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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6

       

        

        

        

        

        

       -당소 포톤 1, 최고 속도로 가속하지요. 윈치 가동할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아래 매달린 분들 끌어올리십쇼!

        

       -당연한 소리를…!

        

       -올리비아 씨! 여기 더 있으면 저희들 큰일날 것 같아요! 프레데터 공역 접근까지 30초!

        

       -포톤 1, 반경 300m 안에서 최소 200명에 달하는 적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갈기갈기 찢겨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빨리 이쪽으로 와야 할 거야!

        

        

        

       “…적이 너무 많군. 다 어디서 나온 놈들인가?”

        

       “현재까지 대거 팀이 수집한 인텔에 의하면, 저들은 아르테미스에 의해 신체가 부분적으로 개조된 브롱스의 갱단원들로 추정됩니다.”

        

       “솔로몬 국장. 저들의 통제권을 공중분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대거 팀을 보낸 것이 아닙니까? 서버실을 폭파했는데도 여전히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있잖습니까.”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해 저길 싸그리 날려버려야 하는 게 아닐지?”

        

       “가용 가능한 근접항공지원 수단이 없습니다. 포톤 1이 사용한 소이탄 및 현재 대거 팀이 운용 중인 프레데터 한 기가 현재 센트럴 파크 HQ가 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센트럴 파크 HQ, 최고사령부 지휘실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작전지휘본부에 가득한 서포트 오피서들은 실질적인 작전을 지휘하고 감독하며, 필요하다면 작전 진행에 필요한 것들을 그때그때 보내줄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센트럴 파크의 극비구역, 그 안에서도 특히나 엄중히 보호받고 있는 아크의 벙커 내부, 그곳에서 똑같은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훨씬 더 높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작전지휘본부가 손가락이라면, 이들은 손을 넘어 팔과 머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최고사령부 지휘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직위 또한 범상치 않았다.

        

        

        

       “정녕 저 친구들을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단 말인가?”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각하.”

        

       “…그렇다면, 일단 대거 팀이 저곳을 빠져나온다고 가정하고, 아직도 브롱스에 득실거리고 있는 적성 세력을 어떻게 처리해야만 하는지부터 논해보지.”

        

        

        

        당연하겠지만, 센트럴 파크 HQ에서 ‘각하’라는 호칭이 붙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 현 미국 대통령. 현 시점에서 반쯤 실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대통령은 센트럴 파크에 존재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옆에는 실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국토안보부 장관인 알레한드로 웹을 대신하여 국토안보부를, 그리고 동시에 산하기관인 이카루스를 지휘하는 솔로몬 국장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홀로그램으로서 작전 진행을 확인하고 있는 미합중국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 사령관 더닝 중장과 비서실장인 칼 랜든.

        

        그 외에도 현재 살아있는 미합중국의 중추 대부분이 지휘실에 모여있었다.

        

        

        그닥 좁다고는 할 수 없는 방 내부.

        

        사람보다도 벽면에 걸린 스크린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 이들은 대통령이 물꼬를 트자마자 빠르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저기를 갈아엎어야 해요. 저 근방에서 지난 번에 대거 팀 중 한 명이 죽을 뻔했잖습니까. 저 주변을 초토화시키지 않으면 적들이 개미처럼 끊임없이 기어나올 겁니다.”

        

       “그렇다고 핵을 퍼붓자는 소리는 아닐 거라고 믿어요. 작전구역에서 센트럴 파크까지는 고작해야 10km밖에 안 떨어져있어요.”

        

       “포트 해밀턴에서의 선례를 참고하면 어떻겠습니까? 현재 레드스톤 아스널의 미육군항공미사일사령부(AMCOM)이 작전을 대비하여 대기 중입니다.”

        

       “산탄 미사일? 물량이 아직 남아있습니까?”

        

       “다크 이글(LRHW,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대기 중입니다. 발사 시 200초 안에 브롱스 작전구역까지 도달할 겁니다.”

        

        

        

        그 말대로.

