번째 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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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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