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16

    <716 – 불쌍한아이(16)>

     

    세상에 불쌍한 사람도 많고 불쌍하게 죽은 사람도 많다지만 언데드 4학년은 누구도 이에 속할 수 없는 바보들투성이였다.

     

    “아니 그 실력을 가지고 인생을 왜 그렇게 갖다버리듯이 낭비하세요?”

    “와 진짜 듣기만 해도 돌겠네. 인생 살기 싫으면 저 실력 그냥 나 주지.”

     

    샌드쿠커와 로지니가 분통을 터뜨릴 정도로 언데드 4학년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 반응은 장난이 아니다.

    채우고 또 채우다 못해 압축하고 압축한 마나조차 넘쳐 흐르며 자연스럽게 영역을 형성하고, 형성된 영역조차 통상적인 영역확장범위를 넘어설 정도!

     

    “우리 귀여운 후배들은 역시 깨닫지 못했군.”

    “뭐, 영역단계가 낮으니 모를 만도 하지. 많으면 아무튼 부러울 시기 아니냐?”

    “하긴.”

     

    서귀연 역대 고수들은 그런 언데드 4학년들의 상태를 결코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당사자들도 그 말을 기분 나쁘게 듣거나 부정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수긍했다.

    샌드쿠커는 그 태연함이 더 당혹스러웠다.

     

    “저희가 뭘 놓친 겁니까?”

    “이놈들은 원해서 이렇게 많은 마나를 넘쳐 흐르도록 제 안에 채운 것이 아니다.”

    “예?”

    “살기 위해서, 강의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졸업하고 싶어서 억지로 계속 강해지려고 마나를 모으다가 이 지경에 이른 거지.”

    “…!”

    “이 돌멩이를 봐라.”

     

    선배가 돌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가 담긴 돌은 어떻게 되냐?”

    “부숴집니다.”

    “제어술이 부족하면 그렇지.”

     

    선배가 순순히 수긍하며 조잡하게 마나를 밀어 넣어 돌을 부쉈다.

     

    “그럼 제어가 잘된 마나가 담긴 돌은?”

    “담긴 마나량과 지속시간에 따라 성질이 변화합니다.”

    “황색마탑 출신이라 지식은 탄탄하군. 그래, 그런 돌들은 이렇게 레어메탈이 된다.”

     

    손아귀로 돌을 짓뭉개며 고온고압에 마나반응까지 일으킨 선배.

    두 손을 펼치자 순식간에 레어메탈로 변한 돌멩이의 모습에 샌드쿠커는 저 마나밀도를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돌조차 변형될 압력을 가하는 악력을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럼 하급 레어메탈이 상급 레어메탈이 되려고 마나를 계속 머금으면 어떻게 되겠냐.”

    “!”

    “답을 아는가?”

    “처음에는 레어메탈의 성질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담긴 마나가 많을수록 성질의 발현강도나 지속시간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만 수용한계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레어메탈의 구조가 붕괴하고 파괴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갓 만들어진 레어메탈이 다시금 힘을 준 선배의 손아귀 사이로 흘러내렸다.

    카타콤의 바닥에 고인 레어메탈이었던 것의 최후를 내려다보며 샌드쿠커는 식은땀을 흘렸다.

    저 손아귀에 사람이 잡히거든 뼈도 못 추리고 사람이었던 것으로 전락하겠지!

     

    “너희가 보고 있는 것들이 파괴된 하급 레어메탈과 같은 녀석들. 파괴된 4학년들이다.”

     

    무슨 강화재료 터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파괴되나 싶지만, 마나가 가득 담긴 사람이나 마나가 가득 담긴 레어메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이긴 했다.

     

    “까마득한 후배들 앞에서 약 올리기는 그쯤 하고 돌아가 주지 않겠나?”

    “그럴 수는 없다. 우리도 후배들의 부탁을 받아서 학생 하나를 구해야 하니까.”

    “구해? 기어이 사다코 교수가 산 학생을 관에 가두기라도 했는가?”

    “그건 아닌데 곧 그럴 것 같더라고.”

    “그럼 이 앞으로는 순순히 보내줄 수 없다.”

     

    사다코 교수가 관에 학생을 가두면 길을 열어줄 생각이 있으시기는 했구나.

    아이린이 유익한 정보를 머릿속에 기록하려 애쓰는 사이, 대치국면에 변화가 일어났다.

     

    “하. 꼭 매를 맞아야 아픈 줄을 알지. 벽을 넘은 자와 넘지 못한 자의 격차를 새겨주마.”

