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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이프리트의 불꽃 일부를 마법사들의 마을인 바벨에 배치해준 덕분에, 나는 별다른 반발 없이 무사히 바벨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기에 뜨거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이 불쌍해 보였는지, 이프리트가 주변의 열기를 흡수해서 기온을 조금 낮춰 주기도 했고 말이지.

       

       덕분에 이 마을을 관리하는 촌장과 어느정도 안면을 틀 수 있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였지.

       

       같은 마법사가 아니라면 굉장히 배타적인 마을이니. 이정도의 도움이 아니라면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을테니까.

       

       내가 마법사로 위장한다면 상관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위치는 그냥 마법사로 마을의 일원이 되는게 아니라, 이 마을에 들어오는 마석을 검사하는 위치를 원하는 것이니까.

       

       아, 직접 검사할 필요는 없나. 그냥 마석을 검사하는 마법이나 도구 같은걸 만들면 되는거니까.

       

       뭐, 어느쪽이든 촌장쪽과 연결을 만들어야 하는건 변함이 없지만.

       

       그렇게 나는 바벨을 관리하는 촌장과 안면을 트고, 약간의 설득을 통해 마을에 들어오는 마석을 검사하는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이하의 내용은 촌장과의 대화의 요약본.

       

       

       「저 성스러운 불꽃을 가져와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을의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살기에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 뜨거운 작열 사막을 지나온 것입니까?」

       

       「비밀이오. 그보다 저 불꽃을 이 마을에 맡겨두는 대신, 한가지 부탁을 하고 싶소만.」

       

       「어떤 부탁입니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부탁이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이 마을에 외부의 마석이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그 마석을 검사하는 일을 맡겨주셨으면 하오.」

       

       「어째서 그런 일을 하려고 하십니까? 마석은 이 마을의 주요 특산품인 마법 스크롤을 만드는 원재료라서 중요하게 관리되는 물품입니다만….」

       

       「마석 중 일부는 위험한 기운을 품고 있소. 아주 작은 양의 어둠의 기운이지. 그런 기운을 무시한채 사용하다가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소.」

       

       「하지만….」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성스러운 불꽃은 다시 가지고 가겠소. 이 마을의 사람들이 불쌍해서 불꽃을 가져 온 것인데, 이런 부탁도 들어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

       

       「미, 미안합니다!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자리는 금방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뭐, 그런 적당한 설득을 통해 마을에 들여오는 마석을 검사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물론 혼자서 하진 않고, 촌장이 사람을 한명 더 붙여주긴 했지만 말이지.

       

       

       “당신이 그 불꽃을 가져온 사람입니까?”

       

       “그렇다네.”

       

       

       마법사 청년은 나를, 정확하게는 나의 뿔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 이런걸 달고 있는 인간이 다있지? 라는 눈빛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구만.

       

       

       “어째서 마석의 검사 같은 귀찮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음. 촌장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이야기라니요?”

       

       “아니, 아닐세. 직접 보면 금방 알게 될테지.”

       

       

       그런 시덥잖은 대화와 함께, 나와 청년은 외부에서 들여오는 마석을 보관하는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창고의 구석에 쌓여 있는 나무 상자 몇 개. 그것이 한번에 들어오는 마석의 양이었다.

       

       

       “혹시라도 마석을 몰래 조금 주머니에 넣거나 하려는 생각은 버리십시오. 제가 당신의 행동을 두 눈 뜨고 감시할테니.”

       

       “걱정하지 말게. 이정도 마석은 내겐 별 가치도 없으니.”

       

       

       중요한건, 일부 마석 안에 숨어있는 어둠의 조각이니까.

       

       나는 나무 상자 중 하나를 열었다. 그러자 그 상자를 가득 채운 마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음. 이렇게 보니 꽤 많구만. 이걸 하나하나 검사하는건…. 귀찮을텐데.

       

       뭐, 직접 찾아보면 어떻게든 찾아볼 수 있겠지만…. 마석 속에 숨어있는 어둠의 조각은 너무 작은 반면 내가 너무 큰 탓에 찾는게 보통일이 아닌걸.

       

       모래사장에서 자그마한 검은 모래알을 찾는 느낌. 귀찮고 피곤하다고.

