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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시, 싫어…!"

         

       목을 내리쳤다. 평상시의 로즈메리라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힘이 다 빠진 지금이라면 가능했다.

         

       깔끔한 일격에 로즈메리가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루카스 마커스 형제를 쓱 돌아보았다.

         

       "제 말 들었죠? 뒤돌아보지 말고 빠져나가요. 지금 당장."

         

       그들 또한 이상한 기류를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인간이 아니군. 무운을 빌겠다. 형제."

       "…재회할 수 있다면 좋겠군."

         

       용병들이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서둘러 지하를 빠져나갔다.

         

       소녀가 고개를 까딱였다. 텅 빈 동공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의 죽은 눈.

         

       손가락이 움직였다.

         

       "안 돼."

         

       검은 촉수가 어둠 속에서 뛰쳐나왔다. 수십 갈래로 쪼개진 검은 창들이 빠져나가는 일행의 등을 노렸다.

         

       나 또한 움직였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어둠을 내리찍는 묵직함 – 스텀프(Stomp)(S)를 사용합니다.]

         

       콰드드드득!!!

         

       불꽃이 타올랐다. 대검으로 촉수를 짓이겼다. 검은 피가 떨어지고, 소녀가 작게 움찔했다.

         

       시선이 처음으로 나와 마주쳤다. 흑발. 텅 빈 눈동자. 상처투성이의 얼굴.

         

       …맞다.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가 확실하다.

         

       "역시 넌 다르네."

       "그래. 망령아. 난 다르지."

       "…아리스가 망령?"

       "주변에 있는 것들이랑 같으니까 망령이지."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

         

       실질적인 흑막 보스이자, 편하게 가려면 시계탑의 괴물을 죽이기 전에 반드시 죽여야 하는 괴물.

         

       나는 대검을 거뒀다. 저 소녀가 시계탑의 괴물과 접촉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힘을 쓰는 걸로 보아서는, 반쯤은 이미 링크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했다.

         

       아직은 망령인 상태. 하지만 괴물과 완전히 접촉하면 저 녀석은 육체를 얻어버린다. 말도 안 되는 난이도가 되어버리고,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리겠지.

         

       완전히 동화되기 전에 죽이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것마저 역부족이었다.

         

       시간을 끈다. 그리고 어떻게든 나까지 파라메르를 탈출하는 것만을 생각하자.

         

       애초에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와 ‘시계탑의 괴물 피에르’가 접촉하면 이미 망한 시나리오나 다름없었다.

         

       대륙 십이성(十二星)중의 하나라도 와야 제압할 수 있겠지.

         

       이기려고 생각하지 말자.

         

       시간을 끌 생각만 하자고!

         

       "……"

         

       소녀가 쓱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에 붙은 채 덜덜 떨고 있는 피난민들을 쳐다보았다.

         

       고개가 한 번 더 까딱였다.

         

       "아리스가 망령?"

       "그래. 망령. 살아있다고 착각하는 멍청이들. 얌전히 지옥으로 꺼져."

       "…아니야."

         

       소녀가 중얼거렸다.

         

       "아리스는 망령이 아니야."

       "넌 뒤졌으니까 망령 맞아. 네 자유는 여기에 없어. 이미 지옥으로 꺼졌지."

       "아리스는 자유로워질 거야."

       "못 해. 그러니까 좀 다시 박혀 있어."

       "아리스는 나갈 거야. 파라메르 밖으로. 자유로워질 거라고."

       "개소리."

         

       나는 대검을 늘어트렸다.

         

       "넌 괴물과 함께 시계탑에 묶여있었지. 이곳을 떠나봤자 넌 원하는 걸 찾을 수 없어. 파라메르는 바뀌었고, 네가 그토록 원하던 자유는 네가 여기 묶여있을 동안 전부 죽어버렸으니까."

       "……"

       "저기 제국 기사가 너한테 속삭이든? 그거 다 개소리야. 한낱 인간이 네게 진짜 자유를 선사해줄 수 있을 거 같아? 망상에 사로잡힌 인간의 헛소리라고."

       "한낱 인간이 아니야."

       "그럼 뭐? 청색 마탑에서 떨어져 나온 덜떨어진 마법사?"

         

       -떨어져라!!!!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움찔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

         

       라가 다급히 외쳤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뭐라고요?"

       -내 판단이 틀렸다! 이 세계의 시스템은 이미 근본적으로 오염당했다!

       "예?"

       -뒤틀린 성흔이 사도에게 적응되는 것부터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세계의 구조 자체가 침식당했으니, 이미 모든 게 뒤죽박죽!

