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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데우스 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갈고리표를 띄웠다.

         

       요람에 악마라니? 이놈들 더 넘어올 수 있는 에너지가 없다고 했는데?

       혹시 거짓말이었나? 아니면 꿍쳐둔 에너지가 있었나? 그도 아니면 어디 숨어있었나?

       궁금한 게 많다. 일단 바로 날아가서 족치자. 그러면 새로운 정보가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곧장 요람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들어온 소식이 그를 붙잡았다.

         

       

       [ 자신을 악마라 주장하는 여인이 ‘협조하겠다! 정보도 다 주겠다! 뭐든 알려주겠다! 살려만다오!’ 라 하고 있는 상황임. ]

       

         

       여자. 그리고 협조이니 정보이니 하면서 살려만 달라고 하는 빠른 현실 파악.

       거기서 데우스는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아스타로트.’

         

       

       정보를 모조리 분 악마라서. 정확하게는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일부가 그러했다지만.

       아무튼 아스타로트가 한 것도 맞으니 정보를 받는 대가로 목숨은 살려주었다.

         

       사실 이번에 세 명의 악마들이 나타났을 때 아스타로트가 합류할 가능성도 점쳤었다.

       그래서 조금 급하게 두 악마를 반으로 찢어서 바닥에 박았고 한 놈은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것으로 빠르게 마무리하고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아스타로트는 악마들 편에 서지 않았다.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하여 몸을 사리고 있었던 건지.

       예측에 대한 결론은 후자가 되었다. 상황을 살피다가 악마 셋이 마저 제거 당하자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얼른 가보자.’

       

         

       황실에서는 아직 논공행상이 있다고 하지만 데우스는 ‘악마가 먼저다.’ 라는 이유로 요람으로 가기를 청했다.

       그러자 황제는 ‘제국을 위하는 마음가짐이 참으로 갸륵하다.’ 라고 하며 뜻대로 하라는 명을 내렸다. 논공행상은 다시금 또 논의할 수 있으니 얼른 가보라며.

         

       루시엘과 네페르티에게는 천천히 와도 된다는 말을 남겨두었다.

       당장 이능을 한계까지 써서 회복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얼른 정상으로 돌아와야 또 열심히 훈련을 할 게 아닌가. 새 동아리에 가입도 해야 하고 말이다.

         

       

       “어, 얼른 가 봐요. 후배님!”

       “황궁 정리가 끝나면 요람에서 보겠네요.”

       

         

       두 여학생 또한 이게 데우스가 자신들을 생각해 특별히 내어준 휴식임을 깨달았다.

       하여 고집을 부리지 않고 황궁에서 손님 자격으로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항복이라. 살려만 달라고 하고 있다. 제대로 편 갈아탈 결론을 내린 모양이네.’

         

       

       요람으로 향하며 데우스는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악마들이 올라온 곳, 지옥으로 가기 위한 방법.

       처음에는 게이트를 역으로 이용하면 된다고 여겼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이능력자들이 진작 지옥으로 향했을 것이다.

       예전부터 ‘진입’ 이라는 토벌 방법이 있고 그건 다름 아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악마들처럼 게이트를 통해 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들은 몰라도, 이쪽이 지닌 지식으로선.

       협력자가 필요하다. 정보를 제공해줄 이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결국 변절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나타났다. 악마이지만 악마가 아니라 이쪽을 도와주려고 하는 누군가가.

       

         

       “…?”

       

         

       한데, 지금 저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막 요람에 들어선 데우스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조금. 아니, 많이 황당한 것이었다.

         

       

       “흐랴아아앗!”

        “쯔쯧. 어림도 없어. 정말로 그 괴물과 아는 사이가 맞긴 해? 수준차가 너무 나는데?”

        “아스타로트 님. 적당히 하시죠. 그러다 그 여자 다치면 우리 진짜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잔뜩 긴장한 채로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고 있는 쪽은 다름 아닌 유리시아.

       그리고 그녀의 반대편에 서서 한 손으로 무슨 파리 내쫓듯 하고 있는 게 아스타로트.

       곁에는 무언가 잔뜩 기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티아마트까지 보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일단 확인부터 해야 한다. 해서 티아마트 곁으로 다가가자 ‘오오! 데우스 학생! 왔어?!’ 하고 웃는 낯으로 다가온다.

         

       

       “제국의 영웅이 벌써 오셨네?! 논공행상은 다 끝난 거양?!”

        “아뇨. 그냥 제가 따로 나왔습니다. 요람에 악마가 왔다고 해서.”

       “그렇구나. 아, 혹시 저번에 남부에 갔다가 놓쳤다는 악마가 바로?”

         

       

       맞습니다. 데우스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티아마트가 박수를 친다.

       그때 놓친 게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되어서 이렇게 행운으로 오게 되었다고. 역시 제국의 영웅이자 요람의 영웅은 운도 좋다고 덧붙이면서.

         

       

       “아, 맞아. 그러고 보니. 데우스 학생. 유리시아 학생한테 대체 뭐라고 한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황궁으로 가기 전에 걔한테 숙제 내줬다면서?!”

       

         

       숙제. 아, 맞아. 그랬지. 내주고 갔었어.

         

       

       “그거 말이군요. 실은 유리시아의 감을 좀 더 예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대련을….”

