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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5

       

        

        

        

        

        

        

        

        

        

       -당소 포톤 1, 알파 3 및 변이자 두 분을 제외한 알파 1, 2를 옥상에서 확인. 탈출까지 57초 남았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나오십시오!

        

       “빌어먹을, 노력하고 있-크윽!”

        

        

        

        쿠구궁!

        

        200kg를 가뿐히 넘는 신체와 70kg이 넘는 장비들을 합쳐 300kg에 육박하는 몸뚱아리가 사이보그의 주먹 한 방에 허공을 날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간 로건이 MRI룸의 문에 부딪혔다.

        

        두꺼운 납 플레이트가 덧대어진 문이 말 그대로 종잇장처럼 구겨지지만, 로건은 인상을 쓴 채 몸을 빠르게 옆으로 굴렸다. 그 순간 새파랗게 달아오른 맨티스 블레이드가 센티미터 단위 두께의 납 문을 관통했다.

        

        불길한 소리와 함께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틀어박히고, 그것이 완력에 의해 아래로 당겨진 순간, 타오르는 문 사이로 녹은 납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고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나 뭐가 됐든, 로건은 자신을 죽이는 데 실패한 적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너도 맞아보라고, 이 새끼야…!”

        

       “컥!”

        

        

        

        콰아앙!

        

        사람을 걷어찼을 때 나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불쾌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로건은 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적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 순간 볼복스의 몸뚱아리가 기역자로 꺾였고, 족히 5m 이상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상당한 손상을 입은 사이보그가 바닥에 나자빠진 사이, 로렌티나가 로건의 손을 잡고 끌어올렸다.

        

        크게 날아가 문을 부숴버린 탓에 등이 욱신거렸고,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뜨끈한 액체가 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로건은 그것이 피라는 사실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보이는 로렌티나의 몰골 역시도 그닥 좋지는 않았다.

        

        

        

       “일어나요, 빌어먹을. 여기서 입원 좀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의료보험 들어놓은 것도 싸그리 사라졌다고, 망할. 돈도 없이 무상으로 싸우고 있는데 지갑에 빵꾸까지 나게 생겼구만.”

        

       “…크, 후우. 나 빼고 무슨 대화를 그렇게 재미나게 나누시나!”

        

       “옆에서 얼쩡대지 말고 빨리 오시죠. 시간이 얼마 없거든요.”

        

        

        

        수송기 착륙까지 남은 시간은 33초.

        

        로건은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내뱉으며 날이 나가버린 도끼를 바닥에 던져버렸고, 과거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와 동시에 주먹 위에 육각형 홀로그램 스파이크가 형성되었다.

        

        그것을 본 로렌티나는 오른쪽 허벅지에 달려있는 점착폭탄에 새로운 폭탄을 끼워넣었다. 격발 즉시 3천 도 가량의 화염을 분출하는 종류의 물건이었다.

        

        한 손에는 택티컬 나이프를 든 채, 로건을 바라보던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또 주먹인가요?”

        

       “도끼도 나갔고, 남은 건 이거 하나 뿐이지. 목을 뽑아주마.”

        

       “대단하신 분들 납셨구만. 어디 한 번 해보라고.”

        

        

        

        철컹!

        

        그리고 그 순간, 적은 마치 순간이동하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순간적으로 움직인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에 사라졌다는 착각을 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에게만 적용되는 소리였다. 소수점 이하로 세야만 하는 찰나의 순간 대거 팀의 눈동자는 볼복스의 이동 궤적을 정확하게 읽어내었고, 접근을 대비했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 사라져있는 사이보그. 그러나 공기의 흔들림과 칼날에서부터 뻗어나오는 열은 때로는 시각 정보보다도 훨씬 정확했고, 두 명은 인간을 진즉 초월한 육감으로 적 위치를 확인했다.

        

        적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와주죠. 한 번에 끝내야 할 거예요.”

        

        

        

        로건은 대답하지 않았고, 적의 궤적은 직선으로 변했다.

