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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9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절 가르쳐준다는 겁니까?”

        

       “그래. 왜 그런지는 알겠지? 그동안 조금 쉬긴 했지만, 대거 팀이 이제 다시 바빠질 예정이거든. 대충 그렇게 됐다.”

        

       “…예에.”

        

       “멍멍이 변이자들은 반응이 참…알기 쉬운 편이구만. 귀 접혔다.”

        

       “아이씨, 보지 마십쇼!”

        

        

        

        6월의 초에서 중순으로 향하는 어느 날, 센트럴 파크.

        

        얼마 전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교시된 작전 진행까지 고작해야 하루이틀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즈음, 올리비아 씨는 어느덧 제법 얼굴을 튼 라플란드 씨에게 그렇게 덧붙였다.

        

        빵에 땅콩버터와 누텔라, 플러프 – 대충 마시멜로 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물건이었다 – 를 야무지게 발라서 먹고 있던 라플란드 씨가 금방이라도 사레가 걸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우릴 쳐다본다.

        

        물론, 당사자만 이유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나는 진즉 이런저런 뒷사정을 전해들은 지 오래였기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해봐도 이게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명이 이어졌다.

        

        

        

       “너도 대충 알겠지만, 현재 네가 착용 가능한 이카루스 기어가 없는 것도 그렇고, 네 실력은 대거 팀이 일반적으로 소화해야만 하는 훈련 강도를 견뎌낼 수 없지. 그 때문에 기초부터 다질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일종의…기초군사훈련부터 병행한다는 뜻입니까?”

        

       “말귀는 빨라서 좋군. 그 말대로야. 가서 훈련이나 열심히 잘 받아두라고. 기본적으로 독도법, 약어, 총기 영점조절법 등등부터 몸에 익혀놓아야 하겠지.”

        

       “예에.”

        

        

        

        그 말대로.

        

        이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대충…전 세계에서도 이름이 거하게 알려진 한 분야의 석학들이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테렌스 타오가 중등수학을 가르치진 않잖아.

        

        그리고 대거 팀은 너무나도 바빴다. 당장 올리비아 씨를 필두로 한 이글 팀, 그리고 그 사이에 껌딱지처럼 은근슬쩍 끼어있는 나는 40시간 안에 뉴욕 주 북부의 시라큐스로 출발해야 했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에게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되긴 하지.

        

        

        라플란드 씨는 볼에 빵빵하게 들어찬 혈당급상승용 샌드위치를 꿀떡 삼켰고, 이어 반쯤 포기했다는 듯 덧붙였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어디서 누구에게 배우게 되는 겁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도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제가 아는 사람은 작전부 빼면 몇 명 없는데…악! 악! 왜 때리십니까!”

        

       “아주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말대답을 하는구만, 이 자식아. 한 대 맞을래?”

        

        

        

        여기서 아마 이미 때리고 있잖습니까-같은 말을 했더라면 라플란드 씨는 진짜로 꿀밤을 맞았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것까지는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도 우리가 지금 당장 시간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말했다시피 작전 결행까진 시간이 좀 남았기도 하고, 올리비아 씨는 통보를 한 입장인만큼 라플란드 씨의 심리적 연착륙을 보장해야 했다.

        

        이리저리 말을 돌려 하긴 했지만, 요컨대 우리가 라플란드 씨의 인수인계를 도와줄 예정이란 소리였다.

        

        그럼 이제 누구에게 보낼 차례를 알려줄 차례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라플란드 씨는 입술을 모으고 읍 하는 표정을 지었다.

        

        

        

       “….”

        

       “아는 사람인가?”

        

       “…얼마 전에 만났지요. 어느 정도 화해는 했는데…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히려 알고 이쪽으로 보낸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있나. 아무튼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 잘 됐구만. 물론 어떤 의미로 아는 사람일지는 모르니 우리가 같이 가는 것도 있긴 한데…뭐, 말이 길었다. 슬슬 준비하자고.”

        

       “…네에.”

        

        

        

        어깨를 쓰다듬은 순간 일어나는 라플란드 씨.

        

        딱히 가지고 갈 것도 없었기에 – 필요한 물품은 마치 훈련소마냥 저쪽에서 전부 준비해줄 예정이었다 – 라플란드 씨는 맨 몸이었다. 이제 머리만 3mm로 빡빡 깎으면 완벽할 것 같긴 한데….

        

        물론 그런 걸 누가 좋아한다고. 그리고 대놓고 말하긴 좀 뭐했지만, 라플란드 씨는 머리가 긴 게 예뻤다. 그리고 본인도 어느 정도 그걸 아는 듯했고.

