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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9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에서 시작된 선형동물의 생물학 연구.

       그렇게 해서 완성된 한 생물의 뉴런 지도(connectome).

       많은 과학자는 하나의 생물을 해부하여 뉴런을 파악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온갖 실험을 하였다. 예쁜꼬마선충의 온갖 패턴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요, 로봇에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을 입력해 로봇이 예쁜꼬마선충의 행동을 모방하게 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었고, 이 사실에 흥분한 과학자들은 이 예쁜꼬마선충을 생물학 연구의 시작과 끝이라 찬사를 보내면서 사랑과 찬미를 바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흘러 컴퓨터가 일정 성능을 넘게 되고, AI나 가상현실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게 되면서- 이 예쁜꼬마선충을 사용한 또 하나의 실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가상현실에 관련된 하나의 난제 중 하나, ‘사람이 진정으로 가상 세계에 현실의 자연과 같은 환경을 적용할 수 있는가?’를 풀어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하나의 도전이라 할 법했다.

         

       막막하기까지 한 물음.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바로 생물학 연구에서 수도 없이 탐구하였고, 지금도 탐구하고 있는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가상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였다.

       계산생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에서부터 단백질-지질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하여 컴퓨터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과학자, 생물정보학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프로그래머들과 AI와 관련된 주제에 흥미를 보이는 수학자들까지.

       그렇게 수많은 과학자가 모여 조그마한 벌레 하나의 행동에나 그렇게나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성과를 이루어냈고,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벽에 가까운 수준의 예쁜꼬마선충을 가상에 구현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그들은 그렇게 구현된 예쁜꼬마선충의 용량을 줄이는 데에 힘을 쓰게 시작하였고, 이러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인류가 진정으로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만약 이 연구가 그대로 물살을 타고, 하나의 신드롬처럼 세계를 휩쓸었다면…. 인류는 어쩌면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세계를, 혹은 사이버펑크라고 불리는 장르에서 볼법한 놀라울 정도로 발전된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하나의 가능성.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가능성이다.

         

       예쁜꼬마선충을 시작으로 다른 생물들의 뉴런 지도를 연구하고 가상 세계에 그것을 구현하려는 현실의 생물학과 가상 세계의 생물학이 교차하고, 그들의 협업으로 어쩌면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세계가 0과 1의 데이터로 구현될 그러한 가능성.

       그러한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좌초되고 만다.

         

       급격한 발전을 경계하는 사람들.

       생물의 근원에 탐구하는 것을 경계하는 종교.

       그들의 연구가 ‘특이점’의 등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특이점이 등장하는 순간 인류는 멸망하거나 기계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종말론자들까지.

         

       온갖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의 연구를 방해하였고, 온갖 윤리와 도덕을 구실로 삼아 그들이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연구는 끝났다.

         

       표면적으로는.

         

       하지만 음지에서 그들의 연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니.

         

       선형동물에서 시작된 연구는 가지를 쳤다.

       다른 방식으로 인류에게 공헌하고 싶다, 혹은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한 이들은 신약 설계 분야로 향했고, 잠깐의 흥미였다면서 다시 자기 전공을 연구하기 시작한 학자들도 많았다. 어떤 학자들은 모의실험의 가능성을 보았다면서 학계에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한 모의실험을 퍼뜨리며 인식을 개선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했으며, 어떤 이들은 연구를 이어가기를 바라며 선형동물과 흡사하면서도 한층 더 어려운 주제.

       환형동물로 손을 뻗기에 이른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움직이고 있는 기계.

         

       모델명 K-111gWyrmPro1-1-1-last-rf-final.notver0.111188675.

         

       절지동물(Arthropods) 시리즈의 ‘웜’이다.

         

       쿠구구궁-!

         

       환형동물과 뱀.

       예쁜꼬마선충에서 시작된 선형동물에 관한 연구.

       전뇌를 통한 영원한 생명을 바라는 이들과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미래에는 심어진 뉴런 지도와 AI의 학습 능력- 심지어 몇몇 개체는 자기 스스로 코드를 변형하거나 코드를 짜서 하수인을 만드는 등의 일까지 하며 명백히 특이점을 넘어서는 모습까지 보이게 되는 병기.

         

       그 병기의 미완성품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콰아아앙-!

         

       하나의 건물을 무너뜨리면서.

