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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용이 한 걸음을 내딛자 대지가 흔들린다.

       

       상당히 크고 무겁군. 나 같은 인간 수백이 뭉쳐야 저 용 하나의 크기가 될 것 같은데.

       

       동작은 둔중해 보이고 위협이 되는 것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그리고 저 꼬리인가.

       

       아니군. 하나가 더 있었지.

       

       용의 아가리에 뜨거운 기운이 뭉친다.

       

       저게 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브레스인가.

       

       어느 정도 파괴력은 있는 것 같다만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군. 입에서 일직선으로 뿜어질 것을 생각하면 피하는 것은 어렵잖아 보이는 구나.

       

       허나 나는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에 검을 들었다.

       

       – 왜 안 피해! 저거 맞으면 죽어!

       – 버그라도 걸림? 왜 가만히 있어?

       – 브레스 피해욧!!!

       

       용의 입에서 불꽃이 쏘아진다.

       

       붉은 색의 화염은 대지를 불태울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저 화염을 몸으로 받아내면 구워지다 못해 타버릴 것이 분명했다.

       

       위로 치켜들었던 검을 아래로 내린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목검을 잡은 아이라도 할 수 있을 기본적은 동작이었으나 거기에 담긴 이치는 격을 달리했다.

       

       태양을 떨어트리는 검이 대지에 존재하는 미물에게 질 리가 없으니.

       

       화염이 갈라졌다.

       

       “내기가 없으니 불편하구나. 아피스에서의 몸 정도만 되었어도 화염 채로 저 도마뱀을 갈라버렸을 것을.”

       

       실망스럽다. 내 일전에 상대한 외신 정도는 기대하지 않았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위업을 보여주리라 생각했거늘.

       

       설마 이것이 끝은 아니겠지? 이 따위 브레스가 네 놈의 최선이라면 난 네 놈에게 크게 실망을 할 것 같다만.

       

       – 뭐임? 뭐임?

       – 왜 검을 휘둘렀는데 브레스가 갈라짐?

       – 아니 지금 주인공 각성도 안 해서 일반인이랑 다를 거 없잖아. 왜 저게 돼.

       

       “내기가 없다 하여 무의 이치가 사라지더냐.”

       

       내공이 없다 한들 몸에 새겨진 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허공을 뛰어다닌다거나, 바다를 가른다거나, 산을 날려버린다거나 하는 초월적인 일을 벌일 수는 없지만 이딴 불꽃을 가르는 것쯤이야 할 수 있지.

       

       “도마뱀아. 다시 용이라 불리고 싶다면 무언가를 보여라.”

       

       이것만 있을 게 아니지 않느냐?

       

       얼굴을 마주하고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쓴 기술이 최고의 기술은 아닐 터. 그대의 비장을 펼쳐 보여라.

       

       설마 아직 최선을 다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느냐?

       

       그렇다면 알겠다. 내 친히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 주마.

       

       내가 앞으로 달려들자 도마뱀이 앞발을 치켜 들었다.

       

       느린데다가 동작이 크구나.

       

       가벼이 피하며 앞으로.

       

       그러자 이번에는 도마뱀이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방금 전 공격에 비해선 빠르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느리다.

       

       몸을 숙여 피하며 또 다시 앞으로.

       

       어느새 도마뱀의 비늘이 나의 앞에 있었다.

       

       흑색으로 된 비늘들은 분명 단단해 보였다. 내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만 어지간한 금속보다 훨씬 단단하지 않을까.

       

       검을 휘둘러 벨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야 검이 망가질 것 같구나.

       

       그러니 이번에는 권을 사용하자꾸나.

       

       저 비늘이 아무리 단단하다한들 생물인 이상 그 안에는 살이 있을 터이니. 그 곳을 가격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도마뱀의 앞에서 뛰어 올라, 나를 걷어내기 위해 휘두른 도마뱀의 앞발을 밟고 한 번 더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등 위에 착지를 하기 무섭게 도마뱀이 날개를 펼쳐 나를 걷어내려 했으나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하다.

       

       내게 착지를 허락한 순간부터 그대는 나를 떨어트릴 수 없다.

       

       주먹을 치켜들어 도마뱀의 비늘 아래를 가격한다.

