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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4

        

         

       표출되는 분노.

       너무나도 가볍게 행해지는 폭력.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기술은 점차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도록 발전해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만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손가락 하나만 깔짝 움직이면 죽어 나가는 목숨이라.

       이 얼마나 전능감이 넘치는 광경인가.

       옛적 신들만이 행할 수 있었을 기적은 이제는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다.

       무기를 들고 있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타앙-!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

       강선을 따라 회전하는 총탄.

       당연하다는 듯 즉사할만한 곳을 꿰뚫고 지나가는 한 줄기의 선.

         

       분노로 빚어낸 총탄은 자그마한 구멍으로 그림을 그린다.

       현실이라는 3차원 공간에 피어나는 핏물의 꽃.

       자그마한 입구와는 달리 주먹 하나도 너끈히 들어갈 출구는 그 내용물을 훤히 드러내고, 파편을 쏟아낸 뒤에는 꿀렁꿀렁 안의 내용물을 밖으로 토해내기 시작한다. 마치 역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토를 하기라도 하듯이, 그렇게라도 해서 속을 비우려는 것처럼.

         

       타타탕-!

       타타탕-!

         

       방아쇠를 당기고.

       총을 쏜다.

         

       분노는 전염되고, 옛적 보름달을 보고 미쳤던 괴물의 광기가 그들의 골수까지 치미기 시작한다.

         

       옛날 옛적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보고 저주받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러 인격을 가진 이들은 사악한 것에 씌었다고 하였고, 무언가를 보고 욕망을 참을 수 없는 이들은 귀신에 씌었다고 했다. 기형아들을 대상으로는 태어날 때부터 저주받았다거나 요정과 바꿔치기가 되었다고 하였고, 희소한 질병에 걸린 이들은 아예 다른 종족이라고 여겨지며 배척받았다.

         

       그리고 그중 늑대인간도 있었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게 물려버린 불행한 사람들.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에 잠식되어 감정이 요동치고, 목 근육이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움직이고, 침을 질질 흘리고 물을 두려워하게 되며, 마치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게 되어버리는 불쌍한 사람들.

         

       그들을 보고 사람들은 말했다.

       사악한 것에 씌었다.

       사악한 짐승에게 물려 저주받았다.

       짐승처럼 변하게 되었다.

       두 발로 거니는 사람을 닮은 짐승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에 점차 살이 붙는다.

       태어났을 때부터 털이 많았던 이들이 광견병에 걸리며 ‘두 발로 걷는 짐승 같은 형상’으로 굳어지고.

       난폭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일이 잦아지며 ‘피를 탐한다.’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가고.

       증상을 이기지 못하고 오밤중에 돌아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것을 보고 ‘달의 마력에 조종당한다.’라는 이야기가 더해지고.

       물을 보고 두려워하는 증상을 보고 ‘사악한 존재라서 성수를 두려워한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더해진다.

         

       그리하여 말하기를.

       그 저주받은 짐승은 사람과 늑대를 뒤섞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두 발로 걸어 다닐 수도 네발로 기어 다닐 수도 있으며.

       붉은 눈에 침을 질질 흘리며 달의 마력을 거부하지 아니하며.

       피를 탐하며 난폭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사람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존재라.

       그 사악한 존재는 저주받아 타락하고 말았으니 사람들이 말하기를 늑대인간.

       브리콜라카스(βρυκόλακας)라 하였느니라.

         

       사람들은 저주받았다고 여기는 그들을 기피했다.

       광견병에 걸린 이들, 선천적으로 털이 많은 이들,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 심지어 늑대와 닮은 이들까지. 사람들은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병을 저주라 여기며 두려워하고 배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포의 반대는 경외와 신앙이라.

       공포와 신앙은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

         

       두려워하는 것에는 숭고함이 깃들기 마련이니, 그것을 바라고 동경했던 이들 또한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 중에는 당연하게도 주술사들 또한 존재하였으니.

       그들은 사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괴물, 브리콜라카스의 힘의 파편이나마 이용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된 주술을 만들고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니.

         

       늑대인간처럼 변이하여 짐승의 힘을 사용하는 주술.

       달의 축복을 받아 재생력을 늘리는 주술.

       늑대의 탈을 뒤집어쓴 뒤 늑대인간을 흉내 내는 것으로 늑대의 냄새와 늑대의 울음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주술.

       광증에 걸린 사람의 피와 늑대의 피를 사용해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광증을 주입할 수 있는 주술.

       달 아래에서 하울링(howling)으로 늑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주술까지.

         

       수많은 주술이 탄생하였고, 사용되었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 중 박진성이 사용한 것은 유적에서 발견된 주술에- 아주 약간의 수정이 더해진 것이라.

         

       광견병에 걸린 이들의 감정을 약간이나마 조종할 수 있는 주술이라 하겠다.

         

       무얼.

       대단한 것은 아니다.

         

       광견병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주술이 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 그 후에 자루 안에 섞여 있던 마약성 물질과 마나(Mana) 에너지로 뇌척수막을 오염시키고 교란한 뒤 면역 체계를 망가뜨리고 오염 물질을 뇌로 침투시킨다.

       거기에 더해 자체적으로 마나(Mana)를 품고 있는 기생충 역시 침투시키는 것은 덤이고.