        

        센트럴 파크 HQ의 작전지휘본부가 기껏해야 화력지원 및 무인기를 보내줄 수 있었다면, 최고사령부는 그보다도 훨씬 더 광범위하고 폭력적인 형태의 무언가를 쏟아부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고작 몇 초만에 얼개가 정해진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은 고심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으며, 헨리는 여기서 망설일 이유가 없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미국 중앙에서 약간 동부로 치우쳐있는 곳에 위치한 앨라바마 주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누군가가 말했듯 200초 안에 뉴욕에 닿을 것이었고, 3분 20초는 대거 팀이 빠져나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고, 탄도미사일을 자국에 쏟아붓는 것을 허락했다.

        

        중앙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던 더닝 중장이 엔터를 누르자 브롱스가 새빨갛게 변했다.

        

        

        

       “…이상이 예상 피해 구역입니다. 허드슨선, 4번선, B번선이 피해를 일부 입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인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각하. 저 근방을 돌아다니고 있는 민간인은 없거나 혹은 총을 들고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닝 중장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아르테미스는 모종의 방법을 통해 사람을 전투 병력으로 개조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거세시켰다.

        

        그러한 ‘개조’의 칼날이 저 근방에 있는 민간인들을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는 방 내부의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들이 도출한 결과는 지켜질 예정이었다.

        

        대통령이 허가했고, 남은 것은 시행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있다면, 대통령은 전략사령부에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 – 요컨대 자국에 핵을 투발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는 소리였다.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주변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헨리는 명을 내렸고, 그렇다면 해당 명령은 지휘체계를 거쳐 실무자들의 손에 의해 이뤄질 차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은 곧바로 AMCOM에게 전달되었고, 얼마나 지났을까.

        

        

        

       -[알림 : LRHW 발사 과정에 돌입.]

        

       -[알림 : 현재 속도 – 마하 8. 마하 20 도달까지 30초.]

        

        

        

        삐빅!

        

        최고사령부 지휘실 정가운데에 위치한 가장 큰 화면 한쪽에 봉사가 아닌 누구라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큼지막한 타이머가, 그리고 미국 우측 절반이 표시된 지도가 떴다.

        

        세 발의 미사일이 허공으로 치솟아올랐다.

        

        

        그 사실은 TOC에 즉각 하달되었고, 허공에 떠있는 프레데터 무인기에서 미사일을 갈기고 있던 이들에게 빠르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새 명령이 내려왔다. 최대한 빨리 해당 작전구역에서 탈출하라. 현재 다크 이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세 발이 브롱스를 향해 질주 중이다. ETA 188sec.

        

       -뭐라고? 미친! 포톤 1! 여기서 우리 오체분시당하는 꼴 보기 싫으면 빨리 와야 할 거야!

        

       -당소 포톤 1, 안 그래도 현재 하강 중입니다만 주변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젠장, 남은 미사일 전부 사방에 처박을테니 어떻게든 해봐!

        

        

        

        어느새 화면은 하늘로 전환되고, 허공에서 떨어져내리는 불빛을 보여주었다.

        

        무인기에 달린 미사일이 유진의 손길에 의해 느긋하게 떨어져내리나 싶더니, 이어 한 번 더 가속하며 적들로 빼곡한 옥상을 말 그대로 망치처럼 내리쳐 부수었다. 어둠 사이에서 화염이 치솟아올랐다.

        

        옥상을 옥상이었던 무언가로 만듬과 동시에 주변에서 쏟아지는 화력이 말 그대로 급감하기 시작했다.

        

        유진과 올리비아가 있는 곳을 공격하면서도 하늘에 떠있는 수송기에 총알을 갈길 수 있는 곳은 옥상밖에 없었고, 반대로 해당 구역을 날려버리는 순간 적들은 더 올라갈 곳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포톤 1은 허공을 나선형으로 돌며 조심스럽게 하강을 시작했다.

        

        한 박자, 혹은 두 박자 이상 느리게 수송기의 궤적 뒤를 비유도 로켓탄이 뒤따랐으나, 맞히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흡사 대공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근방의 아파트는 총 여덟 채였지만, 미사일은 그보다도 훨씬 적은 4발. 그러나 일정 고도 이상 하강한 순간부터는 큰 걱정이 없었다.

        

        수송기 기체 하부에 매달려있던 기관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구출할 땐 쓸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 다 털어버리고 가면 되겠군요. 포톤 1이 현 시간부로 50mm로 공중지원을 병행합니다. 조종에 집중해야 하니, 조준은 오퍼레이터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좋아. 어디 한 번 가보자고.