         

       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말했던 '타락자'는 내가 개입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네가 움직이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었던 거다!

       "…뭐라고요?"

       

       

       타락자.

       

       

       라가 나를 이곳에 부른 목적이자, 내가 교화시켜야 할 대상들.

         

       소녀가 속삭였다.

         

       "라의 사도 자하드."

         

       그녀가 알 리 없는 내 이름을 말했다.

         

       "그 사람이 말했어. 네가 반드시 여기에 올 거라고."

       "…누가?"

       "아리스는 망령이 아니야."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처음 보는 붉은색 상태창이 점멸했다.

       그녀가 말했다.

         

       "아리스는-사람이야."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가 제 모습을 되찾습니다.]

       [메인 NPC의 명단에 '아리스'가 등록됩니다.]

       [뜯어먹는 자 '아리스'와 조우했습니다.]

       [타락자의 명단 : ??? ??? ??? ??? ??? ??? '뜯어먹는 자, 아리스']

         

       공기가 식는다. 그 어떤 빛도 한순간 새까매지는 거 같은 느낌.

       시야가 흔들렸다. 아리스의 창백한 피부에 한순간 생명이 깃들었다.

         

       망령이라 생각했던 몸에 진짜 살가죽과 피가 뒤섞인다.

         

       "…뭐?"

         

       보스 몬스터가…NPC가 된다고?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가 나를 보고 히죽 웃었다. 상처투성이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목에 걸린 마지막 쇠고리가 덜컥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무슨 기분?"

         

       나는 침착하려 애썼다. 스킬로 이성을 유지함에도 어째서인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런 좆같은 전개를 봤나.

         

       "널…풀어준 건 제국 기사와 마법사가 아니었군. 이미 우리가 오기 이전에 손님이 있었어. 타락한 자들이 네게 손을 댔었군?"

       "이미 한참 전에 풀려났어. 구속구는 속임수. 피부색도 가짜. 아리스는 완전해. 전부터 쭉. 피에르와 아리스는 함께야. 언제나 함께."

       "…그럼 왜 여기 남아 있었지?"

       "그 사람이 말했어. 우리가 멋대로 활개 친다면, 네가 꽁꽁 숨어 힘을 기를 거라고."

       "처음부터 덫이었나?"

       "아리스는 말뚝. 피에르는 망치. 내려찍을 건 네 심장. 그게 약속."

         

       아리스의 그림자가 기묘하게 늘어졌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시발."

         

       그림자 속에 수많은 눈이 섞여 있다. 시계탑의 괴물. 원래라면 봉인되어 있을 원형.

       시계탑 위에 있을 기묘한 울음소리는 가짜였나. 그저 껍데기에 불과했던 건가.

         

       애당초 전부 날 이곳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눈속임이었다고?

         

       "이미 넌…그 괴물과 접촉한 상태였군. 내가 한 게 싹 다 헛짓거리였다는 거잖아. 날 끌어들이려고 별의별 짓을 다 했군."

       "약속을 지켰으니, 아리스는 파라메르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여기서 나를 죽이겠다는 게 약속이냐?"

       "아니. 뜯어먹는 걸로 충분해."

       "…뭐?"

         

       그림자가 쩍 하고 갈라졌다. 단면에 수많은 이빨이 달라붙어 있었다.

         

       "말뚝은 심장만 터트리면 되니까."

         

       그림자 이빨이 내 전신을 물어뜯었다.

         

       -도망…!

         

       나는 황급히 대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아리스의 그림자는 대검을 지나쳐 내 몸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유령에게 통과 당한 듯한 싸늘한 기분. 그리고 그 즉시, 라의 목소리가 끊겼다.

         

       [뜯어먹는 자 '아리스'가 당신의 힘을 뜯어먹습니다.]

       [태양신의 성력이 사라집니다.]

       [태양신과의 연결이 끊깁니다.]

       [성흔이 빛을 잃습니다.]

         

       라의 목소리가 끊겼다.

         

       "이걸로 끝."

         

       나는 무릎 꿇었다. 어마어마한 탈진이 몸을 엄습했다.

         

       몸 곳곳에 들끓던 성력이 아예 느껴지지 않았다. 고장 나기라도 한 듯 성력의 빛이 꺼졌다.

         

       영혼의 절반이 뜯어먹힌 기분이다.

         

       아리스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파라메르는 아리스를 더는 가둘 수 없어. 아리스는 자유야."

       "이런…시…발…"

       "아리스에게 망령이라고 했지?"

