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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있지, 아멜리아.”

       

       “응?”

       

       

       약속한 날. 바다로 향하는 날이 되었다.

       

       아르테의 집으로 향하는 길.

       

       도로시가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 틈을 타 쉬고 있는 아멜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멜리아에게 묻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저 엄청난 양의 짐도 그렇고, 즐거워하는 게 불안했으니까.

       

       아멜리아가 즐거워하면 맨날 이상한 사건이 터진단 말이야.

       

       하지만, 그런 것보다 문득 생각난 의문에 대한 해답을 듣고 싶었다.

       

       

       “아르테는 왜 우리랑 놀러 가는 걸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아멜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 뜬금없었나? 아니, 하지만 떠오른 걸 어떡해.

       

       

       “그게, 아르테의 목적이 비밀의 방에 있는 아티팩트를 유출하는 거였잖아?”

       

       “아···. 그랬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까먹었냐고.

       

       어처구니가 없어져 이번에는 내가 아멜리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자기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아멜리아가 웃으며 이야기를 어물쩍 넘기려고 했다.

       

       

       “그, 그랬지! 그래서? 그게 왜?”

       

       “···하아.”

       

       

       이번에는 넘어가 줄까.

       

       이제 와서라도 생각 난 것 같으니까.

       

       지금은 더 중요한 의문점을 물어봐야 했다.

       

       

       “아니, 이미 목적은 달성한 거 아닌가 해서 말이야. 이제 자퇴해도 되는 거 아냐?”

       

       “어?”

       

       “저번에 네가 말하지 않았어? 비밀의 방이 드러나서, 아예 아카데미를 다시 짓기로 했다면서.”

       

       “어? 어라?”

       

       “그러면 이미 아티팩트는 유출된 거 아냐? 비밀의 방에 뭐 있었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어?”

       

       “···없는데.”

       

       

       그래, 그랬다.

       

       이제 아르테가 학교에 굳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

       

       여행을 가기 하루 전날인 어젯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르테는 아라크네의 일원. 그리고 학교에 잠입한 목적은 비밀의 방 내부에 있는 아티팩트.

       

       그걸 본인이 가지고 싶어 한 건지, 아니면 그저 유출하고 싶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이미 아르테의 목적은 아카데미 외부에 있다.

       

       

       “아르테가 노리던 물건은 이미 아카데미 외부에 있어. 아르테가 하고 싶던 게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몰라도···.”

       

       

       더 이상 우리들과 함께할 이유는 없는 게 아닌가.

       

       그런 말을 입밖에 내뱉으려다, 침과 함께 눌러 삼켰다.

       

       ···그 말을 하면 정말 아르테가 갑자기 사라질까 봐.

       

       처음에는 두려워했고, 아직도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르테도 친구잖아.

       

       비록 목적이 있어 아카데미에 들어왔어도,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힘들 때는 도와주고, 엇나가려고 하면 바로잡아주는 친구.

       

       하지만 아르테가 아카데미에 더는 오지 않는다면···.

       

       

       “되게 심각하게 말하길래 뭔가 했네. 당연히 남아있을 이유가 있지.”

       

       “···있어?”

       

       “그럼, 있고말고. 네가 아카데미에 있잖아.”

       

       “나는 지금 장난치는 게···!”

       

       “잘 들어, 유시우.”

       

       

       아까와는 달랐다.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사라진 채로, 아멜리아가 말했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나도 알아. 아르테가 걱정되는 거 아냐?”

       

       “···그래.”

       

       

       시우는 아르테가 걱정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르테의 정신은 불안정하니까.

       

       시우는 아르테의 속마음을 잠깐이나마 직접 엿보았다. 그 관람차 내부에서.

       

       인형, 인형극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상당히 불안정해 보이던 그 모습.

       

       낭패를 봤다는 듯 잠깐이나마 변했던 그 모습이 아마 진짜 그녀겠지.

       

       언제나 여유로워 보이고, 비밀스러운 조직에 속해있어도 그녀 또한 사람이다.

       

       항상 강할 수만은 없어.

       

       힘들 때는, 누군가 도와줘야만 해.

       

       

       “네가 뭘 봤는지, 왜 아르테를 걱정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말해줄 것 같지도 않고.”

       

       “그건···. 미안해.”

       

       “됐어. 남의 치부를 다른 사람 입에서 듣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으니까.”

       

       

       아르테의 약한 면을 보았다고 아멜리아에게 말한다면 그녀가 더 좋은 의견을 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건 아르테와 나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야. 아르테가 우리와 함께할 이유는 우리가 만들어주면 되니까.”

       

       “우리가? 너 또···.”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친구로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우리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런 마음이 든다면 그걸로 괜찮아.”

       

       

       또 사랑 타령이냐. 나는 지금 진지하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아멜리아의 말에 잠깐 말문이 막혔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진지한 이야기가 돌아와서.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집어치우고 빨리 준비해. 다 왔네. 도로시는···. 뭐, 자게 내버려 둬도 괜찮겠지.”

       

       

       아멜리아가 대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전원주택.

       

       오는 길에 보았던 아멜리아의 집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커다란 집이었다.

       

       여기가 아르테의 집이구나.

       

       벨을 누르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금방 사람이 나왔다.

       

       

       “네, 누구세요?”

