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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EP.72

     

   [‘망각의 단(A+)’을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위기의 상황에 회복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 물건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이 떠올랐다.

     

   망각의 단이 가지는 효과는 24시간 전으로 기억을 되돌리거나 24시간 전의 몸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단체전에 들어오고 아직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다수의 성좌가’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을 바라봅니다.]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이 이럴 줄은 몰랐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반응을 보니 이 망각의 단이라는 물건을 만든 성좌가 모험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좌인 듯했다.

   게다가 망각의 단을 튜토리얼 클리어 선물로 준 성좌도 지금 같은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

     

   ‘의도한 건 아니지만…’

     

   뜻밖의 정보를 얻었다.

   성좌들이 플레이어들과 비교해서 전능할지는 몰라도 전지하지는 않다는 것.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탑을 오르며 상시 기억하고 있어야 할 정보였다.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이 불안한 눈빛으로 당신을 주시합니다.]

     

   띠링!

     

   [‘망각의 단(A+)’이 흡수됩니다.]

   [24시간 전으로 상태를 되돌립니다.]

     

   비교적 묵직하게 느껴지던 몸이 급격하게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고양감. 단전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마력의 덩어리가 느껴지기 시작하자 눈앞의 칠흑 같은 마력 폭풍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다수의 성좌’가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을 째려봅니다.]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이 비명을 지릅니다.]

     

   —

   이름 : 김시인

   성좌 : 없음

   능력치 : [근력 Lv.36(15)], [민첩 Lv.35(15)], [체력 Lv.36(15)], [마력 Lv.38(15)]

   스킬 : [빠른 납득(C-)], [전심전력(C+)], [천월신공(B+)], [투지(A)]

   특성 : [잠재 고유 스킬]

     

   잔여 코인 : 70,000 C

   —

     

   [‘투지(A)’가 발동됩니다.]

   [당신보다 약한 적들이 전의를 상실합니다.]

     

   “뭐, 뭐야!”

   “……허억!”

   “으극…!”

     

   투지의 발동에 우리에게 달려들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무릎을 꿇고 쓰러진 사람도 있었고 정신력이 약한 경우 그대로 고꾸라져 거품을 무는 사람도 보일 지경.

     

   “씨발!, 이런 개같은 경우가…!”

   “도대체 갑자기 뭐냐고! 왜 안 움직이는 건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역전되자 뒤를 바짝 따라붙은 리더 격의 남자가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름 통쾌한 광경을 잠시 감상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적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해도 날아오던 공격이 흩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빠르게 끝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은 메시지가 있었다.

     

   [‘다수의 성좌’가 단체전의 밸런스가 파괴될 것을 우려해 당신에게 제약을 걸고자 합니다.]

     

   현재 상황에 불만을 품은 성좌들이 나에게 제약을 걸려 하고 있었다.

   언제 힘을 회수 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 나는 중단세를 취하며 날아오는 마력 폭풍을 지그시 응시했다.

     

   [‘천성회의’가 시작됩니다.]

     

   [‘플레이어 김시인’이 거론됩니다.]

   [‘망각의 단’이 거론됩니다.]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이 거론……

     

   그렇게 시작된 회의.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열 명이 넘는 마법사가 함께 펼친 합공이라 그런지, 검은 덩어리는 Lv.15의 마력으로 펼친 마법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맹렬한 기세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적들의 추격은 멈췄지만 죽음을 연상케 하는 보랏빛 마력에 사람들의 눈에 절망이 피어오른다.

     

   ‘있다.’

     

   하지만 그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돌파구.

   다수의 마법사가 펼친 마법이었기에 마력의 양은 방대했으나 균형이 뒤틀려 있었다.

     

   마법이 도중에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던지 우측과 좌측의 마력은 색이 진하고 탄탄하다. 하지만 중심 부근의 마력은 비교적 미약했다.

     

   나는 그곳을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검을 뒤로 늘어뜨렸다.

     

   “후우…”

     

   세로로 압축시킨 검기를 전방으로 날려 상대를 양단하는 기술.

   아직 숙련이 부족하고 정신력을 많이 갉아먹지만 저런 광범위한 공격을 뚫어내기에 가장 적합한 초식이었다.

     

   뒤로 늘어뜨린 검신에 마력이 압축되기 시작한다.

   신월이나 황홀경을 사용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견고한 마력. 그 영향으로 검을 꽉 쥐지 않으면 떨어뜨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손끝이 묵직해지기 시작한다.

     

   마력 폭풍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혼신의 힘을 끌어내 검을 올려 쳤다.

     

     

   월광검법 제사식 月光劍法 第四式

   반월참 半月斬

     

     

   핏!