        

        

        

        퉁! 퉁! 퉁! 퉁!

        

        M913 부시마스터 기관포에서부터 공중폭발모드로 설정된 50mm 고폭탄이 토해졌다. 기체는 빙글빙글 회전하다시피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지만, 이카루스 기어의 조준고정 기능이 빛을 발했다.

        

        하나, 둘, 셋, 넷. 기관포 조종 화면으로 보이는 광경. 어둠 속에서 백색으로 빛나는 개조-갱단원이 말 그대로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옥상을 통째로 터뜨릴 정도의 화력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충분했다.

        

        로렌티나는 옥상으로 올라오는 문을 집중 사격했고, 머잖아 집중사격을 받은 문과 계단은 형편없이 박살나 붕괴하기 시작했다.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관리가 끊긴 곳은 대부분 그 모양 그 꼴이었다.

        

        

        십수 초도 지나지 않아 수송기는 충분히 하강했고, 그에 따라 동체를 두들기는 총알 숫자도 많아졌다.

        

        하부 램프가 열리고, 대거 팀은 끈으로 연결된 클립을 걸어 수송기에 몸을 고정시킨 다음 팔과 머리, 그리고 총구를 내밀어 주변에서 사격 중인 모든 적들의 머리를 으깨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아래에 있던 올리비아는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에 몸을 기대고 있던 파일럿을 순식간에 들어올린 후 예상 착륙지점까지 이동을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유진이 뒤따랐고, 어느덧 수송기와 옥상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해야 25m 가량.

        

        

        

       ───파바바박!

        

        

        

        그리고 그 순간, 수송기는 미묘하게 궤적을 틀며 플레어를 사방으로 방출했고, 그와 동시에 조종간을 꺾어 반대 방향으로 향함과 동시에 날아드는 로켓을 피해내었다.

        

        선회하듯 한 바퀴 회전한 포톤 1이 다시 한 번 바깥으로 사다리를 늘어뜨리며 덧붙였다.

        

        

        

       -정확히 한 번만 옥상을 쓸고 지나갈 겁니다! 사다리 꽉 잡으십쇼!

        

       -빌어먹을, 이쪽은 부상자도 한 명 데리고 있다고!

        

       -아래쪽에서 하도 총질을 해대는 바람에 착륙이 불가능합니다! 이해해주십시오!

        

        

        

        기이잉!

        

        그와 동시에 포톤 1은 틸트제트의 방향을 비스듬하게 바꾸었고, 그와 동시에 속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속 20km에서 40km까지 올라가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차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간 30m 가량의 사다리가 옥상을 훑었다. 올리비아는 클립으로 자신의 등 뒤에 파일럿을 결속시켰고, 어둠 속에서 옥상을 쓸고 지나가는 사다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달칵.

        

        

        

       -잡았다!

        

       -저도 잡았어요! 클립 결속!

        

       -아울 팀 사다리 결속! 당장 속도 올려!

        

       -포톤 1, 최고 속도로 가속합니-으아악!

        

        

        

       ───콰아앙!

        

        

        

        그 순간, 동체 측면에서, 정확하게는 동체와 대략 7m 가량 우측으로 떨어진 허공에서부터 폭발이 일었다 – 그것이 로켓탄 착탄 직전 유진이 그것을 쏘아 맞췄다는 사실은 나중에나 알려졌다 – .

        

        한순간 수송기가 들썩인다. 하지만 직격은 아니었다. 일순간 오른쪽 엔진의 불빛이 쪼그라들 정도의 충격파가 전방위로 비산했지만, 엔진은 결코 멈추지 않고 수직에서 수평으로 회전했다.

        

        그리고 1초나 지났을까, 고작해야 시속 40km에 달하던 기체가 순식간에 시속 300km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고도 50m에서.

        

        

        

       -씨발…!

        

       -윈치! 윈치 감아, 빌어먹을! 이러다 세 명 다 떨어지겠어!

        

       -측방 폭발 때문에 윈치가 고장났습니다! 끌어올려야 합니다!

        

       -망할, 사다리 부서진다! 사다리가!

        

        

        

        카카캉!

        

        폭발로 인해 생겨난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나사와 와셔, 그리고 두꺼운 끈으로 결속된 사다리가 출렁인 순간, 사다리에 가해진 톤 단위의 무게는 일부분을 끊어먹기에는 실로 충분했다.

