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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7

    <717 – 불쌍한아이(17)>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무서웠지만, 티토소가가 생각하기에는 어쩐지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겁니까? 매주 등장하는 기숙사 필드에 매번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던전기믹과 안전지대가 존재하는데 그게 던전임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겁니까?

     

    오크노디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아카데미를 찾았던 까마귀수인 까망과 함께 탐험했던 모험학부 랜덤기숙사던전!

    속칭 <거울던전>의 형상변환자들이 던전에 발을 들인 경솔한 모험가나 저학년의 몸을 빼앗아 거울 속에 가두고 학생 행세를 대신하는 무시무시한 기믹!

    그런 공간을 조명대의 빛 하나로 모조리 돌파하고 심부까지 당당하게 들어가 거울노디와 놀고 있던 오크노디와 마주친 적도 있었다.

     

    -이 과제를 먼저 풀어주는 사람이 진짜 오크노디야!

    -에엣. 그 정도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티토도 이제 1학년이 아니라고?

    -어리광이 너무 심하잖아. 티토는 그래도 귀엽지만, 지금은 조금 실망이다?

     

    티토소가는 상태이상 혼란에 빠졌다.

     

    -이럴 수가! 진짜도 가짜도 누구 하나 과제를 풀어주지 않는다니, 이러면 구별할 수가 없잖아!

     

    진짜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은 거울던전보스!

    하지만 찾는 방법도 의외로 쉬웠다.

     

    -…평범하게 조명을 비추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반응하는데?!

    -…그건 눈이 부셔서 그런 겁니다.

     

    육신의 원주인과 같은 능력으로 원주인을 압도하는 저력을 보이며 던전을 벗어나야 할 형상변환자의 왕은 놀라우리만치 허접했다.

    적당한 밝기로 괴롭히면서 누가 진짜 오크노디인지 시험하고 있으려니, 옥좌노디가 화가 나서 +5강 술잔과 상급마석, 다이아몬드를 마구 던졌다.

    이에 질세라 옥좌 뒤로 숨었던 은신노디도 배낭배낭에서 +5강 두리안과 과제에 낙서하게 만드는 강제행동 스크롤, 종이비행기를 마구 집어던졌다.

    하는 짓도 아주 똑같다.

    <관찰>로 오크노디가 종이비행기를 많이 던졌음을 떠올리며 이를 지적하니, 본체를 찾기도 어렵지 않았고 말이다.

     

    ‘그 뒤로 옥좌노디가 어디서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만난 옥좌노디가 그렇게 위험한 존재였다니!’

     

    자신들이 멀쩡한 이유는 기억이 봉인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크노디나 4학년 선배들이 기숙사를 침공한 옥좌노디를 물리쳤기 때문일까.

     

    ‘아참. 용사파티 성녀 유피가 성녀친목회 겸 열었던 과자파티에서 들려준 이야기로는 이슈타르랑 오크노디가 매주 기숙사 던전보스룸 근처에도 놀러 가고 그랬다는데!’

     

    기숙사를 침공하는 던전보스가 꼭 옥좌노디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언데드 4학년 선배를 파멸시킨 억까트리거와 그 옥좌노디를 일치해서 보기는 힘들었다.

     

    “선배들이라고 꼭 다 강하진 않구나!”

     

    마나 좀 많다고 방심하면 안 되겠어.

    열심히 수련해야지!

    티토소가는 남몰래 다짐했다.

    사실, 그녀에게는 시기적절한 다짐이었다.

    가뜩이나 마나량이 과도하게 많은 티토소가.

    그녀가 이대로 마나량만 무식하게 불어났다면 언데드 4학년 선배들이 겪었던 과도하게 많은 마나에 인체주요장기가 짓눌리며 발생하는 부작용이 그녀에게도 찾아왔을지도 모르니까.

    아무리 조명대를 강화하며 마나소모량을 늘려도 세상의 조명대는 유한하고, 그녀의 멋대로 증식하는 마나량의 상승곡선은 둔화될 줄을 모른다.

