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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2

       

        

        

        

        

        

        

        

        

       “이, 이건 아니야, 나는 이딴 꼬라지를 보려고 입단한 게 아니라고, 으아아악…!”

        

       “도망가! 브롱스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최소 뉴저지까지는 가야 해!”

        

       “배, 배를, 제발…아무나 허드슨 강을 건널 배를 줘! 제발!”

        

        

        

        맨해튼 북부에 짙은 죽음의 기운이 엄습했다.

        

        고작해야 일주일. 브롱스에 결집해있던 갱 1만 5천 명 가량이 – 일개 사단에 달하는 숫자가 말 그대로 파쇄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냥 파쇄된 것도 아니었다. 1만 5천 명 가량 중 최소 3천 명은 말 그대로 현세에서 증발했다. 물리적으로 사망한 것이었다. 대거 팀이 일주일 가량 동안 머물며 브롱스를 초토화해버린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저 위쪽에 있던 패러독스랑 데드락, 비하이브와 완전히 통신이 끊겼어.”

        

       “빌어먹을 아르테미스 놈들, 도대체 위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한정된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유추해낼 수 있었고, 특히나 같은 인간들을 등쳐먹으며 제 살을 찌운 이들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더더욱 민감했다.

        

        갱단이 말 그대로 통째로 증발했다. 대거 팀이 사신이었다면 아르테미스는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 시체라는 이름의 흔적만은 남기고 사라지는 미 정부와는 다르게 후자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말 그대로의 납치. 그 결과물이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는 아르테미스만이 알 것이었다.

        

        

        좌우지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미 정부도 아르테미스도 브롱스를 싸돌아다니고 있는 이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오로지 치워버려야 하는 쓰레기이거나, 혹은 병사로 만들어버리기 위한 예비전력으로 보는 것은 덤이었다.

        

        가장 거대한 조직이었던 마라 살바트루차가 통째로 궤멸당하고, 클리너가 시시각각 올라온다. 미 정부에서 보낸 요원들은 얼마 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수송기를 타고 완전히 떠나가버렸다.

        

        ‘이 자리에 계속 머물다간 좆된다’라는 기운을 감지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탈출할 수 있단 소리는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 뿐이었다.

        

        

        

       “씨발, 몰라! 나는 드론이 시킨 대로 할 거야!”

        

       “제발! 총도 총알도 마약도 전부 불태우겠다! 살려줘! 아아아아악-!”

        

       “도, 도대체 어디로 도망가야 하는 거지…?”

        

        

        

        무조건 항복.

        

        물론 딱히 받아준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미 정부가 받아주더라도 브롱스의 청소부는 여럿이었고, 그 중 한 명인 클리너는 누가 항복하건 말건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을 예정이었다.

        

        아니, 딱히 예정도 아니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현실이었다.

        

        

        

       “우, 우리는 총기를 버렸다! 항복하겠다! 미국 군인들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고!”

        

       “하하, 재밌는 말을 하는구만. 죽은 동료들에게 너희들이 타고 남은 잿더미를 공양해주마.”

        

       “이, 이 빌어먹을, 개새끼들아아아악-!”

        

        

        

        인명 피해를 신경쓰지 않고, 마치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그대로 도약이라도 하는 듯한 몸놀림.

        

        클리너는 결코 멈추지 않는 화염방사기였고, 불타는 수레바퀴는 갱들이 납작 엎드리건 뭘 하건 간에 앞을 향해 굴러갈 뿐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 값은 반드시 치르는 자들의 행동원리란 보통 그랬다.

        

        불타는 군단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거나.야밤을 틈타 도망을 가다가 아르테미스에 의해 납치당해 지성을 말살당하고 오로지 명령대로만 기동하는 인간 병기가 되거나.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두 세력이 충돌하는 틈바구니에 끼어버린 갱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뜯겨나가는 와중에도, 다른 자잘한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세력 구도만을 본다면, 영민한 사람들은 다른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클리너보다 북쪽에서 삭제당하고 있는 갱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최대한 빠르게 병력을 충당한다. 어떻게든 최대한 오랫동안 이카루스의 발목을 붙잡아야만 한다.”

        

       “가지고 온 행동제어키트의 물량이 부족합니다.”

        

       “그럼 본사한테 가서 빨리 더 달라고 해, 빌어먹을! 현장에 있는 건 우리라고!”

        

        

        

        아르테미스는 어쩔 수 없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불상사.

        

        한 번 조국을 배신하고 러시아와 중국에 붙어먹은 순간, 그리고 그것이 공공연해진 순간 이들은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다. 어떻게든 본토 병력들이 미국에 상륙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갱단은 이카루스의 전진을 늦추는 훌륭한 인적 자원이었지만, 이는 ‘가공’되지 않고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한정된 인원으로는 속도에 진전이 붙기 어려웠고, 필요한 물자도 엄연히 존재했다.

