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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4

    <714 – 불쌍한아이(14)>

     

    강하구나.

    2학년들의 연계를 보며 사디 초콜릿은 불과 사후 2년 사이에 아카데미가 변했음을 느꼈다.

    자신의 때에는 그토록 간단히 굴복시켰을 ‘전력 외’들이 전 학년사천왕들을 상대로 버티고 있다.

    심지어 가장 강한 아가인은 소멸까지 당했다.

    무기정비를 맡긴 이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최후도 아니다.

    진심으로 싸웠다.

    싸우고도, 수 싸움에 밀려서 패퇴했다.

     

    <오크노디를 돕고 싶어>

    <북부전선의 완전승리에는 오크노디가 필요해>

    <이 기회에 오크노디에게 빚을 갚아야 해>

     

    그런 학생들에게서 엿보이는 생각들.

    심리술사 사디 초콜릿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토록 강력한 충성심은 세뇌와 암시에 특화되었던 그 크루엘에게서나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은밀하게 그들의 마음을 충동질해 보려고 시도했다.

     

    “그렇게 둘 것 같나요?!”

    “두지 않아도 상관없어. 너도 알고 있잖니? 너의 흔들림은 나의 비틀림을 넘어설 수 없음을.”

     

    음파에 마법을 실어 온갖 상태이상을 날리는 만델라의 공격을 사디 초콜릿은 막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심리술사.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신체적, 마법적 재능이 극에 달한 실력자다.

    몸은 마음의 소리를 내비치는 입구.

    몸의 반응, 상태이상을 유발하는 감각기관의 제어는 심리술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생전에도 돌파한 먼 옛적의 경지였다.

     

    <균형상실 무효화>

    <안구통증 무효화>

    <알레르기 무효화>

    <통각증폭 무효화>

     

    아무리 많은 상태이상을 유발시키려 노력해도 무엇 하나 통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만델라는 오크노디로 인해 체험했던 대괴수 크라켄과의 대면의 순간을 떠올렸다.

    진정한 상태이상은 그런 것이다.

    모든 저항을 뚫고 영혼에 파고드는 공포.

    크라켄 피어.

    그때의 <울음소리>에 담긴 상태이상을 유발하는 작용기전이, 마나술식이 발현되었다.

     

    <만델라 카스테라 비전음공마법>

    <멸음>

     

    인공적으로 설치한 마나구조물 속에서 반사되고 증폭된 소리가 상대가 지닌 마나저항력을 뚫고 강제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한없이 정교한 구조는 언제나 오크노디가 펼치는 마나실드 구르기조차도 교본으로 삼았다.

    어디서나 펼칠 수 있는 마나실드를 벽으로 삼아 이동할 수 있다면, 어디서나 펼칠 수 있는 마나실드를 방음벽으로, 스피커로 삼아 특정공간 내에서만 증폭되는 위력을 발산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없다.

    부족한 것은 상상력.

    도전정신.

    성공할 때까지 새 길을 개척하는 집념뿐이니.

    후배가 보여준 마법의 가능성에서 깨달음을 얻은 만델라는 본래 이맘때의 자신이 얻을 경지보다 더한 저력을 발휘했다.

     

    <만델라 카스테라>

    <4단계 각인영역>

    <초음영역>

     

    모든 정신계 공격에 최강 수준의 내성을 자랑하는 사디 초콜릿의 귀에서 피가 흘렀다.

    범람하는 소음과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가청음파 너머의 영역에 존재하는 초음파가 강제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 순간, 그녀는 모든 생물체가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대괴수의 소리를 온전히 인지했다.

     

    죽음.

     

    이미 한 번 죽은 언데드조차 공포에 빠뜨릴 압도적인 폭력이 영혼을 강타했다.

     

    “오옷~홋홋호호호호~~~! 이것이 저 만델라 카스테라의 진심펀치 초음영역이와요! 학년최강자도, 막후의 지배자도 무엇 하나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을 최강이 되기 위한 힘이랍니다!”

