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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3

       

        

        

        

        

        

        

       “우리 작전관 친구들이 확실히 일 하나는 잘 하는 것 같네. 적의 예상 위치가 그리 많지는 않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렇게 예술적인 곳에 저격 위치를 잡아주는 건 쉽지 않단 말이지….”

        

       “그렇긴 하네요. 확실히 여기서…적 동선이랑 규모가 다 보일 줄은 몰랐는데.”

        

       “저격 거리는 600m에서 800m, 막내에겐 꽤 까다롭겠지. 대부분은 내가 맡겠지만, 이카루스 기어에 정밀저격계산기능이 있으니 그걸 참고해서 사격해. 그거면 충분할거야.”

        

        

        

        틱틱틱틱틱.

        

        저격총 위에 올라가있는 스코프의 편차 수정기(Windage Adjustment), 그리고 높이 수정기(Elevation Adjustment)를 돌려 영점과 높이를 맞추고 대기한다.

        

        하늘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변이자의 진보된 시력에 더해 뱀 특유의 열화상 시야는 족히 600미터가 넘는 건너편에 존재하는 브롱스 과학고등학교(Bronx High School of Science)를 돌아다니는 적을 원활히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저 멀리에서 인간 모양의 붉은 점들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 거기에 이카루스 기어의 보정까지 더해지니 마치 손으로 잡으면 잡힐 것처럼 선명하기 짝이 없었다.

        

        

        저 멀리에서는 아홉 명으로 이뤄진 타격팀이 브롱스 과학고등학교 근처로 이동하고 있었다.

        

        변이자를 필두로 한 청록색의 인간형 점 아홉 개. 선명한 색채적 대비가 실로 인상깊었다. 흡사 아군이 붉은개미 군락을 파고드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실제로도 그닥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FPS 게임에서나 보던 바로 그 광경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실패한다면 실제로 누군가가 죽어나갈 것이었다. 그 점이 내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우우웅!

        

        

        

        0.1mm 단위로 높낮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스톡 모노포드, 혹은 리어 포드 – 개머리판에 다는 높이조절용 외발 거치대 – 가 내 생각만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옛날에는 나사산을 돌려 높이를 조절했기에 움켜쥐는 것만으로도 개머리판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나이퍼 양말(양말에 쌀이나 모래를 넣어 쥐는 정도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함)에 편의성이 밀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게 훨씬 더 편하다.

        

        

        아무튼.

        

        이젠 시작할 시간이었다.

        

        

        

       “대거, 여기는 아울(Owl) 1. 육안으로 귀측을 식별했고, 작전 시작 준비가 되었다.”

        

       -아울 1, 당소 대거. 작전에 돌입하겠다. 잠입에 방해가 되겠다고 판단되는 경로상의 모든 적군을 제거하라.

        

       “이해하였음.”

        

        

        

        거리는 600m, 따라서 상하 클릭 6mil.

        

        풍속은 좌에서 우로, 5mph라는 굉장히 약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적은 일정한 속도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이카루스 기어는 예상 저격 타이밍에 적이 어느 위치일지를 미리 표시해두고 있었다.

        

        홀로그램으로 이뤄진 사람 모양의 적색 점이 실제 사람으로부터 5m 가량 좌측에 나타났을 즈음, 그 적색 점을 맞출 수 있는 정확한 오조준 지점이 그 옆에 또 나타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을 맞추기 위한 모든 조준을 도맡는다. 이것이 이카루스 기어의 무서움이었다.

        

        

        

       ‘이 정도면 나 대신 저격 드론을 보내는 게 훨씬 나은 게 아닌가 싶긴 한데….’

        

        

        

        다 이유가 있겠지.

        

        방아쇠를 당길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거 1. 진행 방향 기준으로 120마이크 전방 건물 옥상에 네 명으로 이뤄진 적 순찰대를 발견했다. 처리하겠다.”

        

        

        

        진즉 조정간은 사격에 놓여진 지 오래.

        

        네 명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게임에나 어울릴 것처럼 적은 2/2로 겹쳐져있었고, 나와 올리비아 씨는 각각 왼쪽과 오른쪽을 겨누고 있었다. 총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주 가벼운 트리거가 내 손가락과 맞닿았다.

        

        비단 변이자의 손가락 힘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방아쇠압이 매우 낮은 가이슬리제 트리거.

        

        그것을 쓰다듬듯 어루만지는 순간 바로 옆에 떠오르는 카운트. 그것이 저격총을 동시에 발사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3.

        

        2.

        

        그리고 1.

        

        

        

       ───피이익!

