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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3

    <713 – 불쌍한아이(13)>

     

    혈성 블라디미르.

    신참들이 허풍을 떨 정도로는 실력이 있었다.

    성장력.

    그것도 나름 대단하다.

    자신이 모은 피에 담긴 기억과 성장을 이용해서 당사자들도 펼칠 수 없는 연계기술과 상승효과를 인형의 형태로 펼쳐낼 수 있다.

    당연히, 갖추는 형태마저도 자유다.

     

    “엄청난 정신력이군. 인간형 소환술사들의 소환은 몰개성한 <복제품>의 연속이거늘, 단 한 번도 같은 규격이 없으면서 제대로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라니.”

    “선배가 뭐라고 말하든 이미 늦었어. 봐주는 일도, 물러설 일도 없으니까.”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는 건방짐까지 마음에 들었다. 넌 그쪽의 후배가 아닌 이쪽의 후배에 어울려.”

     

    피의 인형의 자폭특공을 연달아 세 번이나 딛고 일어서며 아가인이 광소를 내뱉었다.

     

    “요컨대, 죽여주겠다는 말이다!!”

     

    폭발하고, 얼어붙고, 독물에 녹아내리면서도 번번이 형태를 되찾는다.

    무적의 괴물처럼 쓰러질 줄 모르는 아가인의 비상식적인 전진에 블라디미르는 점차 초조함을 느꼈다.

    피의 형상이 소모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며 어느덧 한 걸음에 한 번의 즉사콤보가 펼쳐지기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부족했다.

     

    “왜 통하지 않는 거야? 이런 거, 다른 학생에게는 사용했으면 몇 번이고 죽었는데…!”

     

    불가해한 재생능력.

    멈출 줄 모르는 전진.

    블라디미르가 뒷걸음질을 치는 순간, 서늘한 무언가가 그녀의 허리춤을 겨냥했다.

    흠칫.

    뒤를 점한 날붙이에 살해당한다는 생각마저 떠올렸으나, 그녀를 겨누던 것은 즈앙의 손가락이었다.

     

    “몸이 아니야. 마안을 떠.”

    “염탐안이라면 이미 시작부터 발동하고 있어.”

    “심도를 올려.”

     

    상대의 마나운용을 비밀리에 상시 관찰하며 적절한 대응에 나선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즈앙의 충고에 블라디미르는 단숨에 안법의 출력을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언데드의 신체.

    학생의 육신.

    그 대부분에 깃든 마나가 무엇에서부터 시작되는지.

     

    “마검…?”

    “그래. 저것의 본체는 사람이 아닌 검이야.”

    “정답이다. 그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겠지?”

     

    마검이 뭉실뭉실 어둠을 뿜어내자 아가인의 육체가 안개처럼 흐릿해지더니 단숨에 수십 미터의 간격을 뛰어넘어 형상을 이루었다.

    새로 갖추어진 형상은 가차 없이 블라디미르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뱀파이어 검술>

    <혈월십이검, 방어초식>

    <몽무>

     

    뱀파이어 특유의 <안개화>로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무시하며 평범한 인간의 신체로는 다룰 수 없는 각도의 급격한 수비검술을 펼친다.

    그런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덥썩 붙잡은 손에서 무서운 기세로 불똥이 튀었다.

     

    촤아악!

     

    블라디미르가 검을 들지 않은 손의 엄지로 검지를 튕기며 핑거스냅을 주자, 장갑에 내장된 피가 발산되며 피에 깃든 능력을 전개했다.

     

    <블라디미르 특제 혈마법>

    <유도, 블러디애로우>

    <피의 기억 – 만델라의 천음>

     

    천음. 하늘에 닿은 소리는 사람을 감동케 한다.

    만델라에게 그만한 음색의 재능은 없으니, 그녀는 다른 의미의 천음을 구사했다.

    천 개의 소리를 저장했다가 일시에 개방하는 것으로 상대의 감각을 무너뜨린다.

     

    귓가를 스치는 화살소리.

