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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설소영이 가장 먼저 긍정의 의사를 표하자 이어서 다른 학생들도 서서히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반대의 의견은 없었다.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는 5월 말에 예선을 시작하고, 거의 6월 전체가 본선 기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하루 한 팀씩 공연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 기간과 기말고사 기간이 겹친다는 것이다.

         

       즉, 대회 준비로 인해 기말고사의 성적이 나락으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내신이 그리 중요한가?”

       “대학갈 거면 중요하긴 하지. 뭐…… 우리 쪽은 내신보단 수상기록이 있으면 더 좋긴 해.”

       “그럼 기말고사 한 번 정도는 사소하겠네.”

         

         

       그리고 이에 대해 2학년들끼리 대화를 나눈 것을 들어보니 딱히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근데 대회 수상한다는 보장은 있고?”

       “못하면 우리 부장님께서 가여운 나를 먹여 살려주지 않을까.”

       “애초에 내신도 낮은 놈이 그런 말을 하니까 딱밤 마렵네. 송가람 대신 부탁한다.”

       “접수.”

       “악!”

         

         

       그렇게 차장 송가람의 중재로 대화는 깔끔하게(?) 끝이 났다.

         

       어쨌든 2학년들 쪽은 반대의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것은 내 양옆에 있는 1학년 3명도 마찬가지였고, 어쩌다 보니 나만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실 5월 말이 예선이니 대회 준비는 중간고사가 끝난 4월 말이나 5월 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물론 대본이 완성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대본을 담당하게 된 내 입장에선 이 말이 무슨 뜻일까?

         

       5월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바빠질 다른 부원들과 다르게 나는 지금부터 바빠진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렇게 욕이 나올 정도로 바쁜 건 아니다. 이제 3월 중순인데 아직 5월 초까지는 1달하고 반이나 더 남았으니까.

         

       솔직히 연극의 대본은 드라마의 대본과 비교하면 그리 길이가 길지 않다.

         

       기껏 해봤자 16부 작 드라마의 1, 2화 분량 정도.

         

       전생과 현생을 포함해 지금까지 다양한 드라마의 대본을 썼던 사람으로서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삼일 안에 가능할지도?

         

       문제가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대본을 뽑아내야 할지 바로 감이 안 잡혔다.

         

       일단은 이 대회가 학생 수준인 것을 최대한 의식하며 글을─

         

       순간 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나도 어지간히 배가 부른 모양이다.

         

       창작자가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대충 할 생각부터 하다니…….

         

       참고로 나는 대본을 적을 때 힘 조절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별로 요령이 없다. 드라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매 순간,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글을 적었어야만 했으니까.

         

       애초에 연극의 대본과 드라마의 대본은 구조적으로 꽤나 차이가 있다.

         

       길이부터 시작해, 글의 호흡이나 전개, 인물들 간의 대화 방식 등등.

         

       헌데 비록 느낌은 비슷해도 구조적으로 다른 대본을 가지고 동일 인물인 것을 판별한다?

         

       그건 당사자가 직접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상 심증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작 느낌 하나만으로 동인 인물인 것을 확신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천하의 박하준조차 비슷한 느낌만 받고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뭐…….

         

       그러니 기껏 해봤자 동일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에서 생각이 그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나답게, 있는 그대로 글을 써도 괜찮겠지.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에…….

         

       고작 내가 적은 연극의 대본을 가지고 927 작가와 동일 인물인 것을 확신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뭐긴 뭐야. 그냥 개 무서운 상황인 거지.’

         

         

       그건 감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무언가가 있는 거다.

         

         

       “서은우.”

         

         

       그때 박하준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는 갑자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더니, 짧고 굵게.

         

         

       “동의?”

         

         

       오직 그 한 단어만을 내뱉었다.

         

       사실상 확인사살이 아닐까 싶다.

         

       이미 나 빼고 다들 동의한 상황에서 갑자기 거절의 의사를 밝히며 급발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딱히 거절할 생각도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그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서 대본은 어디에 작성하면 되는데요? 설마 손으로 쓰라고는 안 하겠죠?”

       “설마 그럴 리가. 당연히 너 쓰라고 학교의 승인을 받은 노트북을 준비해뒀지. 물론 내 용돈으로.”

       “와우…….”

         

         

       하긴, 박하준은 학생치곤 돈이 상당히 많다.

         

       드라마 출연비도 그렇고, 광고도 상당히 많이 찍었으니까.

         

       근데 그렇게 따지면 내 주변에는 다 돈이 많은 사람밖에 없는 것 아닌가?

         

       차무식과 설소영은 금수저. 심지어 설소영은 박하준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와 광고로 벌어들인 돈이 상당할 것이다.

         

       이다혜야 워낙 인기 아이돌이니 한창 열심히 벌고 있을 때고, 나도 뭐…….

         

         

       “잠깐. 굳이 그럴 필요 없이 컴퓨터 실에 가서 대본을 적으면 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정규 수업 시간이 아니면 쓰는 사람도 없을 텐데.”