         

       아리스가 문 앞에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주변에 널린 '피난민'들을 눈에 담은 뒤, 입꼬리를 기괴하게 들어 올렸다.

         

       "자하드야말로 망령이 되어 봐. 안녕."

         

       지하실의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나는 사라져가는 빛을 멍하니 보았다.

         

       꼬였다.

         

       이제껏 나아왔던 그 어떤 때보다 확실하게.

         

       "…시발."

         

       나는 웃었다.

         

       "좆됐네."

         

       지하 공동의 문이 닫혔다.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다.

         

         

         

       . . .

         

         

         

       검은 안개가 걷히고 있다. 루카스 마커스 형제는 황급히 뛰었다.

       오싹한 등골. 검은 안개가 걷히고 있음에도 무언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더 기괴하고 뒤틀린 것이 다가오고 있다. 파라메르 전체가 흔들리고, 썩은 악취가 더 지독해지기 시작한다.

         

       낮이다. 아직 분명히 낮이다.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조용한 낮.

         

       하지만 갑작스레 건물의 외벽이 터지기 시작한다. 썩은 자들의 군세가 지하 속에서 기어나온다.

         

       "이런 시발?!"

       "갑자기 이게 무슨…!"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막힌 하수도가 한 번에 뚫리는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다. 루카스와 마커스가 도끼를 휘둘렀다. 용병들이 어떻게든 길을 뚫기 위해 악착같이 고전했다.

         

       방벽에 다가왔음에도 정상이 아니었다. 썩은 자들이 달라붙어 외벽을 뜯어먹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이제껏 조용하던 괴물들이, 검은 안개가 걷히자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었다.

         

       "…신이시여."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종말.

         

       세계의 종말이 오고 있는 기분이다.

         

       입구가 보였다. 세워진 역마차 사이로 몸을 구겨 넣은 루카스 마커스 형제가 바리케이드를 힘껏 밀었다.

         

       "먼저 가라!"

       "우리가 막겠다!"

       "개소리 말고 같이 튀어요!"

       "막기에는 이미 늦었잖습니까!"

         

       터져 나온 썩은 살점이 파라메르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뛰쳐나온 일행을 경비병이 발견하고 다급히 외쳤다.

         

       "아, 안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저희도 모르겠거든요?!"

       "일단 마차 좀 태워주세요! 당장!"

       "어, 어서 오르십시오!"

         

       마차가 움직였다. 겁먹은 말들이 미친 듯이 내달렸다. 간신히 한숨 돌린 다니엘이, 마차의 닫힌 천막을 슬쩍 열었다.

         

       "…맙소사."

         

       도시 파라메르.

         

       그 주변을 둘러싼 외벽에 뭔가 달라붙어 있었다. 거대한 짐승. 썩은 내를 주변에 흩뿌리는 괴물이 파라메르의 외벽 너머로 선명하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커다랗다. 수많은 썩은 자들로 구성된 몸이 천천히 움직인다. 멀리서 고개를 올려다보는 것으로도 부족해,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하는 기괴한 짐승이 입을 열었다.

         

       썩어서 고여버린 괴물이 긴 울음을 터트렸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미…친…"

         

       다니엘이 중얼거렸다.

         

       "저게…대체…뭐야…?"

         

       그를 제외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마차에 탄 모두는 이미 알고 있었다.

         

       10년 전에 일어났던 파라메르의 재앙.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이 도시 하나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 . .

         

         

         

         

       눈을 떴다. 주변은 조용했다. 망령이나 다름없는 피난민들의 흐느끼는 소리 말고는 들리지 않았다.

         

       "…배고파…배고파…"

       "살고 싶어요…제발…아이만이라도…"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영혼은 살아있지만, 몸은 죽어 있다. 오직 집념만으로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도 저들 같은 경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계탑의 괴물과 하나로 합쳐져, 제대로 된 육체를 얻어버렸다.

         

       이제는 뭐, 썩은 자들의 군주라고 불려도 될 정도겠지.

         

       기지개를 켰다. 일단 살아있으니 됐다. 살아만 있으면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 법.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뒤통수가 말랑말랑했다. 작은 요정 같은 게 주변에 돌아다니고 있기도 했다.

         

       눈이 마주쳤다. 반짝거리는 황금색 눈. 불안한 듯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쓴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희는 왜 안 나갔냐?"

         

       엘프들.

         

       빠져나가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나가지 않은 녀석들이 눈앞에 있었다.

         

       플로라가 흠칫 몸을 떨었다. 쓱 시선을 피했다.

