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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1

       

        

        

        

        

        

        

        

        

       ───삑! 삑! 삑!

        

        

        

       “…으.”

        

       “일어났냐? 아주 잘도 자더군. 변이자들도 잘 때는 심박수가 그래도 좀 떨어지는구만.”

        

       “체스터 씨….”

        

       “대거 팀의 엄마들이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긴급 열량 보충용으로 이것저것 가져왔으니 좀 먹고, 슬슬 일어나지. 링거 바늘은 네가 자는 동안 빼뒀고, 상처도 거의 아물었으니.”

        

       “…넹.”

        

        

        

        부스럭.

        

        마지막 기억이 수송기 안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치료실인 기분이란.

        

        몸 위에는 이불이 덮인 상태였고, 심전도 확인을 위해서인지 가슴팍에 뭔가가 의료용 테이프 같은 걸로 붙어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으려나 모르겠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사이 체스터 씨는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제서야 옷을 걷어올렸다. 아니, 걷은 것도 아니고 사실상 상의를 훌렁 벗어던진 것에 가까웠다.

        

        분명 척추를 비껴나간 뒤 배 어딘가로 튀어나갔던 총알,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상흔은…신기하게도 말끔하게 사라져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니 여전히 살짝 고통은 남아있었다.

        

        

        가슴골 사이에 붙여져있는 심전도 센서를 떼고, 방금까지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진다.

        

        

        

       “…어으, 냄새.”

        

        

        

        이런 걸 어떻게 일주일이나 입고 돌아다녔는지 몰라.

        

        다행히 테이블 옆에는 여러 음료수와 간식, 그리고 새 전투복과 언더웨어 등등이 있었기에, 나는 방 안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바닥에 있던 내 군화는 일주일 넘게 돌아다닌 탓에, 그리고 그 와중 변이자의 발에 실리는 압력을 전부 받아낼 수 없었는지, 지금 보니 아주 반쯤 박살나있었다. 그 때문인지 옆에 멀쩡한 게 한 켤레 더 있었고.

        

        다행히 끈도 매어진 상태. 그것까지 확인한 나는 캐비닛 옆에 올려져있는 간식들을 먹기 시작했고, 고작해야 10분 안에 3천 칼로리 가량을 배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제야 좀 몸에 힘이 돌아오는 듯했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간다.

        

        방문 옆에 ‘입고 있던 옷은 그대로 놓고 가면 빨아서 갖다주겠다’는 말이 써있었으므로, 내가 벗어둔 허물…은 그냥 침대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 빨리 씻고 싶었다. 옷을 갈아입어도 찝찝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아, 막내. 네 덕분에 아직 디브리핑도 못 하고 있지.”

        

       “…우에에.”

        

       “궁금해할 것 같아 말해주자면, 너를 포함해서 대거 팀 전원이 센트럴 파크로 복귀한 지 17시간 가량이 지났다. 그리 시간이 많이 지나지는 않았지. 그런 것치곤 여기서도 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말이다.”

        

       “그런가요…?”

        

       “그래. 일단 돌아가자고. 네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이미 대거 팀 전원에게 전송했으니.”

        

        

        

        …17시간이라.다들 많이 걱정하셨으려나?

        

        뭐라고 해야 하나, 일부러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괜히 미안해지네. 그래도 다들 나보다 훨씬 강한 분들이니까 금방 이겨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건물 밖으로 나오자, 얼마 전까지도 꾸무레했던 뉴욕의 하늘이 어느샌가 맑게 개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하늘을 바라볼 새도 없이 나는 내가 기절해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듣게 되었다.

        

        

        그걸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러니까. 저희들이 맨해튼 북부를 돌아다니고 있을 동안, 센트럴 파크도 습격받았단 거죠?”

        

       “그렇지. 우리가 습격당했을 때와 상당히 엇비슷한 시점이었다. 정교하게 계획된 동시타격이었지. 센트럴 파크의 TOC를 노린 게 아니라 덱스터 박사를 구출하려고 했던 것은 조금 의외였지만.”

        

       “그건 그 침입자에게…물어볼 수는 없었겠죠?”

        

        

        

        체스터 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그렇지. 게다가 이리저리 전말을 들어보니 아주 그냥…판타지가 따로 없었다. 팔에서 칼이 나오고 변이자만큼 빨리 달리며 부분적인 방탄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로봇이 HQ를 습격했다고?

        

        여기가 그 뭐시기냐…사이버펑크인가 하는 그거였나? 하기야 손목에 시계를 찼는데 방탄이 되고, 건물 안에 있는 적군이 어디 있는지를 전부 알 수 있게 됐으니, 이미 사이버펑크지, 이 정도면.

        

        

        듣자 하니 대거 팀은 현재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중.

