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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3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전혀 다른 것에서 연관성을 찾아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어떠한 요소로 연결이 되어있고, 서로를 통하여 보이지 않는 연결선을 이용하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발전, 그렇게 주술이 만들어지고 신앙이 생겨나며 이윽고 종교가 탄생하게 되었다.

         

       말한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연결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그것은 분명히 연관되어 있노라고.

         

       하늘에 떨어진 빗방울과 구름은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그것은 연관이 되어있다고 여겼다.

       땅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몸에서 떨어진 지 오래이지만, 그것은 주인과 연결이 되어있노라고 믿었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는 개체로는 분명히 구분되는 존재이지만 한 배에서 나왔기에 서로가 연결이 되어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믿음은 점점 심화가 되어 훗날에는 말한다.

       거대한 남근의 형상을 만든다면 많은 아이가 태어날 수 있고 전사들이 더더욱 용기를 낼 수 있노라고.

       불을 질러 많은 연기를 만들어 하늘을 물들이면 그 연기가 구름이 되어 땅에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노라고.

       한 몸에서 나온 것은 따로 떨어져 있더라도 그 기억이 있어 그것을 매개로 삼는다면 그 사람에게 저주를 내릴 수 있노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과 미신은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포에서 비롯된 미신과 믿음.

       사람의 상상력으로 비롯된, 서로가 감염되고 공감하며 만들어지는 통제할 수 없는 어떠한 이야기.

         

       그것은 공포라는 감정을 매개로 삼아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갔고, 괴담과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정착하고 민족에게 정착하며 또렷한 하나의 형상을 그려내었다.

         

       박진성이 행한 것은 그러한 그것 중 하나.

       그 괴물과 관련된 어떠한 주술 중의 하나.

         

       “세상에 사악한 저주가 떠돌고 있어 눈을 붉게 만드니 보이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을 위협으로 느끼게 만들어 폭력을 행사하게 함이요, 세상에 사랑이 넘쳐나고 서로가 돕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믿지 않게 하니 악마의 농간이요, 사람이 이를 드러내고 침을 뚝뚝 흘리며 고기와 피를 탐하게 하니 짐승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이요,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털이 자라나니 그 형상이 두 발로 선 늑대와 같으니 저 부정하기 짝이 없는 짐승을 무어라 하겠느냐?”

         

       그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괴물.

       개나 늑대와 같은 형상으로 사람을 습격하는 흉포한 괴물.

         

       “가죽을 둘러 입은 이들 말하기를 그것은 부정한 땅에 묻혀서 탄생한 괴물이며 악마가 부리는 늑대에게 물려 저주받은 이들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악마의 양치기가 되어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 제 이름조차 잃어버린 채 부려 먹히는 사람이 저렇게 되는 것이며, 오직 폭력성만을 강조하고 피에 대한 탐욕만을 품은 채 악마의 목줄에 매인 채 언제든 뛰쳐나가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게 될 가련한 사냥개입니다. 다만 그것은 부정하고 부정하여 구원하기가 너무나도 힘이 드니 아, 교회여 성직자여 천사여 저들을 구하소서. 저들을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하얀 날개로 저들을 감싸 한순간만이라도 평온과 함께 잠들게 하소서. 옛적 사람들은 저것을 브리콜라카스(βρυκόλακας)라 하였습니다.”

         

       늑대인간.

         

       현대에는 뱀파이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크게 얻고 있는 괴물과 관련된 주술이다.

         

         

         

        * * *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죽 부대가 터진다.

       옛날 유럽의 농노나 여행자들이 흔히 들고 다녔을 가죽 자루.

       빈말로라도 좋은 솜씨로 만들었다고는 하기 힘든 어설퍼 보이는 자루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충격에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실밥이 뜯어져 버리며 터져버리고, 그 안의 내용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가는 붉은 핏방울.

       내장 조각이 조금 섞인 그것은 아이들이 장난삼아 물풍선을 던졌을 때처럼 옷에, 벽에, 차에, 사람의 몸에 그렇게 묻는다.

         

       “이건 또 뭐야?”

         

       “피? 씨발 채식주의자 놈들이 또 무슨 지랄을 하고 있는 거야?”

         

       “퉷! 이거 돼지 피 아냐?! 난 무슬림이라고, 제기랄! 퉤! 퉤! 내 입 안에 빌어먹을 돼지 피랑 고기가 들어갔다고?!”

         

       악질적인 장난질이다.

       물풍선을 던지는 것도 아니고, 페인트를 뿌리는 것도 아니다.

       동물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와 내장이 담긴 자루를 집어던져서 터뜨렸다.

         

       여기가 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도 아니고.

       대체 피를 채운 자루를 왜 터뜨린단 말인가?

       그것도 당당하게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알리지도 않은 채,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멀리에서 자루를 집어던져서 담장 너머로 집어 던져서 터뜨리는 빌어먹을 짓거리를 하면서까지 말이다.

