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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7

       

        

        

        

        

        

       “로미오와 찰리 – 나포한 두 척의 적성국 잠수함의 코드네임 – 가 뉴저지 남부에 도착했습니다. 버지니아비치 댐넥 해군기지에 도착하기까지 일주일 가량 남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적성국의 낌새는 어떤가?”

        

       “참모진들이 예상한대로,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럼 그렇지. 멍청한 놈들.”

        

        

        

        브롱스에서의 작전이 끝나고, 대거 팀은 숙소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지만, HQ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대거 팀이 벌인 여파가 문어발처럼 미국 북동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감에 따라, 뒷수습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온갖 군부대에서 사건의 뒷처리를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번의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온갖 필요한 물자와 폭탄을 끌어다 썼으면, 그것을 다시 메우고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필요한 법이었고, 작전 성공을 통해 얻어낸 성과를 분석하는 사람도 필요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소화해야만, 혹은 처리해야만 하는 성과는 다름아닌 뉴저지 앞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는 두 척의 잠수함이었다.

        

        

        

       “일주일이 이렇게까지 기다려지긴 처음이군.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만 봐도 이가 다 썩을 지경인데, 사이버사령부가 제대로 분석을 시작하면 어떤 대단한 이야기가 나올지 감도 안 잡혀.”

        

       “그 친구들, 이미 손이 근질근질하다는군요. 먼지 껴있던 잠수함 도크가 반질반질해졌답니다. 도착하자마자 잔뜩 뜯어볼 생각밖에 없는 거겠지요.”

        

       “나라도 그러겠다.”

        

        

        

        나포가 이뤄진 지 고작해야 일주일 하고도 며칠밖에 안 되었지만, 이미 많은 사실들이 밝혀졌다.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를지언정 잠수함이라는 기본적인 틀은 비슷했던 탓에 소드 승조원들이 무난하게 잠수함 운용법을 파악한 것도 그렇거니와, 적국 잠수함 승조원들의 협력도 한몫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일괄적으로 몸에 폭탄이 심어졌기 때문이었다. 가혹한 처사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걸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상대는 선전포고도 없이 미국에 발을 디뎠으니.

        

        그것도 500kt급 핵탄두가 가득 들어찬 중거리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각각 8기, 12기씩 탑재한 채.

        

        

        심문에 가까운 질문의 연속, 아낌없이 사용된 자백제, 그리고 자포자기한 승무원들은 즉결처형을 면하는 대가로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했다.

        

        이들이 출발한 잠수함기지의 위치와 상세한 내부 정보, 핵미사일 발사용 코드북과 아직 살아있는 해저케이블의 위치, 적 통신망 및 군사위성의 궤적과 접속 방법 및 접속기까지.

        

        물론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 다시 말해 러시아와 중국이 현재 어떤 피해를 입었으며, 동아시아의 정세가 어떤 형태로 되어있고, 추후 어떤 작전을 펼칠지도 얼추 대답이 나왔다.

        

        

        

       “미 서부와 북동부에 공수군을 쏟아붓겠다라. 아주 꿈도 야무지시구만. 이게 무슨 콜 오브 듀티인 줄 알고 있나?”

        

       “대거 팀이 잠수함을 나포해오지 못했다면 아마 실제로 그렇게 됐겠지요. 아무튼…굉장한 성과입니다. 이제 공수군을 막을 정도의 방공망을 북동부에 어떻게 구축할지가 관건이긴 합니다만.”

        

       “어떻게든 해봐야지. 3개월 안에. 그나마 러중 연합군이 해안가에 핵을 퍼붓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이긴 하다만, 그것도 확실하진 않지. 이런 혼란한 때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작정한 놈들이니까.”

        

        

        

        말 그대로 대규모 공수작전.

        

        상륙작전이 아니라 공수작전인 이유는 간단했다. 러-중 연합군 통신체계를 이리저리 분석한 결과, 적들은 태평양에서 대부분의 해상전력을 말아먹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미 해군 제7함대와 제3함대가 빈사 상태가 되었고, 해저 케이블이 대부분 박살났으며, 인공위성을 통한 데이터 수신도 거의 불가능해졌단 점 정도.

        

        더군다나 러-중 입장에선 적국에서 오랫동안 작전을 해야 했기에, 상륙지에 핵을 쏟아부으면 아군이 싸그리 죽어나간다는 기본적인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칙칙한 생각을 억지로 무시한 분석관들은 위안을 찾기로 했다.

