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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2

    <712 – 불쌍한아이(12)>

     

    사실 오크노디나 다른 친구들은 모르고 있지만, 오크노디의 등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학생은 배드엔드의 운명이 뒤바뀐 헤스티아가 아니었다.

    오크노디 본인이나 에이프릴, 조나의 훈련을 받는 모브나 자쿠, 티토소가, 즈앙, 이슈타르도 아니었다.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이나 비밀장학결사에 속한 학생들과 장학생들도 본래의 운명에 비해 크게, 온순하게 성장했을지언정 최대의 수혜자는 아니었다.

     

    블라디미르.

     

    이 생뚱맞은 학생이야말로 가장 큰 운명의 전환점을 맞이한 학생이다.

     

    “피가 고프다…”

     

    오크노디가 없는 시점.

    그녀가 개입하지 않는 ‘정사’의 스토리.

     

    “참아야 한다. 인간을 가축으로 삼지 않고, 나의 존엄과 고귀함을 지키며 동경하던 인간사회에서 살아남기로 결심하지 않았더냐…”

     

    블라디미르의 굳건한 의지는 끝내 꺾였다.

    나날이 가혹한 훈련과 자기연마의 과정들.

    그 속에서 지친 영육의 <회복>에도 필요하고 더 큰 힘을 얻을 <성장>에도 필요한 혈액을 섭취하지 않는 행위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유와 강함.

    이 둘을 동시에 추구한 시점에서 블라디미르의 흡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그러나 <상급반 탑승물 보관소>나 <동물 피주머니>의 존재를 모르고, 특수한 술식을 모기에게 새겨 소량의 피를 안정적으로 섭취하는 방법도 모르는 블라디미르는 허기와 갈증에 시달린 끝에…

     

    “아, 아아아. 저질렀는가. 결국 나 또한 뱀파이어의 숙명을 저버리지 못한 일개 나약한 흡혈귀에 불과했단 말인가..!”

     

    피가 뚝뚝 흐르는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차갑게 식은 시체의 앞에서 절규하게 된다.

    최초의 한 건으로 기프트 아카데미에 이실직고하고 자수하며 끝난다면, 그나마 낫다.

    블라디미르는 지하대감옥에 수감되고 관리수칙에 따라 정기적으로 혈액을 공급받는다.

    석방기간이 끝나면 그의 신분에 합당한 특별식이 배급되고 생존이 가능해진다.

    981기 동기들과의 성장격차는 벌어지고, 메인스토리에서도 힘을 합치지 못하며 사실상 낙오되는, 이것은 블라디미르 <낙오루트>의 이야기.

     

    “인정하마. 나는 추하디 추한 흡혈귀다. 하지만 그런 나를 업신여기고 궁지에 몰아넣었던 너희는 무엇이지? 가축 따위가 무엇이라고 나를 이리 비참하게 만드냔 말이다!”

     

    기프트 아카데미에 이실직고하지 않고 최초의 한 건을 비밀로 하는 경우.

    헤스티아에게도 한껏 혐성을 보였던 제국학생들이 C그룹의 뱀파이어 블라디미르에게도 그 악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순간, 블라디미르는 한 건의 살인으로 오랜 절제와 인내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흡혈귀의 행보를 이어 나간다.

    본격적으로 학생들이 죽어나가고 조사가 진행되지만, 이미 다수의 흡혈로 피를 빼앗긴 학생들의 성장과 능력을 갈취한 블라디미르는 대안조차 마련한다.

     

    “난 아니야. 이번에는 정말 아니라고오오!!”

    “억울해요! 제 모기는 사람을 해치지 않아요오오!!”

     

    피도둑 테트라포스.

    모기술사 유미.

    혈마법을 펼칠 수 있는, 피와 관련된 선배들이 수사선상에 올라 학생회의 집중감시를 받는 사이에 블라디미르는 빠르게 그 힘을 불려 나간다.

    981기 학생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힘을.

