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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2

        

       이득과 이득이 얽히는 공간에서는 필히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득이라는 것은 쉬이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나눈다고 할지라도 그것에 만족하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욕심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욕심을 품은 인간이 필히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행동은 필히 분란을 일으킨다.

       사람이라는 그런 동물이기에.

       무형적, 유형적 이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싸울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에.

         

       ‘사냥을 쉬이 하기 위해서는 경계하지 않는 순간을 노려야 하는 법. 그리고 경계심을 풀기 가장 좋은 방법은 배가 부르게 만들어 늘어지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다른 곳에 신경을 쓰게 만들어 그 틈바구니를 찌르는 방법도 있는 법이로다.’

         

       방심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순간에 나타난다.

       경계를 완전히 풀고 있는 순간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경계하고 있을 때.

       그때야말로 의표를 찌르기 가장 좋은 순간이 되는 것이다.

         

       박진성은 그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동물을 사냥하면서, 동물과 기생충들을 관찰하면서, 인간을 죽이면서 그 모든 것을 직접 보고 익혀왔기 때문에.

       그렇기에 박진성은 그 의표를 노리는 그 순간을 타고 날 때부터의 본능이 아닌,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으로서의 기억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혼란을 만든 것이다.

         

       정치라는 거대한 싸움이야말로 그가 원하는 혼란을 만들기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너무나 거대해서 엄두조차 나지 않는 집단을 휘젓는 방법으로는 이것이 가장 좋은 것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이후에는 무엇을 하는가?

       혼탁해진 연못 안에서 그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굳이 바닥을 휘저어 모래 알갱이로 물을 뿌옇게 만든 다음, 그는 도대체 무엇을 노리려 하는 것인가?

         

       그 해답은 간단하다.

         

       사냥감을 노리는 것이 아닌 물결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

         

       물속에 거닐고 있을 물고기를 잡기 위해 손을 넣어서 휘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 손을 집어넣고 힘차게 휘저어서 파도 같은 물결을 일게 만들려는 것이 그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은 곧 수단이 될 수도 있는 법.

         

       박진성은 물결을 일으키고자 사냥감을 선별하였다.

       사냥감을 선별하기 위해 물결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사냥감을 선별한 것이다.

         

       이 둘은 얼핏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고 별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이 자그마한 차이는 아주 중요한 것이기도 했다.

         

       박진성의 목적을 쉬이 짐작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의 패턴을 정립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쉬이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고, 대비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이곳에 오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로다. 허허허.’

         

       예측 불가능한 위협이 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사냥감이 자신이 노려진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고, 경계심을 다른 방향으로 품게 만들어 방심을 불러일으키니까. 그것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을 경계하는 인간의 의표를 찔러, 오염된 지역을 밟은 사람의 발바닥을 통해서 침투해서 사람의 몸에 기생하는 기생충처럼 이득을 줄 것이다.

         

       이득을.

         

       ‘파워스타 재단 연구소…. 흠. 아직은 태동기라 그런지 매우 어설프구나.’

         

       박진성이 방문한 곳은 일리노이주(State of Illinois)에 있는 한 시설.

       여러 광산기업과 석유기업이 손을 잡고 만든 ‘파워스타 재단’ 소속의 연구소다.

         

       돈이 많기로 소문이 난 광산기업과 석유기업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연구소의 크기는 상당히 거대했으며, 딱 보기에도 시설에 돈을 붙었다는 것이 저 멀리에서도 보인다. 게다가 높이 올라가 있는 담벼락에, 군기가 제대로 잡힌 경비원들까지.

       광산기업과 석유기업이 이곳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팍팍 보이는 광경이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기계 교단 소속의 연구소이니까.’

         

       미국에 있는 거대한 폭탄.

       미국 정부조차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암 덩어리와 같은 집단.

         

       기계 교단.

         

       박진성이 방문한 이 연구소는 바로 그 기계 교단에서 원자재 쪽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힘을 합쳐 만든 연구소였다.

       겉으로는 ‘무인 기계를 사용한 채굴 작업을 통해 원활한 수급과 낮은 가격으로의 공급을 가능하게 만들려 한다.’라고 말하며 공업용 기계와 무인 기계 등에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을 개발하고 있었다.

         

       『 절지동물(Arthropods). 』

         

       기계 교단 측에서 개발하고 있는 다족보행병기.

       그중에서도 좁은 공간과 지하에서 활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웜(Worm)’ 시리즈를 연구하고 있는 곳이었다.

         

       ‘허허. 기계 교단 녀석들이 이것을 참 잘 활용했었지….’

         

       회귀 전 기계 교단은 절지동물 시리즈 중에서도 ‘웜’을 아주 잘 활용했었다.

         

       단순히 굴착을 하거나 지하자원을 채집하는 것은 물론, 땅굴을 파거나 방공호를 만드는 데에도 사용되었으며, 심지어는 해저 아래에 은신처를 만드는 데에도 사용하기까지 했다.