        

        적어도 언제든지 가용 가능한 핵미사일이 무려 스무 기. 게다가 사일로에 실려있는 미사일들이 전부 MIRV, 즉 미사일 하나에 핵탄두를 여러 개씩 포함하고 있는 물건이란 걸 감안하면, 핵미사일 200개 정도가 수중에 떨어진 셈.

        

        물론 그것을 쓰는 순간 전면 핵전쟁이 시작될테니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을 확률이 높았지만, 이 핵미사일들은 숫자 이상의 억제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잠수함이 각국에 있는 미사일 사일로의 위치에 관련한 데이터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친구들, 넓은 러시아 땅에 아주 알차게 사일로를 박아두셨구만. USASMDC(육군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가 멀쩡했으면 선제타격도 해볼 만했을텐데.”

        

       “탄도탄 요격 미사일 시스템을 굴릴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이카루스 기어를 한두 개 정도 박아놓으면 모르겠지만…레드스톤 아스널에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산탄 미사일을 싸그리 다 썼답니다.”

        

       “탄도미사일 개발하는 곳이…레이시온인가. 메사추세츠? 가깝구만. 꼬라지 보니 이것도 센트럴 파크가 관할하게 될 것 같은데. 여기 있는 공장들 나중에 전부 뜯어와야 할지도 모르겠어.”

        

       “방금 대거 팀이 그 말 들었으면 수석분석관님의 목을 졸라버렸을 것 같습니다만.”

        

       “망할,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아무 말 안 했다고 해라. 알겠냐?”

        

       “담배 한 갑만 사주십쇼, 그럼.”

        

        

        

        수석분석관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후임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 말대로였다. 현재 늘어져라 취침 중인 대거 팀이 들었다면 왜 또 일이 새로 생겼냐며 분노를 금치 못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 말고도 해야만 하는 일들은 시시각각 닥쳐오고 있었다.

        

        브롱스는 걸레짝이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청소되었는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았으며, 아르테미스의 촉수가 어디까지 뻗어있는지도 확인해야만 했다. 아르테미스 본사가 뉴욕 북부에 있단 점을 감안하면 특히 더더욱.

        

        

        어디 그것 뿐만이랴. 맨해튼의 상황이 비교적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이제부터는 철도 보수의 시간이 필요했고, 철도 보수는 필연적으로 활동 반경의 확장을 불렀다.

        

        그나마 멀쩡해질 여지를 서서히 갖추기 시작한 맨해튼과는 다르게, 공권력이고 군대고 경찰이고 전부 갈기갈기 찢어져버린 필라델피아와 아비규환 그 자체가 되어버린 워싱턴 D.C까지.

        

        특히나 수도는 그야말로 반쯤 박살나버렸다고 해도 무방했다. 얼추 듣기론 최소 15개 이상의 세력이 수도를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일단 더 많은 태스크포스의 창설이 시급하단 건 누구나 동의하는 바지만, 당장 1차투입요원들 중 일부가 HQ를 배반하고 도망간 걸 감안하면…그닥 느낌이 좋지는 않은데.”

        

       “그것도 대거 팀에게 맡긴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면 저 분들이 굉장히 화낼 것 같지 않습니까?”

        

       “당연한 말을 하는구만. 하지만….”

        

        

        

        까놓고 말해, 대거 팀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제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아포칼립스 상태가 지속되며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마음의 여유 부족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고도 객관적인 사실이 그러했다.

        

        특히나 이카루스 기어는 아무에게나 건네줄 수 있는 매력적인 장난감 같은 것이 아니었다. 손목에 기어를 착용한 사람이 변절이라도 했다간 되돌릴 수 없는 참사를 낳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거 팀 이외의 태스크포스를 창설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미리미리 대비를 해놔야겠지.”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거다.”

        

        

        

        그는 손가락을 휘저었고, 상신 예정인 요청안 하나를 펼쳤다.

        

        후임은 그것을 보고 눈을 깜빡거렸고, 이내 눈썹을 찌푸리며 이것이 말이 되는지를 확인했다. 요청안에 적혀있는 내용은 간단했다 – 처형부대의 운용이었다. 탈영병 체포 같은 것이 아니라.

        

        무기질적인 글자가 화면 위에서 휘돌았다. 본래라면 존재해서는 안 될 요청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전시였기에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부대의 존재였다.

        

        후임은 신중히 할 말을 골랐고, 이내 삐걱대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런, 것조차, 필요해지겠군요. 앞으로는….”

        

       “슬픈 현실이지. 어차피 요청안이니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도 있다. 크게 신경쓰지 마.”

        

       “받아들여지지 않을 리가 없잖습니까. 이게.”