       

       역시 이럴때는 도구를 써야 하는 법이겠지.

       

       어디보자. 전체적인 모양은 한 손에 들 수 있는 작은 모종삽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삽 부분에 담긴 물건에서 아주 작은 어둠의 기운이라도 잡아낼 수 있도록 정밀탐지 기능도 추가. 탐지되면 경고음이 들리도록 할까.

       

       손잡이 부분에 작동 버튼도 추가해서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탐지하지 않도록 제어기능도 추가하니 적당히 만든것 치고는 그럴듯한 모양새의 도구가 완성되었다.

       

       나는 간단하게 만든 모종삽 모양의 마석 탐지 도구로 마석을 한삽 퍼냈고, 작동 버튼을 눌러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자 빈 상자로 옮겨 담았다.

       

       청년이 뒤에서 의아한 눈으로 보든 말든, 탐지 도구로 계속해서 마석을 퍼나르던 도중.

       

       

       삐이─!

       

       

       경고음이 울렸다.

       

       

       “음?! 무슨 소리죠?”

       

       “드디어 발견했다네.”

       

       

       나는 모종삽 안에 들어있는 마석을 절반정도 덜어내어 다시 작동 버튼을 눌렀고, 이번에는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기에 모종삽에 있던 마석들을 검사가 끝난 상자로 옮겼다.

       

       그리고 미리 덜어두었던 마석 중 절반을 다시 검사하고, 소리가 나지 않으면 검사가 끝난 상자로 옮기고, 소리가 나면 또 반으로 덜어서 검사하는 것을 반복한 결과.

       

       

       “찾았다.”

       

       

       어둠의 조각이 스며들어 있는 새끼손톱 크기의 마석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마석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찾은겁니까?”

       

       “잘 봐두게.”

       

       

       나는 품 속에서 검은 다이아몬드를 꺼내 마석에 가져다 대었고, 마석에서 조그마한 어둠의 조각이 새어나와 검은 다이아몬드로 흘러들어갔다.

       

       

       “방금 마석에서 뭔가가 빠져나온겁니까?”

       

       “음. 잘 보았네. 눈이 좋군 그래.”

       

       

       정말로 작은 조각이라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청년은 제대로 목격한 모양이었다.

       

       

       “방금 그건 도대체….”

       

       “아주 작은 어둠의 조각일세. 마석 중 극히 드문 일부에 들어있는 것이지.”

       

       

       실제로, 한 상자를 거의 다 뒤졌음에도, 이 마석 하나에만 발견된 것이니까.

       

       그 확률은 한없이 낮을테지.

       

       

       “마석에 섞여있는 불순물과 같은 것일세. 나는 이 기운을 모아 봉인하는 일을 하고 있지.”

       

       “봉인이라니….”

       

       

       청년은 쉽사리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하는걸 보고야 말았는데.

       

       

       “이 기운을 그냥 방치할 수 없어서 말이지. 이런 마석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 이 마을일테니. 이 어둠의 조각을 방치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비밀로 하겠네.”

       

       “비밀이라니, 굉장히 의미심장한 느낌으로 말하고는 비밀입니까?”

       

       “확실한건, 이 세상에 썩 좋진 않은 일이지. 이 어둠의 조각이 스며들어 있는 마석으로 마법 스크롤을 만들었다가는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말이야.”

       

       “좋지 않은 일…. 혹시, 불량 스크롤과도 관련이 있는 일일까요?”

       

       “불량 스크롤?”

       

       

       내가 되묻자 청년은 차분히 말했다.

       

       

       “네. 아주 드문 일이지만, 완벽하게 만들어진 스크롤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거나,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발동하거나, 전혀 다른 마법을 발동하는 등의 효과를 보이곤 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나오곤 했었지요.”

       

       “저런.”

       

       

       불량 스크롤이라. 그런게 나오는건 또 몰랐구만. 가끔씩 마법사들이 스크롤을 만들다가 마력의 폭발 같은게 일어나길래 제작 실패로 인한 일인줄 알았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은 있군. 한번 시험해볼텐가?”