         

       그것뿐이랴?

         

       지반을 교묘하게 무너뜨려서 싱크홀 현상을 인위적으로 일으키기도 했으며, 땅속에 매설된 통신선이나 전선, 가스관 등을 파괴해서 사보타주를 일으키기도 했다. 혹은 아예 전투용으로 개조해서 지뢰를 자동으로 설치하게 만들기도 했고, 웜 자체를 거대한 폭탄처럼 만들어서 특정 시설을 부수거나 학살할 때 사용하기도 했다.

         

       ‘벙커를 찾을 때 사용하기도 했고, 벙커의 벽을 무너뜨리거나…. 물길을 끌어와서 벙커를 그대로 수장시켜버리기도 했지.’

         

       육지에서의 활용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

       특히 게릴라 활동에 있어서는 신화 속 무기나 다름이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더 끔찍했던 것은 이 로봇 병기들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로봇 병기에 탑재된 AI는 놀랍게도 학습을 통해 자체적으로 발전을 했으며, 세계 3차 대전 후반까지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웜 하나는 신화 속 괴수를 불러온 것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영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낱 기계가 도시를 점령하고 자신을 수리할 엔지니어와 부품용 재료를 수급할 일꾼들을 육성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사람을 번식시키고 학습시키기까지 했다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놀랍게도 진실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한낱 기계가 인간을 사육하고 부려먹는 그러한 일이 말이다.

         

       심지어는 ‘어스 드래곤(Earth Dragon)’이라는 이름까지 붙어서 칭송까지 받았으니…. 참으로 세상이 복잡기괴하다 할 수 있겠다.

         

       물론 미치광이 마법사들이 찾아와서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문명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어스 드래곤을 파괴해버리기는 했지만…. 학습을 통해 특이점을 넘어선 초지능(Superintelligence) 인공지능이 어떠한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던 특이한 사례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박진성이 이곳에 찾아온 것은 참으로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영생을 위한 힌트- ‘루카스’와 얽혀있을 집단, 기계 교단을 견제하는 것에 도움이 되니 이것이 첫 번째 이득이요.

       연구에 성공한 후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패악질을 부릴 로봇의 발전을 늦출 수 있으니 선한 일이라 할 수 있음이니 이것이 두 번째 이득이요.

       저 연구소 안에 있을 자료들을 손에 넣어 광양 그룹에 넘긴다면 식구를 도울 수 있으니 이득이요, 그렇지 않더라도 파기를 시킬 수 있음이니 이 또한 간접적인 이득이 될 수 있음이라 이득이니 이것이 세 번째 이득이요.

       저 안에 있을 수많은 무기를 탈취해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음이니 이것이 바로 네 번째 이득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저 웜이 지하를 누비면서 망가뜨리거나 부숴 먹은 유적들의 복수를 할 수 있음이요, 또한 개발을 늦추거나 개발이 되지 않게 방해하여 망가질 유적을 보호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마지막 다섯 번째의 이득이라!

         

       ‘혹은 개발이 완료된, 혹은 프로토타입일 웜을 폭주시킬 수 있으면 그 역시 좋은 일일 것이로다. 적지 않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터이니.’

         

       절지동물 형태의 로봇 병기가 폭주해서 건물을 부수고 사람을 다치게 한다?

       이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정치 싸움이 한창인 와중에, 이 거대한 떡밥을 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 떡밥을 통해서 상대를 물어뜯으려 하는 정치 쪽에서도, 정치 쪽에 무관심한 사람조차도 이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지.

         

       용병 시절을 할 때, 담비가 박진성의 계획을 들었다면 반드시 이렇게 말했겠지.

         

       『 아닛 진-성! 세상에는 참을 수 없는 게 세 개가 있어요! 첫 번째는 야광 공룡이고, 두 번째는 거대 로봇이고, 세 번째는!!! 』

         

       극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면서 말이다.

         

       박진성은 피식 웃으면서 간이 투석기 쪽으로 향했다.

         

       “늑대에게 물린 자에게 부정이 씌워져서 괴물이 되었으니 달빛을 받아 온몸에 털이 돋아나고 눈이 붉게 변하고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사람을 물어뜯으니 저주를 받은 자라. 어찌 도성 안에 불결한 것이 돌아다니도록 할 수 있겠느냐? 저것은 필시 저주받은 것이니 쫓아내어 그분의 눈길이 닿지 않은 황야에 떠돌게 하라.”

         

       투웅-!

         

       줄이 끊어지며 팽팽하게 당겨졌던 투석기가 앞으로 움직이고, 자루가 연구소의 높은 담장을 넘어 안으로 떨어진다.

         

       퍼억-!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와 쥐의 척추와 피가 한껏 담긴 자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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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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