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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낫과 방패.

       

       

       머나먼 미래까지 전설로 남아서 전해지는 전쟁의 끝은 방패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덕분에 기드온의 정세는 단숨에 격변했다. 새로운 왕권이 등장했으니까.

       

       

       기존의 패왕이었던 페르세포네가 아이작에게 패배했다. 당연히 그들이 주장했던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서. 기드온의 모든 패권은 철의 방패가 장악하였다.

       

       

       밤의 제왕 녹스와 황금 사슴은 그 틈을 타서 빠르게 철의 방패에게 들러붙었다. 속물적인 그 모습이 역겹긴 했지만. 또한 분명히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니.

       

       

       아마 지금 열리는 파티 또한 그런 의미에서 열어준 것이겠지. 철의 방패와 크레타 길드, 그리고 아마조네스들까지. 승리의 주역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오늘 하루는 즐겨도 괜찮겠지.”

       

       

       “그럼, 그럼. 고생을 많이 했잖아요?”

       

       

       벌겋게 물든 얼굴로 웃으면서 말하는 율리나를 카인이 부축했다. 아무래도 술 몇 잔에 벌써 취해버린 모양이다. 아이작은 피식 웃으면서 지크에게 말했다.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

       

       

       “마스터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왕권 교체. 그건 즉 철의 방패가 기드온의 최강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연히 앞으로 해야할 일도 많을 것이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시련이 찾아올 터.

       

       

       ‘지금보다 더더욱 강해져야만 해.’

       

       

       지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보았다. 페르세포네와 마스터의 싸움을. 그건 가히 신화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영웅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전무후무할 전투. 그러나 지크는 거기서 분함을 느꼈다. 나도 저렇게 강해지고 싶다. 그래서 마스터의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지크도 바보는 아니다. 적어도 지금 자신의 수준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금은 마스터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베로니카, 그 년도 이길 수 없을 터.

       

       

       아직도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솟는 것만 같았지만. 지크는 심호흡으로 감정을 다스렸다. 굳이 분할 필요는 없다. 그년은 죽었고, 나는 지금 살아있으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자. 조급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베로니카, 그 마녀를 목표로. 베로니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들었으면 코웃음을 쳤을 목표였지만.

       

       

       지크는 진심이었다. 적어도 본인은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강해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크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어코 승리를 따냈군.”

       

       

       “그러게나 말이다. 정말 대단한 남자야.”

       

       

       “모두의 도움 덕분이다.”

       

       

       “우리가 없었어도 알아서 했을 거 같은데?”

       

       

       아스테리오스의 웃음기 섞인 말에 아이작은 그저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다. 그러나 아이작의 말은 반쯤은 진심이다. 원래는 하데스와 싸울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알아서 몰락하는 녀석들인데. 굳이 싸울 필요가 있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고. 또 페르페소네의 권능 명계의 문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명계의 문에게서 감히 모두를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대체 말귀를 어떻게 알아먹은 것인지. 크레타와 아마조네스가 선빵을 쳤고. 그 뒤에 이어서  대형 길드 연합 게리온이 길드원을 건드리게 되었으니.

       

       

       덕분에 아이작은 바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하데스의 패권을 완전히 꺾어버리기로. 그리고 실제로 모두의 도움 덕분에 하데스에게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데스의 치세가 끝이 났으니. 앞으로 기드온은 그대에게 달려있군.”

       

       

       “그대는 어떤 기드온을 만들고 싶은가?”

       

       

       “이미 답은 정해져있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과연 지금까지 방식대로 가는 것이 맞을까. 기드온의 지배자가 된 이상, 앞으로 온갖 수많은 벌레들과 시련이 눈앞에 나타날 거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지금의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 아주 잠깐 고민을 해봤지만, 고민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아이작은 술잔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가족을 만들고 지킨다. 그게 전부다.”

       

       

       앞으로 더 많은 가족들과 만나게 되겠지. 그리고 수많은 갈등과 시련을 겪을 것이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겠지. 그렇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처음부터 이미 정했다.

       

       

       가족 같은 길드를 만들겠다고.

       

       

       컨셉을 끝까지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컨셉충이다.

       

       

       전생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도와준 가족들이 군인들에게 학살을 당했을 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뿐.

       

       

       그래. 그러면 조금이라도 바뀌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이 변하지는 않았다. 전쟁 범죄로 학살을 당하는 사람들에 모습은 의외로 가십거리 정도로 소모되었다. 자신들의 일이 아니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려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없다.”

