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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5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욕망.

       몸에 흐르는 광견병 바이러스.

       분노에 미친 광전사를 만들고 있는 마나(Mana).

       뇌를 헤집으면서 숙주를 거침없이 소모하게 하는 기생충.

         

       쾅쾅쾅쾅!

         

       문을 두들기는 저들의 손끝에 흩날리는 핏물은 과연 어떠한 감정을 품고 있는가?

       상실되는 육체와 분노에 물들어가는 영혼은 과연 저 핏물과 같은 색을 품고 있을 것인가?

         

       저들은 두들긴다.

       조개 껍질 안에 있을 부드럽고 달콤한 속살을 탐하기 위하여.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바짝 겁을 먹은 겁쟁이들을 먹어 치우기 위하여.

         

       그리고 그 분노와 공포가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바스락.

         

       그것은 흐른다.

         

       바스락.

       바스락바스락.

       바스락바스락바스락바스락바스락바스락.

         

       얼핏 들으면 종잇조각이 사부작대는 것만 같은 소리.

       하지만 그 실체는…. 어지간히 비위가 좋지 않은 이상에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가 힘든 ‘역겨운 것’이었다.

         

       실지렁이.

       지네.

       노래기.

       개미.

       바퀴벌레.

         

       사람들이 해충이라 일컫는 곤충들.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이 본다면 비명을 꽥꽥 지르면서 그릇으로 덮거나, 살충제를 한 통 전부를 다 써가면서까지 발작하면서 죽이려 하는 징그러운 벌레들. 다리가 여럿 달려있거나 아예 안 달린,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혐오감이 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들.

         

       그것들이 줄을 지어 이동한다.

       환풍구와 하수구.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필히 만들 수밖에 없는 두 구멍을 통해서.

         

       바스락.

         

       보통이었다면 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이상함을 느끼기라도 했으련만.

       혹은 해충을 막아주는 시스템이 맹렬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이상함을 눈치라도 챘으련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 연구소에 있는 이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쾅쾅-!

       쾅쾅쾅-!

         

       환풍구와 하수구까지 느껴지는 진동.

         

       눈이 시뻘게진 채 돌아버린 이들이 내는 소음에 집중하기에 바쁠 테니까.

         

       덜컹.

       덜컹.

       덜컹.

         

       벌레의 무리가 떼로 모여서 환풍 장치를 망가뜨리고.

       벌레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강력한 힘을 발휘해서 센서를 망가뜨리고.

       벌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쳐놓은 철망을 가볍게 뚫고.

       필요하다면 마치 하나의 무리라도 된 것처럼 서로 단단하게 뭉치고 압축해서 공과 같은 형상이 되어 구르거나 어딘가에 부딪히기도 하며.

         

       그렇게 벌레의 무리는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덜컹.

         

       사람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소리와 함께 말이다.

         

       덜컹.

       덜컹.

       덜컹.

         

       커다란 쥐가 튀어나오려 하는 것 같은 소리.

       고요한 곳에서 있는 사람에게는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는 소리다.

         

       그리고 그 소리가 끝난 뒤에 수많은 벌레가 튀어나온다면.

         

       “히이익!”

         

       비명을 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 벌레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대신 한 곳에 뭉치고, 그렇게 뭉치면서 사람의 팔 같은 형상으로 변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면서 책상을 터억 붙잡고는 뒤로는 텅 비어버린 팔꿈치 부위를 하늘 높이 치켜든다.

         

       그리곤 팔꿈치 뒤편에 피어오르는 연기와 같은 것.

       날개달린 벌레들이 몰려들면서 만들어진 어슴푸레한 검은 연기가 여러 개의 선을 그리면서 허공에서 요동친다. 그러고는 압축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각각의 선이 선명하고 굵게 변하고, 이윽고 반질거리는 형태로 변한다.

         

       꿈틀.

         

       핑크빛의 색상.

       벌레가 토해낸 것으로 추정되는 끈적한 점액.

       뼈가 없이 근육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촉수.

         

       수많은 촉수를 넘실거리는 잘린 팔이라.

         

       보기만 해도 역겨움을 부르는 형상이었다.

         

       “도, 도망. 아니. 아….”

         

       그렇기에 갑자기 나타난 기괴한 무언가를 본 연구원들도 도망을 치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것은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 없으니까.

       좋게 보아도 생체실험 연구소에서 탈출한 괴물이나 크리쳐같은 것이고,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리 통을 생각한다면…. 사람의 몸에 기생해서 좀비처럼 만드는 외계의 생명체일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기기괴괴한 소환수이거나, 마녀가 위치크래프트로 만들어낸 괴물이거나 연금술로 탄생한 기괴한 생체 골렘일 수도 있다. 역겨운 모습을 본다면 악령이나 악귀일 가능성도 충만했고.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저것은 결코 이득이 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 징그러운 무언가가 헌 이빨 가져가고 새 이빨 가져다주는 이빨 요정이라거나, 크리스마스에 커다란 선물상자를 놓고 사라질 산타클로스 같은 사람에게 이로운 존재라고 믿는 멍청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그렇기에 도망을 치려고 했는데.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 거야…?”

         

       문제는 그것이다.

         

       도망을 쳐야 하는데.

       도망을 칠 곳이 없다는 것.

         

        – 쾅쾅쾅쾅쾅쾅!

         

       모니터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철문을 두들기는 소리.

         

        – 아아아악! 미, 미친! 감, 감염됐어! 이 새끼 감염됐다고!

        – 으아! 놔! 놔아아! 왜 나를 깨물고 있어! 놓으라고-!