         

       "그, 그게…"

       "겁먹어서 타이밍이라도 놓친 건 아니지? 그럼 진짜 병신인데."

       "마, 말이 심하지 않습니까!"

       "플로라님께 사과하세요!"

         

       진짜 병신들이었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말랑말랑한 무릎 베게 덕분인지, 뒤통수가 아프지는 않았다.

         

       그냥 몸이 좀 허했다. 링크가 끊겼다고 해야 하나. 늘 가지고 있던 힘이 사라지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라님."

       -…….

         

       그녀는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성흔도 빛이 완전히 꺼진 상태였다. 아이고. 기껏 쌓아둔 태양신의 힘이 다 사라져버렸다 이거냐.

         

       망했네. 망했어.

         

       사태는 최악이었다. 플로라가 우물쭈물 물었다.

         

       "저…자하드님."

       "왜."

       "태양신의 성력을 모두 잃어버리신 건가요? 전과 같은 무위를 보여줄 수 없게 된 건가요?"

         

       겁먹은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저희는 이곳에서…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버린 건가요?"

       "야."

       "네, 네?"

       "남한테 의지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해. 좀. 내가 너희 입에 먹이 넣어주는 어미 새야?"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파라메르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지하실의 문을 열려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 무언가 잡고 있다. 아마 아리스가 모종의 작업을 해둔 상태겠지.

         

       갇혔다.

         

       밀실 속에 완벽하게 갇힌 것이다. 진짜 망령이라도 만들려고 하는 걸까. 누가 덩치만 커진 애 아니랄까 봐, 아리스는 듣기 싫은 소리를 들었으니, 그걸 그대로 내게 돌려주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날 살렸다. 아리스와 계약한 녀석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저런 아이 같은 성정까지는 고려하지 못했겠지.

         

       아니.

         

       그전에 내가 가진 힘이 '태양신의 사도'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을 게 분명하다. 상대는 적어도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라는 건가.

         

       "나가님."

       -…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다. 나락으로 떨어진 지금은 마치 선녀와도 같은 목소리.

         

       "라님과 연락이 돼요?"

       -아니요…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건 자하드의 성흔을 통해서였어요…애초에 신들끼리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은 무척 적어서…

       "뭐, 어쩔 수 없죠. 있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성력을 찾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엘프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기들끼리 속닥였다.

         

       "허공에 대고 혼잣말…"

       "미친 거 아닐까요?"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으, 은인한테 그러면 안 돼요!"

         

       나는 포켓을 확인했다. 다행히 전투 전에 내려놓았던 배낭 형태의 포켓은 그대로였다. 무지막지하게 넣어두었던 식량도 여전하고, 물도 충분히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다. 태양신의 성력도 다 빼앗긴 지금, 내게 남은 건 훨씬 부족한 나가의 성력뿐.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여기에 넘치도록 있는 건 망령이니까!

         

       "어휴. 아리스…병신 같은 년아…"

         

       나는 히죽 웃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나가의 교단은 애초에 그림자와 어둠과 관련된 성력.

         

       그리고 이 생지옥 속에서 비틀린 망령이라는 존재는, 어둠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었다. 원래라면 되살리고 챙겨갈 보상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살리는 쪽은 포기. 어차피 살릴 가치도 없는 녀석들이다. 되살리고 보물을 얻을 생각으로 살리려 했지만, 보상보다 내가 뒤지게 생겼으니 이쪽이 최선이겠지.

       

       모조리 집어삼키고, 이곳에서 나간다. 거기다가 달리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넘치는 시간.

       식량은 넉넉.

       망령들의 숫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니.

         

       "네 손으로 무덤을 파냐."

         

       나가의 힘을 쌓기엔 최적의 장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New 레벨업 사냥터

    ////

    어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막 쓰다 보니 초기 설정과는 달리 무너진 곳이 있어서 급히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ㅅ;

    다음화 보기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성기사가 성물을 독차지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 world where magic reigns supreme and the influence of gods wanes, a young boy finds himself unexpectedly thrust into the role of an acolyte in the declining Sun God’s Temple. Blessed with the divine stigma of the Sun God, he must navigate the temple’s internal politics, the hostility of his fellow acolytes, and the challenges that come with his newfound powers.

As he delves deeper into the mysteries of the temple, he discovers hidden secrets and powerful artifacts that could change the course of his destiny. With the guidance of an enigmatic senior acolyte and the unwavering faith in his own abilities, he sets out to prove his worth and carve his own path in a world that has all but forgotten the true power of the di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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