        

        

        

        로어 맨해튼에 백린을 쏟아부었고, 브루클린 하부와 브롱스에 산탄 미사일을 퍼부었다.

        

        선은 한참 전에 넘었다. 이 정도는 예방조치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는 이 요청이 곧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며, 머잖아 대거 팀의 누군가는, 혹은 대거 팀 전체가 그 역할을 맡게 되리란 사실을 이해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아무런 것도 보지 못했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덧 해가 뜨기 시작했고, 새파랗게 물들어가는 하늘이 이들을 반겼다.

        

        큰 고비를 넘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할 일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나에 매듭을 짓는 순간 또 다른 업무가 생겨나고, 한 번 무너진 미국을 재건하는 것은 요원해보였다.

        

        업무 시간과 강도가 들쭉날쭉하고 불규칙하며, 누군가 실수라도 한 순간 목숨이 오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석관 및 작전관들에게 가해지는 정신적인 압박감은 그보다도 훨씬 거대했다.

        

        바로 그 때문에 TOC는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퀘퀘한 담배 냄새로 찌들었다.

        

        

        

       “라플란드 그 자식이 방에서 냄새난다고 투덜댈 게 벌써부터 선하구만.”

        

       “한창 냄새에 민감할 때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대거 팀이 요즘 빨랫감이 하나씩 누락된다고 불평을 했던 것 같든데….”

        

       “아무리 그래도 그 자식이 빨랫감을 훔치겠냐. 괜히 엄한 소리 하지 말고 나중에 방향제나 향수 같은 거 있나 찾아보기나 해.”

        

       “예에.”

        

        

        

        주제는 자연스럽게 라플란드로 바뀌었다.

        

        이전까지의 그녀가 과거 탈옥수라는 이유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면, 본의 아니게 발레리를 무력화한 이후의 그녀는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문에, 라플란드의 외모와 취향 역시도 슬그머니 배려를 받게 되었다. 특히나 그녀는 누가 봐도 늑대를 인간의 형태로 조형해놓은 존재였고, 당연히 코가 굉장히 예민했다.

        

        하지만 상황 자체가 열악한 이상 TOC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손가락에 끼워진 담배를 바라보던 후임 분석관이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그래도 담배는 못 끊겠습니다.”

        

       “누가 아니라냐.”

        

        

        

        물론, 그 또한 슬픈 현실이었다.

        

        센트럴 파크는 실로 조용했다.

        

        

        

        

        

        

        

       “미안하다. 다른 애들 거랑 빨랫감이 섞여서 누가 가져간 줄 알았어.”

        

       “아니, 애시당초 제가 왜 피냄새랑 화약냄새 가득한 남 전투복을 가져갈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미안하다, 미안. 부식으로 받아온 초콜릿 우유라도 좀 마실래?”

        

       “…주니까 받는 겁니다.”

        

        

        

        한편,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라플란드는 서서히 대거 팀과 친분을 맺기 시작했다. 혹은 길들여지고 있거나.

        

        물론, 거절할 수는 없었다.

        

        

        

        

        

        

        

        

       

         

       

        

        

         

        

        

        

        

        

        

       “…여기 시설 너무 좋은 거 아닙니까?”

        

       “뭐, 적잖아 20명 이상 지내도 쾌적한 공간을 4명이 쓰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지. 아무튼 여기로 옮겨온 걸 축하한다. 물론 허튼 짓 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오자마자 악담부터 하시면 어떡합니까!”

        

       “자자, 알았으니 화 그만 내고. 개털 날린다.”

        

       “안 날립니다!”

        

        

        

        6월 초, 센트럴 파크 HQ, 알파급 변이자 숙소.

        

        브롱스에서의 작전이 모두 끝나고, 그로부터 하루 가량이 지나간 센트럴 파크는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공기 중에는 은은한 화약 냄새가 배어있었다. 불과 하루 전에 브롱스를 말 그대로 뒤엎어버린 세 발의 탄도미사일이 남긴 흔적이었다.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센트럴 파크에서도 하늘 높이 피어오른 연기가 보일 정도였다.

        

        타오르다 못해 증발해버린 폭심지, 잔열로 인해 사방으로 옮겨붙기 시작한 불, 탄도미사일 도착 전 포톤 1이 뿌린 백린탄과 테르밋 탄이 유발한 화재까지.

        

        세상은 조용했지만, 공기는 매캐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공기정화기까지 알차게 포함되어있는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 처음으로 도착한 라플란드는 HQ에서 처음으로 상쾌하다는 감각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체취가 아예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곳은 TOC보다도 훨씬 냄새가 좋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상큼하다고 해야 할….