        

        그리하여 나는 무의식적으로 슬그머니 중얼거렸다.

        

        

        

       “변이자들은 왜 다 이렇게 예쁜지 몰라….”

        

       “…얌마.”

        

       “엣,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임마.”

        

        

        

        그렇게 나는 오늘 첫 딱밤 아닌 딱밤을 적립하고야 말았다.

        

        그치만 나는 틀리지 않았다. 아마 백이면 백 전부 수긍할 걸…그래도 방금 말을 들은 게 로건 씨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아직도 테스토스테론이 충만하길 비는 북극곰은 이런 드립에 매우 민감했기에.

        

        아무튼, 슬슬 익숙해져가고 있는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서부터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걸어나왔다. 여전히 하늘은 파랬고 구름 양은 적었다. 딱히 드물진 않았지만 좋은 날씨였다.

        

        

        미묘하게 화약 냄새가 배어있는 공기, 그리고 주변에서부터 들려오는 군대 특유의 절도있는 함성. 근래 들어 익숙해진 광경들이었다.

        

        센트럴 파크 HQ에 머물고 있는 민간인들은 기지 방어를 위해, 그리고 본인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반드시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일종의 방위대라고 할 수 있었다.

        

        HQ는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한 체력을 기를 수 있게끔 반드시 운동을 시켰고, 종종 각종 작업에도 동원하였다. 사람들이 옮긴 시멘트 포대와 강철 케이블, 총기들은 센트럴 파크를 지키는 격벽이 되었다.

        

        

        듣자 하니 경비병들은 상부에 힘껏 졸라대어 50구경 체인건이 달린 터렛을 기어코 얻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제는 다행히도 수상쩍은 친구들을 전부 육편으로 만들어버릴 수는 있다나 뭐라나.

        

        라플란드 씨는 이제부터 그런 민병대를 육성하는 제107헌병대에게 큰 도움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왼발! 왼발! 뒤처지지 마라! 몸에 붙은 살을 전부 빼는 거다!”

        

       “하나! 둘! 셋! 넷!”

        

       “우욱, 웨에엑…!”

        

       “멈추지 마라! 여기서는 멈춰도 구토로 끝나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네가 뒤쳐져도 총알이 피해가지 않는다!”

        

       “오우….”

        

        

        

        그러던 와중, 저 옆에서부터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군복과 군화를 신은 남녀 다수가 센트럴 파크를 돌고 있었다. 체형은 여러 의미로 아주 천차만별이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살이 많이 찌진 않았다.

        

        그것이 뚱뚱한 자는 바이러스 사태에서부터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자연의 섭리 때문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서 올리비아 씨가 덧붙였다.

        

        

        

       “덕분에 미국 비만율이 세계 1위를 찍는 일은 없겠구만.”

        

       “…블랙 유머가 너무 아픈 거 아니에요?”

        

       “됐어, 이 자식아. 아무튼 거의 다 왔다. 파쿼슨 대위가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군복은 받았나?”

        

       “…작전관 옷이랍시고 적당히 흰 옷에 검은 바지 정도는 한 벌 정도 받았는데요.”

        

       “단출하기도 하지.”

        

        

        

        그러게나 말이다.

        

        생각해보니 작전관 분들을 만난 적은 그렇게 많이 없는 것 같긴 하네. 복장도 사실 그닥 통일되었다고 하긴 뭐하고…뭐어,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이제 슬슬 간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계속해서 걸었고, 어느덧 우리는 이전에 비해 뭔가 상당히 달라져있는 구역으로 오게 되었다. 이전엔 보지 못했던 크고 작은 여러 채의 건물이 거기 있었다.

        

        뭔지는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제107헌병중대 패치를 만지작거렸고, 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지 꽤 된 것 같은데, 그 사이 어느덧 군인 티가 제법 나는구나. 헌병중대의 울보 막내가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저 울보 아니에요.”

        

       “이젠 정말 울보가 아니게 되어버렸구나, 유진. 그리고….”

        

        

        

        스윽.

        

        건물 안에서 느긋하게 다가온…파쿼슨 대위님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맞이한 것이었다.

        

        라플란드 씨와 눈이 마주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됐군, 라플란드.”

        

       “…뭐, 예. 그렇게 됐네요. 어떻게 하다보니….”

        

       “오늘 신병이 온다고 하길래 조촐하게나마 환영 파티를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잠시 접어둬야할지도 모르겠구만.”

