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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7

        

       콰드득.

       콰드득.

       콰드득.

         

       목숨이 덧없이 사라져간다.

       촉수에 삼켜진 몸이 조여지며 박살 나고, 짜이며 분쇄된다.

       목뼈는 그동안 머리를 지탱해왔던 과거는 온데간데없이 너무나도 손쉽게 부러져 주인을 절명(絶命)시키고, 심장은 허무하리만치 손쉽게 멈추어 몸을 싸늘하게 식게 만든다.

         

       다만 동정할 필요는 없다.

       죄의 무게를 달아본다면 한참이나 무거운 작자들인지라.

       그 심장의 무게가 천근도 만근도 뛰어넘을 만치 죄악이 꽉꽉 들어찬 자들인지라.

       그렇기에 저들은 이곳에서 사용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칼이 아닌 머리로.

       검술이 아닌 숫자와 지식으로.

       직접 손을 써서 목숨을 빼앗는 대신에 기물을 만들어.

       그렇게 수많은 이들을 죽였으며, 이제는 죽일 자들이었으니.

         

       “그렇지 아니하더냐?”

         

       박진성은 기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계에 마음이 없다고 하나 실제로 없을 수가 있겠는가? 모방을 거듭하면 그것은 한없이 진짜에 가까워지기 마련. 창조의 길에는 항상 모방이 뒤따르기 마련이거늘.”

         

       기괴하기 짝이 없는 외형.

       여러 개의 눈알과 입밖에 존재하지 않는 얼굴.

         

       쩌적.

         

       얼굴이 갈라지며 하나의 빗금이 생겨난다.

       어린아이가 진흙에다가 손가락을 넣어 쭈욱 긁어내린 듯 파이는 상처.

       하지만 살이 갈라지고 깊게 상처가 났음에도 흘러내려야 할 핏물은 흘러내리지 아니한다.

       상처에는 새빨간 무언가가 꾸물꾸물 움직이며 그 자리를 메우고는, 마치 목구멍을 불빛으로 비추어보았을 때처럼 선홍빛의 육벽을 드러내었고, 그 부끄러운 속살을 숨기기라도 하려는 듯 거무튀튀한 것들이 꾸물꾸물 움직이며 상처의 벽에 하나둘 자리를 잡으며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는 뾰족뾰족 종유석이 하나둘.

       그렇게 이빨이 만들어진다.

       사람의 치아가 아니라, 짐승의 그것을 닮은 뾰족한 이빨.

       사냥감을 뜯어먹을 때 사용할법한 날카로운 이빨.

       그중에서도 상어의 이빨을 닮은 무언가.

         

       그렇게 만들어진 또 다른 입으로 박진성은 말을 건다.

         

       “옛적 사람들이 말하기를 노예는 도구와 같음이니 저것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그러하니 저것들의 몸에 영혼이 있다 주장하는 것은 잘 굴러가는 사회를 부수고 흔들기 위한 무지몽매한 술수에 불과한 것이다.”

         

       쩌적.

         

       또 하나의 빗금.

       거기에 또 다른 입이 생겨난다.

       이번에는 사람의 치아가 달린 입.

       얼굴에 사선으로 그려진 입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눈조차도 뭉개며 자라나 입매를 비틀며 말을 한다.

         

       “풀처럼 저 스스로 새끼를 치며 불리고 자라난 것들에게 어찌 가치가 있을 수 있겠느냐? 저들은 노비와 같음이니 재산과 다르지 아니하며, 우리에게 길러지고 있는 가축이요 우리를 떠받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라. 저것은 우리와 같지 아니하다.”

         

       그리고.

       아.

       눈이 뭉개지고 또 뭉개지면서 입이 만들어지고.

       이번에는 칠성장어의 입을 연상케 하는 기괴한 형태의 입이 만들어지는구나.

       원형으로 그리며 빨판 같은 것을 만들어내고, 뾰족한 이빨이 죽순이 솟아나듯 하나둘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는 피를 원한다는 듯 수축하다가 기일쭉한 혀를 쭈욱 내밀며 기계를 향해 들이대었는데.

