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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5

       

       

       대답을 들은 철지선이 잠시 침묵한다.

       

       긍정을 표했으니 뭐라도 반응이 오리라. 

       그리 판단하며 잠시 기다렸다.

       

       툭툭.

       

       손끝으로 탁상을 두들긴다. 

       과연 철지선은 뭐라 말을 물어올까.

       

       왜 그랬냐고 물어올까? 

       아니면 탈출시킬 계획은 있느냐고 물어올까.

       

       가만히 그걸 기다리고 있으니 이내 철지선이 입을 열었다.

       

       “…그랬어야 할 이유가 있어?”

       

       전자다. 

       계획보단 왜 그랬는지를 물어왔다.

       

       하물며 철지선의 성격이 보이는 대답이다.

       왜 그랬냐는 직설적인 물음보다 이 와중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형태였다.

       

       물론, 나와는 맞지 않는 화법이다.

       

       “이유라…. 필요하니까 했겠지.”

       

       “필요했다고?”

       

       “그래, 필요했어.”

       

       당덕은 꼭 맹에 잡혀야 했다. 

       

       마교(魔敎)의 이름으로 말이다.

       

       지금 즈음에 잡히면 시간상 알맞을 것이다. 

       거기에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한 일룡대주가 갔다면 더더욱이 좋겠지.

       

       “그럼, 구태여 나히 소저를 보낸 이유는 뭔데…?”

       

       철지선의 의문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알고서 한 말 아니었어?”

       

       저번에 나히를 호북으로 보냈다고 했을 때. 철지선은 내게 잔인하다는 듯 반응했었다.

       이는 어느 정도 눈치챘기에 한 반응이 아닐까 싶었건만.

       

       “말 그대로 예상이었을 뿐이야. 설마…. 이런 식일 줄은 몰랐지.”

       

       무언가 걱정된다는 듯 내뱉는 말에 살짝 귀를 기울였다.

       무슨 의도인가. 뒤에 이어질 말을 기다리기 위함이다.

       

       그러던 찰나.

       

       “아무리 그래도 동료를-.”

       

       “하하.”

       

       철지선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녀석이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이다.

       

       “지선아.”

       

       “…어?”

       

       “누가 동료야.”

       

       “…!”

       

       다소 서늘한 말에 철지선의 눈이 커진다.

       

       “…양천아…? 너….”

       

       “착각하지 마. 놈들은 동료가 아니야.”

       

       “그게 무슨.”

       

       “쓸데없이 정을 주지 말란 소리야. 봐봐. 정을 주고 미련을 두니 앞이 흐려지잖아.”

       

       말을 이어갈수록 철지선의 눈이 떨린다.

       그걸 보며 차를 한 모금 삼켰다.

       

       “네 목적 그리고 내 목적. 그게 맞닿아서 우린 같이 있는 거야.”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몇 없다. 

       철지선은 동료라 표할 수준은 되나.

       

       그마저 그뿐이다.

       

       “지선아.”

       

       “…”

       

       부름에 철지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게 불만이라면, 네가 완벽히 계획을 바꾸거나 놈을 구해서 데려와.”

       

       “…!”

       

       “할 수 없다면, 쓸모없는 정의감은 속에만 감춰놔. 지금 그런 건 아무짝에도 쓸데없으니까.”

       

       갈 곳은 명백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과 철지선의 목표가 다소 다를지언정.

       가는 길은 비슷하기에 녀석이 내 곁에 있는 것이다.

       

       “볼 것만 봐. 필요하니 써먹은 거야.”

       

       앞에 있던 마른 안주를 한 움큼 씹어 삼켰다.

       술도 없는데 잘도 넘어간다.

       

       “…”

       

       말을 들은 철지선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인지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뜻대로 가는 게 맞아.’

       

       철지선의 뜻이 어떻든.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어떻든. 오로지 내 뜻대로 가는 게 맞다.

       

       그래야.

       

       ‘책임도 나 홀로 질 수 있을 테니까.’

       

       꿀꺽.

       

       차를 마저 삼킨 다음 몸을 일으켰다.

