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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8

       

        

        

        

        

        

        

        

        

       “각하. 15분 후 에너지부 장관대리와 미팅이 있습니다. 1시간 후엔 국토안보부 장관대리 솔로몬 국장의 보고가 있고, CIA의 오렌 키트니 국장이 해외에 있는 블랙옵스 에이전트의 귀국 지원에 대해 논의를 요청했습니다.”

        

       “젠장.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군. 혹은 내 몸뚱아리가 세 개였으면 더더욱 좋겠어.”

        

       “그래도 행정부가 어느 정도 살아남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6월 초, 센트럴 파크 HQ.

        

        임시로나마 센트럴 파크가 미 정부의 기능을 완전히 대리함에 따라, 미국은 힘겹지만 어떻게든 바이러스로 반쯤 멸망한 세상에서 존속 중이었다.

        

        비록 그것을 존속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현재 미국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신반의하면서도 그것에 동의를 표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위 말해 삼권이라 불리는 입법, 사법, 그리고 행정 중에서 행정만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바이러스 아포칼립스가 한창 미국을 휩쓸었을 때, 의문의 세력은 워싱턴 D.C의 두 개의 심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의회의사당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각 주의 이권을 대표하여 선출된 존재들인 미국 하원의원 및 상원의원은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수백만 개의 백색 파편이 되어버린 미 국회의사당의 지하 어딘가에 까맣게 탄 채 같이 묻혀버렸다.

        

        사법부라고 해서 딱히 상황이 더 나은 것은 아니었다. 오메가 바이러스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차츰 적응해나갔고, 헌법은 유명무실해졌다.

        

        

        물론, 연방 행정부 조직이라고 해서 딱히 바이러스를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포칼립스에 돌입한 세계에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력이었다.

        

        

        

       “파편화된 세상을 그러모으는 게 이렇게나 어려울 줄은 몰랐군. 21세기에 대통령이 된 사람들 일곱 명 중 두 명을 임기 2년차에 레임덕에 빠뜨리고, 한 명은 탄핵으로 날려버린 시계도 바이러스 아포칼립스를 대비하기엔 모자랐던 건가.”

        

       “초유의 상황 아니겠습니까. 각하께서 아직 살아남은 것도 기적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튼 가세나. 아직 할 일이 많으니.”

        

        

        

        살아남기 위해선 아직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고, 대통령 재가 하에 행해져야 하는 일도 그만큼 많았다.

        

        헨리는 자신의 어깨 위에 엄청난 무게가 올라와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 자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이상 미국은 어떻게든 돌아가겠지만, 반대로 자신이 죽는 순간….

        

        그는 고개를 슬그머니 저었고, 쓸데없는 생각을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 대신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을 위해 필요한 물자와 무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했다.

        

        

        

       ‘…급한 불은 대부분 껐나.’

        

        

        

        뉴욕 시와 뉴저지 곳곳에 흩어져있던 군사를 맨해튼에 집결시켰고, 뉴욕 동부를 황폐화시키려고 했던 2만 명 가량의 탈옥수들을 반토막을 넘어 산산이 분쇄시켰다.

        

        로어 맨해튼에 둥지를 텄던 러-중 분견대를 백린의 권능으로 말미암아 잿더미조차 남지 않도록 태워버렸으며, 미국을 세 번씩 멸망시킬 수 있는 두 척의 핵잠수함을 성공적으로 탈취했다.

        

        브롱스에 가득했던 갱단들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도록 파쇄해버렸으며, 그 과정에서 군산복합체 기업인 아르테미스와 얽힌 음모를 알아내었다.

        

        

        그러나, 헨리는 그 사실에 고무되거나 안심하지 않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초동 대응이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미국을 덮쳐올 위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상보다도 훨씬 가혹하고 인내하기 어려우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그는 알고 있었다. 더 많은 무력이 필요했다. 더 많은 밑준비가 필요했다 – 대거 팀에 가장 많은 지원을 몰아주는 것은 필연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오래지 않아 나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용 가능한 미군의 모든 군사적인 역량은 철도 보수 및 뉴욕 주 북부에 위치해있는 아르테미스의 축출에 향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하단에 있는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뉴욕 주 북부에는 아직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는 여러 잠재적 군사물자 보관소 및 기지가 존재합니다. 이 중에서 앨버니 북쪽엔 워터블리트 무기고가 있습니다.”

        

       “거기엔 뭐가 있지?”