        

        순식간에 너트가 깎여 바깥으로 튕겨나가고, 찢어진 끈이 사다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순간 TOC가, 최고사령부가, 그리고 수송기에 탑승한 대거 팀 전원이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바깥으로 늘어진 사다리가 통째로 뜯겨나갈 즈음-

        

        

        

       ───카캉!

        

        

        

        V-44TA1 발키리의 두꺼운 측면 램프 프레임에 새끼손가락만한 두께의 강철 케이블과 연결된 집라인이 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래쪽에서 위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나 지났을까.

        

        꼬리로 올리비아와 파일럿을 휘감은 유진이 힘겹게 하부 램프에 발을 올렸다.

        

        

        그녀가 피곤함에 가득 찬, 하지만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제가…똑같은 일은 두 번은 안 당한다니까요.

        

       -이런…이런 미친. 이런 미친 놈 같으니! 막내! 너는 신이야!

        

       -…기가 막히는구만. 도대체 어디서 저런 걸 가져온 거야?

        

       -작전 시작 전에요. 혹시라도 이런 일이 있을까봐 챙겼어요.

        

        

        

        유진과 파일럿, 올리비아까지 전부 올라탄 순간, 유진은 가방을 벗어던졌다. 안에는 전술 배낭에 들어가는 것이 마땅한 여러 잡동사니 대신…흡사 자동차 정비소에나 있을 법한 강철 케이블이 돌돌 말려있었다.

        

        하부 램프에 걸린 후크를 회수한 유진이 지퍼를 닫음과 동시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면 맛있는 거 먹자고 했었잖아요. 여기서 낙오되는 건 안 되-으앗!

        

       -유진-!

        

       -…그래. 정말 고생했다.

        

        

        

        와락!

        

        유진을 껴안은 올리비아와 로렌티나를 제외하면 모두가 바닥에 주저앉았고, 폭발에 의해 고장난 윈치는 여전히 눈치없이 철컥거렸지만, 그래도.

        

        TOC, 최고사령부 지휘실, 그리고 대거 팀은 힘겹게 숨을 토해내었다.

        

        의자에 주저앉은 오웬스가 입을 열었다.

        

        

        

       -포톤 1. 센트럴 파크로. 최고 속력으로 부탁합니다.

        

       -이를 말이겠습니까. 당소 포톤 1, 대거 팀 전원을 실었다. 기지로 귀환하겠다.

        

        

        

        후방 램프도어가 닫히고, 기체가 시속 700km의 속도로 가속했다.

        

        브롱스는 다시 암흑에 잠겼다.

        

        

        

        

        

        

        

        

       ───구우우우!

        

       ───철컹!

        

        

        

        그로부터 대략 2분 가량이 지났을 즈음.

        

        잠시나마 차가운 우주를 맛보았던 세 대의 산탄 미사일이 지상으로 돌입하며 화끈하게 몸을 불살랐고, 이어 엄청난 속도로 지상에 내리꽂혔다.

        

        핵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화염이 제임스 J. 피터스 재향군인병원에서, 브롱스 과학고등학교에서, 프레스바이테리안 앨런 병원에서 피어올랐다.

        

        데이지 커터의 폭발력을 아득히 상회하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지면에 도달한 순간, 착탄 지점으로부터 반경 300m 내부의 모든 것들이 산산이 조각나 으깨졌다.

        

        그 순간, 눈부실 정도의 화염구 십수 개가 지상을 뒤덮고 타올랐다.

        

        내부에 들어있던 폭약을, 가연성 에어로졸을, 그리고 수천 명에 달하는 개조-갱단원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르테미스 병력들을 연료 삼아.

        

        

        뉴욕은 오늘도 조용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대거 팀 복귀 완료. 오전 2시 44분, 브롱스에서의 작전이 종료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킬카운트 추산 6,611명. 투항자 1,226명. 별도의 집계 확인되지 않음. 작전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모든 항공전력의 귀환을 확인.”

        

       “다들 수고 많았다. 해산.”

        

       “고생했습니다!”

        

        

        

        짝짝짝!

        

        시간이 새벽 2시를 넘어 3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즈음, TOC 내부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머리에 쓰고 있던 헤드셋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고, 누군가는 조종간을 놓았다.

