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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8

       

       

       후우웅-! 

       

       둔탁한 울림과 함께 검날이 허공을 가른다.

       

       속도는 검보다 늦을지언정, 넓은 부피와 내구성에서 나오는 압력은 마치 태산과 같다.

       

       하물며, 그걸 휘두르는 인물의 경지가 화경을 넘었다면.

       도병의 묵직하다는 단점은, 파괴력이 휘감기며 장점으로 변화하게 된다.

       

       쿠우우웅—!!!

       

       도왕의 검이 지면을 내려찍는다.

       

       콰직-! 단단한 바닥에 금이 가며 파편이 튀었다. 

       단순한 휘두르기임에도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공세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후욱!”

       

       짧막한 호흡 소리. 

       이를 기반으로 도왕의 몸이 회전한다.

       

       흑도풍림(黑刀風琳).

       

       반 바퀴 회전과 동시에 도에서 두꺼운 도강(刀鋼)이 뿜어져 나왔다.

       

       콰가가가각-!!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며 도강이 주변을 휩쓴다.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질 광경이다. 파괴력을 중점에 둔 무공답게 실로 엄청난 힘이었으나.

       

       “저런…!”

       

       “저게 대체….”

       

       관중석에선 놀랍다는 반응보다 놀람을 삼키기 바빠 보인다.

       

       모두 도왕의 위세에 놀란 것일까?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다.

       

       관중들은 모두 도왕의 상대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도왕의 상대는 투룡(鬪龍).

       

       서안비가의 혈족이자 패존의 후인으로 알려진 후기지수다.

       

       본래였다면, 도왕과의 맞수는커녕 스치지도 못하고 패할 거라 예상했다.

       

       그가 아무리 패존의 후인이라도 말이다.

       

       이는 모든 관중의 공통된 생각이었건만. 

       

       “도왕이 저리 강렬한 기세건만….”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모든 이들이 꿈이라도 꾸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저게 말이 되는 일인가?”

       

       도왕의 공세로 난장판이 된 비무대.

       그리 엉망이 된 곳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투룡이 서 있는 곳이었다.

       

       투룡은 비무가 시작된 이후. 

       

       자리를 잡고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로지 한 자리에 서서 도왕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아니지. 

       저걸 막는다고 표현해야 할까?

       

       ‘흘리는 거지.’

       

       막는 거로 그치지 않고 흘려 낸다.

       도왕의 동작을 흘리고. 검강을 치워내며,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변한 것이라곤 지고 있던 뒷짐을 풀었다는 것뿐.

       

       투룡은 도왕의 모든 걸 제지하고 있었다.

       제자리에 돌처럼 서서 말이다.

       

       ‘…괴물 같은 노인네.’

       

       그걸 보며 내가 헛숨을 터트렸다.

       

       감탄을 떠나 경악밖에 남지 않는다. 

       보고 있기만 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나였으면 할 수 있었을까?객관적으로 살펴보지만.

       

       ‘무리야.’

       

       곧바로 대답이 나온다.

       

       나는 무리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랬다.

       

       피하는 건 가능할지언정, ‘제자리’에서 할 수 있냐면 절대 못 할 짓이다.

       

       그걸 경지만 따져서 나보다 낮은 패존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짜 미친 인간이야.’

       

       심안(心眼)을 개안한 건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저런 짓은 못 한다.

       

       아무리 동작을 예측 할 수 있어도 그걸 움직이지 않고 흘리는 건 다른 얘기다.

       

       물론, 아예 막질 않는다는 건 아니다.

       막아야 할 건 막아낸다지만, 패존은 막아야 할 상황을 흘릴 수 있는 상황으로 바꿔버렸다.

       

       “끄득!”

       

       도왕의 도병에 강기가 스민다.

       

       도강이라 해도 크기가 상당했다. 

       코앞에서 휘둘러 그대로 휩쓸어버릴 생각인 듯한데.

       

       그걸 본 패존이 움직였다.

       손을 살짝 뻗어내더니 강기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퉁-!

       

       “…!”

       

       도왕의 검로가 뒤바뀌며 강기가 패존의 머리를 스쳤다.

