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2

       ​

        쿠웅 –

        ​

        파라몬 영감을 끝으로 성문이 닫혔다.

        ​

        언데드를 처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기사들이 모두 돌아온 것이다.

        ​

        “교단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

        영감의 인사에 교황아저씨가 답했다.

        ​

        “늦어서 죄송하오. 진작에 도우러 왔어야 했거늘…”

        ​

        “덕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알루어드가 곧장 나에게로 달려왔다.

        ​

        “성녀께서는 괜찮으십니까?”

        ​

        “당연하지.”

        ​

        “아우…!”

        ​

        한동안 인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

        그런데….

        ​

        “왜 이렇게 눈치를 봐?”

        ​

        영감들의 뒤에 서 있는 기사들.

        ​

        그리고 고위 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

        ​

        그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를 향해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

        알루어드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

        “뭐가?”

        ​

        “저 같아도 크리스님의 눈치를 봤을 겁니다. 성녀님을 등에 업고 전장을 가로 질렀으니.”

        ​

        “음….”

        ​

        “거기다 거의 걸어오지 않으셨습니까?”

        ​

       파격적인 행동이긴 했던 것 같다.

        ​

        귀족들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

        ​

        “저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는 거야?”

        ​

        이전보다 늘어난 인원의 마법사들이 성문을 향해 우르르 몰려가고 있었다.

        ​

        “장군이들을 보러 가는 것일세.”

        ​

        “클로셀 영감님!”

        ​

        “같이 가 보겠나?”

        ​

        그러고 보니 장승들에게 변화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

        분명히 생김새도 기운도 커져 있었다.

        ​

        “다행히도 이번 지원군에 정령사가 포함되어 있었다네.”

        ​

        “정령사요?”

        ​

        “그것도 물의 정령사가 둘이나 포함되어 있었지.”

        ​

        “….혹시 저 사람들 인가요?”

        ​

        마법사들의 뒤에 끌려가는 두 사람.

        ​

        물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이 영감이 말한 정령사가 맞는 것 같았다.

        ​

        문제라면 굉장히 초췌해진 몰골이라는 것.

        ​

        전투를 치른 다른 사람들보다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

        지쳐 있다기보다는 피골이 상접한 느낌.

        ​

        “자네가 자리를 비운 동안 저들이 장군이들에게 물을 줬다네.”

        ​

        “고마운 일이네요.”

        ​

        닫힌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성문이 다시 열렸다.

        ​

        영감을 따라가니 나를 본적이 있던 마법사들이 인사를 해 왔다.

        ​

        “드디어 돌아왔군.”

        ​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네.”

        ​

        “장군이들에게 변화가 있었으니, 확인해 주겠는가?”

        ​

        이 마법사들….

        ​

        눈이 희번득 거리는 게 정상이 아니었다.

        ​

        마법사들 중 한 명이 눈짓을 하자 정령사가 걸어 나왔다.

        ​

        “버…벌써 시작입니까?”

        ​

        “전투가 끝났으니, 저번처럼 목이 마를 것이네. 운디네를 부탁하지.”

        ​

        “조금만 더 쉬었다가 하면….”

        ​

        찌릿.

        ​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덜덜덜.

        ​

        정령사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

        뒤에 남은 정령사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고 말이다.

        ​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저 사람들 상태가 저래요?”

        ​

        클로셀 영감이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

        “그냥 물을 준것밖에 없네. 장군이들은 운디네들의 물만 먹으니.”

        ​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요?”

        ​

        잠시 입맛을 다시던 영감이 설명을 시작했다.

        ​

        “물의 정령사가 둘 뿐이라, 교대를 하면서 물을 줬다네.”

        ​

        여기까지는 별일이 아닌 줄 알았다.

        ​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설명에 나는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

        “낮과 밤을 번갈아 가면서 계속 물을 줬지.”

        ​

        “….?”

        ​

        내가 없는 동안이라고 했으면 짧지는 않을 텐데?

        ​

        그 기간 동안 계속 물을 줬다고?

        ​

        영감이 흥미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장군이들이 물을 조금 많이 먹어서 말일세. 날이 갈수록 그 양이 많아지고 있네.”

        ​

        “….”

        ​

        “아침에 물을 주기 시작해서 밤이 될 즈음이면…한 명이 쓰러지더군.”

        ​

        “….예?”

        ​

        “그럼 남은 사람이 물을 주기 시작한다네.”

        ​

        그거 학대 아닌가?

        ​

        쓰러질 때까지 일을 한다고…?

        ​

        주야 2교대로?

        ​

        “자원 봉사를 시킨 것이니 신경 쓸 것 없네.”

        ​

        “자원봉사는 시키는 게 아니고 받는 건데요…?”

        ​

        “마법사들 사이에선 그게 그것이네.”

        ​

        상황이야 어찌 되었건 영감님의 말대로 장승이 제법 자랐다.

        ​

        처음에 만들었을 때는 무릎정도의 높이였다.

        ​

        그런데 지금은 둘 다 내 허리쯤까지 오는 높이가 되어 있었다.