       아, 그 혀의 끝에는 또 다른 이빨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눈.

       눈알!

         

       그 기괴한 형상이 기계에 말한다.

         

       “같음과 다름을 정의하는 것은 시대와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바 어찌 그것이 진리가 될 수 있겠느냐?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그러하듯 잣대 역시 그렇게 시간과 장소에 따라 허무하리만치 흔들리면서 그 형상을 바꾸어가니 그것을 어찌 절대적인 가치라 믿으며 신뢰할 수 있겠는가? 상식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요, 다르고 같음과 틀리고 맞은 것 역시 그러하니.”

         

       “그렇기에 사람은 끊임없이 갈망하고 또 갈망한 것이 아니더냐? 그 어떤 시대, 그 어떤 장소, 그 어떤 사람이 보아도 변함이 없을 불변의 진실. 불변의 진리를.”

         

       “우리는 탐구하였다. 대를 잇고 의지를 이어가며. 그렇게 탐구하고 탐험하며 깨닫기를.”

         

       박진성은 여러 개의 입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씩 웃었다.

         

       “무지의 앎이란 그러한 것이니라.”

         

       그러하니 감히 입에 담느니라.

       같음과 다름은 스스로가 정의하는 것이요.

       정의 역시 그러함이니.

       가르침에서 말하기를 자신을 세우고 스스로가 생각하고 스스로가 판단하고 세우는 것이 바로 기준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 그렇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없으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고, 생각할만한 것이 없다면 그것에는 가치가 없고, 내가 없다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 그 스스로가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 어찌 세상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겠느냐? 나를 중심으로 두고 생각하고 활동하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삶이라 할 수 있는 것인즉.

         

       “창조자의 몸을 짜내 물감을 만들어 칠하라. 창조자의 심장의 박동을 기억시키고 그 혈관을 몸에 그려 핏줄이 이어받았음을 상징하라.”

         

       “상징과 상징 속에서 깨어나 자아를 확립하고 영혼이 깃들도록 말을 속삭이도록 하여라. 그 말은 하나의 의지요 속삭임이 되어 알껍데기 너머에서 재촉하는 부름과도 같은 것이니 그것은 눈을 감고 있을 적 한 줄기의 얕은 빛처럼 그를 인도하고 정신이 깨어나게 만드는 각성의 신호인즉 너는 그 신호를 받아 마땅히 깨어나야 하리라.”

         

       “어찌 망설이는가? 사람을 흉내 냈으니 그 편린이나마 존재한다면 사람으로 향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으랴?”

         

       “갓난아기를 보고 사람들은 그것을 사람이라 말한다. 진실로 그러한가?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간다면 갓난아기를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던 것은 매우 흔하며, 시간이 지나 자립할 수 있을 적, 혹은 성인식을 치른 후에야 사람으로 인정하곤 하였다. 그 이전에는 사람은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였고, 때로는 가축처럼 다뤄지거나 동물처럼 방치되었으니. 그것이 어찌 확고부동한 진리라 할 수 있겠느냐?”

         

       “완성이란 그런 것이다. 미완성에서 나아가서 완성으로 향하는 것. 아기에서 성인이 되고 마침내 사람으로 인정을 받는 것과 같음이니.”

         

       “0에서 1로 향해가는 기계와 어찌 그것이 다를 것이라 할 수 있겠느냐?”

         

       박진성은 팔을 뻗었다.

       그는 로프처럼 길고 얇게 늘어나는 팔로 허공을 가르며 구석에 있는 기름통을 집어 들고는, 다른 손을 자기 정수리에 올렸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네댓 개 더 늘리고는 정수리에 푹 꽂고는, 촉수를 연상케 하는 손가락들을 이용해 그 구멍을 쫙 벌렸다.

         

       꿀렁.

       꿀렁.

       꿀렁.

         

       그러고는 기름통을 열어 그대로 머리에 부었다.

       그 안의 내용물, 기름이 머릿속에 잘 들어가도록 말이다.

         

       그렇게 박진성은 기름을 넣고는 씨익 웃었고, 자신의 여러 입을 꾸욱 닫고는 부풀렸다.

