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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72 – 돌아온 공포의 5교시>

     

    수요일 5교시(17:00 ~ 19:00).

    돌아온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시간.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실에는 척 보기에도 불길해보이는 커다란 석벽에 관짝이 기대어 서있었다.

     

    쩌저적. 쩌저적.

     

    언제 들어도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사다코 교수님이 주춤주춤 강의장에 찾아온 티토소가와 즈앙을 반겼다.

     

    “어서오렴…….”

    “오, 오크노디는요?”

    “여깄어!”

    “히에엑! 어째서 관짝 안에서 튀어나오는 거야!”

    “놀래켜주고 싶어서?”

     

    [당신은 3분간 관짝 안에 숨어있다가 친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숨기 경험치+3]

    [공포유발 경험치+3]

     

    정확히는 이걸 얻고 싶어서 강의장에 일찍 찾아와서 3분간 숨어있었다.

    관짝에 숨어도 좋냐고 물어보니까 어맛, 네크로맨서의 자질이? 하는 눈으로 쳐다보던 교수님의 눈빛은 마음에 걸리지만 뭐 괜찮겠지.

    사다코 교수님은 수제자 같은 거 안 키우니까!

     

    “저기, 사다코 교수님.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저 뒤에 있는 엄청나게 커다란 석벽은 왜 세워진 거야? 지난 강의에는 저런 거 없었잖아.”

    “오늘의 강의를 위해 3학년들이 실습시간에 만든 지형을 가져왔어.”

    “3학년 선배들이라니. 싫은 예감밖에 안 드는데.”

     

    즈앙은 ‘선배’가 엮인 강의가 어떤 식이었는지 나와 같은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에서 보았다.

    그녀가 참여한 비도술 조의 시험에서도 <제네거의 전술학> 선배들은 포인트토토를 했다.

    결과는 모르겠지만 자기를 경마장의 말 취급하는 선배들을 겪고 왔으니 1학년한테 줄 실습지형의 내부가 어떤 꼴일지 걱정이 될 만도 하다.

     

    “입학 3일 만에 용케도 깨달았구나. 3학년은 다 쓰레기밖에 없다는 걸.”

    “교수님. 그래서 관짝은 왜 세워둔 거야?”

    “관에 있던 시체를 저 안에 풀어두려고 가져왔단다.”

    “…….”

    “리빙데드. 부정한 밤의 권속. 썩지 않는 자들이 돌아다니는 필드이지.”

     

    쩌저적.

    머리카락 아래로 도대체 어떤 웃음을 짓는지 두려워지는 소리를 내며 사다코 교수가 웃었다.

     

    “저, 저, 이 강의수강 포기할래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쫄아버린 티토소가.

    조명대를 붙잡고 떠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처량하다.

     

    “그거 안됐구나. 들어갔다 나오기만 해도 배점10% 실기평가점수를 그냥 주는데.”

    “십프로나?!”

    “시간제한 30분 내에 출구까지 자력으로 도착하기만 해도 최대 탈출성공보상 500포인트도 주는데.”

    “오백포인트!!”

    “심약한 학생을 위해 조명기 휴대도 허락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제일 먼저 할래!”

     

    포인트의 중요성을 실감해서 그럴까.

    티토소가는 굉장한 의욕을 보이며 손을 번쩍 들었다.

     

    “먼저 해도 돼.”

    “티토소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즈앙과 나는 손을 흔들며 티토소가를 마중했다.

    입구로 들어간 티토소가.

    조명대를 끄는 드르륵 소리와 함께 소심하게 떠돌고 있을 티토소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다리고 있자니, 찢어져라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죽은 거 아니야? 저 정도면?”

     

    암살자인 즈앙까지 쫄 정도로 리얼한 비명소리.

    소름이 돋은 즈앙이 제 팔을 손바닥으로 슥슥 쓸어내렸다.

     

    “오지마! 오지마오지마오지마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찢어져라 올라가는 고음.

    배에 힘이 실리고 목에는 힘이 빠진 채로 성대를 조이는 사운드가 훌륭한 가수감이다.

    3옥타브시(B5)부터 4옥타브 레(D6)를 거쳐 5옥타브 도(C7)까지 쭉쭉 올라가는 3단 고음이 석벽 너머까지 깊고 멀리 울려 퍼지다가 뚝 끊겼다.