       들을 얘기는 다 끝났고. 주변 소식도 얼추 파악했으니, 이젠 돌아갈 때였다.

       

       ‘미끼는 물었으니.’

       

       이젠 시간만을 기다리면 될 때다.

       

       “먼저 간다. 넌 황보가주에게 갔다 온다고 했지?”

       

       “어, 응….”

       

       “그래, 나중에 보자.”

       툭툭.

       

       움직이며 철지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서 걸음을 옮긴다.

       

       지나가 계단을 타고 내려갈 때까지.

       

       나는 철지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쳐다보지 않았다.

       

       

       

       

       ******************

       

       

       

       

       

       이틀이 흘렀다.

       

       이틀 차에 거친 첫 번째 본선.

       그게 끝난 직후 사흘이 흐른 것이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본선이 끝난 직후, 상태를 점검하며 피로도를 낮추기 위함.

       즉, 휴식 기간이었다는 뜻이다.

       

       뚜둑.

       

       몸을 가볍게 풀며 걸음을 옮겼다.

       

       ‘내상은 다 나았고.’

       

       큰 건 여전히 남아있긴 했으나. 

       가장 최근에 생긴 내상은 나았다.

       

       그거면 충분했다.

       

       휘이잉.

       

       느껴지는 바람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여름의 끝자락. 

       어느덧 바람엔 가을의 향기가 스며있었다.

       

       조금 있으면 단풍이 지겠지.

       

       ‘…’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내겐 마냥 달가운 일은 아니리라.

       

       ‘조급한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조급한 건가.

       

       맞다. 조급하다.

       어찌 조급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매일같이 흐르는 땀을 닦아내야 하는 삶이었다.

       

       ‘쉽지 않네.’

       

       스스로 선택한 삶이건만, 역시 갑갑함은 그대로구나.

       

       피식 웃었다. 

       웃기라도 해야 했다.

       

       “저기 봐….”

       

       “저들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정면을 쳐다봤다.

       여전히 인파가 많은 하남의 거리.

       

       본선이 시작되고 며칠이 흘렀건만, 벌써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섬월검이다…. 정말 소문대로 아름답군.”

       

       “사람이 어찌 저리 아름다울 수 있는 게지?”

       

       옆에 걷는 위설아.

       

       그녀를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비무가 실로 굉장했다지?”

       

       “우리 딸내미보다 어리게 생겼는데…. 정말 화경의 무인이란 말인가.”

       

       “검을 쓰는 것이, 마치 검존의 젊을 적을 보는 것 같다고들 하더이다.”

       

       신룡과의 비무. 그 여파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안 그래도 얼굴 탓에 시선이 모여들었었는데. 이젠 그 안에 미세한 동경까지 섞여버렸다.

       

       “아쉬워…. 더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위설아의 탈락을 아쉽다 보는 이들도 있었고.

       

       “어쩌겠소. 상대가 상대였거늘. 그 소림의 신룡이었지 않소.”

       

       신룡의 위상에 제대로 각인된 이들도 생겼다.

       

       ‘쯧….’

       

       속으로 혀를 짧게 찼다.

       

       이러면 딱 소림이 바라는 대로 된 꼴이다.

       

       ‘너무 열심히 해서 생긴 문제인가.’

       

       검존의 후인은 강했다. 

       그것도 어마어마할 만큼.

       

       하지만.

       

       ‘신룡이 더 강했지.’

       

       그 탓에 소림이 바라던 그림보다 더 잘 된 상태가 됐다.

       신룡의 위상은 지금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봐도 미친놈이었으니까.’

       

       위설아나 남궁비아를 보며 가끔 떠올리던 말이 있다.

       

       저 둘은 아름다움을 인간의 형태로 만든 것 같다고.

       종종 속으로 그리 생각하곤 했었는데.

       

       이를 볼 때 신룡은 재능의 형상화였다.

       

       ‘재능을 인간의 모습으로 만든 느낌.’

       

       영풍이나 우혁.

       

       ‘그놈들을 볼 때도 얼핏 느껴지던 감각이지만, 그놈은 심해도 너무 심했지.’

       

       단순한 화경도 아니고 심상의 영역이다.