       

       도마뱀이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집요하게. 가열차게.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몇 번이고.

       

       도마뱀이 발버둥을 치지만 의미 없다. 본인이 겨우 이 정도 흔들림에 중심을 잃으리라 생각하느냐.

       

       그러다 비늘에 금이 감과 동시에 용이 다시 날개를 펼쳤다.

       

       이번엔 나를 떨쳐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하늘로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난 도마뱀의 몸이 떠오르자마자 등 위에서 바닥으로 뛰어 내렸다.

       

       자아. 그대는 도망을 위해 하늘로 간 것이더냐. 아니면 발악을 위해 하늘로 간 것이더냐.

       

       도망을 위함이라면 보내주마.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녀석이라는 소리니.

       

       허나 발악을 위함이라면 조금은 더 놀아 줄 생각이 있다.

       

       하늘 저 높은 곳으로 날아간 도마뱀이 회색 하늘에 뜬 태양을 가리며 날개를 펼쳤다.

       

       <xxx! xxx xx xxxxx!!!>

       

       도마뱀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무어라 외치자 회색의 하늘 중간 중간이 걷히며 그 곳에서 운석이 나타났다.

       

       그래야지. 그렇게 나와야지.

       

       오거라.

       

       *

       

       <하늘에서 떨어진 분노가 그대를 멸하리라!>

       

       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운석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늘의 끝의 최종보스인 발두르의 2페이즈를 알리는 발악 패턴.

       

       어림잡아 말 한 마리 정도 되는 크기의 운석들이 하늘에서 낙하하며 파괴를 만들어 낸다.

       

       본래라면 방어 스크롤을 통해 막아내던가, 아니면 용 떨어트리기의 용언을 이용해 패턴을 스킵하는 게 정석적인 파훼지만 아라에게는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상태고, 그녀의 캐릭터는 아직 자신의 힘을 각성하지도 못했으니까.

       

       그렇담 필사적으로 내달려 운석의 여파에서 도망을 쳐야 하지만 아라는 그러지 않았다.

       

       아라는 제자리에 서서 자신에게로 떨어지는 운석을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일검으로 운석이 반으로 갈라졌다.

       

       조각이 난 운석은 본래 맞춰야 할 아라에겐 닿지 못하고 엉뚱한 집과 대지만을 파괴했다.

       

       누군가가 보면 치트를 쓴 게 아니냐 물을 만한 광경이었고, 또 누군가가 보면 스펙을 잔뜩 올려서 온 거냐 물을 만한 모습이었지만 엔리는 알았다.

       

       아라가 설정의 그 어떤 것도 건드리지 않았음을.

       

       오늘 하늘의 끝을 처음 시작한 아라가 그저 힘 좀 좋은 일반인에 불과한 주인공의 몸으로 저런 위업을 벌이고 있음을.

       

       그녀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을 벌이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은 하나뿐이었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기술.

       

       아라라는 인간이 강했기에 그녀가 조종하는 게임 속 캐릭터도 강한 것이다.

       

       “이러다 진짜 프롤로그에서 최종보스를 잡으시는 거 아냐?”

       

       본래라면 프롤로그에서 발두르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각성을 안 한 주인공과 발두르의 스펙 차가 큰 것도 있지만 그보다 큰 문제가 하나 있다.

       

       2페이즈에 들어간 발두르는 하늘에서 용언을 이용해 주인공을 공격한다.

       

       용 떨어트리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은 절대 제 발로 대지에 내려오지 않고 저 멀리서 치졸하고 확실한 승리를 거두려 든다.

       

       발두르를 떨어트릴 수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1페이즈에서 밑작업을 해놔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2페이즈에 넘어 간 이상 발두르를 떨어트릴 수단이 없는 유저가 아무리 발악을 한다 해도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라가 강하다 한들 물리적인 한계는 넘어설 수 없는 게 정상이지만 엔리는 아라가 질 것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

       

       왠지 아라라면 가능할 것 같았기에.

       

       발두르의 공격은 운석으로 끝나지 않았다. 용은 미친 듯이 용언을 쏟아냈고 세상 그 자체에 작용하는 용의 언어는 수많은 기적을 발했다.

       

       회색의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진다.

       

       대지가 움직여 아라의 발을 휘감으려 들고.