        

        

        

        역시, 단순히 친분이 있다는 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뭐어, 어떻게 보면 나도 이 사람이랑 간접적으로 얽혀있었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런 것치곤 표정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파쿼슨 대위님은 라플란드 씨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이어 덧붙였다.

        

        

        

       “쉽지 않을 거다. 훌륭한 전투원이 되길 기대하지.”

        

       “…잘 해보겠습니다, 뭐어.”

        

       “제107헌병중대에 온 걸 환영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네 선임은 유진이다.”

        

       “앗.”

        

        

        

        생각해보니 그러네.

        

        나는 내 군생활이 생각나 킥킥 웃어댔고, 라플란드 씨는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지음으로서 내 반응에 화답했다.

        

        라플란드 씨의 고생길이 시작된 날이었다.

        

        

        

        

        

        

        

        

        

        

        

        

        

        

        

        

        

        

        

        

        

        

       “JFK 국제공항의 내부 사진 촬영 및 분석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점심을 안 먹은 게 다행이로군요.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니 준비가 안 된 분들은 미리 나가주시길.”

        

       “이미 온갖 엿같은 꼴들을 다 보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그러기엔 너무 늦었지. 어디 한 번 보기나 하자고.”

        

       “그럼…화면 띄우겠습니다.”

        

       “…허, 세상에. 내가 지금 현실을 보고 있는 게 맞나? 지옥이 아니라?”

        

        

        

        센트럴 파크 HQ, TOC.

        

        스크린 위로 띄워진 대형 사진들. 그 끝에서 끝까지 부패한 시체와 혈액, 그리고 정체를 그닥 알고 싶지 않은 수백만 마리가 넘는 벌레들로 새까맣게 메워진 사진이 떠오른 순간, TOC 곳곳에서 헛구역질이 들려왔다.

        

        적잖아 최소 수만 명, 많으면 십수만 명이 몰린 거대한 공항은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 초반 미국을 탈출하기 위해 몰린 민간인들로 가득했고, 그 결말이 어떤지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었지만.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법이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수만 구가 넘는 시체들은 벌레가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가 되었을 즈음 같이 녹아 터지기 시작했고, 기온이 올라갈수록 빠르게 부패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4월과 5월을 넘어 6월이 되었을 때, 수만 구의 시체들은 인간의 형태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를 넘어 액체와 고체의 중간 즈음에 있는 슬러지로 화했고, 서로 합쳐져 퇴적물이 되었다.

        

        센트럴 파크 HQ가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바로 그러한 광경이었다.

        

        

        

       “저…저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르겠습니다.”

        

       “다행인 건 내부 상태가 저런지라 공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적 세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단지 공항 건물과는 별도의 위치에 있는 격납고 등에 침투해 고철을 뜯어가는 사람은 종종 있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꽤 곤란한 일이긴 하구만. 그러고 보니 대통령 각하께서 타고 온 에어포스 원도 JFK 공항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안에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기기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자폭 절차를 거쳤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불행 중 그나마 다행이군. 그나마.”

        

        

        

        두 눈으로 담기엔 너무나도 역겨운 사진이 꺼짐과 동시에 공항 전체의 도식화된 화면이 그 다음을 메웠다. 몇 개의 건물로, 그리고 층으로 이뤄진 드넓은 공항의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로 보이는 적색의 영역.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공항 내부에 쌓여있는 ‘액체’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넓게 퍼져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작전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공병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영역을 아득히 벗어난 상태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중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얼마 없을 때는 더더욱.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워낙 넓은 구역에 너무나도 많은 시체가 쌓여있습니다. 하루이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적어도 년 단위로 복구 계획을 잡아야 가능할까 말까 할 겁니다.”

        

       “앞으로 적어도 수십 년간 승객을 받을 필요는 없을 테니, 저 중 대부분은 필요하지 않은 곳이라고 치자고. 중요한 건 격납고랑 관제탑, 공항 보수 및 방어인력이 상주할 수 있는 곳이지.”

        

       “그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괜찮겠지만, 결국 저 안쪽을 어떻게든 해야만 할 겁니다. 가만히 놔두면 전염병의 온상이 될 테죠.”

        

       “…건물들만 깔끔하게 증발시킬 수 있는 마법의 폭탄 같은 게 있으면 참 좋겠군.”

        

        

        

        이미 시체들의 형태를 확인한 이상, 매장이나 신원 파악 같은 행위는 불가능했다.

        

        사람의 죽음보다 아직 남아있는 물자들이 훨씬 귀해진 시대가 왔다. 설령 수습한다고 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방법이 없었다. 슬러지 사이에 파묻혀있는 유골을 굴착기로 파 들어올려야만 했다.