        

        깊은 한숨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곳곳에서 드르륵거리는 의자 미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일이 끝나고 숙소로 복귀할 시간이었다. 눈에 선 핏발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다들 비척비척 건물 밖으로 나갔다.

        

        아직 완전히 잘 수는 없었지만, 단 한 명의 오퍼레이터도 손실하지 않고 작전을 끝마친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특히나, 마지막은….

        

        

        거기까지 생각한 라플란드 역시도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표정은 그닥 좋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무슨 제안을 받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할 수 있을까?’

        

        

        

        아니, 질문 자체가 글러먹었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테니.

        

        그러나 앞으로 그녀가 배워야만 할 것이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저런 극적인 곳에서…좋게 말하면 극적이지만, 평범하게 말한다면 지옥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뱉으며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하늘은 어두웠지만, 광공해가 사라졌기에 보일 리 없는 은하수가 보이고 있었고, 자동차도 싸그리 사라졌기에 공기도 상쾌할 정도로 맑았으며, 어디서 많이 보았던 올리비아도 있었다.

        

        …뭐?

        

        

        

       “우와아악!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왔지. 표정이 아주 다이나믹하구만.”

        

       “젠장, 말 좀 해주십쇼. 아주 신출귀몰하십니다.”

        

       “잠시 산책 좀 할까?”

        

        

        

        틀렸다. 대화가 안 통한다.

        

        하지만 라플란드는 눈 앞의 올리비아와 신체능력적으로도 상하 관계에 있었기에,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오는 팔에 저항할 수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대거 팀의 몸에서는 전장의 향기가 풍겼다.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을 즈음, 그녀가 대뜸 말했다.

        

        

        

       “앞으로 잘 할 수 있지, 신입?”

        

       “그걸 저더러 하라구요? 저 진짜 웁니다? 이 자리에서 펑펑 울 겁니다!?”

        

       “농담이다, 농담. 우리도 그렇게까지는 하라고 하지 않아. 애시당초 작전이 멀쩡하게 진행됐었으면 그 전에 아무 일도 없이 빠져나갔겠지. 하지만…모든 작전이 항상 원하는대로 진행되진 않으니까.”

        

       “….”

        

        

        

        그러니까 그게 무섭다.

        

        그런 경우에는 스스로의 실력만으로 모든 난관을 돌파해야 했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 그리고 그녀는 몰랐지만, 그것이 전장을 앞에 둔 일반인의 평범한 반응이었다.

        

        라플란드는 고개를 푹 숙였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을 본 올리비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널 반드시 전장에 투입하겠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런 상황에서 죽지 않기 위해 미리 배워둔다고 생각하라고.”

        

       “…예에.”

        

       “확답을 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누구든 힘껏 발버둥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와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올리비아는 잠깐 입을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

        

        

        

       “내일부터는 대거 팀도 며칠 정도 쉴 예정이야. 시간 있으면 그때 나를 찾아와. 밥 먹고 오지는 말고. 다 토할 수도 있으니.”

        

       “…그. 안 가면 찾으러 올 겁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너무 험하게 안 다룰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신입. 항상 자부심을 가져. 과거가 좀 껄끄럽긴 하지만, 너는 그 사이 나름 네 자신을 증명해냈으니까.”

        

        

        

        라플란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밤은 어두웠고, 가야할 길은 멀었다. 라플란드는 헤어질 때라는 것을 직감했고, 올리비아는 그것을 증명하듯 그녀의 등을 손으로 툭툭 쳤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올리비아는 그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건 채 올리비아에게 대답하려고 할 때, 말이 이어졌다.

        

        

        

       “…그건 그렇고. 요즘 이상하게 안 빨았던 컴뱃 셔츠가 한두 개씩 비는 것 같은데. 네가 훔친 거 아니지?”

        

       “미쳤습니까, 진짜!?”

        

       “아휴, 농담이다. 농담. 그럼 나중에 보자!”

        

        

        

        쓔우웅!

        

        부엉이 아니랄까봐 순식간에 사라지는 올리비아를 뒤로 하며, 라플란드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씩씩대었다.

        

        그것이 창피해서인지, 혹은 상상해서인지, 또는 별도의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그녀만이 알 것이었다.

        

        

        어둠이 끝나고, 아침이 찾아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막내도 두번은 안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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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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