         

       메커니즘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주술은 소수의 강자보다는 다수의 약자를 상대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주술이다. 주술에 사용된 외부의 에너지-소량의 마나를 저항할 수 있는 능력자들의 경우에는 인지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자연스럽게 마나의 침투를 방어, 주술에 처음부터 걸리지 않을 것이고…. 면역력이 뛰어나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주술의 연결고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며 주술이 무산될 수도 있다.

       독이나 마약성 물질에 내성이 있다면 주술이 반쯤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크게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정신력이 뛰어나다면 주술에 걸린다고 할지라도 자기 자신을 관조하여 이상을 눈치채며 감정을 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나 빈틈이 많은 주술이다.

         

       하지만.

       약자를 상대로 하기에는 참으로 괜찮은 주술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적밖에 존재하지 않는 폐쇄적인 공간에 분란을 일으키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냥 단순히 기생충이나 마약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른…즉발 주술이었으니까.

         

       그것도 조건에 따라 전염까지 되는, 흔히 말하는 양민 학살용 주술.

         

       타타탕-!

         

       “아아아악! 아악! 아아악!”

         

       사람들의 눈이 붉게 변한다.

       침샘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기라도 한 것처럼 줄줄 흐르고, 혀를 씹은 것인지 이를 너무 꽉 물어서 잇몸이 상해서 나는 것인지 모를 핏물이 침에 섞여 연분홍빛이 되어 바닥을 물들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분을 이기지 못해 내지르는 포효가 섞여 나오고, 그 포효는 성대를 갈아버리고 폐부를 쥐어짜는 고통조차 잊게 만든다.

         

       “으아–!!! 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몸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이 갑갑하게 느껴진다.

       눈이 시뻘겋게 변하고, 얼굴에 뜨끈한 느낌이 든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느낌.

       간지럽다.

         

       벅.

       벅벅.

         

       그 간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손톱을 세워 얼굴을 세게 긁는다.

       그 후 손을 바라보면 새빨간 색.

       너무 세게 얼굴을 긁어 피부가 찢어진 것일까?

       손가락 끝이 헤지고 손톱이 뽑혀서 핏물이 줄줄 흐르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 피눈물이 흐른 것은 아닐까?

         

       “아아아악!”

         

       피범벅이 되어버린 얼굴로 그들은 포효한다.

       고통과 분노, 광기.

       그리고 자신이 바닥에 흘린 침에 대한 거부감과 꺼림칙함을 담아서.

         

       목이 덜덜덜 떨리고, 도저히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다.

         

       콰드득!

         

       그래서 물었다.

       총이 비어있는 것조차도 모른 채 방아쇠를 딸깍딸깍 당기는 정신 나간 놈을.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아니 근처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저 빌어먹을 피범벅이 되어버린 개자식을 물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끄아아아악!”

         

       끅.

       끄극.

         

       “켈륵! 커흑! 켁!”

         

       핏물이 기도를 넘어가 폐부를 찌른다.

       절로 기침이 나오고 괴롭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는 동시에도 뇌에 있는 하얀 실이.

       기생충이 어서 주위 사람들을 물고 죽이라고 명령하는 느낌이다.

       아니, 명령이 아니라 이건.

         

       “씨발! 이 좆-같은 빛을 좀 치워!”

         

       눈이 부시다고 빌어먹을 새끼들아!

       도대체 어디서 라이트를 쏴대고 있는 거야!

       눈깔에 이렇게 빛을 쏘아 보내면 안 된다는 상식조차 모르는 거야?!

       눈을 쳐 감아도 똑같이 보일 정도로 이렇게 거슬리는 빛을, 빛을.

       빛!

         

       “개새끼들아!”

         

       빛을 향해 달려간다.

       저 쏘아지는 빛을 끄고, 자기 눈에 빛을 쏜 빌어먹을 놈들을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한다!!!

         

         

         

        * * *

         

         

       쾅쾅쾅!

       쾅쾅쾅쾅!

       쾅쾅쾅쾅쾅!

         

       닫힌 셔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단단한 것으로 셔터를 후려치는 소리.

       두꺼운 철 덩어리를 때려서 부숴버리겠다는 의도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광기 어린 행동.

         

       “좀, 좀비…. 좀비.”

         

       벽면에 붙어있는 모니터에서는 철로 가로막힌 너머의 영상이 보인다.

         

       쾅쾅쾅쾅쾅!

         

       총?

       아니, 이제는 총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걸레짝이 되어버린 덩어리를 철문에 미친 듯이 휘두르는 사람들의 모습.

       눈이 시뻘겋게 변하고, 침을 질질 흘리고, 몸 곳곳에 상처를 입어서 피범벅이 되어버린 채로 철문을 연신 두들기는 저 미치광이들.

       사람이라기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좀비를 닮은 미친놈들의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

       그래, 불과 몇십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문에서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

       개중에는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얼굴이 익숙해진 사람들마저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문을 두들기고 있다.

         

       쾅쾅쾅쾅!

         

       [ 문 열어 개새끼들아-!!! ]

         

       [ 죽여버릴 거야! 문 안 열면 죽여버릴 거라고! ]

         

       딱딱한 껍질로 자기 몸을 보호하는 조개를 먹어 치우려는 포식자처럼.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철문을 깨려고 한다.

         

       그들을 죽여버리기 위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셨나요?
    몰래 찾아온 산타가 Ilham Senjaya님께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주었기를!
    이제는 며칠 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까지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내일 연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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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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