       

       

       나는 검사하지 않은 빈 상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상자들을 뒤져서 어둠의 조각이 있는 마석을 발견한다면, 테스트 해볼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직접 해보는건 좀…. 부담스럽군요. 잘못하면 제 목숨이 위험하니.”

       

       

       뭐, 목숨 걸고 시험해보는건 좀 그렇지.

       

       그러면 뭐, 이 어둠의 조각이 들어있는 마석들을 모두 빼낸 후 스크롤을 만들면서 불량 스크롤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충 맞는게 아닐까?

       

       

       “아무튼, 불량 스크롤의 원인이 그 어둠의 조각일지도 모른다면 쉽사리 넘어갈 수 없군요. 혹시 어둠의 조각을 확인하는 도구를 좀 더 많이 준비해 주실 순 없습니까?”

       

       “음? 더 많이?”

       

       “네. 대금은 충분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불량 스크롤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으니까요.”

       

       

       흐음. 대금은 딱히 중요치 않은데. 아! 그렇지!

       

       

       “대금은 필요없네. 대신 어둠의 조각이 들어있는 마석을 모아서 생명신전으로 보내주었으면 하네.”

       

       “생명신전입니까? 혹시 생명신전과 관련이 있으신겁니까?”

       

       “그건…. 비밀일세.”

       

       

       나는 검지손가락만 들어 입가에 가져다대어 비밀임을 강조했다.

       

       어둠의 조각이 있는 마석들을 인간들에게 맡겨두는 것보다, 내가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생명신전쪽에 넘겨두는게 편리할테니까 말야.

       

       

       “자네들이 생명신전에 넘기면, 보관하고 있다가 내가 가끔 와서 회수할 생각이네. 어차피 어둠의 조각이 들어있는 마석은 자네들에게도 쓸 수 없는 조각들이니…. 오히려 처리비용을 아낄 수 있지 않겠는가?”

       

       

       괜시리 쓰려고 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야, 깔끔하게 처리하는게 마법사들 입장에서 좋을테니까.

       

       

       “그 점은…. 촌장에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허락할겁니다. 불량 스크롤 문제는 촌장에게도 고민이었으니까요.”

       

       “음. 부탁하네.”

       

       

       그대로만 진행 된다면 굉장히 편리할테니까 말이지.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나는 몇 개의 모종삽형 마석 탐지 도구를 만들어 마법사들에게 넘겼고, 마법사들은 어둠의 조각이 스며든 마석을 생명신전을 통해 나에게 넘기는 계약을 끝냈다.

       

       좋아. 역시 직접 하는 것보다 다른 이들에게 시키는게 훨씬 효율적이지. 역시 머리를 써야 몸이 편하다니까. 이제 가끔씩 생명신전으로 가서 마석에 깃든 어둠의 조각을 회수하면 깔끔하단 말씀.

       

       이렇게 에레보스의 조각들을 조금씩 회수하는 시스템을 만들던 도중,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생각해냈다.

       

       다른 인간이나 아인종들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라면 저렇게 회수하면 되는데….

       

       인간이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라면 어떻게 하지?

       

       인간들이 강해질때까지 기다려야하나?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데?

       

       리자드맨이나 거인이라면 어지간한 몬스터는 두들겨 팰 수 있을테지만, 그 둘은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아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니까…. 음….

       

       나는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그냥 강한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어서 그 몬스터의 마석에 있는 어둠의 조각을 흡수시키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용사의 검 같은 느낌으로 말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3코인…!! 헤으응…

    (아무런 반응이 없다. 계속해서 시체인듯 하다.)

    (한동안 방치한 원신을 다시 잡기 시작한 모양이다. 푸리나 귀여워요 푸리나.)

    인간 편애와 종족 차별이 심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걸요.

    엘프나 드워프는 직접적인 종족신이 있고, 리자드맨은 창세신룡이 직접 지켜보고 있으니.

    거인은 신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빡대가리니 넘어가고!

    인간은 종족신은 없지만 그 대신 여러 신이 지켜보고 있고! 아니 신들은 다른 종족도 지켜보고 있으니 별반 차이는 없나! 하지만 인구수로 신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느낌인데!!!

    그러니 저를 종족 차별주의자라고 손가락질을 하시려거든 수인 차별주의자라고 해주시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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