    언젠가는 티토소가 또한 선배들처럼 제힘을 감당하지 못해 주화입마나 마나폭주에 버금가는 꼴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럼 <언데드조교>나 <언데드교관>분들은요? 저분들도 같은 약점이 있어요?”

    “직접 겪어보고 답이 안 나와서 휴학을 때린 4학년 조교라면 그럴 테고, 아직 겪어보지 않거나 졸업하고도 눌러앉은 녀석들이라면 다르겠지.”

     

    물론, 7계층에 그런 걸출한 인재는 없었다.

     

    “그 말대로다. 재학생들이여. 심지어 나는 모험학부조차도 아니기에 랜덤기숙사던전에 시달릴 걱정조차도 없지. 그러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너희의 <봉인해제>에 자극받을 기억 따위는 없다고.”

    “과연. 당신은 교관 출신이군요? 아마도 강의실습 도중에 불우한 사고로 사망한.”

    “그렇다. 그러니 하찮은 정신파괴족보 따위는 집어치우고 실력을 보여라. 내가 생전에 도전하지 못했던 4학년 졸업의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카타콤의 지하에서 쌓은 사기로 시험해주마.”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4학년용 정신파괴족보를 도로 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교관용 정신파괴족보를 새롭게 꺼내서 넓게 펼쳤다.

     

    “9번 문제. 아르테미스 교수의 미용학 강의는 어떠한 극한환경에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부조리한 환경에 <실험체>를 노출하고 학생들이 그 피부를 유지하는 강의를 하지. 이때, 강의를 마치고 오염된 실험체들을 다음 강의 전까지 원상복구 시키지 못한 교관들은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35번 문제. 위어드 교수의 고등식물학 강의는 마석나무묘목을 심어 한 달 내로 최상급 마석을 수확하는 과제를 준다. 위어드 교수는 최상급 마석을 만들지 못한 나무를 거두어 마석나무묘목 구매비용을 충당하는데, 이때 묘목에 줄 거름은 무엇일까?”

     

    사라진 교관과 늘어난 실험체 괴담.

    거름으로 매장된 교관의 구조요청 괴담.

    교관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러나 단순한 괴담이 아닌 충격사례가 실재하는 <경험담> 모음집 가운데 교관이 어느 사례에 크게 동요했다.

     

    “205번 문제. 악마학 교수 디에몬은 초상화에 갇힌 악마를 죽이는 열 가지 방법을 수강생들에게 연구하고 실습하도록 지시한다. 그 많은 악마는 대체 어디서 누가 다 잡아오는 걸까?”

    “아니야!! 우리 교수님은 휴가 중에 편히 쉰 기억 때문에 아카데미 교관생활을 괴롭게 보내지 말라고 기억소거 마법을 걸어주셨다고 했어. 절대 교관을 속여서 마계에 집어 던져서 악마들을 생포해 오게 만들고 보낸 적도 없는 휴가를 다녀온 셈으로 쳤을 분이 아니라고!!!”

    “저런. 디에몬 교수의 불쌍한 장난감이었군.”

    “난 교수님의 장난감이 아니야!! 정말로 교수님이 날 농락했다면 연차휴가수당으로 포인트를 지불할 필요도 없었잖아!!!”

    “자네… 설마 위험지역특별외근수당이 연차휴가수당의 스무 배가 넘는 것까지 잊은 건가?”

    “?!”

    “허, 디에몬 교수 그렇게 안 봤는데 악마학 교수 아니랄까 봐 정말 악마 같은 교수님이셨군. 그러고 보니 그 교수님, 교관이 유독 자주 바뀐 이유가 골고루 경험을 쌓게 해주려던 게 아니라 마계에서 다 갈려 나가서 그런 거였나?”

     

    믿었던 교수님에게 배신당한 충격에 절규하던 언데드 교관이 학생들을 밀치고 달렸다.