    학생회가 두 사람은 범인이 아니고 저학년인 블라디미르를 용의선상에 올려야 한다고 여기는 시점에서, 블라디미르는 이미 자신을 의심하는 학생회를 제거하기에 이르니…

     

    “블라디미르. 건방지지만 제법 좋은 수완이었어. 잘도 내 눈을 피해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해두지. 이제부턴 다를 거야. 테트라포스가 겪었던 모든 고난을 너 역시 겪게 될 터이니.”

     

    집행국 국장 벨벳.

    그녀가 직접 블라디미르를 밀착감시하며 범행현장을 잡아내고자 벼르지만, 뱀파이어는 밤의 귀족.

    가장 성공한 수인.

    힘을 얻은 뱀파이어의 은밀함은 밤하늘에 펼쳐진 검은 망토보다 은밀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준비는 끝났다. 피주머니들과 가축인간으로 가득한 지상세계에 더 이상 어떠한 동경도 미련도 남지 않았으니. 강함만이 전부인 이 야만의 세계에 진혈을 모아 승천을 이루어, 영원한 밤의 지배를 펼치겠다!”

     

    진혈을 하나라도 취한 시점에서 블라디미르는 벨벳을 뛰어넘고, 진혈을 다수 취한 시점에서 블라디미르는 교수들을 뛰어넘으며, 진혈을 모두 모은 시점에서는 드래곤 교장조차도 쓰러뜨린다.

    블러디 슈퍼 문 디재스터.

    이것이 도비가 엿본 미래의 가능성이자 오크노디가 겪은 배드엔딩의 한 갈래.

    그리고 블라디미르의 <멸망루트>의 이야기.

     

    “과연…! 동물의 피를 훔쳐 먹으면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고도 갈증을 달랠 수 있겠구나!”

     

    오크노디가 플레이하는 시점.

    낙오루트와 멸망루트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트리거는 ‘무차별적인 수집활동’에 ‘동물 피’가 들어가는 경우.

    이를 목격한 블라디미르가 무리하게 흡혈욕구를 참지 않고 적절히 해소함으로써 ‘최초의 한 건’, 블라디미르의 낙오나 멸망으로 이어지는 ‘교내 흡혈 살인’이 발생하지 않는다.

    배가 빵빵하게 부르도록 피를 빨아도 동물들은 사람보다 많은 피를 만들고, 그 숫자도 많으며, 아예 피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 때문에 따로 모아둔 피주머니나 혈액팩도 교내에 있다.

     

    “이것은… 경주마의 가속력! 새 기술 <전력질주>를 얻었다!”

    “이것은… 킹타이거의 치악력! 새 기술 <물어뜯기>를 얻었다!”

    “이것은… 나무늘보의 게으름…? 부정적 특성 <나태한 하루>를 얻었다…”

     

    사람에게서 직접 성장과 능력을 갈취하는 것보다는 느려도, 섭취하는 동물의 피에 따라서 이런저런 성장도 이룰 수 있다.

    다소의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무분별한 인간흡혈을 범하는 것보다는 낫다.

     

    -모레오의 이기심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오만함

    -카멜라의 가학성

     

    인간들에게서 얻는 부정적인 특성보다는 그 해악이 덜할 테니까.

    블라디미르가 악에 물들수록 그가 노리는 사냥감 또한 그와 날을 세운 악인들이 될 것이고, 뱀피의 성별은 남성으로 기울어진다.

     

    “흐으음… 머리카락이 기네? 가슴도 나왔고. 왠지 괘씸하긴 해도 합격!”

    “…?”

     

    학기 중의 언젠가, 블라디미르를 보고 뜬금없는 성희롱을 하던 오크노디의 발언.

    그 진의가 블라디미르의 <동료루트>에 무사히 돌입했음을 알아차리는 플레이어의 판별법임을 본인은 모를지라도 ‘그녀’를 본 플레이어는 안다.

    이번 회차의 블라디미르는 멸망루트에 진입하지 않은 안전한 여성형 뱀피라고.

     

    물론, 단점도 없지는 않다.

    동료루트의 블라디미르는 성장이 느리다.

    빨리빨리 정신에 입각한 한국인들은 이 문제의 해결법도 찾아내었다.