       돌과 철근, 금속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알껍데기를 부수면서- 그렇게 태양 빛을 쬐며 마침내 출사표를 드러낸 것이다.

         

         

         

         

        * * *

         

         

         

         

       [ 경고! 경고! 실제상황입니다! 시민들에게 알립니다! 일리노이주(State of Illinois)의 한 연구소에서 거대한 로봇이 튀어나와서 주변 시설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해당 연구소와 가까운 지역에 있는 주민분들은 즉시 대피하시기를 바랍니다! 질서를 지키며 벙커에 이동하거나 주 바깥으로 빠져나가십시오. ]

         

       『 속보) 일리노이주에 거대 로봇 출현. 미 정부의 비밀병기? 』

         

       [ 구독자 여러분 안녕! 나 J야. 지금 이렇게 갑자기 라이브 방송을 켠 이유는 말이야,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그래. 자, 카메라. 보여? 이건 아무런 조작이 없는 영상이야. 놀랍게도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저 거대한 기계 뱀이 지금 우리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조작? 아니라니까. 못 믿겠으면 당장 뉴스를 틀어봐. 아니, 네가 구독하고 있는 이슈 채널 말고. TV의 뉴스를 틀어보라고. 오, 지금 나오는군. 헬기를 타고 찍고 있는데- 카메라 좋은 거 쓰나 봐. 화질이 좋네. 오, 이런 제기랄. 저기 있는 곳을 거의 다 부숴가잖아?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도 대피해야겠어. 그러면 구독자 여러분, 안녕! ]

         

       갑작스럽게 등장한 기계 뱀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돈을 퍼부은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혹은 일본의 특수촬영물 같은 데에서나 나올법한 거대 괴수가 갑자기 현실에서 튀어나와서 난리를 치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많은 사람은 갑자기 출현한 웜의 출현 영상을 보고 ‘페이크 다큐멘터리다.’,’참신한 방식의 영화 홍보다.’, ‘현실감 넘치는 트레일러에 언론이 속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되는 실제상황이라는 경고.

       영화의 것이라고 보기 힘든 사람들의 대피 장면과 시설물들의 파괴.

       그리고 일리노이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체에 퍼져나간- 미 정부의 경고 문자.

         

       그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서서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야?’

         

       ‘저게 진짜라고?’

         

       현실.

       저게 현실이라고?

       거대한 로봇 기계 괴수가 튀어나와서 미국을 파괴하는 게?

       영화에서 볼법한…. 로봇에게 공격당하는 미국이, 현실?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영화보다도 영화 같은 현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아득히 뛰어넘는, 믿기지 않는 다큐멘터리.

       뉴스와 수많은 인터넷 방송에서 보이는 거대한 뱀-혹은 지렁이를 바라보기 위하여.

         

       “기계 교단 놈들.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하지만 그렇게 시선이 집중된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놀라움을 느끼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경멸이나 짜증. 혹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기계 교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다며 혀를 찼다.

       어떤 이들은 이래서 기계 교단을 때려잡아야 했다면서 방관을 택한 윗사람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어떤 이들은 웜의 폭주를 보고 의외로 기계 교단이 허술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내부로 잠입해 연구 자료를 훔쳐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탐욕 섞인 시선을 보냈다.

       어떤 이들은 현재 뉴스로 나오고 있는 웜이 제대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런데도 꽤 쓸만하다는 사실에 눈을 빛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블레셋 온 땅이여, 너를 치던 막대기가 부러졌다고 기뻐하지 말라 뱀의 뿌리에서는 독사가 나겠고 그의 열매는 날아다니는 불뱀이 되리라.”

         

       기계 뱀의 출현이 ‘계시’라고 여기기에 이르렀으니.

         

       “계시에 적힌것처럼 독사가 나타났으니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형제여, 자매여. 우리가 움직여 세상에 경고를 내릴 때가 왔으니 그분께서 그들의 뿌리를 말려 죽이시고 남은 자들이 살육당하게 하사 절망적이고 파멸적인 어둠이 이 땅에 내려앉게 될 것입니다. 다만 기회가 있음이니 메시아가 강림하는 예언으로 구원해주었으니 악의 세력을 무찌르고 불의 열매로 우리는 정화하여 그분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도록 땅을 닦아야 합니다!”

         

       미국 전 국토.

       광신적인 종교 집단의 폭탄테러가 시작되었다.

         

       끔찍한 나비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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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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