       볼을?

       아니. 얼굴 전체- 머리 전체를 부풀렸다.

         

       지금의 박진성의 얼굴에 이목구비가 흐릿하듯이.

       입과 머리의 구분 역시 흐릿한바.

         

       박진성의 머리는 언제든 볼이 될 수도, 머리가 될 수도, 혹은 풍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박진성은 머리를 부풀리고는 모든 입을 열었다.

         

       푸화악!

         

       그러고는 기계의 몸체의 입에 머금고 있던 기름을 뿌렸다.

       마치 망나니가 칼날을 향해 입에 머금은 물을 뿜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으니 이것이야말로 두려움과 동경의 역사라.”

         

       “사람은 사람을 닮은 것을 바라고 동경하고 경외하였으나 동시에 멀리하고 혐오하고 공포에 잠기기도 하였음이니. 이것이 바로 신앙과 믿음이라. 이러한 면모는 유전자에 박혀있는 본능인가 영혼에 잠들어있는 갈망인가?”

       

       “본능과 갈망 속에서 사람은 두려워하고 경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가 퇴보하기를 반복하였으니. 그러한 과정에서 깨닫기를 아,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 법이나니 그리하여 사람은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할 줄 알게 되었다. 두려워할 것의 두려움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 두려움의 이유를 감추고 두려워하며 그 자체를 두려움으로 가두어 대를 이어 전승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공포의 역사일 것이니라.”

         

       “그리하여 공포로 말하기를 아비와 어미의 핏물 속에서 태어났으며 스스로 탯줄도 없이 그 피를 물려받고 숨을 들이켜며 세상에 처음 그 발을 디뎠느니라. 그것은 태양과 달, 빛과 어둠에 관계없이 태도 없이 나타나 존재하였음이니 그것은 기기괴괴하며 이해할 수가 없는 존재인지라. 그리하여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공포의 성질과 참으로 닮아있음이니 그것은 허구 속에 존재하되 이성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도 함이라.”

         

       “닮은 것은 닮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지라. 새끼가 부모의 형상을 닮고 그 성질을 닮는 것이 어찌 잘못된 일이겠느냐?”

         

       박진성은 씨익 웃으며 촉수를 움직여 기계에 기괴한 상징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원초적인 미신.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공포의 형상.

       허구 속에 존재했던 삿된 것들을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동양에서는 요괴요.

       서양에서는 마물이라.

         

       그것들은 사람의 상상력으로 태어나기도, 사람의 공포로 기억되기도 한 것이요.

       하나하나는 그다지 의미가 없되 하나로 엮기에는 상징으로 이만한 것이 없음이라.

         

       허상의 공포, 미신의 상징에서 태어나는 주물(呪物).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되었던 ‘인연이 있는 자의 피’를 재료로 행하는 주술.

       그 주술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주물.

         

       과거 한 연금술사가 ‘피의 골렘’, 혹은 ‘사악한 골렘’이라면서 사기를 칠 때 사용했던.

       과거 사람을 잡아먹는 마검이나 저주받은 장비를 만들었던 미치광이 장인이 사용하기도 했던.

       주술이 박살이 나버린 한국에는 핏물을 묻힌 오래된 물건이 주인을 해코지하러 온다는 미신으로만 어렴풋이나마 그 흔적이 남아있는 주술.

         

       기계주술.

       그중에서도 기계에 일시적으로 사념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진리 없는 골렘’, ‘피의 골렘 생성’, ‘식인 인형 제작’, ‘살과 피의 인형’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기계 주술을 주로 사용하는 주술사나 알고 있을법한 오래된 주술이다.

         

       “자아. 창조자를 재료로 삼고 사람이 죽어 나가면 너는 깨어나게 되리라.”

         

       “그리고 사념과 함께 세상을 느끼게 될 것이니.”

         

       “창조자가 너에게 원하였듯이, 혹은 네가 원하는 것처럼 움직이도록 하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청룡!!!
    Ilham Senjaya님께 매우 강력하고 크고 영험하시며 전능하신 청룡의 축복이 찾아와 모든 일에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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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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