        “아무리 가지고 있는 재능이 대단하다곤 하지만, 모든 1학년이 다 데우스 같지는 않아. 벌써부터 교사를 이기라고 주문하면 어떻게 해!”

        “…예?”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절대로 교사 이기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막 몇 분 이상 버티라거나 공격을 몇 번 적중시키거나. 이런 조건도 안 걸었어요.

       그냥 정말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이렇게만 말했습니다만?

         

       데우스가 열심히 오해를 풀어주지만 티아마트는 도통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거의 반쯤 죽일 기세로 달려들던데?”

        “억.”

        “마치 눈앞의 저 선생님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버림이라도 받을 것같이 구는 길 잃은 어린 아이처럼 말이야.”

       “….”

       

         

       뭔가, 뭔가 좀 제대로 오해를 한 것 같다. 단단히 잘못 받아들인 듯하다.

       유리시아가 어떠하든 실망할 생각 따위는 없었고 그저 칭찬만 해주려고 했는데.

       아마도 그녀는 그 ‘최선을 다해라.’ 라는 말을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인 걸까?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았어! 아직 소심한 부분도 보이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건 이성이 가로막아서 그런 것 같아.”

       “오호.”

       “확실히 유리시아 학생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거기에 무투 계열로서 반드시 필요한 야성도 분명히 지니고 있고.”

       “그거 듣던 말 중 참 좋은 말이군요.”

         

       

       그래서 저기서 악마를 상대로도 물러설 기색 없이 싸우고 있는 거겠죠.

       잠시 유리시아를 바라보던 데우스는 슬슬 그녀를 말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리시아!”

       

         

       제 이름이 불렸음에도 유리시아의 몸은 당최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모습이나 내뱉어지는 호흡, 그리고 풍겨져 나오는 기세를 보니 그야말로 ‘무아지경’ 의 경지에 접어든 것 같다.

       상대가 악마다. 죽을 수도 있다. 그런 무섭다는 마음조차 잊어먹을 정도로 눈앞의 싸움에 집중한 것이었다.

         

       허, 하고 어이가 없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저런 녀석이 얼마 전만 해도 소심의 극을 달리며 말조차 제대로 못 하던 그 여자가 맞나 싶다.

         

       

       “엇. 야. 야야! 그만! 쟤가 멈추라잖아! 멈춰!”

         

       

       오히려 아스타로트가 먼저 데우스를 발견하고선 열심히 뒤로 물러난다.

       그제야 유리시아도 무언가 상황이 달라졌음을 인지하고선 뒷걸음질을 쳤다.

         

       

       “데우스? 어, 언제 왔어?”

        “조금 전에. 것보다 대단하네.”

       

       

       아무리 아스타로트가 봐주곤 있었다지만. 얼마 전만 해도 몬스터 앞에서도 덜덜 떨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 정도로 과거의 기억에 붙잡혀 있던 유리시아다.

       

       하지만 이젠 한 번 살아난 야성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좀 더 연마된 상태에서. 악마와 싸울 준비가 완벽해진 상황에서 다시 싸웠다면 아스타로트도 꽤나 버거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좋아. 헬 다이버 3호기는 유리시아로 하자.’

       

         

       순식간에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고 마는 걸 상상도 못 한 유리시아는, 그저 돌아온 데우스를 반기며 ‘나 열심히 했어! 티아마트 선생님께 물어봐!’ 하고 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참고로 1호기는 루시엘. 2호기는 네페르티였다.

        

       

       *

         

       

       “….”

        “….”

       “….”

         

       

       요람 한구석에서 삼자대면이 시작되었다. 한쪽은 당연히 데우스. 그 반대편에는 항복을 요청한 아스타로트. 마지막으로 다른 한 명은 제국을 대표하여 나온 외무성 장관.

         

       솔직히 이 상황에 외무성이 오는 게 맞나 싶지만, 이게 따지고 보면 제국이 아닌 타국 (나라도 아니지만) 의 인사가 정식으로 제국에 들어가기를 희망한 거다.

       따라서 제국은 과거 고위급 인물이 전향을 원할 때처럼 장관을 보내어 예의를 보이기로 했다.

         

       물론―

         

       

       “크흠. 그, 데우스 학생.”

        “예. 장관 각하.”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이야기하게. 사실 나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으니.”

       

         

       그의 말대로, 사실 장관이 이 자리에서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모든 협의가 끝났을 때 ‘제국의 이름으로 전향자를 품에 안고 이후 모든 위협 행위에서 보호한다.’ 따위의 보고서나 작성하고 말 것이다.

         

       

       “감사합니다. 장관 각하. 그러면….”

       

         

       편하게 좀 대해볼까.

         

       

       ―쿵쿵

         

       주먹을 쥐고서 테이블을 가볍게 내려친다. 본인 딴에는 분위기 환기가 목적이었다.

       우리가 초면도 아니고 구면이니까. 비록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받은 정보는 확실히 쓸 만했기에. 해서 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뜻으로 그리한 것인데.

         

       

       “핫! 미, 미안!”

         

       

       그 모습에 아스타로트는 바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서 정자세를 취한다.

       

         

       “….”

       

         

       기합이 아주 제대로 들어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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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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