        

        12000톤에 달하는 사람의 시체를 ‘그런 형태로’ 수습하는 것이 가능했다면-이란 전제가 붙었지만.

        

        그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식으로 공항을 수습하려 들었다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투입된 공병 전원이 극심한 PTSD를 호소할 것이었다.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좋은 방법 없나?”

        

       “…그나마, 몇 개월 정도 더 지나게 되면 저 유기물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이 분해될 겁니다.”

        

       “그런 것들 말고.”

        

       “…소이탄 같은 거라도 동원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거 좋군.”

        

        

        

        지끈지끈한 머리를 감싸쥐며, 그 광경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말했다.

        

        

        

       “폭격은 피해량 및 범위 계산이 불가능하지만, 지상에서 설치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현실성은 있을 듯합니다.”

        

       “…어떻게든 뒷정리는 해야 하지 않겠나.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지, 그건. 화장이라고 생각하자고. 저 안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저대로 가만히 놔두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일단, 위에 상신한 다음 별도로 필요한 것들 요청해보겠습니다.”

        

       “그러시게.”

        

        

        

        결론은 금방 나왔다.

        

        현재 시간이 시간이었기에 – 점심시간이었다 – 대거 팀에게 사진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우수한 오퍼레이터들은 구태여 사진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약간의 설명만으로 공항 내 상황이 어떤지를 알 수 있을 터.

        

        몇몇 눈치가 빠른 이들은 대거 팀 중 일부가 더 이상 수십 시간 후 JFK 국제공항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작전이 취소되었음을 빠르게 통지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의해 그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피드백 속도를 자랑하게 된 미 정부는 국제공항 내의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한 즉시 결정을 내렸고, 공병 파견을 취소시켜버렸다.

        

        그 대신, 다른 선택지를 내렸다.

        

        통신이 연결되었다.

        

        

        

       “…예. 수석작전관 케인 화이트브림입니다. 전화받았습니다.”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선임연구원 조던 로이든입니다. 우연찮게 이번 작전과 관련된 위치에 있어 연락했지요. JFK 국제공항 내부의 상황은 전해들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국방고등연구계획국…말입니까?”

        

       -자세한 사항은 데이터 전송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화면 위로 몇 가지 새로운 팝업이 떠올랐다.

        

        화면을 본 사람들의 눈이 크게 떠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이게 뭡니까?”

        

       -얼마 전까지 개발되고 있었던 발화성 나노머신 방출기입니다. 유기물을 분해하여 연료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에너지를 통해 극도로 높은 온도로 발화하는 나노머신을 생성해내지요.

        

       “이런…형편 좋은 물건이 있었습니까?”

        

       -이카루스 기어에서 제조되는 생체 나노머신 및 전투용 스킬 등을 연구하던 와중 나온 부산물입니다. 양도 적고, 극도로 한정된 영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실전 투입은커녕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지조차 파악되지 않았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

        

        

        

        그리고 그 순간, 수석작전관 케인은 과거의 선례를 통해 그것이 어째서 가능한지를 알 수 있었다.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발된 물건, 그리고 기술들이야말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었다. 당장 인터넷이, 그리고 GPS가 어떤 경위로 개발됐는가.

        

        불과 1백년 전에는 미사일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으며, 음속을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로켓과 총탄 등등을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일어날 전쟁은, 그리고 그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들은…인간의 상상력을 얼마나 충족시키고, 혹은 뛰어넘고 있을 것인가.

        

        

        

       ‘…이런 비상 상황이니까, 이런 것들이 공개되는 거겠지.’

        

        

        

        인간의 존엄성이니 그런 것은 한참 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세상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산 사람들은 죽은 자들을 뒤로 한 채 나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센트럴 파크는 그럴 준비가 되어있었다.

        

        

        

       “…맡기겠습니다.”

        

       -시체더미 사이에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이 나온다면, 그건 따로 회수한 뒤 전달하지요.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투입이 결정되면 말해주시길.”

        

        

        

        뚝.

        

        그렇게 통신은 끊겼고, 수석작전관 케인은 의자 뒤로 몸을 깊게 파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근래 환기 시스템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공기 중에 단백질 타는 역겨운 냄새가 가득한 것만 같았다.

        

        JFK 공항이 불타오르고, 대거 팀이 시라큐스로 떠나기까지 39시간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라큐스로

    쓰면서 이런저런 묘사가 생각났습니다만 최대한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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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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