    급히 반격하려던 학생들을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이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언데드 교관은 학생들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고 카타콤의 지상을 향해 사라졌다.

     

    “나라도 알겠다냐. 저건 교수에게 배신당한 충격에 실성해서 제 발로 두 번 죽으러 가는 거다냐.”

     

    언데드 교관이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는 남의 일에 무관심한 데드캣조차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언데드4학년>과 <언데드교관>들이 박살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언데드조교>들은 주섬주섬 새 스크롤을 꺼낼 준비를 하는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과 시선을 마주쳤다.

     

    “내려가시는 길은 이쪽입니다.”

    “감으면 마나회복속도가 오르는 미라붕대라도 한 뭉치 드릴까요?”

    “준다는데 마다할 거 없지. 야, 니들도 챙겨라.”

    “그거 받아서 어디다 감아여?”

     

    티토소가의 순진한 물음에 선배들이 피식 웃었다.

     

    “가슴에 감든가. 그럼 고등급 장비템이랑 착용 부위도 안 겹치고 딱이네.”

    “아! 저 그거 들어봤어요. 가슴이 큰 여기사나 격투가들이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압박붕대를 감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장착하는 거죠?”

    “뭐 그렇기는 한데…”

     

    남자선배들이 커험험 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리는 사이, 여자 선배들의 눈이 빠르게 여학생들의 가슴을 훑기 시작했다.

     

    ‘격투가들은 잘 쓰겠군.’

     

    헤스티아와 롯토는 신체를 쓰는 직업이라 그런가 붕대를 감으면 큰 이득을 볼 것 같았다.

     

    ‘마법사들도 마력주머니로 신체부위를 이용한 탓인지 마나재생효과를 빠르게 보겠고.’

     

    로지니와 아이린을 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3학년 수석쯤 되면 역시 확실하군.’

     

    만델라 카스테라를 보면서 아주 효과가 크겠다며 끄덕임의 속도가 빨라지던 여선배들의 고개!

    그 시선이 옆에 선 데드캣에게 향하자마자 매우 급격히 느려졌다.

     

    ‘…그래, 수인은 인간에게는 없는 신체기관에 마나가 쏠리니까 꼬리랑 동물귀로 살과 마나가 다 갔을지도 모르지.’

     

    어떻게든 수긍하려고 느릿하게 움직이던 선배들의 고개는 가장 마지막으로 티토소가와 즈앙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침묵했다.

     

    “공부할 때 이마에 감아.”

    “중2병 오면 손목에 감아도 되겠네.”

    “저희만 붕대의 장착 부위가 다른 것 같은데요!”

     

    티토소가의 항의와 즈앙의 불만스러운 기색을 애써 무시하며 선배들이 도망치듯이 8계층으로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도로 7계층 보스룸 바닥을 갈아엎으며 나뒹굴었다.

     

    <넘버즈 석관>

     

    하늘을 부유하며 7계층 보스룸으로 줄줄이 들어서는 커다란 석관들.

    그중 하나의 관 뚜껑이 열리자 선배들의 패퇴를 쌤통이라며 즐겁게 바라보던 즈앙조차 기겁했다.

     

    “겔겔겔! 이게 누구야. 우리 모범생들이잖아? 강의시간도 아닌데 제 발로 이런 깊은 곳까지 찾아왔다는 건 오늘이야말로 해골이 되고 싶다는 뜻이겠지?”

     

    사다코 교수의 전대 해골교관이 담긴 관짝의 등장은 지금 그들의 앞에 나타난 관들의 정체를 가볍게 유추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해골교관이었다.

    저 관에 든 것들이 전부 다.

    역대 해골교관들이 들어있는 석관의 수는 무려 스물.

    영역 4단계급 교관 스무 명이 관뚜껑을 박차고 우르르 튀어나오니 서귀연 역대 고수들조차도 지금까지의 여유를 잃고 긴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정부위 장착불가 아이템이 슬픈 아이들과 사다코의 교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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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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