       녀석이 쓰던 무공. 황아강람.

        

       그걸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내 성창이랑 원리가 비슷해.’

       

       기운을 두르는 과정에서 흐트러지지 않게 심상으로 부여잡는다.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올 난이도였다.

       

       ‘그 꼴이니 아무나 못 쓰는 거지.’

       

       지금 소림에서 그걸 쓸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있을까.

       

       못해도 화경은 되어야 쓸 수 있는 무공이니, 손가락으로 세어도 다섯은 안 넘을 터다.

       

       ‘그런 난이도의 무공을 약관의 무인이 썼다.’

       

       그러니 이런 열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그래,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나도 별 행동을 안 하는 것이었다.

       

       ‘합당한 수준이었으니까.’

       

       전생과는 다른 모습.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시대의 신룡은 벽을 넘고도 한참 넘었다.

       

       ‘영풍이랑 비슷한 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물안의 개구리던 영풍.

       그놈이 그랬듯 신룡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건만.

       

       ‘뭘까.’

       

       대체 어떻게 벗어난 거지.

       

       ‘목표로 할 만한 인물이 있었나?’

       

       오만함을 가지지 못하게끔 할 존재. 그런 이가 소림에 또 있었으려나.

       의문이 떠오르지만, 잘 모를 일이었다.

       

       와중에 걸어갈수록 귓가에 말은 더 많이 들려온다.

       

       “섬월검 옆에는…. 그 여인 아니오? 당문의 독봉이라던.”

       

       위설아 옆엔 당소열이 있었고. 당소열에 관한 얘기도 들려왔다.

       

       참고로 위설아가 별호가 생겼듯 당소열은 별호가 바뀌었다.

       

       그 별호는 바로.

       

       “어허. 독봉이라니. 언제적 얘길 하고 그러시오.”

       

       “맞아. 이젠 독봉이아니라….”

       

       “독권(毒拳)이잖소.”

       

       뿌득.

       

       들려온 말에 어디선가 이를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당소열에게서였다.

       

       “…독권이라니…저게…. 저게 말이 되냐구.”

       

       무언가 한참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그래봤자 착하게 생긴 외형인지라 위협적이진 않았다.

       

       “설아는 섬월검이니…. 예쁜 걸 붙여줘 놓고. 나는 왜…!”

       

       “애초에 독이 붙으면 대부분 안 예뻐.”

       

       “그러니까요!”

       

       위로 같지도 않은 내 말에 당소열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비무에서 독을 쓰지도 않았는데. 왜 독이 붙냐구요….”

       

       “그건 너희 집에 따져야지.”

       

       당문이 아무리 망했다지만, 당문은 당문.

       독에 관해선 가장 유명한 세가였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일부러…. 독은 쓰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

       

       일부러라니…?

       

       ‘…설마 별호가 바뀔 걸 예상하고 그런 건가?’

       

       아닐 것이다. 

       설령 그랬다면 적어도 주먹으로 유탄검을 작살 내면 안 됐다.

       

       “주먹으로 그렇게 아작을 내놨으니…. 별호가 예쁘게 붙겠냐고.”

       

       “…아니, 하지만…. 그 인간이 그렇게 약할 줄은 몰랐단 말이에요.”

       

       세상 평온한 표정으로 무서운 말을 한다.

       

       백대고수가 순식간에 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독권이라….’

       

       안 그래도 작은 체구에 귀엽게 생긴 외형.

       그 상태로 별호로 알려진 게 하필 독권이었다.

       

       진짜 안 어울린다. 

       절로 그런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근데 어쩌겠어.’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것을.

       

       한 번 알려진 별호는 왠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바꾸기 위해선 큰 사고를 치든 뭔가 하나를 꼭 보여주어야 했다.

       

       ‘이번 위설아나 당소열처럼 말이야.’

       

       독권. 

       

       그걸 받은 당소열은 아득바득 불만을 표하고 있었고.

       위설아는….

       

       “공자님. 약과 드실래요? 맛있어요…!”

       

       “…고마워.”

       

       별생각이 없어 보인다.