        

       “대구경 곡사포와 박격포, 그리고 병기가 사용할 대량의 박격포탄, 무반동포 등이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M1 에이브람스 전차의 포신과 자주포를 제작하는 병기창이기도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군. 하지만 우선순위로선 조금 떨어지겠어.”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싸그리 증발하고 국무부가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헨리의 책상 위에는 온갖 군사 관련 보고서가 쌓여있었고, 그는 수백 명에 달하는 실무자들을 통해 군사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해나갔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어떻게 운용하는지조차 자세히 모르던 그는 어느덧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는 기존의 재래식 전력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람이 없다면 병기는 움직일 수 없었기에.

        

        그는 앨버니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치워버린 다음 아래의 다른 보고서를 집어들었다.

        

        

        시라큐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소도시이자, 최중요 목표시설로 지정된 곳이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설명이 이어진다.

        

        

        

       “시라큐스. 핸콕 필드 공군 기지, 그리고 제174전투비행단이 있는 곳입니다. 육군으로 따지면 연대 단위의 규모지요. 제108 및 제138공격대대가 있습니다. 최소 30대 이상의 MQ-20 어벤져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호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결말이 그닥 좋지는 못했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백했다.

        

        오히려 얼마 전부터 브롱스를 왔다갔다하던, 그리고 센트럴 파크에 풀린 사이보그인 발레리와 같은 이들의 존재를 감안하면, 적은 제174전투비행단에 있는 시라큐스에서 날아왔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다르게 말해, 해당 기지는 반드시 무력화, 혹은 아군의 손에 들어와야만 했다.

        

        최신형 무인기인 MQ-20 어벤져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채 멀쩡하게 기지 내에 보관되어있을지, 혹은 아르테미스의 손에 넘어가 개조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그랬듯 까봐야 아는 문제였다.

        

        헨리의 결연한 마음을 읽어낸 듯한 솔로몬 국장이 이어 말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해당 시설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Q-20은 전장 13m에 전폭 20m에 달하는 거대한 기체니, 지상으로 옮겼다면 필시 흔적이 남겠지요.”

        

       “날아서 아르테미스 기지로 갔을 확률도 있지 않겠나?”

        

       “활주로에 반드시 흔적이 남을 겁니다. 한 기도 아니고 여러 대가 이륙했다면 더더욱. 후처리로는 지울 수 없는 대량의 타이어 자국이 존재하겠지요.”

        

       “알겠네. 그 부분은 맡기지.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몇 가지 전제를 기반으로 대거 팀이 시행할 작전을 구상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다양한 내용들.

        

        무인기가 진즉 전부 폭파당했을 경우, 아르테미스 시설로 이송되었을 경우, 기지 내에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와중 헨리 눈에 띄는 내용이 하나가 있었다.

        

        라과디아, 혹은 JFK 공항 타격 작전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이 트래커가 해당 구역에 맴돈 순간, 솔로몬 국장 옆에 있는 작전참모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합의에 의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현재 참모부는 해당 공항을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차후 맨해튼 인근에서 있을 작전 진행에, 그리고 센트럴 파크 방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있을 법한 제안이로군.”

        

       “라과디아, 뉴어크, JFK 공항을 제외하면 인근에는 웨스트체스터 군 공항 정도만이 있고, 나머지는 발착은커녕 경항공기 정도만이 뜨고 내릴 수 있는 곳들 뿐입니다.”

        

       “이해했네. 그러니 기존 국제공항들을 재활용하자 이거군. 헌데 위치가…그닥 좋지는 않아보이는구만.”

        

       “그렇습니다.”

        

        

        

        라과디아 공항은 라이커 섬과 고작 1km도 떨어져있지 않았으며, JFK 공항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라이커들이 득실댈 가능성이 있는 퀸스에 있었다. 그리고 브루클린은 퀸스 바로 옆이었고.

        

        그 순간 헨리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만약 대거 팀을 보내게 된다면, 화생방 장비를 건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군.”

        

       “…현재 무인기 등을 동원해 라과디아 및 JFK 공항 인근을 확인 중입니다. 만약 내부에서 적이 감지되지 않는다면 공병 부대 및 화생방부대를 먼저 보낼 예정입니다. 상황이 상정 이상일 경우엔 공항 탈환 작전의 취소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 하시게.”

        

        

        

        바이러스 사태 초반, 뉴욕 인근의 국제공항들이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센트럴 파크에 존재하지 않았다.

        

        무기를 소지한 라이커들이 풀려남에 따라 최소 10만 명 가량의 사람이 학살당해, 공항 전체에 피가 발목까지 차올랐다는 소문이 도는 라과디아 공항.

        

        미국을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갔다는 JFK 공항.

        

        알려진 사실조차 별로 없지만, 딱히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뉴저지의 뉴어크 공항까지.

        

        

        그는 문득 오늘 점심에 식당에서 무엇이 나오는지를 확인했고, 이어 덧붙였다.

        

        

        

       “오늘 점심에는 고기를 먹기는 힘들겠군.”

