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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8

    <718 – 불쌍한아이(18)>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이 겁도 없이 교수의 영역에 쳐들어갈 용기를 낸 것에는 벨벳의 강함이 9할의 지분을 차지했지만, 나머지 1할은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의 지분도 있었다.

     

    “우린 졸업할 수 있어도 안하거나 졸업하고도 나갈 수 있는데 안 나가는 거잖아. 그럼 다른 교관 녀석들보다 훨씬 강한 거 아니냐?”

    “학년을 올리려고 알바하는 애들보다는 훨씬 강한 편이지. 교수가 작정하고 키우는 조교들, 수제자들 사이에서도 수석제자 정도라면 모를까.”

    “우리가 지금 구하려는 오크노디 정도 되는 애가 그 수제자급이지?”

     

    너무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교수의 눈에 띄어버린 불쌍한 아이.

    그 기구한 운명이 참 딱했다.

     

    “재능이 있음을 처음 알았을 때야 뽐내지 못해서 안달하긴 하지.”

     

    교수보다 약한 주제에 자신의 강함을 뽐내어서 교수의 눈에 띈 생명이란 얼마나 불쌍한가.

     

    “하물며 보통의 교수보다 과하게 강한 이 사다코 교수의 수제자라면… 우리랑 비슷한 건 둘째 치고 하극상 당할지도 모르겠는데?”

     

    이전까지는 모두가 함께 고개를 끄덕이던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의 의견이 이 대목에서 갈렸다.

     

    “아닌데? 걔 브론즈 교수 제자라던데? 식물동아리 애들이 만드라고라 털리고 개같이 얻어맞았대.”

    “뭘 모르는 소릴. 그 아이는 위어드 교수의 랩실에서 들려오는 돌 먹는 수련을 가장 먼저 실천하고 있어. 분명 위어드 교수의 선택받은 수제자이기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연구실 밖에서도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거겠지.”

    “셋 다 틀렸거든? 걘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수제자야. 그 교수가 처음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학생이니 틀림없어.”

     

    오크노디가 교수의 수석제자급 강자임은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으나 누구의 제자인지가 엇갈렸다.

    의적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자연의 미치광이 위어드.

    전대용사 디스트로이어.

    사람마다 말이 다 달랐는데 듣고 보면 이것도 맞는 것 같고 저것도 맞는 것 같았다.

     

    “그럼 교수 여러 명의 수제자일지도 모르지.”

     

    벨벳이 무심하게 내뱉은 말에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은 와하하 웃었다.

     

    “농담도 참.”

    “그런 짓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사람의 몸은 한 개라고.”

     

    한 명도 아니고 어떻게 교수 여럿의 수제자를 동시에 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벨벳이 우리한테 농담하는 꼴을 다 보고.”

    “하긴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농담도 하고 그럴 때 됐잖아.”

    “후훗. 선배들이 제 관심에 그렇게 고달팠는지는 몰랐네. 그치만 농담 같은 거 아니야. 난 농담이라면 아주 질색이거든.”

     

    벨벳의 새침한 대답에 서귀연 역대 고수 선배들이 멍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봤다.

     

    “그럼 진짜 교수 여러 명한테 동시에 선택받은 수제자라고?”

    “사람의 몸으로 그게 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오크노디는 가능할지도 모르지. 오기 전에 잠깐 알아봤는데 그 애, 듣는 강의 개수부터가 심상치 않아.”

    “몇 개나 되는데?”

    “강의 개수가 20개를 돌파했다는 소문이 있어.”

     

    하루를 혼자 48시간으로 쓰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정신나간 양의 강의 개수!

    그걸 다 듣고 있는 사람은 오크노디가 아닌 다크노디였지만, 어차피 그들이 구하려던 사람도 다크노디였으니 딱히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

     

    ‘던전에서 오크노디의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그 몸으로 돌아다니는 보스몹도 본 적 있는걸.’

     

    벨벳은 나아가 ‘옥좌노디’를 목격한 기억으로 오크노디의 엄청난 수의 강의수강의 비밀에 접근했다고 생각했지만.

    물론 그게 착각이건 말건 다크노디가 도움을 받는 처지임은 마찬가지였다.

     

    “그런 대단한 아이니까 이런 살벌한 전력의 사다코 교수에게도 선택 받을 수 있었겠지?”