        

        

        

        어깨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 주관적인 기준이다 – 진동과 함께, 총구에서부터 날카로운 소음이 터져나왔다.

        

        아음속탄이 아니었기에 박스형 탄창 내부에 잠들어있는 매치그레이드 철갑탄은 음속을 손쉽게 돌파했고, 공기를 찢어발기며 나는 사격음은 어쩔 수 없이 어둠에 잠긴 세상 속에서 선명하게 울렸다.

        

        하지만 소음기란 무릇 소음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발사 위치를 헷갈리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었고, 600m 넘게 떨어져있다면 그닥 의미도 없었다.

        

        그렇게 운명의 1초 가량이 지났고-

        

        

        

       “굿 샷, 굿 킬. 처음 하는 것치곤 잘 하네.”

        

       “…잡았다.”

        

        

        

        영화처럼 깔끔하게 쓰러지지도 않았으며.

        

        게임처럼 쾌감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관통…이 아니라, 말 그대로 터뜨려버린 탄환은 그 다음 순간 그 뒤에 있던 사람의 흉부를 말 그대로 날려버렸고, 그럼에도 물리량이 한참 남아 뒤로 날아갔다.

        

        네 명이 마치 실이 끊긴 것처럼 널브러지는 가운데,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은 대거 팀은 과학고등학교 내부를 향해 빠르게 진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래, 저수지와 연결된 파이프관이 보였다.

        

        

        올리비아 씨가 저격총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덧붙였다.

        

        

        

       “서버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 냉각에 필요한 냉각수를 공급하기에 편리한 강이나 저수지가 옆에 있는 곳…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브롱스에만 수십 곳이 넘겠지만,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은 거의 없지.”

        

       “여기 말고 또 다른 곳에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곳이 첫 번째 습격장소지.”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긴 하겠다.

        

        오늘 브롱스에서의 일을 끝낸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구나. 작전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싶었다. 역시 암기가 아닌 이해가 필요한 법인가.

        

        아무튼, 그 와중에도 허공에 떠있는 정찰 드론은 옥상이나 발코니를 돌아다니는 모든 적들을 싸그리 훑는다. 이카루스 기어의 논리회로는 대거 팀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목표를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세 명으로 이뤄진 세 개의 팀이 정문과 측문, 뒷문으로 올라가는 사이, 나와 올리비아 씨는 근방을 돌아다니는 모든 적들의 위치를 표기했다.

        

        그리고-

        

        

        

       ───피잉! 피잉! 피잉!

        

        

        

        말 그대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으깨고 부순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갱단 스킨을 낀 아르테미스 병력들은 아군이 사살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몰라도 기민하게 움직이며 수상쩍은 것들을 바로바로 찾아내려고 시도했고, 우린 그걸 막아야 하는 입장.

        

        탄두 전면에 달린 초소형 테르밋 실린더 덕분에 총알은 적이 차량에 타있든, 혹은 얼마나 두터운 장갑을 입고 있든 간에, 총알은 인간형 타깃이라면 장갑 두께가 얼마든 상관없이 터뜨리고 뚫어버렸다.

        

        만약 이게 있었다면 지난 번에 만났던 코드네임 타이탄 같은 적도 일격에 침묵시켰을 수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오늘 지급받은 총알은 말 그대로 최신형 철갑탄. DARPA에서도 수백 발밖에 없는 것이었다.

        

        

        두터운 장갑과 앞이 보일까 싶은 헬멧까지 착용한 중장갑병이 힘없이 쓰러지고, 차량 보닛을 관통한 탄환이 엔진에 들어가 고장을 유발한다.

        

        그보다 더 약한 보병들은 허공에 떠있는 저격드론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했고.

        

        

        

       -당소 대거 1, 건물 내부에서 교전 발생, 적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건물 스캔 데이터를 전송할테니 확인 후 관통 가능한 지형에 존재하는 적의 무력화를 부탁한다!

        

       “아울 1 확인, 노력해보지.”

        

       -아니, 잠깐만…됐다.

        

        

        

        퍼엉!

        

        하지만 벽 너머의 적을 어떻게 잡는지를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 해당 통신이 들려온 순간 과학고등학교의 벽면이 크게 폭발했다. 저격지원이 편하도록 벽을 무너뜨리는 건 좀 어떤가 싶긴 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스티로폼처럼 무너져내리는 외벽.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은 이유보다는 이득을 생각해야만 할 때.

        

        조준이 무너진 외벽 방향으로 돌아가는 사이, 탄창을 다시금 교환한다.

        

        사격이 시작되었다.