        

        

        

        한 번이라도 공항 내부의 끔찍한 광경을 상상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과연 대거 팀을 보내는 게 맞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카루스 기어의 시각 필터링 기능이 잘 작동하기를 빌었다.

        

        겨울에 죽은 시체가 썩어 문드러지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후, 날씨 한 번 더럽게 좋군요. 다들 나가서 이불이나 좀 털죠. 어떤가요?”

        

       “지랄.”

        

       “로건. 제가 당신보다 계급이 높다는 말을 꼭 해줘야 하나요?”

        

       “지랄이 짜십니다, 로렌티나 2호준위장님. 고작해야 상사 나부랭이의 반발이 그렇게나 아니꼬우셨…악, 씨발! 엉덩이 때리지 마!”

        

       “공짜로 비타민 D를 합성할 기회라고요. 얼른 나와요!”

        

        

        

        6월 6일, 센트럴 파크 HQ, 알파급 변이자 숙소.

        

        세상에는 바보들이 참 많았고, 내가 보기에는 현재 미국에서 찾을 수 있는 엘리트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변이자 숙소에도 바보들이 넘쳐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어느덧 다섯으로 불어난 알파급 변이자들. 물론 라플란드 씨의 존재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 번 작전을 나갔다 올 때마다 우애 아닌 우애는 더 깊어졌고, 숙소는 계속해서 복작복작거렸다.

        

        그건 그렇고, 뭔가…저렇게 말하니까 일광건조 시키는 주말 악덕 당직사관 같네.

        

        

        로렌티나 씨는 로건 씨랑 굉장히 빨리 친해졌고, 이제는 거의…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를 넘어 찐친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다. 두 분의 나이가 30살 중반 즈음인 건 살포시 무시하도록 하자.

        

        내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찰싹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고, 로건 씨는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사자후를 터뜨렸다. 소리가 청명한 걸 보니 많이 아플 것 같긴 했다.

        

        아쉽게도 그 광경을 그리 오래 바라볼 수는 없었다.

        

        옆에서 올리비아 씨가 입대 썰을 풀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진. 처음에 유아교육과를 막 졸업한 다음 먹고 살 길을 찾아 헤메고 있었지. 그런데 마침 탑건 매버릭이 막 개봉했고, 그 순간 나는 딱 느꼈지. 아, 이거나 좀 해봐야겠다고.”

        

       “…이런 말하면 안 될 것 같긴 한데, 진짜 뜬금없네요.”

        

       “너무 그렇게 대충 선택한 건 아냐. 처음에는 그냥…군대에도 유치원이 있겠지 싶어서 알아봤는데, 이리저리 조사해보니 뭔가 다른 길이 열리더라고. 그래서….”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일자리를 찾던 와중 탑건을 보고, 그걸 보고는 군대 유치원에 취직할 생각을 하다가 공군으로 입대했는데, 그러다가 CCT로 가게 됐다고?

        

        그게 뭐야.

        

        실로 다이나믹하기 짝이 없는 올리비아 씨의 입대 루트에 나는 정신이 매우 혼미해졌다. 다른 군대 썰과는 다르게 썰의 흡입력 하나는 끝내주긴 했다. 도입부가 무척 참신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긴 했지.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어와 북극곰 간의 아크로바틱 전투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청각적 정보로 시각적 정보를 이기다니 보통 말솜씨가 아니셨다.

        

        물론 할 말은 해야 했다.

        

        

        

       “그러다가 집 부서지면 저 화낼 거예요.”

        

       “자중하랬죠, 곰탱이.”

        

       “너 진짜 개처럼 두들겨 맞고 싶냐?”

        

       “이래서 교양 없는 육지 생물이란…아악! 농담이에요!”

        

       “…그. 유진. 이곳은 원래 이런 곳이었니?”

        

       “에, 그렇죠? 다들 재밌는 분들이에요.”

        

        

        

        라플란드 씨가 반쯤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 이틀에서 3일 정도면 대거 팀의 분위기에 충분히 적응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인가보다. 그래도 딱히 신경은 쓰지 않았다. 어차피 계속 구르다 보면 나중에는 적응이 되기 마련이었기에.

        

        솔직히 나로서는 이게 정상인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작전관들은 대거 팀이 온갖 악조건을 일신의 재주만으로 극복해가는 모습만을 봐왔을 테니 당황하는 일도 있을 법했다.

        

        아무튼, 그 와중 신나게 난장판을 벌이던 두 분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적당히 침대에 앉아 덧붙였다.

        

        

        

       “이렇게 며칠만 더 쉬면 소원이 없겠구만. 슬슬 일해야만 하는 건 아는데….”

        

       “누가 아니래요.”