    “그렇겠군. 교관 하나하나가 우리 서귀연 역대 고수들에게 필적하는 수준의 교수라면 수제자도 평범하게 뽑지는 않을 테니까.”

     

    석관에서 갓 풀려난 넘버즈 해골교관들은 교관들대로 그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우리 사다코 군주께서 수제자를 정했단 말인가?”

    “별호도 다크프린세스라는군. 참 지같은 후계자를 잘 골랐어.”

    “리틀 사다코라니, 세상이 멸망할 징조구나!”

     

    감탄, 질색, 경악.

    느끼는 감정이야 다양했지만 교관들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같았다.

     

    “사다코 군주의 후계자를 멋대로 군주님에게서 빼앗아 가려 드는 자들이다. 모두 막아라.”

    “날 해골로 만든 사다코에게 후계자를 빼앗아 한 방 먹이겠다는 태도는 높이 산다만 이쪽도 <계약>이 있어서 말이지.”

    “4호의 말대로다. 교관 1호가 저렇게 정한 이상, 이 앞으로는 보내줄 수 없다.”

     

    서귀연 역대 고수들과 사다코의 넘버즈 교관들이 격돌했다.

    정신공략족보 따위가 아닌 힘 대 힘, 마법 대 마법으로 이루어지는 양자 간의 격돌은 일정수준 이하의 마나를 모조리 권역 밖으로 밀어내었다.

     

    “으읏?!”

    “모, 몸이 날아간다?!”

     

    2학년과 3학년들은 그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정신없이 뒷걸음질 치거나 오기로 버티다가 마력의 격류에 휩쓸려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투콰콰콰콰!!

    마치 거센 폭포에 휩쓸려 사라지는 사람처럼 마나의 격류에 휩쓸려 지금껏 지나온 계층으로 도로 튕겨 나가는 상급반 학생들.

    빠르게 속출하는 낙오자들을 보며 샌드쿠커와 아이린이 급히 방어술식을 전개했다.

     

    <대지의 속박>

    <얼음성채>

     

    대규모 지형변동마법으로 어떻게든 지면에 붙어서 버텨보려는 심산이었지만, 마나의 격류는 마나구조물도 예외 없이 휩쓸었다.

     

    “으악!”

    “샌드쿠커!”

     

    모두를 감싸듯이 펼쳐진 거대한 손이 모래더미처럼 흩어지는 가운데, 함께 휩쓸려 날아가는 샌드쿠커를 구하고자 로지니가 마력의 격류에 몸을 맡겼다.

     

    “읏…!”

    “칫, 지금껏 신세 진 게 있으니 못 봤다고 외면하기도 그렇게 됐네.”

    “네가 간다면, 나도 가겠다.”

     

    마찬가지로 얼음의 성채가 가루가 되며 마법전개에 힘을 쏟느라 격풍에 덩달아 휩쓸려 날아가는 아이린에게는 도로시와 록펠이 급히 구조를 위해 나섰다.

     

    로지니와 샌드쿠커.

    아이린과 도로시, 록펠.

     

    쟁쟁한 멤버들이 대거 이탈하는 가운데, 헤스티아가 급히 소리쳤다.

     

    “마나를 신체에 잔뜩 몰아넣고 버텨! 영역을 몸에 마나실드 겹치듯이 겹쳐 걸어야 해!”

     

    한 걸음 나서기도 힘든, 물러서지 않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학생들이 점점 뒤처지는 가운데 즈앙의 귓가에도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으앙, 내 조명대!”

     

    헤스티아의 조언대로 마나를 운용하려다 그만 조명대를 놓친 티토소가가 마나의 격풍 저 너머로 몸을 실으려고 들었다.

    바보소가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다.

    오크노디보다 소중한 친구는 아닌걸.

    베스트프렌드와 그렇지 않은 친구는 다르잖아.

    스스로를 냉정하게 만들기 위해 모진 생각들을 떠올려 보는 즈앙.

     

    -오늘도 오크노디 없어! 우리 둘이야!

    -헤헹. 굶는 강의도 언제 한 번 나올까 봐 미리 먹을 거 챙겨왔지롱! 사과 먹을래?

    -으앙! 사다코 교수님이 부패주문으로 내 사과를 미라로 만들었어!