        

        

        

       “…으.”

        

       “얘는 또 왜 얼굴이 빨개졌다냐?”

        

       “냅둬.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는가보지.”

        

       “가서 짐이나 풀어, 신입. 선임들 앞에서 야시꾸리한 상상 하고 있지 말고.”

        

        

        

        붕붕붕.

        

        라플란드는 그제야 자신의 꼬리가 신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눈치채었고, 새빨간 얼굴로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에 짐을 풀었다. 애시당초 그닥 짐이 많지도 않았기에 정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고, 침대에 앉았다. 침대는 너무나도 푹신했다. 그녀는 침대 이불보와 베개에 센트럴 파크 근처에 있는 고급 호텔의 이름이 수놓아져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묘한 질투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침대 옆에 놓여진 건캐비닛 때문이었다.

        

        

        

       “…무, 뭣. 여기에 왜 총이…!?”

        

       “긴급 출동 때 들고 가는 물건이지 뭐겠어. 네가 앞으로 우리와 동일한 일을 하게 된다면 네 전용 건캐비닛도 이 자리에 생겨나겠지. 앞으로 익숙해져야만 할 거야.”

        

       “그, 저는 현재 견습 작전관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데요.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그렇지, 그렇지. 나도 알아.”

        

        

        

        틀렸다. 어제도 느꼈지만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라플란드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번도 군대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어쩌면 군대에 가면 이런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선임으로 모시는 그런 거 말이다.

        

        그녀는 견습 작전관으로 일하면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신상과 계급을 얼핏 본 경험이 있었고…이들 중 중사 미만의 사람들이 없었다. 전부 작대기 두 개거나 세 개, 혹은 준위였다.

        

        그냥 단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숱한 실전과 훈련을 치르면서 스스로를 증명해냈고,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적어도 천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받은 사람들이었다.

        

        한 명 빼고.

        

        

        

       ‘…라고는 하지만….’

        

        

        

        그 한 명도 얼마 전까지는 일반인이었다면서, 어떻게 대거 팀의 페이스를 따라갈 수 있는 것일까.

        

        듣자 하니 말로는 과거에 군인으로 복무한 적이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 것일까. 세상의 이치는 라플란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지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부식인지 뭔지로 나온 차가운 초콜릿 우유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목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달콤한 향기가 비강을 가득 채운 순간 행복감이 그녀의 몸을 잠식했다.

        

        그걸 다들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 덤이었고.

        

        

        

       “…이래서 다들 저한테 간식 몰아준 거였어요?”

        

       “이제 그걸 알았어? 늦구만, 막내.”

        

       “…여긴 원래 이런 분위기였습니까?”

        

       “이렇게라도 즐거움을 찾아야지. 그럼 대거 팀이 작전 끝난 후에도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줄 알았어? 우리가 무슨 그 로봇 새끼들도 아니고.”

        

       “아, 그건 그렇고. 그러고 보니 로건이 뽑아온 사이보그 목은 지금 누가 보관하고 있냐? 분석 중인가?”

        

       “목을 뽑아왔어요!?”

        

        

        

        이상하다. 이런 분위기였나?

        

        분명히 그녀 자신이 기억하는 대거 팀은…말 그대로 지옥에 던져놔도 지옥의 왕의 팔다리를 꺾어버리고 돌아올 것만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여러 의미로 요상한 분들이었다.

        

        라플란드가 멋대로 쌓아올린 이미지가 눈 앞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와중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몸에 유탄 두 발 맞은 그 새끼 시체보단 멀쩡한 걸 가져왔으니, 분석할 게 꽤 있겠지. 이번엔 좀 제대로 된 인텔을 뽑아내야 할 텐데.”

        

       “그러고 보니, 그 자식도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쓰더군요. 제대로 된 견본을 가져왔으면 그걸 분석해서 뭔가 괜찮은 근접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를 텐데.”

        

       “앞으로 지겹게 마주하게 될 테니 다음을 노려보자고. 다음엔 팔이나 다리를 뽑아오면 되겠지.”

        

       “이게 도대체 뭔 대화예요!?”

        

       “대거 팀 평균이지. 익숙해져야 할 거야.”

        

        

        

        이게 도대체 무슨 평균이야.

        

        그녀는 그리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대화는 한없이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이들은 추후 또 다른 사이보그를 만나면 진짜로 팔과 다리를 뽑아 플라즈마 블레이드인지 뭐시깽이인지를 연구할 것이리라.

        

        라플란드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녀의 대거 팀 적응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광기의 오퍼레이터들과 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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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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