        

        이쪽 구역에 자주 오지 않은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나는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눈에 상당히 익었다. 콘크리트 길이었던 곳 위에 아스팔트가, 그 옆에는 보도블록이 깔렸다.

        

        그 길을 따라 주욱 걸어가다 보면 임시로 세워진 관공서 건물들이 옆길을 따라 세워져있고, 그 끝에는 대망의 알파급 변이자 건물이 있다.

        

        

        

       ‘…집이라는 자각은 조금 부족하지만.’

        

        

        

        저기에 하루종일 붙어있었다면 몰라도, 사실상 숙소는 잠만을 자는 공간이고, 요 근래 들어 애착이 생길 정도로 숙소에서 오래 머물지도 않았으니까. 실로 슬픈 이야기다.

        

        아무튼, 작전 하나가 끝났으니 – 물론 완전히 끝난 건 결코 아니긴 했다 – 다들 저 안에서 쉬고 계시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옆에 있던 체스터 씨가 느긋하게 멈춰섰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자,

        

        

        

       “…흠, 그럼 그렇지. 이 일 중독자들이 얌전히 쉬고 있을 리가 있나. 거기에 다른 변이자도 들고 가셨구만.”

        

       “다른 변이자요…?”

        

       “조디악.”

        

       “아.”

        

        

        

        그 늑대 닮은 분.

        

        지난 번에 나를 포함해 대거 팀이 그 사람을 구하러 브루클린 남쪽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지. 그 특이한 외형은 한 번만 보아도 잊기 어렵긴 하지만…그 분이 어째서 대거 팀이랑 그러고 있으려나.

        

        물론 그런 내 생각은 금방 깨졌는데, 알고 보니 센트럴 파크를 습격했을 때 그 사람이 그 사이보그를 간신히 막아냈다나 뭐라나.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아무튼 거기까지 들으니 대거 팀이 왜 그 사람을 데리고 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보아하니 이건 일종의…제2의 나를 만들려는 속셈이 아닐까. 문득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당연하지만 딱히 틀린 소리도 아니었다.

        

        나와 체스터 씨의 다음 목적지가 트레이닝 룸이 되었을 즈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막내-!”

        

       “우왁, 위험해요!”

        

        

        

        물론 내가 위험했다.

        

        육탄 돌격이라니 무섭다, 무서워.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육탄 돌격을 가한 것은 로렌티나 씨였다. 내가 트레이닝 룸으로 가기도 전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말 그대로 총알처럼 날아든 것이었다.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뒤로 나자빠질 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신체는 어떻게든 그것까지는 막아낼 수 있었다. 새로 신은 군화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과 마찰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튼 와락 껴안는 시간이 지나갔다. 로렌티나 씨의 머리카락에서는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났다. 내가 기절한 사이에 다들 샤워하셨나보다. 나도 빨리 샤워해야 하는데.

        

        

        총상이 생겨난 부위를 손가락의 감각으로 확인해보던 로렌티나 씨는 상처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덧붙였다.

        

        

        

       “흉터가 나지 않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역시나. 다행이라 여겨야만 하겠지요. 막내까지 굳이 여기 올 필요는 없었을 듯하지만, 그래도 왔으니 잠깐 구경이나 하다 가시길.”

        

       “네에. 그러니까 여기에 그…라플란드 씨가 있는 거죠?”

        

       “그렇지요. 여러 의미로 보는 맛이 있는 사람이라 꽤 즐거운데, 막내도 한 번 보는 게?”

        

       “…그거 저한테 도움 되는 거 맞아요?”

        

       “후후후.”

        

        

        

        …저 의미불명의 웃음은 뭐야?

        

        아무튼 내부에서는 무언가 이런저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총을 쏘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일단 로건 씨가 뭔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걸 보면…뭔가 잘 안 풀리고 있나?

        

        체스터 씨는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것만으로 임무가 끝났는지 다른 곳으로 사라지셨고, 로건 씨가 말하는 중간중간에 올리비아 씨의 목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이미 사격 훈련을 몇 번 진행하고 있었는지 내부에서는 화약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나는 다른 분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괜히 ‘저 돌아왔어요~’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가 꿀밤을 맞는 일만은 피하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망할, 탄창 바닥을 손으로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올려치라고! 빼지 말고!”

        

       “에, 으에, 으어어어…!”

        

       “그래. 그렇지. 다른 데 만지지 말고…노리쇠멈치 누르라고! 탄창은 왜 또 빼! 건드리지 말라니까!”

        

       “우, 아우우….”

        

        

        

        …나는 신나게 갈굼을 당하고 있는 라플란드 씨를 보게 되었고, 대거 팀의 분들이 내게는 그동안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었단 사실을 알았다.