        

        머리에 붙이는 행동제어키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도로가 망가지고 자동차로 가득 참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든 물자는 비행기로밖에 운송될 수밖에 없었고, 적어도 아르테미스는 어느 순간까지는 대놓고 비행기로 물자를 투하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동부방공구역(EADS)은 진즉 기능이 마비된 지 오래였으며, 그리하여 아르테미스의 무허가 비행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IFF에 등록되지 않은 수송기를 확인. 이젠 아예 숨기지도 않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항상 정해진 경로를 따라 비행하고 있는 듯합니다.”

        

       “물자 투하 위치만 잘 추적해. 완전히 파악되는 대로, 그리고 지대공 미사일들이 도착하는 대로 본격적인 공격에 나선다. 구태여 스스로를 헌납해버린 개조인간들 앞에 대거 팀을 보낼 필요는 없지.”

        

        

        

        꼬리가 길다 못해 대놓고 보여주기까지 하면, 그것을 밟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었다.

        

        조급한 사람은 스스로를 먼저 드러내기 마련이었고, 이카루스와 전략부는 그것을 낱낱이 분석한다. 대거라는 칼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했지만, 그것은 언제나 목적성 있게 휘둘러져야만 했다.

        

        지금까지의 공격이 갱단을 향한 확실한 경고를 위한 광범위한 타격이었다면, 이 다음으로 해야만 할 것은 어둠 속에서 적의 경동맥을 향해 내질러지는 정밀한 공격이었다.

        

        일격으로 적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상공 20km 위에 떠있는 정찰용 무인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뉴욕 북부를 관찰한다.

        

        수많은 천태만상과 죽음이라는 이름의 확실한 선고가 갱단을 엄습했지만, 클리너와 아르테미스 전부와 거리를 두고 있는 맨해튼 북서부에 있는 제노비스 패밀리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불타는 갱단을 보았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타 세력의 멤버를 보았으며, 대거 팀이 휩쓸고 간 잔해를 보았다. 미국 마피아 갈래 중 하나였던 제노비스 패밀리는 자연스레 위기감을 느꼈다.

        

        북쪽과 동쪽은 완전히 막혀있었고, 서쪽은 허드슨 강.

        

        브롱스를 주요 활동 거점으로 삼은 탓에 사방이 막혀버린 타 조직과는 다르게, 이들에게는 남쪽이라는 선택지가 남아있었다.

        

        센트럴 파크가 있는 남쪽 말이었다.

        

        

        물론 제노비스 패밀리건, 센트럴 파크 HQ건. 다들 해당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무기 싸그리 버려! 잘못 걸렸다간 우리는 여기서 싸그리 불타 죽는다! 뭐가 됐든 좋으니 흰 티셔츠든 가져와서 막대에 묶어!”

        

        

        

        마피아는 미국이 사력을 다해 휘두른 펀치 한 방에 사단 단위로 모여있는 갱단이 산산조각나는 것을 목도했고, 그 덕분에 무조건 항복이라는 훌륭한 선택지를 고수한 채 남하하였다.

        

        

        

       “축구장 4개 크기의 구역을 불태울 수 있는 자탄 다섯 개가 든 소이미사일을 4발 장착한 MQ-9가 출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통신 연결된 무인 드론 보내고, 하늘에서 무인기로 스캔해서 무기 숨기고 있는 놈들 싸그리 검거한다. 더 이상의 남하는 불가능하고, 센트럴 파크도 갑작스럽게 천 명 단위의 사람을 받을 여력이 없다고 전해!”

        

        

        

        센트럴 파크 HQ는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교전을 억제하고 종료시키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여겨지는 백린탄을 아직 남아있는 미 공군의 잔재를 통해 수백 톤 단위로 공급받았다.

        

        

        정찰기가 감지한 수백을 넘어 천 명에 가까운 미국 내 마피아들은 남하를 시작한 지 고작해야 10분도 지나지 않아 ‘산채로 불타죽기 싫으면 남하를 멈춰라’라는 명령을 받았고,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포덤 대학교를 강타한 백린 폭격은 그 근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문으로서 퍼져나갔고, 그 누구보다도 삶을 사랑하던 마피아들은 하는 수 없이 근방의 건물에서 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대거 팀이 잠시 브롱스에서 자리를 비웠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따라서, 브롱스에 존재하는 갱단들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넓고 얇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브롱스 북부에서부터는 정형화된 움직임을 보이는 갱단들이 가시적으로 확인됩니다.”

        

       “갱이 아니지. 갱스터 스킨만 씌운 병사들이지. 망할 놈들 같으니.”