       

       사람들은 얼굴엔 어찌 된 상황인지 몰라 당혹감이 떠오른다. 

       도왕이 실수라도 한 걸까? 당연하게도 아니었다.

       

       단순히 패존이 길을 틀어버렸을 따름이다.

       

       ‘어이가 없네.’

       

       말이야 단순하고 쉽지.

       이는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심안으로 보면 더 잘 알 수 있었다.

       

       도왕은 제 이름값을 보여주겠다는 듯 묵직한 기운을 뿜어냈고, 그에 따라 수두룩한 내기의 길이 쏟아져 나왔다.

       

       조금만 스쳐도 어쩌면 치명상일지 모르는 힘.

       그런 흐름 속으로 패존은 망설임 없이 파고들어 찰나에 도왕의 동작을 흐트러뜨렸다.

       

       자신감이 철철 흐른다.

       

       자신은 절대 실패할 리 없다. 그런 믿음이 없고서야 저런 짓은 못 할 것이다.

       

       하물며 두 발을 딱 붙이고 서서 그런 짓을 벌인다?

       

       ‘나보고 몸 좀 사리면서 싸우라더니만.’

       

       저런 짓을 성큼 벌이면서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눈을 뗄 수는 없다.

       

       ‘하.’

       

       방금까지 무투제 더럽게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패존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담고자 시선을 끌어다 써야 했다.

       

       ‘이 노인네…일부러 이러는 거잖아.’

       

       패존의 뜻은 진즉 알고 있다.

       짧은 동작을 펼치면서도 뜻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어디 한번 봐보거라.]

       

       마치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패존의 모습은 꼭 그런 느낌이었다.

       

       찰나의 호흡도 놓치지 않겠다.

       그런 마음으로 비무를 지켜보고 있을 때.

       

       -잘 보고 있거라.

       

       그걸 기다렸다는 듯 패존이 내게 전음을 보내왔다.

       

       -마침 좋은 교보재니 말이야.

       

       전음과 동시에.

       

       스윽.

       

       멈춰있던 패존의 발이 움직였다.

       

       한걸음.

       

       툭-.

       

       패존 발끝이 나아가 바닥에 닿고.

       그 순간.

       

       투웅-!

       

       “…!!!”

       

       갑자기 도왕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

       

       

       

       

       운이 좋다.

       

       모든 이들이 팽저우에게 뱉은 말이다.

       

       하북팽가에 태어난 팽저우는 운이 좋았다.

       

       태어나길 가주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도 그렇고. 

       하필이면 당대 가주인 팽태우가 아내를 너무 사랑했음도 그렇다.

       

       어찌나 사랑했는지, 아내의 몸이 약해 팽저우만을 낳았음에도 첩을 들이지 않았으며.

       

       그 덕에 다른 세가에선 형제들끼리 벌인다는 가주 쟁탈전조차 필요가 없었다.

       

       태어나서부터 소가주 자리가 확실한 위치.

       그걸 본 여타 장로나 다른 무인들이 팽저우를 향해 말했었다.

       

       운이 좋다고 말이다.

       

       이게 듣기에는 좋은 말이나, 절대 칭찬이 아님을 팽저우는 알고 있다.

       

       지닌바 재능은 부족하나, 운이 좋아 얻어낸 자리.

       그런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없이 듣던 말.

       

       어릴 적 팽저우에겐 악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열등감에 파묻혀 살아오길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났다.

       

       운이 좋던 팽저우는 예상대로 가주에 올랐고.

       

       도왕의 별호를 이어받았으며, 역대 육좌들 사이에서도 좋지 못한 취급을 당하고 있다지만.

       

       절대 후기지수 따위에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 생각하며 살아왔건만.

       

       쿠웅-!

       

       “크흑!”

       

       육신에 파고든 격통에 팽저우가 침음을 터트린다.

       

       참아내며 강기를 일으켰다. 

       깨진 호신강기가 몸에 둘리지만.

       

       콰드득-! 

       

       간신히 일으킨 막은 곧장 다시 깨져나갔다.

       

       하나, 이는 예측한 바. 강기를 내어주며 팽저우가 몸을 돌렸다.