    옷깃을 베는 창소리.

    살을 파고드는 칼소리.

    뼈를 분쇄하는 둔기소리.

    얼굴을 불사르는 화염소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며 신체의 반응을 교란한다.

    범람하는 감각의 교란 속에 피의 화살은 고스란히 아가인의 몸통에 적중하였다.

     

    <연계술식>

    <형태변형>

     

    아가인의 강인한 신체의 비밀이 변형에 있다면, 그 신체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다.

    몸에 맞고 침투한 피를 매개로 삼아 아가인의 형태가 블라디미르의 뜻대로 마검의 날과 손잡이를 두 손으로 붙잡아 내미는 자세로 뒤바뀌었다.

    블라디미르의 임기응변은 대단했다.

    잠깐이지만 아가인을 궁지에 몰 정도로.

     

    푸슉.

     

    “어어…?”

     

    살갗을 관통하는 소리.

    이번 건 천음의 소리가 아니었다.

    블러디 마리오네트와 함께 블라디미르의 복부를 뚫는 소리였다.

    블라디미르의 발치로부터 아가인에게 드리운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림자의 표면을 덮은 검은색 형체.

    그 또한 마검이 형성한 아가인의 일부였다.

     

    “방심했구나, 신참.”

     

    혈성 블라디미르.

    결국 여기까지에 불과했나.

    아가인이 조소를 지으며 이제는 감출 생각도 없이 손끝으로 길고 날카로운 이형의 그림자 손톱을 뽑아내며 결정타를 준비했다.

    인간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 다채로운 형태.

    이는 블라디미르의 인간형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는, 모든 형태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전투경험의 차이였다.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

    그 점에서 블라디미르는 아가인과 닮았다.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아직 한 걸음을 더 내딛지 못했다.

     

    “인간임에 구애받고 종속되는 자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을 결코 이길 수 없지. 이제 끝이다.”

     

    아가인의 그림자손톱이 블라디미르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푸슉!

     

    이번에야말로 급소를 찔렀다.

    데미지는 강력했다.

    다만, 찔린 것은 블라디미르가 아니었을 뿐.

     

    ‘이, 내가, 뒤를 잡혀…?’

     

    완벽에 가까운 마나제어술로 주변의 모든 존재를 감지하며 복잡한 전투를 수행하고, 아가인의 인간형태와 그림자형태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극에 달한 전투지능은 그런 대단한 재주를 지니고도 자신이 기습을 허용한 이유를 복기했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자신의 사각이 어디였는지.

     

    ‘블라디미르에게 회심의 일격을 먹였던 순간.’

     

    비밀리에 내질렀던 그림자를 회수하고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던 바로 그때.

    아가인의 경계심은 흐트러져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가 회수되는 속도와 동등하게, 그림자와 동일한 마나파장을 흉내 내며 따라붙은 진짜 그림자처럼 은밀하고 신속한 암살자의 존재를 경계하지 못할 정도로.

    그림자에 스며들어 아가인의 지척에 도달한 암살자는 다시금 기다렸다.

    자신의 손이 블라디미르에게 결정타를 입히고자 멀어질 때까지.

    다시 돌아와 방어하지 못하도록.

    마검과 아가인의 인간형.

    둘 사이를 잇는 연결부위에 단검을 밀어넣었다.

     

    덥썩!

     

    회수하려던 그림자마저 더는 되돌아가지 않았다.

    복부의 상처에서 새어나온 피마저 <혈마법>으로 이용하며 그림자발톱을 움켜쥔 블라디미르.

    그녀가 고통에 치를 떨며 웃고 있었다.

     

    “방심하셨네, 선배.”

    “…!”

     

    그림자 형태에 이어서 인간형태마저도 이어지는 마법사들의 제어마법에 <동결><정지><구속>을 당하며 되돌아가지 못한다.