        

       “우려하는 바는 서포트 오피서들 전원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대거 팀 분들이 HQ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새로운 작전안 준비를 시작했으며, 동시다발적인 참수 작전이 필요하다고 평가되었습니다.”

        

       “흠….”

        

        

        

        참수 작전.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별도의 장치로 사람의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선 반드시 대량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서버를 필요로 하지만, 브롱스에는 그게 가능한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대학교가 비슷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지만….”

        

       “지금 상황에서 서버실 가동이 가능한 곳은 하나도 없겠지. 보수는커녕 환기도 제대로 안 됐을 거고, 싸그리 다 고장났을 걸. 그런데도 저런 게 가능하단 건 아르테미스 놈들이 서버까지 택배로 받았단 거고.”

        

       “일단 브롱스에 EMP라도 한 방 터뜨리면 안 되나? 그 있잖아. 비폭발성 자기용제로 만드는 EMP 폭탄. 그러고 보니 옛날에 부의 재분배랍시고 월가에서 그걸 터뜨리려던 미친 놈들을 막았던 적이 있었는데….”

        

       “…너는 일단 의견 내지 마라, 로건.”

        

       “아니, 왜.”

        

        

        

        아쉽게도 기각당한 발언이었다.

        

        EMP 폭탄을 간이로 만드는 방법은 매우 쉬웠다 – 대량의 전류가 흐르는 서킷을 폭발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폭발물은 있어도 대량의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서킷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구체적으로는 재료 조달이 어려웠다.

        

        

        좌우지간,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요점은 간단했다. 서버를 박살내고, 그 와중 그걸 지키고 있는 아르테미스 병력들의 대가리도 깨버리는 것이었다.

        

        필요한 인텔은 서버의 위치와 서버를 지키는 적 병력의 숫자에 대한 것. 이미 TOC는 예상 위치 몇 군데를 선정해놓은 상태였고, 폭격 가능 여부까지도 확인해놓았다.

        

        그러나 폭격은 확실하지 않았고, 잘못된 위치일 경우 아르테미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었다.

        

        답은 하나였다.

        

        

        

       “슬슬 이 엿같은 곳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어.”

        

        

        

        참수 작전, 혹은 그에 준하는 초토화 작전.

        

        맨해튼 북부를 정리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요즘은 상당히 조용하군. 브롱스에서 이틀씩 총소리가 안 들릴 줄은….”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센트럴 파크가 인텔을 수집하고, 아르테미스가 필사적으로 흩어진 갱단원들을 납치하는 이틀, 총소리가 멎은 이틀.

        

        대대적인 탈주 및 투항이 시작되고, 더 큰 폭력이 갱단의 개심을 낳을 즈음, 근방에 있는 모두는 그 이틀이 태풍의 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로지 대거 팀만이 그것이 아주 짧은 돌풍이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음은 걱정하지 마라. 머리를 한 번에 터뜨려야 하니까. 50구경은 쏴본 적 있니?”

        

       “에…있긴 하죠?”

        

       “그럼 됐어.”

        

        

        

        철컥, 철컥, 철컥!

        

        사람의 엄지손가락보다도 크고, 손끝부터 손목까지는 가야 얼추 길이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탄환이 몇 번이고 박스형 탄창에 밀려들어간다. 이것이 얼마 안 있다 음속의 3배로 사람의 머리를 통과할 예정이었다.

        

        인터넷에서 쓸데없이 컬트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저격총인 바렛. 다들 영화든 게임이든 간에 매체에서 나오면 이건 무슨 총알을 쓰니 파괴력이 어떠니 하지만, 이걸 실제로 만져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너무나도 컸다. 세로로 세웠을 때 총구가 내 명치까지 올 정도였다. 총구에 내 엄지손가락이 수월하게 들어갔다 나갈 정도로 거대했다.

        

        

        

       “…단순히 들고 사람을 후리기만 해도 죽겠는데요, 이건.”

        

       “틀린 말은 아니지.”

        

        

        

        한 번이라도 실물을 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 총기의 화력이 어떻고, 탄도가 어떻다는 등의 말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총기 자체에서 위압감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야.

        

        50구경은 실사격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한두 번 정도일까.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굉장한 중압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열 발이 들어가는 박스형 탄창을 삽탄하고, 약실에 한 발을 넣은 뒤, 고정되어있던 노리쇠를 살짝 당긴 후 놓자마자 들려오는 철컥 소리. 총알의 크기가 크기였기에 전진 길이도 너무나 길었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린다. 가벼웠지만 너무나도 무거웠다.

        

        

        나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한 정의 M107CQ의 조정을 끝낸 올리비아 씨가 덧붙였다.