        

        상어는 공격루트를 가늠했고, 사이보그는 자신만만한 말과는 다르게 숨조차 쉬지 않고 정면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으며, 바로 그 덕분에 두 명은 어느 타이밍에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수많은 상황이 교차했다.

        

        

        

       ───콰지직!

        

        

        

        상어의 손에 역수로 잡힌 택티컬 나이프가 허공을 가르며 휘둘러진 순간 기이한 소음이 터져나왔다.

        

        로렌티나는 마치 사마귀처럼, 혹은 화살처럼 쏘아진 볼복스의 궤적을 처음부터 전부 읽고 있었고, 정확한 타이밍에 휘둘러진 칼날은 사이보그의 왼쪽 팔꿈치에 틀어박혔다.

        

        왼쪽 맨티스 블레이드의 궤적이 즉각적으로 틀어진 순간, 로건은 오른쪽 맨티스 블레이드를 왼손으로 쳐내고는 오른손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홀로그램이 선명하게 빛났고, 그녀의 주먹은 복부로 향하고 있었다.

        

        

        로건의 오른손이 볼복스의 배에 틀어박힌 순간, 엄청난 굉음이 터져나왔다.

        

        

        

       “흐아악…!”

        

        

        

        쿠우웅!

        

        끔찍한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볼복스는 마치 물리법칙을 완벽히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달려든 속도 그대로 진행방향만 반대로 바뀐 것이었다.

        

        복부가 완전히 함몰된 볼복스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기역자를 그리며 반대쪽으로 튕겨나갔지만, 아쉽게도 그건 그에게 주어진 운명의 끝이 아니었다.

        

        

        아직 ‘그나마’ 멀쩡한 시각 기능으로 자신이 반대편으로 튕겨나갔음을, 그리고 신체 전반에 엄청난 대미지를 입었음을 알게 된 볼복스는 로렌티나의 오른손에 들린 ‘무언가’가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자신이 날아가는 속도보다도 훨씬 빠르게 날아와, 가슴팍에 틀어박혔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쿵. 볼복스의 짧은 비행은 막다른 벽면에 부딪히며 끝이 났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누군가에겐 시작일 뿐이었다.

        

        화염이 터져나왔다.

        

        

        

       ───파지직!

        

        

        

       “크하아악…!”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슴이 불타고 있었다.

        

        단순히 불이 붙은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가슴에서 화염이 치솟아올랐다. 흉부에 안착한 점착소이탄이 그 자리에서 격발한 순간 상체가 통째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사람이었다면 가슴팍에서 불꽃이 터져나온 순간 사망했을 것이었지만, 사이보그는 그것만으로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곧 죽을 것이었다. 눈 앞이 통째로 불꽃으로 메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말했지, 목을 뽑아버리겠다고.”

        

        

        

        콱!

        

        화염을 뚫고 나타난 팔이 볼복스의 목을 틀어잡은 순간, 그는 몸에 투여된 치사량을 한참 넘은 강화제로도 막을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사이보그의 기계 눈동자 위에 화염, 그리고 백색의 머리카락과 투명한 하늘색의 눈동자가 잡혔다. 그리고 그 순간 목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압박이 느껴졌다.

        

        고무보다 두꺼운 피부가 악력만으로 찢어지고, 합금으로 덧씌워진 척추뼈가 말 그대로 수수깡처럼 부러졌으며, 그 상태 그대로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검은 액체와 선혈이 섞인 기괴한 액체가 목에서부터 분수처럼 치솟는 사이, 볼복스는 삶의 마지막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짐승같은 로건의 치열을 목격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포톤 1, 건물 옥상에 착륙했습니다! 백린 연막이 없어서 오래 시간을 끌었다가는 못 빠져나갈 겁니다! 빨리 올라오십쇼! 건물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좋아. 선물 하나를 들고 가지. 20초 안에 가겠다.”

        

        

        

        만신창이가 된 두 명의 변이자가 건물을 오르기 시작했다.

        

        건물은 아까 확인했던 것보다도 훨씬 뒤틀려있었고, 두 명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바닥에서부터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하늘은 어두웠고, 매캐하기 짝이 없는 흙먼지가 더해지기까지 했지만, 방금 이들이 마주했던 문제에 비하면 한참이나 편하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쿠구구구!