     

    “나 돌아갈래.”

     

    학점이고 포인트고 나발이고 할 마음이 뚝 사라진 즈앙.

    악성향 암살자 체면이 무색하게 도살장에 끌려온 개처럼 처량하다.

     

    “시간초과네.”

     

    사다코 교수님이 가볍게 오브를 손에 쥐고 의지를 투영하자 구슬이 검은 빛을 은은하게 흘렸다.

    잠시 후, 뚝뚝 끊어지는 부자연스러운 걸음과 함께 걸어 나오는 언데드들.

    방부제 처리를 잘해서 생전의 형상을 잘 갖춘 창백한 좀비들이 링겔 꽂은 환자처럼 조명대와 티토소가를 사이좋게 들고 나왔다.

     

    “하라부지… 살려죠…”

     

    잠꼬대를 하는 티토소가의 모습을 매정하게 외면하고 사다코가 우리를 돌아봤다.

     

    “자, 다음은 누가 들어갈래?”

    “까짓것 제가 먼저 하죠!”

     

    보기에야 조금 무섭지만 막상 경험이 쌓이면 그렇게 무서운 강의도 아니다.

     

    “그래… 난이도는 어떻게 하겠니?”

    “가장 높게요!”

     

    사다코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석벽과 붙은 관의 레버를 제일 끝으로 당겼다.

     

    와당탕쿵쾅우르르쿵쿵

     

    자판기에서 버튼을 누르면 음료수가 쏟아지듯이 안쪽으로 이어지는 관짝에서 시체가 우르르 석벽 너머로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

    “네에.”

    “오, 오크노디? 미친 거 아니야?!”

     

    까무러치듯이 놀라는 즈앙의 배웅을 마지막으로 석벽 입구로 들어갔다.

    내부는 캄캄.

    도처에서 죽은 것들의 으어어- 끄으어- 하는 의미없는 신음소리가 들린다.

    앞은 하나도 안 보이지만 대충 바닥에 납작 무릎을 꿇고 슥슥 기어 다니면 감이 온다.

    5m앞에 좀비.

    다음 교차로에서 오른쪽은 흐릿한 소리로 보아 막힌 벽 너머에 좀비 있음.

    종합해서 평가하자면 날로 먹는 강의!

     

    [10분 내에 최고난이도 석벽암실좀비미로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청각 경험치+15]

    [감지 경험치+10]

    [야간행동 경험치+5]

     

    [최고난이도 석벽암실좀비미로탈출에서 한 마리의 좀비와도 마주치거나 공격을 주고받지 않고 완벽하게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칭호 <밤손님>을 습득합니다.]

     

    [도전과제 <최고난이도 통과> 달성보상으로 500포인트를 지급받습니다.]

     

    *밤손님* : 부정한 밤의 권속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밤의 시련을 통과했습니다.

    -칭호장착효과 : 언데드 감지능력상승

    -칭호보유효과 : 어둠 속 감지능력상승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에서 힘들게 사기캐랑 싸우던 것에 비하면 이쪽은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처럼 적은 노력으로 훨씬 큰 성과가 돌아온다.

    역시 쉽고 간단하게 날먹할 수 있는 실습과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의외로 할만했어?”

    “응. 완전 쉬운데?”

    “…알았어. 그럼 나도 도전해볼래.”

     

    즈앙이 주춤주춤 떨리는 다리로 석벽입구에 섰다.

     

    “들어가.”

    “교수님? 난이도 선택은 안 물어봐?”

    “물어볼 이유가 없으니까.”

    “암살자는 당연히 최고난이도로 도전해야 한다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시는 건 아니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

     

    사다코 교수는 반말을 찍찍 내뱉는 학생에게도 친절하게 대답했다.

     

    “인간 따위 죽으면 모두 싸늘한 시체로 전락해버릴 하찮은 존재…”

    “클래스가 어떻니, 적성이 어떻니.”

    “생전의 일 따위, 죽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쩌저적 하는 특유의 웃음소리에 즈앙이 오줌을 지릴 것처럼 다리를 배배꼬았다.

    어차피 다 죽을 놈들이라서 편협한 사고관 따위는 가지지 않는다니, 너무 무섭잖아!