    “후후.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귀엽게 구는구나. 하지만 아쉽겠어.”

     

    청력조차 소실되어 죽어 쓰려져야 마땅할 사디 초콜릿은, 놀랍게도 재해 수준의 음파공격을 한층 더 증폭한 상태로 홀로 받아내면서도 고개를 들었다.

     

    “몸의 고통은 곧 마음의 고통. 마음의 이해는 곧 몸의 이해. 너의 2년의 몸부림… 이제는 이해했단다.”

     

    만델라 카스테라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승리를 확신하던 여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시간으로 죽어가던 사디의 육체가 고통에 일그러지던 손발을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가식이나 연기 따위가 아니다.

    그녀는 술식이 신체를 파괴하는 원리를 이해했다.

    자신의 몸이 외치는 고통을 이해했다.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응책마저 이해했다.

     

    그 시점에서 승부는 끝났다.

     

    자신의 사후, 지난 2년 동안 성장한 그녀의 방해는 까다로웠지만 재능의 높이에서 보다 높은 경지에 올라선 사디는 2년의 경지를 단숨에 따라잡았다.

    만델라의 얼굴에 경악과 좌절, 패배감이 스치는 사이에 사디 초콜릿의 시선은 만델라에게서 멀어졌다.

     

    ‘어딜 보는 건가요. 그때도, 이번에도 당신의 상대는 눈앞에 있을 텐데. 어째서 그 눈은 항상 다른 이에게 향하냔 말이와요!!’

     

    2년 전, 그녀가 아닌 크루엘에게 제 모든 힘을 쏟아내었던 사디 초콜릿은 이번에도 만델라 대신 아가인을 몰아붙이던 학생들을 응시했다.

    그녀는 981기 2학년들의 마음에 자신의 속삭임을 담은 분령을 침투시켰다.

     

    <심리술사>

    <사디 초콜릿 비전 정신공격>

    <마음의 비틀림>

     

    상대가 지닌 욕망을 파악하고, 그 욕망을 이루려는 방법을 왜곡하여 망설임을 만들어 낸다.

    아무리 완벽한 기술이라도 작은 망설임이 생기면 균열이 생기고, 균열은 한 번 일어나면 점차 커지면서 종래에는 겉잡을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진다.

    주화입마.

    마력폭주.

    모든 무인과 마법사들의 공포나 다름없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심리공격!

    그 공격이 즈앙의 마음에도 파고들었다.

     

    -친구 따윈 필요 없어. 어차피 배신할 뿐인 존재니까.

    -약한 친구는 더욱 필요 없어. 멋대로 죽어버릴 뿐인 존재니까.

    -강하면서 배신하지 않을 친구 따위, 존재할 리가 없어. 그래… <오크노디>가 아니라면. 그런 친구는 존재하지 않겠지.

     

    단 한 명의 친구.

    암살자인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이해자.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티토소가와는 다른 진정한 친구.

     

    -그런 네가 왜 자꾸 약해지는 거야?

    -거악은 뭐고, 교수들은 또 뭔데 널 약하게 만드는 거냐고.

     

    그런 즈앙을 불안에 빠뜨리는 존재.

    약점을 찾았다면 왜곡은 더욱 쉽다.

     

    [너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단다. 거악이나 교수들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힘을 얻는다면 네 안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겠지.]

    -그 힘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데?

    [모든 친구를 지킬 필요는 없어.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포기하고 그들의 힘을 취한다면, 적어도 진정한 친구만큼은 지킬 수 있지 않겠니?]

     

    버려라.

    그리고 집중해라.

    오크노디가 아닌 나머지를 모두 포기하고, 그들의 힘을 빼앗아 오크노디를 지켜라.

    그리하면 너의 진정한 이해자는 살아남을 수 있다.