        

        

        

       “두 명을 육안으로 식별했다!”

        

       “옥상이 무너지고 있어! 포톤 1, 이륙해!”

        

       “제정신입니까? 두 명이 아직 안 탔습니다!”

        

       “젠장, 후방 램프도어만 열어놓으면 어떻게든 타겠지! 사다리 던지면 어떻게든 돼!”

        

        

        

        옥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포톤 1은 기체가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 상태 그대로 출력을 서서히 높이기 시작했다.

        

        이미 수 미터 아래로 가라앉은 기체가 서서히 떠올랐고, 기울어져있던 기체가 한순간에 정상 상태를 찾으며 맹렬하게 기우뚱거렸다. 한순간 대거 팀조차 넘어질 뻔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빌어먹을 놈들아, 빨리 고도 올려-!”

        

       “사다리 풀어요!”

        

        

        

        저 멀리서 두 명의 변이자가 박살난 옥상을 가로질러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고도를 올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고, 대거 팀은 순식간에 허공으로 치솟아오르는 기체 안에서 벽면 윈치와 결속되어있는 30m 길이의 사다리를 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덜컹!

        

        

        

       “걸렸다, 끌어올려!”

        

       “당소 포톤 1, 최고 속도로 가속하지요. 윈치 가동할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아래 매달린 분들 끌어올리십쇼!”

        

       “당연한 소리를…!”

        

        

        

        기이이잉!

        

        벽면의 윈치가 회전함과 동시에, 제임스 J. 피터스 재향군인병원이 순식간에 엄지손가락만큼이나 작아지기 시작했고,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래에 매달린 두 변이자가 올라왔다.

        

        대거 팀은 600kg 가량이 매달린 탓에 엄청난 부하가 가해지고 있는 사다리를 힘겹게 끌어올렸고, 이카루스 기어는 인간은 다룰 수 없는 무게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는 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윈치가 돌아가며 사다리를 회수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계의 출력이 모자랄 수도 있었기에.

        

        그리고-

        

        

        

       “…이, 씨발, 진짜 개같네…!”

        

       “이런 미친 놈, 도대체 뭘 가져온 거야.”

        

       “싸그리 다 가져오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거든. 지난 번에 센트럴 파크에 들어왔던 새끼랑 똑같은 놈을 마주했어. 그래서 그 새끼 대가리를 뽑아왔지.”

        

        

        

        덜그럭.

        

        올라오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목을 내던지고 바닥에 주저앉는 로건과 뒤따라 올라온 로렌티나를 보며, 오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덧붙였다.

        

        

        

       “대거가 아니라 헤드헌터로 별명을 바꿔야 할 것 같구만.”

        

        

        

        모두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 오로지 수송기 한 대만이 유유히 떠있었다.

        

        

        이젠 200미터 근방에 있는 유진과 올리비아를 픽업하러 갈 시간이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될 거라고 얼추 생각은 했었는데…!”

        

       “그러길래 헬리콥터 좀 잘 숨기지 그랬습니까, 망할. 유진! 보이는 놈들 전부 싸그리 대가리 터뜨려버려! 이쪽은 끔찍하게 바쁘니까!”

        

       “후,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요…!”

        

        

        

        콰앙, 콰앙, 콰앙!

        

        계단에 잔뜩 설치해두었던 수십 개 가량의 트랩이 연달아 터지고, 계단이 붕괴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킬로그램 단위로 계단통에 C4를 들이부어놨기에 옥상으로 적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건물 아래를 훑어보았다. 백 명이 넘는 적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반쯤 무기질적인 움직임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는 적의 정체는 당연히 개조당한 갱단이었다.

        

        이런 광경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말 그대로 벌집을 들쑤셔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세 개나.

        

        

        

       “옥상으로 올라올지도 모르는 놈들 대비하고 있어! 나는 파일럿 응급처치하고 있을 테니!”

        

       “아예 올라오는 길을 폭파해버릴까요?”