       반동을 이용해 공세를 이어가려던 것인데.

       

       콱-!

       

       “…!!”

       

       일순 무릎이 굽히며 동작이 풀어졌다.

       

       어느새 나타난 발이 그의 관절을 누르고 있었다.

       

       퉁-! 쿠쿵-! 

       

       하체가 무너지며 비어버린 상체.

       그곳에 주먹이 두 번 스쳐간다.

       

       처음엔 소리가 들렸고.

       

       쿠우우웅-!!

       

       “커헉!”

       

       격통은 그 다음이었다.

       

       가슴팍에서 한 방.

       복부에서 두 방.

       

       충격과 함께 도왕의 몸이 비틀렸다.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무릎 관절을 누르던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어떻게든 버티려 해보지만, 굽혀지는 다리는 막을 수 없다.

       

       하체가 더 내려가고. 

       상체가 상대와 가까워졌다.

       

       빠악-!

       

       고개가 돌아갔다.

       

       콰앙-! 

       

       갈비뼈를 맞아 상체가 격하게 흔들린다.

       뼈가 시릴 지경이었다.

       

       “끄으윽–!!”

       

       침음을 삼키며 도왕이 발끝에 힘을 준다.

       

       더 무너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리 생각하며 악착같이 버텼다.

       

       돌아간 고개 너머 시선을 쏘아냈다.

       

       주먹이 계속해서 뻗어온다.

       

       그걸 보며 도왕이 팔에 힘을 줬다.

       즉시 도병이 검게 물들었다.

       

       흑철(黑鐵).

       

       하북팽가의 절기중 하나다.

       

       본래였다면 이런 동작으론 못 쓸 힘이지만,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투룡과 거리를 벌려야 했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 도를 휘두르는데.

       

       “쯧.”

       

       그걸 본 투룡이 짧게 혀를 찬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 때문인가? 그렇다기엔 감정이 너무나 적나라했다.

       

       실망.

       

       투룡의 눈에 그런 감정이 확연히 보인다.

       

       ‘…뭐냐.’

       

       어찌 저 어린 것이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묶여있던 분노가 도왕의 몸을 잠식한다.

       

       썰어버리고 싶었다.

       저 같잖은 애새끼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쾅-!

       

       “…!”

       

       도병이 튕겨 나가듯 흔들렸다. 

       투룡이 도면(刀面)을 때려 각도를 뒤튼 탓이다.

       

       콰직. 

       검날이 지면에 꽂힌다. 팽저우가 즉시 이를 뽑으려 하나.

       

       꽉-!

       

       “큭!?”

       

       투룡이 검 등을 짓밟아 고정 시켰다. 뽑히지 않는다. 더 힘을 줘야 하지만, 그걸 투룡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발로 팽저우의 가슴팍을 강하게 차버린다.

       

       투웅-!

       

       “커헉!”

       

       충격을 받은 팽저우가 도를 놓친 채 바닥을 두어번 굴렀다.

       

       어떻게든 자세를 잡아 몸을 고정시킨다.

       

       또다시 공격이 이어질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지만.

       

       “…?”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투룡은 팽저우의 도가 꽂힌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를 보고 팽저우가 미간을 찌푸리자.

       

       “멍청한 놈.”

       

       투룡이 팽저우를 향해 말했다.

       

       “…뭐?”

       

       말을 들은 팽저우가 눈을 키운다. 

       

       뭐? 멍청?

       

       설마 자신에게 한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에 팽저우가 헛웃음을 터트리려는데.

       

       “기류가 전부 뒤틀렸거늘, 기껏 한다는 짓이 그깟 발악인가.”

       

       투룡은 멈출 생각이 없는지, 계속해서 팽저우에게 말을 이어갔다.

       

       “흑철(黑鐵)은 고도의 내기 응용이 필요하다. 하여 전대 가주조차 정갈한 자세를 유지해서 사용했다고 하거늘, 네까짓 게 틀을 바꾸려 들어? 자격도 능력도 되지 않는 놈이 참으로 가증스럽구나.”

       

       “이놈이…!!”

       

       끝내 말을 못 참겠는지, 팽저우가 이를 갈며 몸을 일으킨다.