         

       빌어먹게도 빌어먹을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특히나 운이 없게도 피가 입 안이나 눈알에 튀어버린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도대체 어떤 동물일지 모르는-일부에게는 종교적인 이유로 절대로 입에 대서는 안 되는 불결한 동물의 것일지도 모르기에 더더욱 끔찍한-피를 몸에 묻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몸 안에 집어넣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도 참기 힘든 일이다.

       하물며 이곳에 날아온 빌어먹을 피 주머니는 힘이 넘쳐나고 공격성은 더더욱 넘쳐나는 경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분노.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혀끝에 감도는 역겨운 냄새.

       코끝을 간지럽히는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 냄새.

       도축장에서 배를 쭉 가르고 줄줄 흘러나오는 내장을 한 아름 들어서 쓰레기통에 처넣었을 때 기분이 딱 그러할까? 방수 옷조차도 뚫어버리고 피부에 닿는 그 역겨운 피의 끈적거림과 기분 나쁜 따뜻한 느낌이 드는 불쾌함이 딱 이러할까?

         

       냄새를 맡고 있자면 내장을 몸에 칭칭 감은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혀끝에 감도는 비릿한 맛을 곱씹을수록 똥이 가득 들어차 있는 동물의 내장 끝을 입에 물고 쪽쪽 빨아먹는 것 같은 역겨운 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눈을 아무리 비벼도, 눈물을 흘려도 눈에 달라붙은 피가 씻겨지는 것 같지 않고, 도리어 피 안에 있을 더러운 세균과 기생충이 안구 속으로 파고든 뒤 뇌로 향해 이동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하얀색 짧은 실.

       옷을 수선한 뒤 바닥에 굴러다니는 자투리 실 조각보다도 짧은 하얀색 실이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안구 속을 파고든다. 물보다 끈적거리고 밀도 높은 공간을 꼬리를 흔들며 헤엄을 치고, 신경을 따라 꼬물꼬물 움직인 뒤 혈관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다. 혈관은 거침없이 헤엄치다가 위로 향하고, 마침내 기생충이 가서는 안 될 그곳까지 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기생충이 따악 자리를 잡기를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한 공간이라.

       천국과도 같은 넓은 회색빛 평야, 대뇌피질을 보고 기생충은 환호한다.

         

       그리고 꿈틀꿈틀 기어 다니며 뇌를 파먹기 시작하는 것이다.

       역겹게도.

       너무나도 역겹게도.

         

       “우욱!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딴 역겨운 일이 있다니!

       이딴 역겨운 일이 있을 수가 있다니!

         

       이게 다 빌어먹을 자루 때문이다.

       운이 없게 피를 맞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런 역겨운 일이 일어나고 만 거라고!

         

       병원.

       지금 당장 병원에 가고 싶다.

       차고 있는 전기충격 삼단봉을 내다 버리고, 테이저건도 집어던지고, 리볼버도 대충 허공에다가 쏴 재낀 뒤 쓰레기통에 처박고! 픽업트럭에 타서 도로를 막고 있는 차를 다 밀어버린 뒤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싶다는 충동이, 충동이 솟구쳐 오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돌이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이 빌어먹을 것들을 빨리 몸 안에서 씻어내고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도무지 떨어지지를 않는다.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받고, 확인받고 싶다는 욕망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이미지가 떠오른다.

       의사가 낙서 같은 선이 죽죽 그어져 있는 차트를 들고 자신의 앞에 있는 모습이.

       자신은 뭐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든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거다.

         

       『 여기를 보시면 점 같은 게 있죠? 』

         

       『 엑스레이만으로는 자세히 알 수가 없어서 초음파 검사까지 해봤는데…. 종양, 아니면 어떠한 생물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음.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가 없겠지만…. 일단은 상황을 보도록 하죠. 』

         

       돌팔이.

       돌팔이 같은 의사 놈 같으니!

         

       『 아. 의료비는 이렇습니다. 좀 가격이 나가기는 하는데-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으셨더군요? 이 정도 비용이 나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질문이 있으시다고요? 아. 심리 안정 조치가 뭐냐고요? 병원에서 진정하라면서 따뜻한 물을 제공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우리 병원의 로고가 새겨진 컵도 제공해드렸고요. 네. 그 비용입니다. 비싼 거 아니냐고요? 하하. 이건 서비스가 아닙니다. 병원 진료에요. 그러니 가격이 나갈 수밖에 없죠. 』

         

       돌-팔-이-!

       돈에 미친 돌팔이 놈 같으니라고!

         

       “넌 돌팔이야! 죽어도 싼 개자식이라고!”

         

       분노가.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분노.

       분노가 말한다.

         

       “뭐? 개자식?! 지금 나보고 개자식이라고 했어? 이 백인 쓰레기 새끼가!!!”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 같은 이 빌어먹을 분노를 어서 분출하라고.

         

       “백인 쓰레기?! 이 까무잡잡한 멕시코 새끼가 지금 나보고-!”

         

       분출해라.

       너를 건드리는 빌어먹을 놈들에게.

         

       너는 지금 그것을 분출하기 위한 훌륭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으냐.

         

       “뒈져—!!!”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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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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