        

       “…그래, 차라리 그게 낫겠지! 대신 주변 건물 옥상 잘 확인해! 거기로 올라올 테니까!”

        

        

        

        합법적인 폭발 명령이 떨어진다.

        

        손에 들고 있는 격발기를 누르자마자 건물 옥상 중앙에 있던 입구가 통째로 폭발해 안쪽으로 함몰되었다. 이걸로 적어도 적들이 우리가 있는 옥상으로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

        

        그러나 그것으로는 완전히 끝이라고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외딴 곳에 달랑 하나 세워져있는 건물 옥상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였다. 그것도 200미터 북쪽에 제임스 J. 피터스 병원이 있는.

        

        주변에는 여러 채의 아파트가 있었고, 적들은 고작해야 200m 건너편에서 저격지원을 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었으며, 나는 적들이 다른 건물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럼 올라간 놈들을 전부 죽여버릴 수밖에.

        

        

        바렛의 상하영점을 제로로 조절했고, 주변 건물로 들어가는 적들을 눈에 담았다.

        

        다행스럽게도, 일반 보병을 죽이기 위해서는 한 발당 백만 원이 넘는 값비싼 탄환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우리는 직접적인 교전에 노출될 때를 대비해 사일런트 버드에서 일반탄을 가져온 상태였다.

        

        그것을 바닥에 잔뜩 흩뿌려놓는다. 찰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이백 발이 넘는 50구경 탄환이 바닥에 쏟아졌고, 나는 적들이 본격적으로 옥상에 도달하기 전까지 빈 박스형 탄창에 탄환을 가득히 채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느닷없이 저 멀리에서 또 다른 폭발음이 들려왔다.

        

        

        

       ───쿠우웅!

        

        

        

       “…저기. 대거 팀 분들이 있던 병원 건물 아닌가요?”

        

       “그래. 보인다. 지하주차장에서 터진 폭발이야. 그리고…저쪽 옥상에 수송기가 내려오는구만. 무사히 작전이 끝난 모양이야.”

        

       “저희 파일럿 분이 아래에서 총만 안 맞았으면 우리도 슬슬 집에 갈 준비 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안타깝네요.”

        

       “그건 불가항력이었지.”

        

        

        

        일반탄으로 가득찬 10개 가량의 박스형 탄창 중 하나를 총기에 삽입하며 덧붙였다.

        

        그 말대로. 실로 안타깝게도, 우리를 이 지옥 바깥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사일런트 버드는 물밀듯이 밀려드는 개조-갱단원들에게 들킨 탓에 파괴되었고, 탈출 과정에서 파일럿은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일런트 버드 파일럿은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없었다. 이카루스 기어가 매 초마다 수백만 개씩 만들어내고 있는 나노머신 덕분이었다.

        

        찢어진 혈관을 고치고, 출혈을 막으며, 통각을 차단한다. 그것만으로도 응급처치는 끝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말했듯이, 파일럿의 중상은 지금 우리가 맞이한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다.

        

        

        총을 들어올렸고, 펄스를 작동시켰다.

        

        수십에 달하는 적들이 옆 건물의 옥상에 올라왔다.

        

        

        

       “오른쪽 건물이다! 온다!”

        

       “왼쪽도 좀 봐주세요!”

        

        

        

        피이잉!

        

        소음기를 통과하며 더욱 날카롭고 작아진 사격음과 함께, 보드마카만한 총알이 허공을 갈랐다.

        

        고작해야 서로 30m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건물 간의 간격. 마하 3으로 날아간 50구경 탄환은 내 인지능력조차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벽돌이 부서지고 사람의 머리통이 으깨진다.

        

        하나, 둘, 셋, 넷. 방아쇠를 당기고, 당기며, 또 당긴다. 첫 번째 탄창이 완전히 텅 비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나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또 다른 탄창을 끼워넣었다.

        

        중과부적이라는 단어가 실로 선명하게 체감되고 있었다.

        

        

        

       “올리비아 씨! 여기 더 있으면 저희들 큰일날 것 같아요! 프레데터 공역 접근까지 30초!”