       

       “감히, 내 앞에서 누굴 들먹이는 거냐!”

       현 가주 앞에서 전대 가주를 언급한 것도 모자라 훈수를 두듯 도왕에게 말을 쏘아붙인다.

       

       일개 후기지수 따위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이놈…! 네놈의 재능이 뛰어난 건 놀라우나. 고작 네깟놈이 이 도왕에게 가르침이라도 내리려는 게냐.”

       

       말은 그렇게 하지만, 놀라울 정도가 아니다.

       모든 동작을 차단하고 자신을 가지고 놀듯 움직인다.

       

       보아라.

       

       이제는 헛숨이라도 뱉던 관중들이 침묵만을 뱉어내고 있지 않은가.

       

       신룡과 섬월검이 벌인 일전은 강렬한 광경이 몰아쳤었거늘.

       투룡과 도왕의 비무는 그런 게 없었다.

       

       투박하기 짝이 없는 비무, 절기 따윈 보이지 않는 오로지 무학의 싸움.

       

       이건 화려한 무공을 팽저우가 쓸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투룡이 쓸 수 없게 모든 걸 차단했기 때문이다.

       

       ‘어찌 그게 가능한 거지?’

       

       열을 내면서도 팽저우는 충격에 눈이 떨릴 지경이었다.

       

       속도는 자신이 빠르다.

       힘도 자신이 월등히 높다.

       

       한 번 붙어본 거로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근데 잡지 못했다. 잡지 못할 뿐인가? 닿지도 못했다.

       

       참으로 괴이한 감각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왜 자신이 저놈에게 당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무너지는 자존심에 팽저우가 제정신을 못 차릴 무렵.

       

       “가르침?”

       

       투룡이 그를 향해 말한다.

       그 목소리엔 같잖다는 뜻이 여실하다.

       

       “내가 네게 가르침을?”

       

       올라가는 입꼬리는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그 아까운 걸 왜 너 따위에게 줄 거라 생각하지?”

       

       “…!”

       

       “주제를 알거라. 내게 너는 그럴 만큼의 가치가 없다.”

       

       그 말에 팽저우는 일순 이성의 끈을 놓을 뻔했다.

       그때, 투룡이 꽂힌 팽저우의 도를 잡아 던졌다.

       

       휘리릭 콰각-!

       재빨리 날아든 도가 팽저우 옆에 꽂힌다.

       

       “잡아라. 무인이 애병을 놓쳐서야 되겠는가.”

       

       “하…!”

       

       옆에 나타난 도를 보며 팽저우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네까짓 놈이…날 농락해?”

       

       “흐음.”

       

       아득바득 이를 갈며 팽저우. 그를 보며 투룡이 고개를 까딱였다.

       

       ‘늦었군.’

       

       속으로 판단했다. 

       

       저놈은 늦었다.

       

       어느 정도 보여주기까지 했음에도 자신을 여전히 낮잡아 본다.

       속에 들어찬 분노는 식지를 않고 되레 불타고 있으니, 저 불이 꺼질 때는 팽저우의 심상이 모두 불타고 나서일 터.

       

       진즉 망가지고 몰락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이런.’

       

       아쉽다.

       여기서 아쉽다는 건 팽저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제자 놈에게 좋은 교보재라며 말을 다 꺼내놨거늘.’

       

       좀 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저 꼴을 보니 아쉽기만 했다.

       

       ‘나도 늙어서 그런지, 많이 무뎌졌구나.’

       

       그래서 그런지 착각했다. 

       더 괜찮은 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하찮았다.

       

       어쩌면, 신룡이라던 소림의 소승이 더 나아보일 지경이다.

       실력은 저놈이 나을 수 있으나. 이미 가치를 잃은 것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패존에게 팽저우는 딱 그정도였다.

       

       ‘좀 더 조절했어야 했나.’

       

       두 번이나 확인해놓고서 힘 조절을 실패하다니.

       좀 더 약하게 팼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혹여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께서 제 아들을 한 번쯤은 봐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언젠가 전대 팽 가주. 

       팽태우가 했던 말이 떠올라 속이 거슬렸다.