     

    ━━━

    [블라디미르 공략법]

    블라디미르의 멸망루트가 두렵다고 첫 흡혈살인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막으면 블라디미르의 성장속도가 크게 둔화합니다.

    그래서 한 고인물은 의도적으로 블라디미르를 낙오루트에 빠뜨린 뒤, 범행현장을 청소하고 뒤늦게 혈액수급처를 제공하며 성장과 충성심을 동시에 사로잡는 <조교루트>를 개발했습니다.

    여러분도 조교루트에 돌입해서 딜탱cc기생존회복 뭐든지 다 잘하는 만능 1군 캐릭터 가져가세요!

    ━━━

     

    막후에서 몸과 마음을 지배하며 충성을 얻어내는 흑막플레이!

    이 방법을 고르면 플레이어의 성향은 악에 치우칠지언정, 강력한 동료를 스펙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그리고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근데 가슴이 크니까 역시 괘씸해. 딱히 1군으로 안 뽑아도 될 듯!”

    “???”

     

    블라디미르는 역시 아이에게 영문모를 성희롱을 당했을 뿐인 일로 기억하고 있는 오크노디의 발언.

    오크노디에게 버려진 블라디미르는 조교루트에 돌입하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오크노디가 블라디미르에게 관심이 없음을 의미했지, 블라디미르가 오크노디에게 관심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먹이를 취하는 방법을 알려준 아이.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 기회가 생기면 좋을 텐데… 응? 그런데 저건… 뭐지? 마… 마법 걸린 모기!?”

     

    블라디미르는 목격했다.

    모기를 부리며 은밀히 피를 모아온 그녀의 행보를.

    동물피에 이어서 인간피까지 수집할 방법을.

    심지어 악인들의 피만을 노릴 이유도 없었다.

    소량에 한해서라면 선인들의 피도 모을 수 있다.

    부정적 특성.

    인격의 마모.

    멸망루트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편식 없이 골고루 취하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관리되었다.

     

    <블라디미르 특제 혈마법>

    <생성 – 피의 마리오네트>

    <피의 기억 – 데드캣의 은밀함>

    <피의 기억 – 빅스톤의 견고함>

    <피의 기억 – 루의 고귀함>

    <피의 기억 – 벨로카시오의 비열함>

    <피의 기억 – 안드레아의 천뢰마살>

     

    화아아아악!

    그런 건강한 식습관이 뭉쳐 만들어진 혈액생명체 피의 마리오네트가 많은 학생이 지닌 특성과 기능을 발현하며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소량의 혈액만을 몰래몰래 섭취했다면 본인이 직접 자신의 몸에 펼쳐야만 했던 영구적인 영향을 받는 기술들도 피의 인형에라면 마음껏 쓸 수 있다.

     

    “조잡하군.”

     

    퍼엉!

     

    살성 아가인의 펀치가 여러 피의 기억이 동시에 발현되며 생긴 부자연스러움의 틈을 파고들어 단숨에 피의 인형을 터뜨렸다.

     

    <블라디미르 특제 혈마법>

    <혈액응고>

    <혈액침투>

    <혈액마나초전도화>

     

    터진 피가 시간을 되감듯이 다시 결집하며 아가인의 전신을 뒤덮었다.

     

    “?!”

     

    <피의 기억 – 로지니의 대폭발>

     

    눈부신 섬광과 함께 전신이 불기둥에 집어삼켜진 아가인이 잦아드는 화염 너머로 이를 갈며 나타났다.

     

    “새끼, 좀 치네?”

    “그러는 선배는 조잡하시네.”

     

    오크노디 본인이야 아무런 자각도 없지만 오크노디 최대의 수혜자인 블라디미르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숨겨왔던 실력을 드러냈다.

    여전히 겁먹은 강아지처럼 두 귀는 안으로 접혔지만, 자신의 혈마법이 유효함을 확인한 얼굴에는 조금씩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본 티토소가가 히에엑!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저거 봐, 즈앙! 사다코 교수님의 함정을 깨닫지 못하고 강의장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방심해서 좋을 건 없지. 마저 가세하자.”

     

    지나치게 구체적인 비유 탓에 싫은 기억을 떠올린 즈앙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은혜 갚는 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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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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