         

         

       박하준의 플렉스 소식에 송가람이 질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누가 들어봐도 옳은 말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하준은 송가람의 지적에 능청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에이, 그러면 대본 쓰는 사람이 너무 외롭잖아.”

       “흠… 그냥 대본을 제대로 쓰는지 감시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하하. 그거 누가 들으면 내가 무서운 사람인 줄 알고 오해하겠다.”

         

         

       박하준의 부정과는 반대로 나는 송가람의 의혹에 나름 동의하는 바였다.

         

       저렇게 노트북까지 사다 준 걸 보니, 박하준이 내게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충 대본을 적었다간 진짜 동아리 부실에서 못 빠져나올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

         

         

         

       “야, 서은우.”

       “왜.”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을까?”

       “나도 몰라 새갸.”

         

         

       나와 차무식은 서로를 마주 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유는 우리의 눈앞에 있는, 매우 수상한(?) 복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최대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가리기 위해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자 둘.

         

       순서대로 이다혜와 설소영이었다.

         

       그렇다.

         

       저건 인기 연예인들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외출 복장을 당당히 착용한 모습이었다.

         

       근데 얼굴을 저렇게 가리면 뭐하냐…… 더럽게 눈에 띄는데.

         

       심지어 이다혜는 누가 봐도 화려하게 느껴지는 금발이라 더 눈에 띈다.

         

       후…….

         

       어쨌든.

         

       오늘은 토요일.

         

       우리는 현재 어느 유명 극단의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문화예술회관에 방문한 상태였다.

         

       참고로 사건의 발단은 문뜩 동아리 시간에 차무식이 내게 대본에 관해 질문해 온 것이 시작이었다.

         

         

       “그래서 대충 어떤 스토리의 대본을 적을 건데?”

       “음… 사실 아직 갈피를 전혀 못 잡고 있어.”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는 청소년의 정서에 맞는, 1시간 이내의 창작극을 심사위원들과 사람들의 앞에서 공연해야 한다.

         

       그러니 웬만하면 무거운 주제는 피하는 게 맞고, 가벼우면서도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잘 먹힐 수밖에 없다.

         

       

       “그럼 자료 조사 겸 연극이라도 한번 관람해 보던가.”

       “연극을 관람하라고?”

       “그래. 무식하게 그렇게 계속 머리를 박는 것보다 프로들의 연극을 한번 보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 검색해보니까 주말에 연극 공연 있던데?”

       “흠…….”

         

         

       확실히 맞는 말이다.

         

       드라마 업계에 종사한 내게 연극은 조금 생소한 분야가 맞으니 녀석의 말대로 제대로 된 표본이 필요하긴 하다.

         

         

       “뭐 혼자 가기 조금 그러면 같이 가줘?”

       “그래. 없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아니 이 새끼가?”

         

         

       그렇게 남정네들 둘이서만 투박하게 연극을 보러 가나 싶었지만…….

         

         

       “나도 같이 가줄까?”

       “…?”

       “그럼 나도!”

       “……?”

         

         

       현재 사이좋게 오늘 연극에 관한 팜플렛을 보고 있는 저 여자 둘 덕분에 결국 이 사단이 일어나버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남자를 지긋이 째려봤다.

         

         

       “근데 선배는 여기 왜 있는 건데요?”

       “음?”

         

         

       내 시선을 눈치챈 박하준이 태평하게 웃는다.

         

       이 사람 역시 저기 서 있는 여자 둘과 마찬가지로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자료 수집을 하러 간다는데 부장이 빠지면 섭섭하지.”

         

       

       쓰으읍…….

       

       나는 전혀 안 섭섭하다고.

         

       

       -야, 저기 뭔가 좀 수상하지 않아?

       -그러게. 복장이 누가 봐도…….

         

         

       그때 주위에서 이쪽을 향해 수군거리는 것이 점점 느껴졌다.

          

       이건 조금 당연한 소리지만, 박하준이든 설소영이든 이다혜든 얼굴을 대놓고 드러낸 상태로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아마 저들이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달려들기 바쁘겠지.

         

       비록 수상한 복장이라도 저런 식으로 얼굴을 일부 가린 덕분에 그나마 바로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조명이 훤한 자리에서 오래 있게 된다면 금방 누군지 눈치채겠지만.

         

       그러니.

         

         

       “자, 자. 이제 곧 공연 시작하니까 빨리 들어갑시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게 서둘러 연극 관람석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나마 저곳은 무대에만 조명이 집중되어 상당히 어두운 편이니까 지금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일도 없을 테지.

         

       참고로 5명에서 함께 단체 표를 끊었기에 세세하게 자리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 중에 관람석 안에 가장 먼저 들어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끝 열부터 채웠을 뿐인데…….

         

       뭔가 내 옆자리가 채워질 기미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의문이 든 순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 간다?”

       “약속했던 대로 단판으로 끝내기에요!”

         

         

       ……?

         

       쟤들 저기 모여서 뭐 하냐?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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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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