     

    서귀연 역대 고수들이 일제히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마치 거대한 산이 산사태를 일으키며 천지를 울리듯이 굉장한 굉음이 일었다.

    재해 수준의 강력함.

    과연, 졸업을 미루고 눌러앉거나 졸업 후에 아카데미에 붙어살며 은거기인 흉내를 내는 서귀연 역대 고수들은 급이 다르구나.

    언데드 선배들도 저런 걸 상대로는 버틸 수 없겠다 싶었는지 다들 표정이 굳었다.

     

    “받아라. 이것이 벽을 넘지 못한 파괴된 4학년에게 선사하는 우리 벽을 넘어선 고수들의 공격이다.”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커다란 양피지를 꺼내든 선배를 보며 마법용사 아스타로트마저 침음을 흘렸다.

     

    “저 선배도 참 가혹하군. 평범하게 마나로 패버려도 찍 소리도 못하고 발려버릴 격하의 상대들에게 미리 준비한 마법진을 담아둔 스크롤까지 꺼낼 셈인가.”

     

    아스타로트의 추측은 반만 맞았다.

    서귀연 역대 고수들이 미리 준비한 것은 맞았다.

    그러나 내용물은 공격마법진 따위가 아니었다.

     

    “13번 문제다. 각 학부 기숙사 4학년들이 매월 하나씩 등장하는 기숙사 던전보스를 막아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기억하는가?”

    “어, 어라? 나, 왜 손이 떨리지…?”

    “37번 문제다. 종합던전테마파크에서 로드급 몬스터의 휘장을 가져오지 못한 학생이 교수에게 받는 특훈이 무엇인지 기억나는가?”

    “허억…! 머릿속에 봉인된 무언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져. 아, 안 돼. 기억이 범람하게 두어서는 안 돼!”

     

    스크롤의 정체는 언데드 4학년들의 정신을 뒤흔들며 괴로움에 몸부림치게 만들 금단의 지식이 적힌 4학년 전용 정신공격 기출문제 모음집!

     

    “저거, 공격마법진보다 더 위력적이지 않아…?”

    “4학년들이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 있어… 그보다 문제를 무시하고 그냥 공격하면 될 텐데 왜 순순히 답을 떠올리면서 고통을 받는 거지?”

     

    2학년들은 영문 모를 사태에 의아할 뿐이었지만, 아카데미 짬밥을 1년이라도 더 먹어본 3학년들은 저 우스꽝스러운 문답이 성립하는 원리와 목적을 깨닫고 경악했다.

     

    “저건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만만한 대화가 아니다. 무시하고 싶어도 기억을 가둔 <봉인>을 강제로 뒤흔드는 트리거를 마나를 가득 실은 목소리로 자극하는 일종의 정신공격이지.”

     

    푸른주먹의 이오.

    퇴마사이자 엑소시스트로 유령계 몬스터에 특효공격을 입히는 마법무투가 속성을 지닌 980기 학년사천왕의 말에 롯토가 불신을 드러냈다.

     

    “선배도 세부계열은 달라도 큰 범주 내에서는 우리처럼 격투가잖아요. 격투가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보시는 건데요?”

    “엑소시스트는 유령들의 정신계 공격에 대비하여 항상 정신방벽을 두르고, 훼손된 정신을 빠르게 수복하는 능력을 지녔지. 가령 항거불능의 고학년이 펼친 <기억봉인>을 멋대로 해제할 수 있을 정도로.”

     

    이오의 파리한 안색을 보며 롯토는 알아차렸다.

    이 선배는 지금 4학년들이 두려워하는 <봉인>의 너머에 어떤 기억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학부 기숙사를 지키는 4학년이 기숙사 던전보스를 막지 못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요?”

    “기숙사에서 수면을 취하면 반드시 던전보스가 원하는 악몽에 초대받는다. 그리고… 강제로 던전보스가 원하는 기능을 수련하고, 수련의 성취를 대가로 내야 악몽에서 온전히 깨어나지.”

    “그거 <기능드레인> 아니에요?!”

    “맞다. 제국금기지정기술 최상단에 자리한 기술이지.”

    “그런 사악한 기술에 협력해서는 안 되잖아요!”

    “기능을 바치지 않아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악몽에서는 깨어나겠지만, 대신 던전보스의 저주를 받은 상태로 아카데미 생활을 해야 한다. 그것도 매일 밤 중첩되는 저주를 받으면서.”

    “…!”

    “참고로 학년이 높을수록 모아야 하는 기능의 할당량은 더욱 커지지.”