        

        

        

       “그건 이제부터 네 총이다, 유진.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필요한 총기 액세서리가 있다면 작전 시작 전까지 요청을…하긴 좀 늦었나. 슬슬 출발할 준비 하고 있어. 오늘 너랑 나는 외부 화력지원조란 거 잊지 말고.”

        

        

        

        그 말대로.

        

        오늘 올리비아 씨와 나는 외부에서 저격총으로 잠입을 지원하는 바로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었다. 분명 내 현재 실력에 비해선 과분하다 못해 막중한 미션이지만 올리비아 씨가 있어 괜찮았다.

        

        아마 이 분이라면 스코프 없이 700미터 저격이 가능할 걸. 그것도 밤에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작전에 투입되는 시간 역시 밤이었으므로, 오늘 올리비아 씨는 말 그대로 날아다니지 않을까 싶었다.

        

        요컨대 말이 좀 길어졌지만, 저격조라면 내가 실수를 해도 올리비아 씨가 충분히 커버 가능하단 소리였다 – 반대로 말하자면 잠입조는 그렇지 않다는 소리였기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바깥은 월광으로 가득했고, 돌아다니기에는 충분히 밝았다. 물론 밤치고는 그렇단 소리였다.

        

        쿠우우우-하는 틸트제트기 특유의 둔중하고도 현실감 없는 엔진음이 바깥에서부터 아주 작게 들려왔지만, 이윽고 그 소리마저도 내가 있는 곳으로 들어오는 대거 팀의 군홧발소리에 묻혔다.

        

        너무나도 든든한 분들이 문을 열어젖혔고,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준비는 거의 다 된 모양이구만.”

        

       “막내 낫고 난 다음 날에 바로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3일씩 머무르게 됐군. 그동안 브롱스는 반쯤 무인지대로 변했고.”

        

       “우리가 다녀오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무인지대가 되겠지요. 후다닥 다녀옵시다. 더 이상 이 같잖은 놈들 상대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요.”

        

       “그러게나 말이다.”

        

        

        

        그 말대로.

        

        할 일은 여전히 많았고, 브롱스에서만 돌아다니기에는 대거 팀에게 주어진, 그리고 기대되는 역할이 너무나도 막대했으니까. 그리 생각하며 나는 목에 카빈 한 자루를 걸치고, 등 뒤에 바렛을 갖다대었다.

        

        가방에는 자체적인 자석 잠금 장치가 있어 총기를 무난하게 고정할 수 있었고, 저격총은 마치 마법처럼 고정되었다. 흡사 등 뒤에 빗자루가 붙어있는 비주얼이었다. 근데 그 빗자루가 납을 토해낼 뿐.

        

        이런 기능은 참 좋았다. 거기에 별도로 다섯 개 가량의 저격총 탄창까지 휴대 끝.

        

        

        오늘은 전술 배낭 안에 별도의 MRE 같은 건 없었다. 완전한 단기 작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기껏해야 지난 번 다른 변이자 분들이 가지고 있던…액체화된 초콜릿 슬러시 같은 그런 게 카멜백에 담겨있었다. 긴급열량보충용이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는….

        

        아니다.

        

        그건 쓸 일이 없길 바라야겠지만, 한 번 비슷한 일을 당했으니 두 번이라고 없을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다른 분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이제 헬리포트를 향해 이동할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예 타는 것도 다르네요.”

        

       “그럴 수밖에.”

        

        

        

        대거 팀은 수송기에, 나와 올리비아 씨는 특수 제작된 소형 침투헬기인 사일런트 버드에 탑승한다.

        

        저쪽은 탑승용 후방 램프가 열리지만, 저격팀은 헬리콥터에 거의 걸터앉은 후 행여나 떨어지지 않도록 복부에 버클을 채워야만 했다. 워낙 가벼운 탓에 양쪽에 앉지 않으면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릴 정도였고.

        

        그 묘한 꼴을 바라보던 와중, 탑승하기 전의 로건 씨가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에서 장갑의 감촉이 느껴졌다.

        

        

        

       “올리 말 잘 듣고, 항상 조심해라.”

        

       “로건 씨도 조심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로건 씨 역시도 수송기 후방 램프도어로 올라탔다.

        

        엔진 출력이 강해지며 수송기가 지면을 박차듯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사일런트 버드의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나와 올리비아 씨의 몸 또한 센트럴 파크의 지상에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건물이 엄지손가락만하게 작아지는 사이, 올리비아 씨의 입이 열렸다.

        

        

        

       “무사히 돌아오면 맛있는 걸 먹자고.”

        

       “…네. 그래야죠. 이번에는 꼭.”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전부, 살기 위해 적의 머리를 날릴 준비는 끝났다.

        

        브롱스에서의 마지막 작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르테미스의 납치감금세뇌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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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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