       

       “···아멜리아!”

       

       “알았어!”

       

       “꺄악?! 뭐, 뭐야! 도, 도둑?! 주인님! 도와주세요!?”

       

       

       당연히 아르테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에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을 본 순간.

       

       아멜리아와 함께 집에서 나온 빌런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이 여자, 왜 아르테의 집에! 설마!”

       

       “잔당이 몇 명 도주했다고는 들었는데···!”

       

       

       다리 대신 뱀의 꼬리가 달린 여자.

       

       틀림없다. 위버멘쉬의 잔당이다.

       

       어째서 여기에 있지?

       

       이곳은 아르테의 집이다. 우리도 알게 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어.

       

       아르테가 타인에게 집 주소를 그렇게 쉽게 흘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보복이다.

       

       

       “으겍, 윽. 켁.”

       

       “너, 아르테를 어떻게 한 거야? 말해!”

       

       “켁, 켁···. 모, 목 좀···. 마, 말하라면서 목을···. 말할 테니까, 목, 목···!”

       

       “···무슨 소란이에요?”

       

       “아르테?! 무사했구나!”

       

       

       뭐?

       

       컥컥대며 발버둥치는 빌런을 제압한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아르테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멀쩡한 상태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그럼요, 무사하고 말고요. 제집인데.”

       

       

       아르테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도대체 뭐하고 계신 거에요?”

       

       “위버멘쉬의 잔당이야! 조심해, 아르테. 네 주소가···.”

       

       “···저희 집 메이드인데.”

       

       “어?”

       

       “켁, 케흑···. 놔, 놔주세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아르테의 말에 제압했던 뱀 수인의 목을 누르던 손의 힘이 풀렸다.

       

       기침을 연신 해대며 몸을 가누는 빌런의 몸을 바라보았다. 아르테의 말대로, 정말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어? 진짜 메이드야?

       

       

       “메, 메이드? 빌런인데?”

       

       “아. 그게, 그러니까···. 빌런 조직에서 손을 씻고 나왔는데, 이 상태면 살 수가 없다고 해서 몸을 의탁했거든요. 그렇죠?”

       

       

       아르테가 메이드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러자 울상을 지으며 연신 목을 쓰다듬던 메이드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그, 그럼요! 주인님 덕분에 저는 행복해요!”

       

       “···.”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마치 방금 지어낸 것 같은 수상함이 있었다.

       

       뭔가 저 메이드의 반응도 과민반응 같고.

       

       

       “그런데 도로시는요? 이제 도로시네로 가는 건가요?”

       

       “아니, 네가 마지막. 도로시는 자고 있어.”

       

       “아하. ···식사는 하셨나요? 시간이 조금 애매한 것 같은데.”

       

       “아니, 아직.”

       

       “그럼 마침 잘 됐네요. 도로시 양도 데려오실래요? 여기까지 오셨으니 식사는 하고 가도록 하죠.”

       

       

       아무리 봐도 화제를 넘기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빌런을 싫어한다는 아라크네가 어째서 위버멘쉬의 잔당을 살려놓고 메이드로 쓰고 있는 걸까.

       

       의문점이 여럿 있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기로 했다.

       

       어차피 대답해주지 않을 테니까.

       

       

       “···그래, 부탁할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아르테의 집에 처음으로 들어섰다.

       

       

       

       ***

       

       

       

       “···알아서 숨으세요.”

       

       

       허공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생활 소음보다 작게 속삭였지만, 라이라라면 알아듣겠지.

       

       그녀는 귀가 네 개니까.

       

       짜증이 치솟았다.

       

       아니, 하반신이 뱀인 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왜 밖으로 나가서 일을 만들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되는 건데.

       

       화제를 돌리려고 아무렇게나 이야기했더니 뭔가 대접해줘야 하잖아.

       

       나중에 벌을 주도록 할까. 뱀술을 먹여줘야겠다.

       

       

       “후아암···.”

       

       “생각보다 작네?”

       

       “···작아? 이게?”

       

       

       아멜리아와 시우가 집에 대해 품평을 하고, 비몽사몽 한 상태의 도로시가 흐느적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작다니! 용납할 수 없어요! 독자님, 이사를 하죠!]

       

       

       이사는 무슨.

       

       이것도 충분히 큰데.

       

       수영장 딸린 전원주택이 작으면 다른 집은 뭐가 돼?

       

       아멜리아가 이상한 거다. 부잣집 아가씨 같으니라고.

       

       

       “스테이크는 좋아하시나요?”

       

       “나 엄청나게 좋아해!”

       

       “···뭐, 싫어하지는 않지.”

       

       

       도로시는···. 뭐, 꾸벅거리고 있는 게 물어봐도 제대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고.

       

       오랜만에 솜씨 발휘나 좀 해볼까.

       

       

       “그렇다면 기다려주세요.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어 드릴 테니.”

       

       

       콰당탕!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던 스피라가 또다시 미끄러지며 큰 소리를 내었다.

       

       

       “···.”

       

       “힉!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잘 할 수 있죠?”

       

       “네, 넵!”

       

       

       뱀 꼬리라서 미끄러지기 쉬운 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밥 먹기 전까지만 그러고 있으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말이라 연참을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었어요.

    사람은 쉴 때면 글이 더 안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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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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