        

        내가 깨어난 뒤의 센트럴 파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아주 그냥 개박살이 났군. 40mm를 두 발이나 처맞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양쪽 팔과 무릎에 플라즈마 블레이드. 거기에 방탄 피부. 완전히 부서진 것만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긴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인간 같지는 않은데. 사이보그라기보단 안드로이드에 가깝지 않나?”

        

       “뇌랑 척수가 진짜거든. 어떤 의미로는 안드로이드보다도 정신나간 물건이지.”

        

       “뇌랑 척수만 진짜라고? 아예 오래 운용할 생각도 없었나보군.”

        

       “도대체 출력이랑 열량이 얼마나 되길래 벽을 잘라낼 수 있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구만.”

        

        

        

        작전 재투입까지 하루 전, 센트럴 파크 HQ 극비구역.

        

        탄화되고, 찌그러졌으며, 박살난 무언가가 바닥에 적당히 널브러진 상태였다. 흡사 인간을 모사한 휴머노이드를 달궈진 파쇄기에 한 번 넣었다가 뺀 것만 같은 비주얼. 그리고 그것을 여러 명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카루스 기어에 의한 정밀한 분석이 이어진다. CCTV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본래의 외형을 시체 위에 덧씌우고, 개중 잘못된 위치에 놓여있던 부서진 파츠의 위치도 정정해준다.

        

        여러 명의 과학자와 분석가들은 사이보그 외형의 메타데이터를 홀로그램화해 띄웠고, 그것을 바라보던 대거 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현재 센트럴 파크에 전술 안드로이드 전문가가 있나?”

        

       “그런 개념 자체가 아직 막 구상되고 있던 와중이야. 이걸 뜯어볼 수 있는 사람이 뉴욕에 있을 리가 없지…아르테미스의 미친 놈들을 제외하면.”

        

       “덱스터 박사인가 하는 그 자식은?”

        

       “라플란드가 쏜 총알 중 두어 발 가량이 종아리에 맞아서 치료 중. 발견이 늦어서 과다출혈에 의한 혼수 상태야. 깨어나려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

        

       “그건 꽤 골치아픈 상황이구만.”

        

        

        

        인간을 극도로 닮도록 만들어진 사이보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위험했다.

        

        구태여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센트럴 파크가 아주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돌파당했다. 이런 기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HQ의 모든 사람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심어줄 수 있었다.

        

        당장 내 옆에 살인병기가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자신을 죽일 타이밍을 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그건 대거 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새끼가 살아있었을 때 한 번 스캔해봤어야 하는 건데. 데이터라도 있어야 구분이 편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그래도 스캔에 안 잡히지는 않겠지. 내부 구조가 인간과 다를수록 펄스가 더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을 테니.”

        

       “다가오는 민간인들 대가리에 전부 구멍부터 낼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로군요.”

        

        

        

        아직까지는 죽여야만 하는 적과 보호해야 하는 민간인이라는 이분법이 통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작전구역 내에 민간인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교전이 편해졌지만.

        

        그 반대 경우를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골치아픈 상황이 될 터. 민간인인 줄 알았던 적이 갑자기 뒤에서 공격을 가하는 경우 얼마든지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는 법이었다.

        

        오웬스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라플란드라는 친구는 최대한 열심히 가르쳐봐야겠군. 그 녀석을 믿을 수 있는지와는 별개로, 센트럴 파크 안팎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초동 조치를 확실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니.”

        

       “맞는 말이에요. 그건 그렇고, 이 사이보그에 달린…칼날이 일종의 진동체로군요. 날과 연결된 별도의 회로 덕분에 고열과 진동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어서 절삭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거겠지요.”

        

       “흠. 우리도 저런 거 하나 들고 있으면 좋긴 하겠는데. 점착폭탄 같은 걸로 벽이나 문을 뚫을 필요도 없고 말이지.”

        

       “좋네요. 콜사인을 울버린으로 바꾸고 아다만티움 클로도 이식하면 딱이겠어요.”

        

       “가서 아다만티움 구해와, 망할 놈아. 그럼 달 테니까.”

        

        

        

        이게 30대 중후반의 대화인가.

        

        어처구니를 상실한 오웬스와 올리비아가 눈을 힐끔 돌려 두 명을 쳐다보는 사이, 철컥 소리가 들려왔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못 보겠다며 밖에 나가 있던 라플란드가 몸에 힘을 주고 들어온 것이었다.

        

        흡 하는 소리. 처참하게 박살난 기체를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녀가 크게 숨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렸다.

        

        

        

       “…이 개새끼. 잘 죽었다, 잘 죽었어.”

        

        

        

        개는 본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모두의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굳이 입이 열리진 않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라플란드는 다시금 숨을 들이마신 후 참고는 입술을 움찔거렸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서 그럴 확률이 높았지만, 결국 말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그 때문에 그녀는 대거 팀이 서로 눈치를 교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 광경을 보다 못한 올리비아가 툭 던졌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그냥 기능 몇 개 잠가둔 기어 하나 던져주자고.”