        

       “포톤 1, 반경 300m 안에서 최소 200명에 달하는 적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갈기갈기 찢겨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빨리 이쪽으로 와야 할 거야!”

        

       -당소 포톤 1, 이륙까지 30초. 두 변이자 분들이 센트럴 파크에 침입한 사이보그와 동일한 적을 마주하는 바람에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씨발, 환장하겠네!”

        

        

        

        사방에서 날아드는 탄환.

        

        진즉 옥상 건물을 폭파시킨 덕분에 엄폐물이 많아졌다는 것은 실로 다행이었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아파트 옥상에 적들이 올라가서 우리를 쏘고 있다는 건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다.

        

        왼쪽 손목에 달린 이카루스 기어 위로 펼쳐진 홀로그램을 통해 밤하늘 위를 떠다니기 시작한 무인기에 접속했다. 센트럴 파크의 작전관들이 호출한 프레데터 드론이 작전 공역으로 돌입했다.

        

        

        그 순간, 퓽 하는 소리와 함께 아파트 위로 아름다운 연기의 곡선이 펼쳐졌다.

        

        나는 드론에 접속한 채 하늘에서 지면을 내려다보았고, 곡선의 정체가 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박격포탄이었다!

        

        

        

       ───콰아앙!

        

        

        

       “망할, 저 놈들이 이젠 박격포를 갈기고 있다! 유진! 옥상 위에 있는 놈들 전부 죽여버려!”

        

       “프레데터 조종권 인수를 확인. 미사일 발사까지 3초…!”

        

        

        

        허공에서부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내리는…81mm 박격포 포탄.

        

        도대체 왜 저런 것을 적이 가지고 있는가를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올리비아 씨는 포탄을 확인하자마자 그걸 ‘권총으로’ 요격하고 있었고, 폭사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적들을 치워버려야 했으니.

        

        우리는 이 난관을 정면으로 타파할 수는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알림 : 헬파이어 미사일 발사.]

        

       -[알림 : 착탄까지 5초. 데인저 클로스 경고.]

        

        

        

        적어도 옥상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수 있는 미사일은 가지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게 많으면,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법이었다.

        

        준비할 것은 하나 뿐이었다.

        

        

        

       “다들 머리 숙여요-!”

        

        

        

        콰아아앙!

        

        화염과 굉음, 충격파, 그리고 수만 개의 파편이 세상을 가득히 울렸다. 고작해야 오른쪽으로 30m 가량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옥상 위로 미사일 한 발이 긴 불꽃 궤적을 남기며 떨어졌고, 그대로 폭발했다.

        

        첫 번째 옥상이 흔적도 없이 날아갔고, 파편이 총알처럼 우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우리에겐 아직 네 발 가량의 미사일이 남아있었다.

        

        

        올리비아 씨가 권총 탄창을 교환하며 덧붙였다.

        

        

        

       “아까도 말한 것 같지만, 우리 작전관들은 참 유능해서 좋아.”

        

       “…오퍼레이터 양반. 방금 날아오는 박격포 포탄을 총으로 쏴서 터뜨린 겁니까?”

        

       “기본 소양 중 하나지요. 아무튼 다른 옥상도 전부 남김없이 청소하라고, 막내. 퇴각하는 와중 배때지에 구멍 나기 싫으면 말이지.”

        

       “…네, 물론이죠.”

        

        

        

        당연하게도,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었다.

        

        대거 팀의 진면목을 처음으로 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지다 못해 얼탱이가 나가버린 파일럿을 뒤로 한 채, 나는 손목 화면을 바라보며 마치 전능한 신이 된 듯한 기분으로 하늘 위에서 지면을 오시했다.

        

        언제나 그렇듯, 현대 문물은 뭐가 됐든 나를 배신하는 법이 없었다.

        

        

        

       ───콰아앙!

        

        

        

        하늘에서 날아드는 불덩어리. 사람을 죽이기 위해 고안된 메테오가 날아들었다.

        

        비산하는 굉음과 불꽃, 파편 사이에서 나는 안도했다.

        

        브롱스의 6월은 이토록 후끈했다.

        

        탈출까지 2분 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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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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