     

    그건… 확실히 괴로운 기억이기는 할 것이다.

    원치 않은 기능을 수련하고 또 강제로 빼앗긴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저주를 받고 심지어 저주가 계속 심해질 수도 있다.

    한 번 기숙사를 지키지 못하고 패배한 처지에 꼬박꼬박 상납금을 바치거나 저주를 당하는 신세에 처하면 그보다 더한 굴욕도 없겠지.

    하지만 그게 기억을 봉인해야 할 수준인지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애초에 우리는 그런 악몽 꾼 적도 없는데요?!”

    “당연히 그렇겠지. 올해 4학년들은 우수해서 기숙사 던전보스들을 잘 물리치고 있으니까. 제국귀족파 학생회가 아닌 벨벳이 주도하는 서귀연 학생회 파벌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너희는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거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아카데미는… 실은 굉장히 편한 축에 속했던 건가?!”

     

    저학년들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에 기프트 아카데미에 매일밤 상상을 초월하는 마경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섬뜩함을 넘어선 공포마저 불러일으켰다.

     

    “아마도 저것들은 저주 중첩에 당했을 거다. 그러니 낮이라도 최대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어가 뚫린 기숙사 학부 내 모든 학생의 관련 기억을 봉인했겠지.”

     

    교수의 시험이나 아카데미의 졸업과제도 아닌, 고작해야 매월 한 번씩 들이닥치는 기숙사 던전보스조차 극복하지 못한 한심한 자신을 깨닫게 된다면, 그 4학년은 싫어도 자각하고야 만다.

    교수의 시험도, 아카데미의 졸업과제도, 이미 한 번 뒤처진 자신이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라고.

     

    “그래서 더욱 무리해서 성장치를 앞당기려 시도하고, 한도 이상으로 모인 마나가 순도를 올리지 못해 인체에 부담을 주면 인체주요장기에도 충격이 들어가지. 가령, 심장이 허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심장마비를 겪는다거나.”

     

    키우던 애완동물의 장례식장에서 멋대로 부활한 애완동물을 목격하고 놀라 심장마비로 죽은 4학년이 크게 움찔거렸다.

     

    “뇌가 맛탱이가 가버려서 기억혼란이나 지능저하로 위험한 마나원소 화합물을 제멋대로 섞어버린다거나, 다른 멍청한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언데드 4학년들이 뜨끔 하는 와중에도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은 무심하게 절규하는 언데드 4학년들을 제압하고 쓰러뜨리며 말했다.

     

    “그런 모자람을 초래한 원인을 봉인하여 어떻게든 졸업이라도 해보려고 발버둥 치는 것들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면, 뭐 저런 꼴이 되는 거다.”

    “싫어. <오르기>는 이제 싫어. 귀신의 손에 붙잡혀 끌어내려지고 싶지 않아. 아무리 쌓아도 매일 초기화되는 기능에 다시 절망하고 싶지 않아. 저주가 쌓여서 무언가를 오를 때마다 강제로 넘어지고 싶지 않아. 학년을 ‘오르려고 할 때’조차도 저주에 당해서 졸업할 수 없는 몸이 되고 싶지 않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아, 귀찮으니까 오줌은 지리지 마라. 금방 기억도 지우고 대항의지도 없애고 곤히 잠들게 해줄 테니까 얌전히 기절이나 하라고.”

     

    정신이 무너져 절규하는 언데드 4학년들의 참혹한 모습.

    그것이 4학년들이 맞이하게 될 ‘부족한 스펙으로 졸업에 도전한 자’가 마주할 수많은 파국의 가능성 중 한 가지, 저주의 말로였다.

    2학년들이 입을 틀어막고 3학년들이 핼쑥하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뭐, 너무 그리 쫄지 마라. 방학 때도 안 놀고 열심히 수련하고 휴학도 몇 년 때리면서 파워 업도 하고 그러다 보면 기숙사 던전보스는 좆밥이야.”

     

    긴장한 나머지 입안 가득 고인 침을 꿀꺽 삼키고는 티토소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펴, 평균 몇 년 꿇으시는데요…?”

    “오래는 아니고 한 5년씩은 휴학 때리지? 겸사겸사 교관 노릇도 하면서 포인트도 벌고.”

     

    저런 지옥의 4학년을 뚫고 졸업하는 선배들이 있다니, 우리 아카데미 졸업생은 진짜 하나같이 엄청난 분들이셨구나.

    그런 졸업생들에게 필적하는 강함을 지닌 서귀연 역대 고수들의 강함이 새삼 대단하게 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포의 4학년…!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