   쿠우우우…

     

   공기가 살짝 잘려 나간 것 같은 옅은 소리 뒤로, 내가 휘두른 검로에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소음이 따라오기 시작한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검이 휘둘러진 허공에 반월 모양의 검기가 자리를 잡는다.

   시작은 보잘것없었으나 그 소리는 점차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이윽고 여파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눈앞에 펼쳐 냈다.

     

   콰아아아아!!!

     

   쏘아졌다.

     

   눈부신 빛의 검기가 흑색 마력을 찢어발길 듯, 강렬하게 날아들었고 우리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 같았던 그 마력은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장관을 이루어냈다.

     

   띠링!

     

   —

   [‘천성회의’가 끝났습니다.]

     

   [회의 결과 : 과하게 상승한 능력치는 시련의 균형을 해친다고 판단, 잠시 후 당신의 능력치를 되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망각의 단’을 재지급합니다.]

   [성좌의 개입이 있었던 만큼, 임무가 끝날 시점의 보상 등급이 상승합니다.]

   —

     

   잠시 돌아왔던 능력치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한다.

   탈진에 가까운 상태로 몸이 되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몰살을 당할 수도 있었던 위기를 어떻게든 넘겼다는 사실이었다.

     

   마력을 쏘았던 흑마법사들이 언제부턴가 바닥에 엎드려져 피를 토하고 있다.

   날아들던 마력은 좌우로 갈라져 우리를 포위하려 했던 적들을 덮치고 있었고 그들은 이제야 말을 듣는 자신의 몸에 개탄스러워하며 이를 갈았다.

     

   콰과광!

     

   하지만 그때 생긴 문제.

   지금 우리가 서 있던 절벽 부근의 땅이 무른 상태였던지 바닥에 살벌한 마력 덩어리가 떨어지자 큰 진동이 발생했다.

     

   “어어?”

   “땅이…!”

     

   땅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우리와 적들의 경계가 되는 부분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며 땅이 갈라진 것이었다.

     

   “뛰, 뛰어!!!”

   “저쪽! 균열 방향으로!!!”

     

   사람들은 이제 곧 잘려 나갈 절벽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사색이 되며 발버둥 쳤다.

   이미 적들은 절반 이상이 쓰러진 상태였으니 이곳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위험한 고비를 하나 넘기는 것이다.

     

   “선풍!!!”

     

   남궁천호가 급하게 수인을 맺더니 앞서 달리기 시작한 사람들을 향해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제는 거의 떨어져 나간 땅을 넘어간 사람들이 바닥을 급하게 굴렀고 그 뒤를 따라 사람들을 이끌었던 몇몇이 빠르게 도약했다.

     

   “가민아 손잡아!”

   “언니!”

   “천호 씨!”

     

   먼저 반대편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손을 뻗어 이제 막 넘어오려는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들이 잊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허억, 허억, 괜찮습니… 어어?”

   “젠장! 시인 씨!”

     

   남궁천호와 박조철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당연하게도 내가 없었다.

   짧은 순간 마력을 밑바닥까지 과도하게 뽑아 쓰고 탈진이 되어 버린 나는 한 걸음도 걷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비명을 지르며 입을 가리는 사람들과 망연자실한 눈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나를 보는 사람들.

   하지만 뭔가 액션을 취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고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몸에 듣지도 않을 명령을 내렸다.

     

   ‘젠장!’

     

   미동조차 없다.

   아무리 용을 써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차오른다.

     

   단체전에서 능력이 고정된다는 것에 대한 빈틈을 찾은 것은 나의 역량이었다.

   성좌들조차 잊고 있었던 망각의 단을 떠올렸고 기억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것을 입에 우겨넣었던 것이다.

     

   죽을 위기에 처하니 빠른 판단이 발동했다.

   하지만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어지럽게 칠해진 과거의 기억들 뿐, 현재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침내 절벽이 완전히 기울었는지 붕 떠오르는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더 이상은 땅도 발판도 없는 상황.

   그렇게 내가 이번 단체전은 남은 사람들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할 시점이었다.

     

   ……!

     

   “어?”

     

   과격한 바람 소리에 처음에는 환청을 들었나 했다.

   급박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청각을 강타했고 나는 떨어지는 와중에 힘겹게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으그그극!”

     

   누군가가 이를 꽉 깨물고는 나와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자, 잡았다!!!”

     

   유난히 작은 키에 금발 머리를 휘날리던 여자아이가 끝끝내 추락하는 나의 손을 붙잡았다.

   눈을 잔뜩 찡그린 채 낙하지점을 바라본 한가민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고 우리는 어두컴컴한 숲을 향해 빠르게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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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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