        

        

        

       ───!

        

        

        

        애시당초 길게 끄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작전.

        

        부서져있는 외벽 너머로 힐끗 보이는 아군 중 한 명은 거대한 가방 같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고, 나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가방 안에 가득히 담길 수 있는 폭탄이었다.

        

        EMP 유발용 비폭발성 자기용제 폭탄, 그리고 실제로 폭발하는 C4가 그득히 담긴 것까지.

        

        곧 이 건물은, 그리고 고등학교 내부에 있는 서버실은 흔적도 없이 날아갈 것이다.

        

        그리고-

        

        

        

       -당소 포톤 1, LZ 도착까지 3분 전.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거기서 나오도록.

        

       -당소 대거 1, 서버실 도달. 폭탄 설치 중!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허공에서 체류 중이던 수송기가 지면으로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설정된 LZ에 착륙하여 날개를 접고 광학미채로 기체 전체를 덮고 있던 사일런트 버드 한 대도, 그리고 해당 기체를 조종하는 파일럿도 안전가옥에서 나와 시동을 걸고는 우리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슬슬 이곳을 뜬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었다.

        

        

        

       “아울 팀, 슬슬 마무리하셔야 합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구만.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둬보자고.”

        

        

        

        그 말대로였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실제 작전은 정말…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긴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후, 이런 빌어먹을. 정신이 없네, 정신이.”

        

       “대거 팀, 뉴욕 프레스바이테리안 엘렌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좋아. 다시 일하자, 다시.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센트럴 파크, 오전 2시.

        

        지하에 숨겨져있는 TOC는 마치 영원히 불이 꺼지지 않을 것처럼 환했고, 영원히 소란이 이어질 것처럼 시끄러웠다. 작전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으며 작전관의 업무 역시도 그러했다.

        

        서포트 오피서 및 작전참모들은 대거 팀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으며, UAV 조종사와 화기관제사, 정비사를 비롯하여 화력지원을 책임지는 데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 역시도 마찬가지.

        

        열한 명으로 이뤄진 최고의 오퍼레이터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국의 정상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서포트 오피서들은 피곤해도 잠을 자면 그만이었지만, 대거 팀은 방심하는 순간 죽는다.

        

        최소 천만 달러 이상을 들여 양성한 오퍼레이터들이 준비 미흡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바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만은 없어야만 했다.

        

        한 번 작전이 개시된 순간, 누구도 잘 수 없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 수만큼 각기 다른 화면이 서포트 오피서들 눈에 비춰졌다.

        

        어떤 것은 무인기 화면이었고, 어떤 것은 정찰기 화면이었으며, 어떤 것은 대거 팀 바디캠이었다.

        

        이카루스 기어와 연동된 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대체불가능한 고급 인력들은 정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한 후 즉각적으로 오퍼레이터의 화면에 띄워놓았다.

        

        대거 팀의 요청에 맞추어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폭탄을 꽂아넣을 수 있는 화기관제사들은 꾸역꾸역 몰려드는 적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결과를 뽑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그 외에도….

        

        하지만,

        

        

        

       “…이게 말이나 되나?”

        

        

        

        그 무슨 일이 있어도, 눈이 시릴 정도로 뚫어져라 바라보며 오퍼레이터를 보좌해야 했기에 볼 수 있는 장대한 광경들.

        

        게임에서, 혹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현대전에서의 영웅 서사시. 그것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작전본부에 모여있는 오피서들은 그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현실감이 없니 뭐니 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가장 큰 화면으로, 혹은 오퍼레이터의 시선을 1인칭으로 체감할 수 있는 특수 헬멧으로 바라본 광경은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

        

        

        대거 팀은 언뜻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허황된 미래를, 미국의 재건을 위해 현실 자체를 개변하고 있었다.

        

        

        

       -이런 망할, 잼(Jam)이…꿈도 크시군요!

        

       -컥, 끄르륵…!

        

       -괜찮냐!?

        

        

        

        총기에 잼이 걸린 순간 고개를 숙여 엄폐하는 로렌티나.

        

        그 순간 그녀는 트레이 위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있던 무언가를, 정확하게는 수술칼을 보았고, 그것을 냅다 집어든 다음 손가락 사이에 끼고 정면을 향해 힘차게 던졌다.

        

        일순간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간 칼날이 적의 오른쪽 안구를 뚫고 뒷머리로 튀어나왔을 때, 상어의 앞에 선 아르테미스-갱단원은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상당히 비일비재했다.

        

        

        

       -씨발, 깜짝이야!

        

       -끅…!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한 방에 죽었구만.