       

       ‘까먹고 있었는데.’

       

       원래였다면 듣지도 않았을 말.

       

       팽태우가 마음에 들었기에 그나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으니 간직했다고 할 수도 없겠군.

       

       ‘귀찮다.’

       

       그 이상의 감상은 없다.

       미안할 일은 아니다. 

       

       그놈 아들이 무능한 걸 자신이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흐음.”

       

       어찌할까.

       비의진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구그그그그극—!!

       

       팽저우가 도를 움켜잡고 몸을 일으키고는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검게 물든 도.

       

       흑철(黑鐵)을 사용하며 주변에 검은 아지랑이를 피워 낸다.

       

       “죽인다. 죽여버릴 것이다.”

       

       살기가 비무대 위를 점령했다.

       정말 지독한 살기였다.

       

       아무리 무능해도 팽저우는 백대고수 상위의 무인.

       그가 살기와 내기를 끌어모으자 진동이 한없이 짙어진다.

       

       딱 봐도 위험한 상태.

       그걸 패존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심지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뭐 하나는 보여줘야 했는데. 잘됐군.’

       

       아무것도 안 하면 살짝 눈치를 볼 것 같았는데. 

       이러면 괜찮을 것 같았다. 

       

       ‘천하의 비주가 누군가의 눈치를 볼 줄이야.’

       

       그것도 키우는 제자 놈 눈치나 보다니.

       기분이 묘하다. 나쁘다기보단 의외라고 해야 할까.

       

       이 또한, 제자가 그만큼 가치 있는 놈이니 드는 감상일 것이다.

       

       스윽.

       

       패존이 두 손을 살짝 벌려 앞으로 내밀었다.

       

       투명한 공을 잡은 듯한 손동작이었는데. 

       패존이 그런 동작을 취하자.

       

       구웅….

       

       패존의 발밑에서부터 바람이 살짝 일어났다.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점차 패존의 손으로 기운이 뭉치기 시작한다.

       

       그걸 본 팽저우는 준비를 끝냈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팽저우의 도는 이미 흑철을 넘어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도강이 형성되어 있다.

       

       흑철대묵강(黑鐵大黙鋼).

       

       수 세기 전부터 이어지던 팽가의 절기다.

       고도로 압축된 도강으로 상대는 물론이고 주변까지 초토화할 수 있는 무공이었고.

       

       팽저우는 투룡을 지워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내기를 끌어다 뭉쳐냈다.

       

       도왕의 기운이 가득 담긴 힘.

       

       그 압도적인 자태에 지켜보던 이들이 몸을 떨었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저 공격이 얼마나 위험한 힘인지 말이다.

       

       “흐…흐으으…!”

       

       제 기운을 견디는 것도 힘든지 팽저우의 호흡은 점차 거칠어졌고.

       이내 떨리는 손으로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이이잉.

       

       재앙이 허공을 가른다.

       

       강기가 공기를 스치니 치이익-! 소리가 나며 연기가 터져나왔다.

       

       압축된 내기가 힘을 견디지 못해 분화되고 있었다.

       

       쏟아진다.

       

       마치 기둥이 투룡에게 쓰러지는 것 같은 모습이건만.

       

       정작 투룡의 표정엔 여전히 일말의 두려움도 없다.

       

       그는 오직 구(球)를 완성시키는 데에만 집중을 했고.

       이내 완성이 됐을 즈음엔.

       

       “됐군.”

       

       손 안에 회색 구체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때.

       

       이미 팽저우의 공격은 투룡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도강이 그의 정수리에 떨어지기 직전.

       

       투룡이 가볍게 손뼉을 치듯 구를 짓이겼다.

       

       짝!

       

       투아파천무(鬪牙破天武).

       

       제 오식(五式).

       

       파천(破天).

       

       콰그그그그그극—!!!

       

       패존의 손뼉에 하늘이 무너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tmi : 패존이 비주일 시절 키는 218cm 입니다만, 반로환동의 여파로 인해 현재는 178cm 이며.

    이를 들었던 인간 시절 구양천은 키가 줄어도 자신보단 크다며 자랑하냐고 성을 냈다가 두들겨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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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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