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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유령 고양이를 배 위에 얹고 황금 사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애옹.

    ‘응? 연구소에 언제 돌아갈 거냐고? 저기 널브러진 소장이 연구소 격리실로 끌려가는 걸 보고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너무 늦는다고 배 위로 냥냥 펀치를 퍽퍽, 날리는 고양이.

    ‘뭐 그래도 탐정이 사람을 부르려는 것 같으니까, 생각보다 금방일 거야.’

    고양이와 누워서 잡담을 나누고 있으니, 어디론가 사라졌던 탐정과 후배가 다시 공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탐정은 ‘의뢰인’이라고 불리던 오브젝트를 향해 다가갔고, 후배는 내가 누워있는 곳으로 왔다.

    “사신아, 돌아왔어! 많이 기다렸지?”

    후배는 내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고는 들어 올려서 다시 품에 안았다.

    뒤에서 꽉 끌어안고 어깨 너머로 볼과 볼을 꾹 붙였다.

    귀찮아.

    온몸에 힘을 쭉 빼고 늘어져 있었더니, 후배가 나를 높이 들어 올렸다.

    “와 사신이 고양이처럼 유연하네?” 

    후배는 ‘와 사신이가 길어졌어!’ 이라면서 즐거워했다.

    후배는 즐거워서 좋고, 나는 편한 데다 장작이 생겨서 좋은 일이었다.

    ***

    돌아온 공터는 전보다 부산스러움이 줄어들어 있었다.

    의뢰인의 남동생은 잠들었고, 회색 사신도 후배에게 붙잡혀 축 늘어져 있었다.

    공터를 가장 부산스럽게 만들던 황금 사신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몸을 공처럼 말고 자고 있었다. 

    잠을 자면서도 소장 주변에 잔뜩 흩어져 있는 걸 보면 소장에 대한 경계는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몇몇 황금 사신들이 졸린 것처럼 눈가를 비비면서도 소장의 시체를 주시하고 있었다.

    황금 사신은 소장을 왜 저렇게 싫어하는 거지?

    남동생을 눕혀놓고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의뢰인에게 다가가서 황금 심장을 건넸다.

    “아… 역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의뢰인은 뭔가를 납득한 것 같은 반응이었다.

    “왠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어요. 기억하는 캠프의 전경, 추억들. 그 모든 곳에서 제 자리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분명 내가 동생과 겪었던 풍경인데, 자신의 발밑만 무너질 것처럼 애매했어요.”

    의뢰인은 유리병 속에 들어있는 황금 심장을 바라보며 병 표면을 쓰다듬었다.

    “이상함을 느끼기 전의 캠프는 정말 행복한 곳이었어요. 오브젝트가 만들어 낸 가짜이자 환상이었지만 말이죠. 가난하지만 동생과 같이 먹고 자고, 주민들은 모두 친절했어요.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질감을 느끼게 됐죠.”

    의뢰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계속 눈치채지 못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서 이상함을 느끼고 말았죠. 이질감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동생이 찾아와서 부탁하더라고요. 별것도 아닌 부탁인데, 시간은 오래 걸리는 그런 부탁. 아마 부탁을 하던 동생은 캠프와 자신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의뢰인은 황금 심장을 자신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그 뒤로는 의뢰를 하고, 이렇게 진짜 동생을 만났네요. 저는 가짜지만. 심장은 탐정님이 가지고 계셔주세요. 왠지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의뢰비는 조만간 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다려 주세요.”

    할 말을 모두 토해내서 홀가분해진 표정의 의뢰인은 다시 남동생을 향해 돌아보았다.

    다시 받아 든 유리병 안에는 여전히 심장이 박동하고 있었다.

    심장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다시 챙기고 돌아섰다.

    이걸로 이번 의뢰도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겠지.

    음, 이 정도면 오브젝트가 엮인 사건치고는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

    연구소 사무실 내부에 비치된 전화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뱉어냈다.

    “세희 연구소입니다.”

    김중뢰 선배는 묵직한 목소리로 전화기를 받았다.

    인천 계양산 임시 캠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 걸까? 

    인천 쪽이랑 우리 연구소는 별로 관계가 없을 텐데.

    전화하는 선배의 미간이 점점 좁혀지는 걸 보면 좋은 일은 아닌듯했다. 

    요즘 우리 연구소에서 터질만한 사건은….

    행방불명된 회색 사신!

    사신이가 발견됐구나, 드디어.

    종소리를 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기대감이 마음속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꼈다.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전화하는 선배 근처를 배회했다.

    선배는 자리로 돌아가라고 손짓했지만, 꿋꿋하게 무시하고 선배를 계속 염탐했다.