        

       “꼬라지 보니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 대거 팀 들어오고 나서부터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전투할 때마다 나오는 아드레날린에 중독되면 안 되는데.”

        

       “그런 것까지 전부 기어가 별도로 조정하고 있다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반대로 전 그런 부분까지 일일이 전부 컨트롤할 수 있는 물건을 끼고 있단 게 더 찜찜하군요.”

        

       “별 수 있나. 우리가 상황에 맞춰야지. 이런 일 시키려고 미국이 우리한테 혈세를 퍼부은 건데.”

        

       “후….”

        

        

        

        화제 전환 속도도 이 정도면 무인기보다도 빠르겠다, 정말.

        

        아무튼 그 말대로였다. 비록 내가 대거 팀이 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뭔가…평화로우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점잖게 말하면 직업병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PTSD다.

        

        그래도 나는 내 부족함을 절감하고는 그 사이에도 열심히 교범을 읽고 있었다. 요즘 올리비아 씨랑 자주 다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슬슬 나도 1인분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으니까.

        

        저격총 사격도 연습해야 했고, CQC에도 익숙해져야 했으며, JTAC 라이센스도 따야 했고, 폭발물 제조도 실험해봐야 했다. 특히나 요즘에는 별도의 외국어 교육도 받아야 했고.

        

        그게 뭔지는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친절히 말해주자면….

        

        

        

       ‘…뭐긴 뭐야, 중국어랑 러시아어지.’

        

        

        

        몇 개월 있으면 본격적으로 미국에 상륙하게 될 러-중 연합군.

        

        내가 있던 세계에서도 ‘이 세상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나라를 고르시오’ 하면 반드시 3위 안에 포함될 두 꼴통 나라들은 여기서도 지랄발광을 해댔고, 이들이 미국에 상륙하면…나중에 심문을 해야 한다.

        

        북한은 한국어를 쓰니 괜찮기도 하거니와, 거긴 나라가 아니니 논외.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요즘은 정말 필요에 의해 배우고 있는 것이 많았다. 실로 다행스럽게도 모르는 게 있으면 같이 지내는 분들에게 궁금한 걸 바로바로 물어보면 되니까.

        

        

        그러는 사이에도 변이자 분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작전은 어디에서 할 것인가’ 같은 것이었다. 사실 하도 후보가 많았기에 단언할 수가 없었다.

        

        바로 뉴욕 주 북부로 가서 아르테미스 본부를 강습할 수도 있었고, 브롱스에 가서 피해 여파를 확인하고 남은 적을 청소할 수도 있었으며, 뉴저지 방면으로 갈 수도 있겠지. 철도 복구를 위해 공병을 호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상 아직은 대거 팀이 굵직굵직한 일을 전부 도맡아 처리해야만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당연하겠지만 뭐가 됐든 딱히 전혀 기쁘지는 않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즈음에서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속담이 무슨 뜻인지를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우우웅!

        

        

        

       “…뭐야?”

        

       “불청객이 찾아온 모양이로군요. 대거 팀을 절대로 편히 쉬게 놔두지 않을 소식이 다가온 모양이에요.”

        

       “후. 환장하겠군, 증말. 어디, 이번에는 도대체 어딜 가게 될지 한 번 보기나 하자고.”

        

        

        

        라플란드 씨를 제외한 전원이 진동이 울리는 이카루스 기어를 확인했다.

        

        슬그머니 눈동자를 돌리자 나를 포함하여 기어를 착용 중인 전원의 손목 위에 홀로그램이 떠있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노머신이 형성한 증강현실 홀로그램 렌즈 덕분이었다.

        

        유일하게 그걸 보지 못하는 라플란드 씨만 뚱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뒤로 한 채, 나는 메시지를 보았다.

        

        

        곳곳에서 탄식이, 아니. 의아함으로 가득찬 목소리가 들려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알림 : 새로운 작전 입안을 확인. 작전 진행까지 D-7. 해당 기간 혹은 작전 내용, 실행 여부는 추가적인 정보에 의해 언제든지 재조정 혹은 캔슬될 수 있음.]

        

       -[알림 : 작전 구역 – 뉴욕 주 시라큐스 / JFK 국제공항.]

        

       -[비고 : 뉴욕 북부 시라큐스 투입 오퍼레이터에 올리비아 닉스 로렐라이 및 이글 팀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 // JFK 국제공항 호위 작전에 투입되는 인원은 작전 전 인지 필터 강도를 별도로 조정할 것.]

        

        

       . 

        

        

       .

        

        

       .

        

        

        

       “…이게 뭐야?”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허공에 흩어졌다.

        

        어쩐지 느낌이 그닥 좋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6개월간방치된시체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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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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