       

       

       약육강식을 통해서 강자들만 남겨놓는 성장. 그건 확실히 효과가 있긴 했다. 그러나 반대로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싹을 먼저 죽여버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가 똑같지 않다. 처음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성장이 느리지만, 나중에 크게 성장하는 거목 같은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약육강식이라는 이름으로 전부 다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아이작은 그 방식을 지금 고치려고 하고 있다.

       

       

       “힘든 일이 되겠네.”

       

       

       “겁 먹었나? 소머리국밥?”

       

       

       “누가 겁을 먹었다고.”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반발을 가져올 것이다. 당연히 반대하는 자들은 아이작에게 도전하겠지.

       

       

       그럼에도, 아스테리오스와 티폴테는 그 이상에 걸어보고 싶었다. 지금처럼 서로 잡아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배려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따듯한 세상을. 그리고 동시에 확신 또한 있었다. 이 남자라면 분명히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오늘만은 일단 먹고 마시며 즐기자.

       

       

       앞으로 해야할 일이 차고 넘치니까.

       

       

       * * *

       

       

       왕좌가 바뀌었다.

       

       

       하데스를 대신하여 기드온의 패권을 장악한 철의 방패는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약육강식이 아닌, 모두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당연히 반발도 심했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자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무엇보다 지금 자신들의 손에 쥐어진 특권을 놓고 싶지 않은 자들 또한 있었다.

       

       

       “그대들이 원하는 방식이다. 만족하는가?”

       

       

       하지만 아이작은 그들을 모두 힘으로 제압했다. 단순히 반대만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들 중에서는 철의 방패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자들도 있으니까.

       

       

       아이작은 그저 꿈만 꿈꾸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힘이 없는 이상은 결국 공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힘을 모두에게 증명했다.

       

       

       그들이 원하는 약육강식의 방식대로.

       

       

       물론 반대하는 자들을 모두 제압한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반대를 표하는 자들과는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씩이지만 서로의 의견을 맞춰나갔다.

       

       

       덕분에 개혁은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진해오디고 있었다. 그리고 철의 방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두 사람의 은퇴 선언이었다.

       

       

       “이제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차례지.”

       

       

       “그러게. 다들 하나같이 멋지게 성장을 해줬어.”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다.”

       

       

       고작 1년만에 은퇴라니. 당연히 아이작은 난색을 표했지만, 한스와 소피아의 의지는 확고했다. 애초에 영웅 노릇을 그렇게 오래 할 생각조차 없었으니.

       

       

       “마스터, 아니 아이작.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그의 모습 덕분에. 벌써 몇 명이나 구원을 받았던가. 그 뜻이 꺾이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싸움에서 한스와 소피아는 한계를 느꼈다. 날것 그대로 말한다면 퇴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의외로 별다른 감상은 없다.

       

       

       시대가 변했다.

       

       

       낡은 것들은 전부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그건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 그러니 섭리에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일 터.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두 개의 시선이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환희가 가득한 시선이었다. 제우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떻소? 인간들도 나름대로 잘 한다니까?”

       

       

       “아이작이라는 자가 거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그렇다면…….”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이다.”

       

       

       백발에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는 노인은 단호하게 제우스의 말을 끊었다. 아 저 고지식한 양반 또 시작이네. 제우스는 쯧쯧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는 거요?”

       

       

       “인간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렇기에 신이 이끌어줘야 하는 법.”

       

       

       “분명 그대가 건국한 법국은 그러했었지.”

       

       

       “오히려 제우스, 그대가 너무 물러터진 것 아닌가?”

       

       

       “글쎄. 인간의 가능성을 믿어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한쪽은 상대를 너무 진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상대를 너무 물러터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만은 전부 다르지 않으니.

       

       

       서로 다른 가치관.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 함께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기간토마키아를.”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부가 완결되었습니다!

    사실 1부라고 하기보다는 프롤로그에 가깝지만

    프롤로그치고는 너무 많이 기니까 1부라고 치겠습니다

    아마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라면 이미 아셨겠지만.

    아이작은 나이가 어린 지크를 전혀 이성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 시선과 감정이 변화되는 것이 2부의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1부가 아이작의 가치관과 성장, 그리고 극복이 메인이었다면.

    2부는 순애와 역키잡에 무게를 더 많이 둘 것 같습니다.

    물론 메인 빌런과 세력도 이미 정해진 상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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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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