        

        

        

        으직!

        

        반사적으로 휘둘러진 로건의 개머리판이 갑자기 튀어나온 적의 머리를 후려친 순간 일격에 절명을 유발시키는 것은 이제 와선 일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수작전이라는 이름답게 급작스러운 습격을 가했음에도 대거 팀은 가는 곳마다 최소 수백 명 가량의 적군을 맞닥뜨려야만 했다.

        

        오로지 고도로 훈련된 극소수의 인원들만이 시도할 수 있고, 그보다도 훨씬 적은 사람들만이 살아돌아오는 현대전이라는 이름의 지옥. 

        

        그 광경을 바라보는 거의 모두가 진심을 담아 경의를 바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물론, 거의 모두라는 것은 경의 대신 다른 감정을 품는 사람도 있다는 소리였다.

        

        

        

       “…알립니다. 현재 지하에 설치되어있는 발전기에 폭발물이 설치되었고, 포톤 1의 탈출지점 도달까지 3분 30초가 남았습니다.”

        

       -확인. 머잖아 당신도 비슷한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 확실하게 눈여겨…이런 개같은 놈들이!

        

       “전투 중에 말하지 마십쇼! 큰일납니다!”

        

        

        

        라플란드.

        

        최근에 느닷없이 센트럴 파크를 반쯤 단독으로 위기에서 구해내며 이미지가 매우 좋아져버린 당사자.

        

        그 때문에 불과 얼마 전 스카우트 제의 비스무리한 것을 받아버린 그녀였고,  바로 그 때문에 속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과연 자신이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그렇거니와, 대거 팀이 필요로 하는 실력의 요구치가 높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순간에 삶과 죽음이 몇 번이고 교차하는데 어찌 스스로에 대해 불안감을 품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실수 한 번에 자신의, 그리고 남의 목숨이 걸려있는데.

        

        

        그것도 그렇거니와, 그녀는 총과 그리 친숙하지 못했다.

        

        

        

       ‘…그 유진이란 꼬맹이는 도대체 저걸 어떻게 저리 잘 따라갈 수 있는 거야…!?’

        

        

        

        갱스터마냥 학교에 가서 펜을 잡을 시간에 권총을 꼬나들고 갈기지도 않았다.

        

        군대와는 인연조차 없었다. 애시당초 총기라는 것을 제대로 만져본 적은 탈옥수가 되어 라이커 섬을 벗어났을 즈음이 처음이었다. 당장 근래 사격훈련을 받을 때도 오만가지 욕을 먹지 않았는가.

        

        그런데 아나콘다 꼬리를 달고 있는 주제에 순둥하게 생긴 꼬맹이가 총은 또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 다룬단 말인가. 듣자 하니 옛날에 군대를 다녀왔다고 하든데, 그게 말이나 되는가.

        

        세상에 참 별의별 일이 다 있었고,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그리고 이런 좁아터진 동네에서도 소문은 금방금방 퍼지기 마련이었다.

        

        

        

       “아주 고민이 많아보이시는구만, 우리 예비 오퍼레이터 씨.”

        

       “…놀리지 마십쇼, 거. 이런 걸 제가 어떻게 합니까! 전 작전관 할 겁니다!”

        

       “어련하시겠어.”

        

        

        

        선임작전관은 큭큭 웃으며 라플란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이어 덧붙였다.

        

        

        

       “잘 할 수 있을 거다. 너라면. 뭐든.”

        

       “…갑자기 또 왜 그러십니까.”

        

       “덕담을 해줘도 의심부터 하는구만, 이 자식은.”

        

        

        

        그는 열심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라플란드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말이다. 네가 작전관으로 남든 오퍼레이터가 되든,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지만, 괜히 어디 이상한 곳에서 나자빠져 죽지는 마라. 현장직은 목숨 내놓고 사는 게 일이니까.”

        

       “….”

        

       “조금 여유 생겼으니 한 말이다. 다시 집중해.”

        

       “…네.”

        

        

        

        어깨에서 손이 떨어지고, 선임작전관은 다시 되돌아갔다.

        

        그녀는 무심코 어루만져진 곳을 손으로 훑었다. 어깨에선 그새 담배냄새가 살짝 배어있었다.

        

        은은히 피어오르는 담배냄새를 맡은 라플란드가 중얼거렸다.

        

        

        

       “…에이씨.”

        

        

        

        하지만 어쩐지 그것이 싫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는 센트럴 파크의 일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총알이 날아들고 콩 볶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쩌면 라플란드는 가장 암컷타락이 빠를지도 모릅니다
    라고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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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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