       

       화염이 아라를 휘감아 태워 죽이려 든다.

       

       중간중간에 재차 운석이 떨어지고.

       

       용이 포효를 내질러 아라의 움직임을 막기도 했다.

       

       허나 그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도 아라는 대지에 두 발로 서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지루하다는 얼굴로 하늘에 뜬 용을 바라보면서.

       

       “슬슬 볼만한 것은 다 본 것 같다만 혹시 숨겨진 무언가라도 있느냐?”

       

       쏟아지는 수백의 얼음 창을 가볍게 피해내던 아라는 하품이라도 내쉴 것처럼 평탄한 어조로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조금만 실수하면 그대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아라에게도 시청자에게도 긴장감은 없었다.

       

       겨우 이런 공격을 허용할 리 없단 걸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 패턴이 더 있긴 한데 다 이거랑 비슷한 수준임.

       – 기다려도 실망만 할 걸.

       

       “허어. 어찌 동양이건 서양이건 용이라는 이름을 단 녀석 중에 제대로 된 녀석이 없단 말이더냐.”

       

       아라 씨가 너무 규격 외인 거에요.

       

       화면을 쳐다보던 엔리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발두르는 약하지 않다.

       

       땅 위에서 유저와 놀아주는 1페이즈는 최종보스치고는 쉽다.

       

       처음 발두르를 상대하던 유저들이 얘 너무 호구 보스 아니냐는 소리를 했을 정도로.

       

       허나 2페이즈는 다르다. 정면전을 피하며 적극적으로 용언을 활용하기 시작한 발두르는 유저의 입에서 욕이 나오게 만드는 존재였다.

       

       어지간한 공격이 닿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발두르가 사용하는 마법의 패턴은 결코 대응하기 쉽지 않다.

       

       하나하나의 데미지는 최종장비를 입더라도 억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프고,

       

       캐스팅 속도가 빨라서 모든 패턴을 암기하지 않으면 보고 대응하는 게 불가능 한데다가 ,

       

       한 번에 용언 하나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용언을 섞어서 쓰다 보니 억까 패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게임의 장르가 왜 RPG에서 슈팅으로 바뀌었냐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발두르의 2페이즈는 대처하기 어렵다.

       

       엔리는 처음 발두르를 상대할 때 무척이나 고생을 했다. 최종장비를 걸치고 물약에 마법에 활에 용떨어트리기까지 준비를 해갔음에도 불구하고 4시간이나 걸렸었다.

       

       그나마 이게 빠른 편이었다. 스트리머 중에서 게임 못하기로 유명한 이들은 최소가 6시간이고 사람에 따라선 하루 종일을 박아 겨우 승리를 거둔 사람도 있었다.

       

       분명 발두르는 강했다.

       

       단지 그보다 아라가 더 강했을 뿐이다.

       

       “슬슬 끝을 보자꾸나. 이 이상 놀아도 즐겁지 않을 것 같으니.”

       

       – 하늘 나는 쟤 못 떨어트리지 않나?

       – 폭약 부착 못했고, 용 떨어트리기 없고, 원거리 공격 수단 없고. 망했는데?

       – 이기지도 못하고 지지도 못하는 거야?

       

       엔리도 궁금했다. 아라가 과연 어떤 수단으로 용을 떨어트릴지.

       

       보통의 유저라면 여기서 도주를 선택했겠지만 아라는 그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적을 도망치게 만들지언정 스스로 도주를 택할 사람이 아니었다.

       

       “내 지금 쓰고 있는 검술의 이름은 낙일검이라 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태양을 떨어트린 검이란 이야기지.”

       

       아라가 처음으로 두 손을 사용해 손잡이를 쥐었다.

       

       “이 검의 원류가 된 자는 태양을 베어 낮을 밤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얼음 창 패턴이 끝나고 발두르가 새로운 용언을 입에 담는다.

       

       그 동안 아라가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눈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태양과 비한다면 저 용은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데다 덩치도 작지 않으냐.”

       

       아라의 발이 반파된 땅을 짓밟는다.

       

       “하늘보다 낮은 곳에 있는 것을 베는 정도라면 이 허접한 몸으로도 할 수 있지.”

       

       검이 세상을 가르고.

       

       태양의 자리에 있던 용이 낙하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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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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