         

       바깥에 있는 좀비들처럼 눈이 시뻘게진 채 동료 연구원의 팔을 깨물고 있는….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원.

         

        –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비상탈출구에 잠복한 채 밖으로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죽이려 하는 감염자.

         

        – 제압용 가스, 제압용 가스가 뿌려졌는, 는데! 왜 멀쩡한 거야. 왜…. 흑.

         

       제압용 가스를 뿌렸음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자 절망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보안팀 직원.

         

        – 흐으윽, 흐으으. 흐흐.

         

       소방용 도끼를 들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좀비 같은 미치광이들.

         

       모니터에 비치는 어느 곳을 보아도 안전한 곳은 없었다.

       아니, 안전한 곳이 있기는 할 것이다.

       소장실에 설치되어 있는 쉘터나, 간부용으로 마련된 안전 캡슐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연구실에 있는 이들과는 먼 이야기.

       위치도 간부들만이 알고 있으니 찾아갈 수도 없고….

       아니, 애초에.

         

       꿈틀꿈틀.

         

       이 연구실을 빠져나갈 수조차 없다.

         

       “신이시여….”

         

       보아라.

       저 촉수들의 무리를.

         

       어린아이의 몸을 토막을 내서 사방으로 흩뿌리고, 거기서 촉수를 배양해서 자라나게 한 것 같은 악몽과도 같은 풍경. 팔은 책상을 붙잡고 팔꿈치를 높이 치켜들고 촉수를 넘실넘실 춤을 추게 하고, 토막 난 몸통은 잘린 단면 단면마다 촉수를 잔뜩 뽑아내면서 심해에서나 볼법한 기괴한 생명체라도 되는 것처럼 사방을 누빈다.

       발은 무릎 위쪽으로 촉수를 넘실넘실 움직이면서 문 쪽에 자리잡고는 말미잘이라도 되는 것처럼 촉수를 너울거리고, 내장으로 보이는 부위는 마치 끈벌레라도 되는 것처럼 하얀 점액질로 만들어진 그물 같은 것을 퍼뜨리며 연구실을 물들인다.

         

       악몽.

       악몽 같은 모습이다.

         

       아니, 정말로 꿈이 아닐까?

       이런 광경이 꿈이 아니라면?

       이게 정말로 현실이 맞단 말인가?

       이 기괴하고 끔찍한 광경이?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이 광경이 정말로 현실이란 말인가?

         

       현실.

       현실일 리가.

       현실.

         

       꿈틀.

         

       촉수가 움직인다.

       탈출구를 막고, 연구실 곳곳에 제 몸을 흩뿌리기를 끝마친 저 기괴한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분홍빛 촉수를 꿈틀대며 뻗어 몸을 휘감는다.

       끈끈한 점액질의 감촉.

       뜨끈하면서도 따가운…. 산성으로 추정되는 점액질을 몸에 바르고는 단단하게 옭아맨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쩌억.

         

       아.

       촉수의 끝이 벌어지고, 뱀의 입과 같은 것이 가까워진다.

         

       “사, 살….”

         

       현실.

       현실이다.

       이건 악몽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머뭇거리지 말고 도망을 쳤어야-

         

       콰드득.

         

         

         

        * * *

         

         

         

       “신앙 아래 인간은 발전하였으나 동시에 그 신앙은 한계가 되어 사람들이 발전하는 것을 막아세웠다. 우리는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포근한 신의 품 안에서 계속해서 알 속에서 남아있을 것인지, 신의 품에서 벗어나 야생으로 향하기 위하여 껍질을 깨부숴야 할지. 우리는 알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야 하며, 그것은 금기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꺼리는 것이니. 회원들이여,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회원들이여. 우리는 결코 망설여서는 안 된다. 알 속이 포근하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만 지내면 썩어 문드러지며 죽어 나가는 것처럼, 진정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알을 깨고 위험천만한 것들이 가득한 야생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것처럼 우리는 금기를 넘어서고 신앙을 이겨내며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연구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의식이 있는 존재는 남지 않았다.

         

       촉수의 무리가 사람들을 집어삼켰으니까.

       마치 식충식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혹은 이빨이 없는 뱀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들은 한껏 몸을 부풀린 뒤 사람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몸집이 작은 사람에서부터- 몸집이 큰 사람은 몸의 뼈마디를 부숴서 강제로 크기를 맞춰서라도 전부.

         

       “다리가 없는 것에서부터 다리가 많은 것까지. 날개가 없는 것에서부터 날개가 있는 것까지. 비늘이 있는 것에서부터 비늘이 없는 것에 이르기까지. 영혼이 없는 식물과 동물, 영혼이 존재하는 인간. 세상 곳곳 어디에서나 널려있는 미물들. 더러운 오물, 그림자, 흙더미, 썩은 나무에서 태어나는 벌레와 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두 그것을 탐구하고 또 탐구하여 나아갈지니 신앙을 벗어나 우리는 마땅히 자기 발로 세상에 서서 생명을 탐구할 것을 맹세하니라.”

         

       당연하게도 촉수에 삼켜진 이들은 정신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뼈가 부서진 이들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산 채로 잡아먹힌다는 공포에 질려서. 그리고 아주 드물게 담대한 이들은 촉수의 내부에 퍼져있는 마약성 가스에 취해버린 채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홀로 남은 공간.

       그곳에서 토막 나 있던 몸이 합체하기 시작했다.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해되는 몸체.

       촉수를 남긴 채 다시 미물들로 분해된 몸은 중간으로 모였고,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순식간에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토막 나 있을 적과 같은 어린아이의 형상.

       다만 수많은 눈알과 입 하나만 딱 붙어있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한 어린아이의 형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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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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