       별호가 생겼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달까.

       

       당장 비무에서 졌을 때도 그렇고. 패배의 아쉬움도 안 느껴지고 평소보다 살짝 해맑아보기이까지 했다.

       

       남궁비아때도 그랬지만, 위설아도 비슷한 느낌인 모양이다.

       

       ‘하긴, 전생 때도 그랬으니까.’

       

       전생에 사파 토벌 작전에서 큰 성과를 거둔 직후.

       위설아는 검존의 제자이자 손녀임이 밝혀지며 소검성이란 이름을 받게 됐었으나.

       

       당시 소검성은 인상을 찡그리며 되레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무겁다고 그랬던가.’

       

       생긴 별호가 너무나 무겁다고.

       그래서 그랬다고. 언젠가 들은 말이었다.

       

       ‘그럼, 지금은 가벼운 걸까.’

       

       소검성에 비하면 섬월검은 가벼운 느낌이긴 했다.

       

       그래서 별생각이 없는 건가.

       

       ‘…그렇다면 다행이고.’

       

       전생에 짓던 표정이 없다. 그거면 됐다.

       

       툭.

       

       “응? 공자님?”

       

       별말 없이 위설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위설아가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지만, 무시하고 냅다 만졌다.

       

       “으응?”

       

       좀 거칠게 만지고 있건만, 머릿결이 하도 부드러워 잘 엉키지도 않는다.

       

       “…공자님.”

       

       그 모습에 아래서 어두운 목소리가 들렸다.

       당소열이다.

       

       “…왜…. 설아만 만지시는 거죠?”

       

       “…음?”

       

       뭐라고?

       “혹시…. 섬월검이라 만지시는 건가요? 그에 비해 저는…. 둔탁하고 어둡고 묵직한 아저씨 같은 독권이라 만지지 않으시는 건가요?”

       

       “…”

       

       뭐지 이 피해망상은.

       듣자마자 갑갑해지는 말이었다.

       

       “내가…. 내가 독권이라…! 윽!”

       

       더 심해지기 전에 당소열의 머리도 쓰다듬었다. 

       그제야 당소열도 조용해진다.

       

       양손으로 전부 쓰다듬으며 걷는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싶었는데.

       

       “…저것 봐…소염라야….”

       

       이번엔 날 보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염라가 독권과 섬월검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진짜였군.”

       

       “호색한이라더니…. 그다지 잘생긴 것 같진 않은데. 어째서?”

       

       “듣기로는 남궁가의 검무희와는 약혼관계라 하더이다.”

       

       “뭐…? 안휘제일미라는 그 검무희 말인가?”

       

       “근데도 여인을 저렇게….”

       

       “쓰레기군.”

       

       “쓰레기야.”

       

       “쓰레기가 맞지. 아마 재활용도 안 될 걸세.”

       

       …시발.

       

       말만 들어도 두통이 온 것 같다.

       어째서 나만 저딴 소문이 퍼지는 거지.

       

       ‘나름 괜찮게 했던 것 같은데?’

       

       풍림 아저씨랑 비무도 제대로 했고 은연중 소문이 퍼지던 것도 확인했건만.

       

       왜 내 얘기는 저런 것밖에 없는 거지?

       ‘내가 대체 왜 호색한인데.’

       

       뭐라도 하고 다녔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빌어먹을.

       

       “헉…. 우리 얘기를 들었나?”

       

       “휴, 흉악한 얼굴이야.”

       

       “저것이…. 사파를 산채로 태워 죽였다는 소염라….”

       

       “…”

       

       부디 저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사파인만 태워 죽이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후우….”

       

       “괜찮으세요 공자님?”

       

       “괜찮아.”

       

       잠깐 살생을 저지를 뻔했지만, 다행히 참아냈다.

       

       대뜸 길거리에서 사람을 죽일 순 없지.

       몰래면 몰라도 말이야.

       

       아득바득 참아내곤 계속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당연히 무림맹.

       

       “세 분 모두 신분 확인했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입구에서부터 확인절차를 끝내고 걸음을 내디딘다.

       안에는 첫날보단 한적한 인원이 모여 있었다.