     

    “적당한 차별은 인간미를 위해 갖춰야 하는 인간의 기본소양이 아닐까?”

    “헛소리는 다했니?”

    “…잠깐 화장실 갔다 오면 안 될까?”

    “화장실에 다녀올 시간은 충분히 있었어. 빨리 들어가. 모두 안에서 기다리고 있잖니.”

    “자, 잠깐. 난이도. 난이도 조절은? 결국 아직 조절은 안 한 거잖아?”

     

    난이도라도 낮추면 해볼만할지도 몰라.

    즈앙의 그런 기대를 사다코 교수는 무참히 부쉈다.

     

    “레버를 닫는다고 시체들이 다시 들어가지는 않는단다. 한 번 올라간 난이도는 내려가지 않으니까.”

    “…오크노디이이!”

    “그러게 먼저 할 기회는 줬잖아!”

     

    결국 즈앙은 최고난이도 석벽에 들어갔다.

     

     

    * *

     

     

    그리고 5분 만에 좀비 여덟 구를 썰어버리고 으아앙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무서웠어!”

    “히야악!! 얼굴에 피 묻히면서 달려오는 당신이 더 무서워!”

     

    기절에서 깨어난 티토소가가 죽은 것들의 피를 뒤집어쓴 즈앙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잔뜩 즐겼나보네.”

    “못된 교수님! 하나도 즐겁지 않거든!”

    “아이들도 말하는구나. 오랜만에 젊고 싱싱한 피부를 지닌 것들과 비좁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고.”

    “…소름끼쳐.”

    “다음엔 꼭 죽여서 내장을 먹을 테니까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달라고 전해달라는군.”

     

    즈앙은 결심했다.

    이 망할 강의, 다음 주부터는 무조건 안 나오겠다고.

     

    “…저, 교수님……. 결국 이 강의는 뭘 위해서 했던 거죠? 비명 지르다 기절한 기억밖에 나지 않는데요…….”

     

    공포는 예절을 주입시킨다.

    즈앙 못지않게 반말을 찍찍 내뱉던 티토소가가 완전히 굳어버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티토소가의 억울함 가득한 물음에 사다코 교수는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며 답했다.

     

    “모험가의 야간행동에 대해 배웠잖니.”

    “저흰 그냥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석벽미로에 들어갔을 뿐이잖아요.”

    “그리고 잡히면 죽는다는 공포심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둠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지.”

     

    티토소가가 기가 막혀서 입만 뻐끔거렸다.

    사다코 교수님의 차가운 손이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걱정 마……. 너희는 아직 1학년이니까. 실습에 실패했다고 이틀간 관에 가두거나 묘지에 묻어두고 어둠친화력을 올리지는 않아.”

    “2학년부터는 그런 심한 짓을 당하는 거예요?!”

     

    사다코 교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건 나도 좀 무섭다.

    그래도 잘하면 관에 안 갇히잖아?

     

    “관 속에서도 3분 있어봤는데 별 거 없었어요!”

    “그게 이틀이랑 같겠어? 애초에 무슨 훈련을 받아야 그런 말을 상큼한 얼굴로 할 수 있는 거야?”

     

    암살자인 즈앙마저 질린다는 얼굴을 했다.

    왜 저러지?

    무서우면 실습에 안 실패하면 그만이잖아.

     

    “강의는 끝이야. 저녁, 안 먹고 오길 잘했지?”

     

    넋 나간 즈앙과 티토소가와 달리 그나마 혈색을 잃지는 않은 내 얼굴을 보며 사다코 교수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네 수준에는 여유가 있었다는 거.”

    “전 지금 정도로도 괜찮은데요!”

    “아니. 강의란 학생들 개개인의 수준에 맞추어 준비해야지.”

    “열등생을 기준으로 맞춰줬으면 좋겠는데요.”

     

    티토소가의 우물쭈물거리는 중얼거림을 사다코 교수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기대해도 좋아. 다음 강의를 들으면 야간행동에는 확실하게 자신감이 생길 테니까.”

     

    어렴풋이 이런 예감이 들었다.

    이거, 다음 주에는 나 혼자 듣는 강의가 되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열등생의 마음을 모르는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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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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