        

       “얌마.”

        

       “망할, 센트럴 파크를 뒤집어놓을 정신나간 물건을 거의 혼자서 잡은 거나 다를 바 없는데 뭐가 그렇게…아니다. 구태여 길게 말할 필요 없겠지. 어제 로건이 말했듯이, 앞으로 저 친구가 필요할 거야.”

        

       “뭐?”

        

       “오해하지 마. 어제부터 생각한 거였으니까. 이글 팀이랑 결부된 문제야.”

        

        

        

        이글 팀?

        

        갑작스럽게 이어지는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그 중에서 라플란드가 가장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 친구를 특수정찰(SR)에 꽂아넣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 지금이야 대거 팀이 시키면 뭐든지 해내는 만능열쇠마냥 돌아다니고 있지만, 차후 태스크포스는 별도의 목적을 두고 여러 개로 분리 혹은 새로 창설되어야 해.”

        

       “흠.”

        

       “다른 태스크포스를 위한 정찰팀이 필요해지는 건 필연이지. 그리고….”

        

        

        

        그 순간 올리비아가 라플란드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했다.

        

        늑대와 수리부엉이. 체급도 뭣도 완전히 다르기에, 사납고 육식성이며, 각자의 위치에서 상위 혹은 최상위 포식자로서 존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닥 닮은 점은 없었지만.

        

        인간의 형태로 빚어진 두 맹수는 각자 살아온 궤적이 달랐고, 한 명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 잘 죽일 수 있는지를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쳐 체계적으로 배워온 사람이었다.

        

        그에 따라 늑대는 칼날을 형상화한 것만 같은 올리비아의 눈빛에 그대로 눌렸다.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만약 배신한다면, 내 직위와 이카루스 기어를 비롯한 모든 걸 걸고 직접 추살하겠다. 그 정도면 됐나?”

        

       “…아니, 그 정도로 하라는 건 아닌데 말이죠. 딱히 배신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쟤한테 하루라도 빨리 기어를 주라고. 배신인지 뭔지 하는 잠재적 위협 걱정하다 저 놈이 실존하는 위협에 죽게 생겼잖아.”

        

        

        

        머리를 긁적거리던 그녀가 덧붙였다.

        

        

        

       “어제 같은 일이 대거 팀한테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제대로 된 대도심 정찰대가 없어서야. 지금이야 변이자를 대거에 네 명씩 처박아놨으니 어떻게든 뚫고 나왔지만, 막내가 한 대 맞았잖아. 완전한 게 아냐.”

        

       “….”

        

       “그리고 저 놈은 센트럴 파크에 숨어든 기계덩어리를 냄새만으로 찾았어. 뭐가 됐든 제대로 가르친다면 특수정찰 및 IED 파악을 비롯한 그 모든 일에 있어서 대체불가능한 전력이 될 걸.”

        

       “…저기. 저를 군견으로 쓰려는 건 아니죠?”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 와중 뜬금없이 들려오는 라플란드의 소심한 반항이었지만 – 방금 전 목숨을 위협받은 것이 진심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이었다 – , 올리비아는 그것을 간단히 일축했다.

        

        라플란드도 알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먼저 입을 연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글 팀의 팀장이 책임을 입에 담았으니, 전 이의 없습니다.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지요.”

        

       “마찬가지다.”

        

       “…그, 보통 이런 건 본인의 의사를 먼저 묻는 게?”

        

        

        

        대거 팀은 1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 와중 막내 역할의 유진이 이게 맞나 싶은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던졌지만, 그것도 진지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 그리고 라플란드 역시도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대답할 용기가 없었을 뿐.

        

        그리고 옆의 로건은 그것을 정확하게 캐치했고, 이어 덧붙였다.

        

        

        

       “불과 어제, 누가 언젠가 널 써먹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이건 또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구만. 어제 했던 말은 그쪽 격려하려고 했던 건데, 부엉이가 구체적인 방도를 구상하고 있을 줄은.”

        

       “….”

        

       “그러면….”

        

        

        

        툭.

        

        로건이 라플란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잘 해보자고, 신입. 갈 길이 멀다.”

        

       “….”

        

       “앞으로 탄피는 가져가지 말고.”

        

       “무, 뭣, 그걸 어떻게…!”

        

        

        

        물론, 최첨단 과학기술이란 권능을 휘두르는 대거 팀 앞에서는 숨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라플란드의 얼굴이 새빨개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오퍼레이터가 되기 위해 유진과는 달리 훨씬 더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할 것이었다.

        

        여전히 할 일은 많았다.

        

        

        맨해튼 북부 재강습까지 하루 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탄피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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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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