       

       ‘반이군.’

       

       정확히는 반보단 좀 못한 정도.

       

       이틀 동안 상처가 짙어 포기하거나 기력이 딸려 기권을 한 이들도 있을 테니.

       딱 반은 아닐 것이었다.

       

       ‘그럼 부전승도 나오려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숫자가 애매하면 필히 나올 일이었으니까.

       

       그때.

       

       “어.”

       

       저 멀리 우리를 향해 누군가 손을 흔든다.

       

       패존이었다.

       

       “여기다.”

       

       패존 옆에는 어딘가 지친듯한 성율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웃음을 흘려야 했다.

       

       “두 사람이 있으니, 참 묘한 그림이네요.”

       

       “흥.”

       

       오늘로써 삼차 본선.

       

       일 일 차와 이 일 차 본선에서 사람을 걸러 내고.

       이틀간 또 걸러 낸다.

       

       그렇게 몇 번을 거치면 준결승을 시작할 것이었다.

       

       ‘질리도록 싸우겠네.’

       

       상상만 해도 지친다. 

       적당히 넘어가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놈들은 열기에 꽉 차 있을 텐데 말이야.’

       

       나도 참 별난 놈이다 싶다. 

       무인이라면서 비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야.

       

       시큰둥하게 주변을 보고 있을 즈음.

       

       “오늘 참가도 안 하는 놈이 뭣 하러 온 게냐.”

       

       어깨를 살짝 풀던 패존이 내게 물어왔다.

       

       맞다. 

       

       나는 오늘 참가하지 않는다.

       듣기로 내일 일정이라 들었다. 

       

       그럼에도 구태여 온 이유는.

       

       “딱히 어르…비 공자 때문은 아닙니다만.”

       

       당소열과 위설아가 나가고 싶다고도 했고.

       성율 놈이 참가한다기에 한 번 와본 것이다.

       

       그러니 겸사겸사 보러 온 것이지.

       

       그런 입장에서 성율을 쳐다보는데.

       성율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야, 넌 왜 그러고 있-.”

       

       말을 뱉다가 성율이 쳐다보는 방향을 확인했다.

       

       그쪽엔 몇몇 무인들…아니, 문인들이 모여 있었는데.

       

       나는 그들이 입은 옷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얀색에 바람결 모양의 자수가 그려진 도복.

       몇 년 전. 지금은 죽은 청해일검이 입고 있었던 옷과 같았다.

       

       이 말인즉슨.

       

       ‘흐음.’

       

       저들이 성율이 원래 속해 있었을 곤륜파의 인물들이란 뜻이다.

       

       그들을 살피다 고개를 들었다.

       금일 벌어질 비무의 대진표가 적혀 있을 판 쪽이었다.

       

       “…”

       

       조용히 하나하나 살피고 있는데.

       눈에 띄는 글귀가 몇몇 보인다.

       

       광주진가 진임석 대. 곤륜파의 조천.

       

       ‘왜 이 지랄인가 했더니만.’

       

       진임석은 내가 만들어준 성율의 가짜 신분인데.

       그런 진임석의 상대가 곤륜파였다.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라 해야 하나.

       

       ‘저번에 별일 없었다고 말하더니만, 개뿔이.’

       

       성율의 표정이 안 좋길래 무슨 일 있냐 물어봤더니.

       녀석은 아무일도 없었다며 시치미를 뗐었다.

       

       근데 지금 반응을 보니 뭔가 일이 있긴 했던 모양.

       

       ‘쯧쯧.’

       

       그러게 미리 말했으면 뭐라도 해줬을 텐데.

       하여튼 마음에 안 들었다.

       

       ‘심지어…. 성율이 놈 문제만이 아닌 것 같은데?’

       

       성율과 곤륜파 문인이 붙는다. 

       그건 뭐 알아서 하라고 치더라도, 나는 성율의 대진표보다 한참 아래 있는 글이 신경 쓰였다.

       

       바로 패존의 상대였는데.

       

       하북팽가 팽저우 대. 서안비가 비의진.

       

       “…”

       

       패존의 상대는 무려 도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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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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