     

    머릿속에 방울방울 떠오르는 기억들.

    마음속에 아무리 많은 물을 채워도, 호수처럼 명정한 마음을 추구해도 거품들은 끝도 없이 계속해서 부그르르 솟아올랐다.

    생각해보면 티토소가는 언제나 곁에 있었다.

    함께 보낸 시간만 따지면 오크노디보다 길다.

     

    -으앙, 하늘에서 불비를 쏟아내는 불귀신을 피해서 달아나는 강의가 환경적응이랑 무슨 상관이야…!

    -헤헹. 어때, 내 천재적인 아이디어? 주말에 오크노디가 어디로 놀러 가는지 알려주는 조건으로 아이린을 데려왔으니 이제 불비 따윈 하나도 안 무섭지롱!

    -으앙, 아이린이 빙속성저항력 올려주는 설녀귀신한테 홀려서 사라졌어!

     

    사다코 교수님 강의를 들으러 갈 때마다 항상 함께 있었던 티토소가.

    좋은 기억도, 재밌는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귀찮았던 기억도, 다시 떠올려보면 그렇게 썩 나쁘지만도 않았던 기억도.

    전부 티토소가가 있었다.

     

    ‘오크노디 네가 나쁜 거야. 베프인데도 챙겨주지도 않고 멋대로 나돌아다녔으니까. 그래서 나도 헷갈리게 됐잖아. 내 베프가 누구인지!’

     

    즈앙은 지면에 붙어서 날아가지 않기 위해 사용했던 비전점착마법을 거미줄처럼 날려서 조명대와 티토소가를 모두 붙잡았다.

    양손을 모두 동원한 그녀가 마력의 격류를 피해 버틸 방법은 없었다.

     

    ‘아슬아슬하지만 세이프인가?’

     

    두 발에 붙인 점착마법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즈앙은 뿌듯함을 느꼈다.

    작년만 해도 한 번에 손바닥 하나에 온 정신을 다 기울여야만 펼칠 수 있던 점착마법을 이제는 사지에서 자유롭게 뽑아 쓸 수 있다.

    그만큼 많은 마나를 얻고, 고도의 마나제어술을 습득하며 많은 술식을 보고 배우고 참고했으니까.

     

    <티토소가의 조명대>

    <접촉할 시, 특대량의 마나가 소모됩니다.>

     

    ”…!“

     

    하지만 성장한 건 즈앙만이 아니다.

    티토소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나를 퍼먹는 저주템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은 마나가 빨려 나가고 있었다니!’

     

    쩌적, 쩌저적!

     

    신발에 부착된 점착마법의 점도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조명대와 티토소가를 붙잡으려 들다간 이대로 날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선택의 시간이다.

     

    ‘조명대 없는 티토소가는 성립할 수 없어. 티토소가를 구하면 점착마법을 포기해야 해. 점착마법을 지키고 티토소가와 조명대를 버리면…’

     

    이 격전 속에 머무를 수 있다.

    상급은신술로 격전의 틈을 파헤치며 나아가 사다코 교수의 앞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오크노디의 구원을 고르는 순간, 티토소가가 버려진다.

     

    ”즈앙!“

    ”…마나 빨리니까 빨리 가져가.“

    ”으앙, 미안해! 나 때문에 즈앙까지 밀려났어!“

     

    결국 점착마법을 포기하고 티토소가의 구원을 선택한 즈앙 또한 격전지에서 낙오됐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후회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오크노디는 친구가 많은 인싸노디고 티토소가는 친구가 적은 아싸소가니까. 나라도 챙겨주지 않으면 곤란하잖아?“

    ”힝. 나도 친구 많은데!“

    ”그래도 아쉽네. 이걸로 2학년은 전멸인가?“

     

    나보다 더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텐데.

    아쉬움에 마나의 격풍을 바라보며 뒤늦게 쓸려나오는 3학년들을 구경하던 즈앙은 문득 보여야 할 2학년이 한 명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걸 버티고 있다고?“

     

    2학년 상급반, 그 최후의 일인.

    3학년들도 쓸려나올 정도로 한층 가혹하게 몰아치는 마나의 격류 저편.

    헤스티아가 아직도 낙오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헤스티아 왕귀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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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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