    하나뿐인 염원은 진정으로 유일한 하나가 되어 이루어질 것이다.

     

    <연결>

    <언변>

    <궤변>

    <필중>

    <왜곡>

    <동기화>

    <속임수>

    <사고침식>

    <인지저하>

    <평정파괴>

    <철벽파괴>

    <정신오염>

    <타락의 속삭임>

     

    굳게 걸어 잠긴 마음의 빗장을 강제로 들어 올리며 파헤치는 기능들.

    즈앙의 것이 아닌 목소리를 즈앙의 것처럼 속여 내면에서부터 확장하는 교활함.

    거짓된 속삭임이 내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비틀림은 시작된다.

     

    “언제 적 허튼 생각이야?”

    “?!”

     

    즈앙의 마음속에 물이 차올랐다.

    수많은 잡념을 집어삼킨 호수가 마음을 채웠다.

    침잠된 감정이 소용돌이에 빨려 내려갔다.

    배수구.

    이것은 마음의 배수구였다.

    자신의 약함, 흔들림을 비워내는 정신회복기술.

     

    <명경지수>

     

    깨끗한 거울과 고요한 물.

    생각과 마음이 맑고 깨끗함을 이르는 상태.

    정신과 영혼이 돌아가야 마땅한 회복 지점으로 복구되기 위해 모든 감정이 비워진다.

    원망도.

    좌절도.

    살의도.

    전부 씻겨내려간 자리에 다시금 물이 차오른다.

    무심無心.

    어떤 마음도 존재하지 않는 인위적인 평화.

    그 속에서 이질적으로 남아있는 사디 초콜릿의 분체가 드러났다.

    정체가 드러난 자객은 살아남을 수 없다.

     

    -죽어.

     

    찔렸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사디 초콜릿의 분체가 소멸하며 고통이 그녀의 본체에게 돌아갔다.

     

    “후. 후후후.”

     

    사디 초콜릿의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즈앙 혼자만의 극복이 아니었다.

    로지니의 화염이 잡념을 불살랐다.

    아이린의 냉정이 잡념을 얼려 짓밟았다.

    헤스티아의 의지가 잡념을 쥐어뜯어 팼다.

    티토소가의 광채가 잡념을 빛의 속도로 날렸다.

    981기의 모든 학생이.

    카타콤 6계층의 마지막 방.

    60층의 보스룸에 들어선 모두가 이겨냈다.

     

    980기 1학기.

    1년 반 전의 동기들은 그녀의 속삭임 앞에 굴복하거나 무너졌다.

    복종하는 자에게는 비틀림을 이어 붙여 제 뜻을 따를 때만 힘이 되돌아오도록 허락했고, 저항하는 자에게는 계속해서 비틀림을 확장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

    981기의 후배들은 달랐다.

    이들은 강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금껏 헤쳐나온 수라장의 깊이부터가 달랐다.

    온갖 지옥을, 자신의 나약함을, 가혹한 세상의 폭력을 마주하고도 자신을 잃거나 비틀지 않고도 나아갈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있다.

     

    “부럽네. 그 강함을 한 몸에 사로잡는 아이가.”

     

    사디 초콜릿은 깨달았다.

    만일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었다면, 분명 이렇게 생각했으리라고.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고 싶다고.

    분명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가장 충만한 순간이리라고.

    수많은 플레이어를 무너뜨리고,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조차 번번이 좌절시켰던 억까트리거는 그녀가 오크노디의 대적자여야 할 이유를 자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정한 대적자가 되기엔 부족했다.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오늘, 그녀는 틀림없이 죽는다.

     

    “인사는 잘 받았어. 그럼 우리 2학년들도 선배의 인사에 대한 답례를 돌려 드려야겠네.”

     

    즈앙이, 아이린이, 티토소가가, 로지니가.

    아가인을 쓰러뜨리고 손이 남는 모든 2학년이 사디 초콜릿의 재림을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성장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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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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