    몇 번을 당해도 가짜니까 상관없다며 함부로 힘을 뻗어낸 틈을 이용해 2학년들은 힘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사이에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배후를 점한 즈앙에게 완벽한 폭딜타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급소찌르기>

    <암습>

    <맹격>

    <치명타 강화>

    <힘줄 끊기>

    <신경 절단>

    <살갗 가르기>

     

    온갖 흉흉한 기능이 동시에 발동하며 가장 중요한 마검과 인간형의 연결부위를 잇는 이음매의 방어 기능을 돌파한다.

     

    <살성 아가인>

    <4단계 각인영역>

    <역행영역>

     

    위기였다.

    그의 신체가 모든 구속을 무시하고 2학년들의 방해를 뛰어넘어 마검과 이어지는 기본형태로 되돌아가지 못했더라면 말이다.

     

    ‘선배에게 칼질이라니, 그럼 못쓰잖아.’

     

    못된 아이에게는 벌을 주어야겠지.

    우선순위가 달라졌을 뿐이다.

    즈앙을 시작으로 나머지도 모두 쓸어버려주마.

    아가인의 손보다 빠른 그림자가 즈앙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티토솔라빔>

     

    그리고 출수한 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든 빛에 떠밀려 반대방향으로 밀려났다.

     

    “크악?!”

     

    빛은 강했다.

    시선이 아닌 마나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검에게는 더욱 치명적으로 강했다.

    세계를 인지하는 아가인의 고등한 마나스캔술이 티토소가의 솔라빔에 담긴 어마어마한 마력의 양을 고스란히 포착했다.

    그것은 태양을 맨눈으로 바라보는 행위와 같았다.

    태양을 바라보는 눈이 멀듯이, 마나를 바라보는 감지기관이 마비되었다.

    그림자 손은 다시금 블라디미르와 학생들이 있는 방향으로 밀려났고, 인간형의 육신은 즈앙의 단검에 끝내 도려내졌다.

     

    땡그랑!

     

    무방비하게 떨어진 마검 위로 무자비한 위력의 강공이 내리쳤다.

    감각이 돌아왔을 때, 아가인은 헤스티아의 망치가 자신을 산산조각 내는 광경을 목도했다.

     

    “블라디미르가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안 했어.”

    “죽어도 상관없는 녀석이었나?”

    “상관없긴 해. 하지만 그게 당신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니야.”

    “그럼 무슨 이유였지?”

     

    한번 죽었다 부활했기에 더욱 쉽게 깨진 마검.

    아가인이 죽어가는 몸을 세우며 힘겹게 물었다.

    호기심은 학생의 덕목이었다.

    죽음이 목전에 달한 순간.

    아가인은 마검으로서의 욕망과 악의를 뒷전으로 한 채, 순수한 호기심과 마주할 수 있었다.

    즈앙은 그 호기심에 순순히 답해주었다.

    그녀 역시 그런 호기심에 이끌려 오크노디의 친구가 되고, 티토소가의 친구가 되었으며, 기프트 아카데미의 학생으로 적응했으니까.

     

    “뱀파이어는 피 좀 난다고 죽지 않아. 오크노디가 알려줬어.”

    “그런가. 경험이 부족했던 건 나였군…”

    “이번엔 내 차례야. 그런 어설픈 강함으로 980기 선배들 사이에선 어떻게 최강이 됐어?”

     

    마검이 피식 웃었다.

     

    “그땐 모두가 2학년이었고, 밖에서 쌓은 경험이 힘의 크기를 결정지었으니까. 언제든지 내 허세를 이룰 수 있는 편리한 영역으로 전부 뭉개버렸지.”

    “바보네. 좀 더 발전시켰으면 혼자서 교수도 무찌를 수 있는 힘이 되었을 텐데.”

     

    아가인은 너무 강했기에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었다.

    성장보다 지배를 추구했으니까.

    즈앙은 아가인의 최후마저 교훈으로 삼았다.

    쌓아온 실력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만족하고 멈추며 지배하려는 순간이 곧 제 2의 아가인이 되는 순간이니까.

     

    “그래도 참을 수 없었단 말이지. 사디의 속삭임은.”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던 마검이 이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언데드 마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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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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