    선배가 전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선배에게 달려들었다.

    “선배! 회색 사신이죠? 인천 계양산 캠프에서 발견됐대요?”

    “그래, 너도 나가야 하니까 준비해라.”

    “와!”

    나는 양손을 위로 치켜들고 만세를 했다.

    드디어 회색 사신이!

    나는 그대로 자리로 뛰어 들어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후배 2호가 사람을 부른지 몇 시간이 지나자, 계양산 임시 캠프에 사람들이 잔뜩 도착하기 시작했다.

    물론 경찰은 아니었다. 

    경찰은 아직도 계양산 임시 캠프 관련 사건을 무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지독하게 정돈된 분위기를 풍기는 병사들이었다.

    검은 녀석이 보내준 인력이니까, 아마 협회 쪽 병사들이겠지.

    후배 2호에게는 경찰이 무시할 것을 대비해서 검은 녀석의 전화번호를 들려줬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우리의 요청을 무시했고 후배 2호는 검은 녀석에게 도움을 청했다.

    후배 2호는 검은 녀석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아오는 데 성공했다.

    협회에서 보내준 병사들은 금속으로 된 장치를 꺼냈다.

    오브젝트를 격리하는 이동식 격리 도구. 

    소장을 수거하기 위해서 그들이 가져온 도구였다.

    검은 녀석이 보내준 협회 요원들은 오브젝트 수거 전문의 병사들로 보였다.

    말소리도 없이, 묵묵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은 전문가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은 공터로 일사불란하게 들어와서는 소장의 시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닥을 꼼꼼히 긁어내서, 살점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

    소장의 시체를 모두 챙긴 그들은 왔을 때처럼 아무런 말도 없이 순식간에 공터를 벗어나 버렸다.

    “와, 저런 게 프로겠죠? 우리 같은 아마추어랑은 확실히 다르네요.”

    후배 2호가 감탄을 했다.

    “글쎄, 내 경험상 저런 각 잡힌 군인들은 금세 죽더라고.”

    “에이, 설마요.”

    후배 2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진짜로 그랬다.

    각이 잡히고 딱딱할수록, 오브젝트의 함정에 자주 빠지더라고.

    협회에서는 저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팀을 자주 만드는데, 자주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죄다 죽어 나자빠지니까.

    공터를 채우고 있던 황금 사신들도 소장의 시체가 사라짐과 동시에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공처럼 몸을 말고 자고 있던 황금 사신들은 신기하게도 군인들이 소장의 시체를 건드리자,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고는 시체를 실어 나르는 것을 감시하듯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소장의 시체가 공터를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자, 시체를 감시하던 황금 사신들은 허공 속으로 녹아내리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 뒤로 도착한 것은 구급차였다.

    도착한 의료 인력은 캠프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의뢰인의 남동생인 ‘이태훈’을 근처 병원으로 이송했다.

    물론 동생에게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의뢰인도 간병인 역할로 같이 따라갔다.

    그 뒤로도 처참한 캠프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협회 직원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회색 사신을 데리고 나갈 ‘세희 연구소’의 인원들이 도착했다.

    ***

    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계양산 임시 캠프는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다.

    황량하고 조용한 풍경. 

    분명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마을일 텐데, 분위기는 죄수를 가두던 수용소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캠프 골목골목에는 시체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선배, 이거 설마 사신이가 한 거 아니죠?”

    “아니, 회색 사신은 관련 없다고 들었다. 오히려 지금 참상은 중국 쪽에서 넘어온 무슨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저지른 짓이라고 하던데, 해외 쪽은 정보를 얻기가 힘드니 잘 모르겠군.”

    뭐 사신이가 했어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게 뻔하지만, 사신이에 대한 악명이 늘어나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행이었다.

    트럭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지하 수로 앞에는 수많은 차량이 정차해 있었다.

    이제부터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후다닥 내려서 꺼림칙한 수로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붉은 물이 흐르는 수로. 

    사방에 가득한 피 냄새가 수로에 흐르는 붉은 물이 오염된 폐수 따위가 아니라 핏물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어두운 데다가 피 냄새가 가득하고, 핏물이 흐르는 수로는 다행히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수로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상당한 숫자의 협회 직원들이 피로 물든 의자나 도구를 밖으로 옮기거나, 시체를 담은 가방을 수송하고 있었다.

    길고 긴 수로를 걸어서 도착한 곳은 넓은 공터.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 눈에는 하나만 보였다.

    사신이! 

    회색 사신은 황금 사신들에게 둘러싸인 채 누워서 자고 있었다.

    “사신아!” 

    사신이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졸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졸린 표정으로 눈가를 비비는 사신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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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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