        ​

        “진짜 많이 컸네….”

        ​

        애타게 나를 바라보는 정령사에게서 고개를 돌린 나는 마저 장승들을 살폈다.

        ​

        “이렇게 깎아 놓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

        난 이렇게 조각을 잘하지 않는다.

        ​

        이제는 대충 보아도 멋들어지게 생겼지 않은가.

        ​

        정말로 책에서나 보던 장승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이목구비가 조금씩 바뀌는 걸로 봐서는 더 자라면 어떻게 생겼을지는 모르겠지만….

        ​

        안에 담긴 신령스러운 기운들도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

        “…이게 장승이 맞기는 한 건가?”

        ​

        세상 어느 장승을 찾아봐도 이런 기운을 품은 것은 없다.

        ​

        세계수의 가지로 깎아서 그런 것일까.

        ​

        옆에서 정령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

        “운디네…”

        ​

        스팟 –

        ​

        모습을 드러내는 운디네.

        ​

        허공을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내 근처로 다가왔다.

        ​

        – ….?

        ​

        세레나가 부르던 정령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와는 초면이었다.

        ​

        생긴 건 비슷했지만, 그 기질이 조금 달랐다.

        ​

        – ….!

        ​

        꾸벅 –

        ​

        그리고 역시나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이 인사를 하는 운디네.

        ​

        옆에 서 있던 정령사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

        “혹시 지금 운디네가 인사를 한 것이 맞소?”

        ​

        “맞아요.”

        ​

        “어찌 그런 일이…듣던 대로 자네는 신비한 사람이군.”

        ​

        또 호기심 어린 눈빛이 시작되었다.

        ​

        어째 마법과 연관된 사람들은 다 나를 저렇게 바라보는 것 같다.

        ​

        “우으!”

        ​

        “루나?”

        ​

        등 뒤에서 루나가 꼼지락 거렸다.

        ​

        운디네를 향해 팔을 바둥거리는 게 내려달라는 소리 같기도 했다.

        ​

        “기다려 볼래?”

        ​

        스윽 –

        ​

        익숙하게 포대기를 푼 나는 루나를 앞으로 안아 들고 운디네를 향해 다가갔다.

        ​

        “이건 정령이라는 건데…음…”

        ​

        루나에게는 이게 어떻게 보일까?

        ​

        “일단은 물 같은 거야.”

        ​

        “무우?”

        ​

        보았는가?

        ​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가 물이라고 말하려고 한 것을?

        ​

        운디네가 스르륵 우리에게로 날아왔다.

        ​

        “내 동생이야.”

        ​

        – …..?

        ​

        물끄럼 –

        ​

        말똥 말똥 –

        ​

        “무우!”

        ​

        나와 루나를 번갈아 보던 운디네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졌다.

        ​

        휘리릭 –

        ​

        루나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운디네.

        ​

        루나를 향해 가볍게 물 몇 방울을 떨어뜨려주고는 장승을 향해 날아갔다.

        ​

        역시 성녀라 그런지 운디네도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 같았다.

        ​

          “….?”

        ​

        웅성웅성 –

        ​

        “…뭐야?”

        ​

        장승을 살피느라 몰랐는데 어느새 시선이 우리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

        성벽 위의 병사들도 장승을 살피러 온 마법사들도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

        “안고 있는 아기가 성녀님이라더군.”

        ​

        “성자와 성녀가 함께 나타났단 말인가?”

        ​

        “걱정이 없겠어.”

        ​

        마법사들의 눈빛도 희번득 거렸다.

        ​

        “다들 분명히 보았을 것이네, 크리스 저 친구가 나타나는 순간 장승이 고개를 돌렸어.”

        ​

        “제가 그 순간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

        “땅에서 솟아오르기까지 했다니까요?”

        ​

        “언데드를 저지하는 영역 또한 넓어졌습니다.”

        ​

        우르르 –

        ​

        이번에는 성문 안에서 신관들이 몰려나왔다.

        ​

        “성녀께서 식사를 하실 시간입니다.”

        ​

        “고단할듯하니 얼른 휴식을 취하는 편이…”

        ​

        “크리스님께 안겨서 떨어지질 않으시니 걱정이오.”

        ​

        클로셀 영감이 피식거리며 내 옆으로 와서 섰다.

        ​

        “자네 이제는 정말로 유명 인사가 되었구만.”

        ​

        “곤란하네요…”

        ​

        “당연한 일일세. 앞으로는 이런 시선을 더 받아야 할 것이야.”

        ​

        웅성웅성 –

        ​

        무슨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말이다.

        ​

       사람들의 시선이 여기에 붙어 있으니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

        유명해진 만큼 신점을 보러 올 사람들도 많아지겠지만….

        ​

        “난 도대체 언제 쉬나…”

        ​

        “이만 들어가지. 나눠야 할 대화가 많다네.”

        ​

        영감을 따라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고생을 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내 팔자이기도 했고.

        ​

        “저들에 대해 더 느껴지는 것은 없는가?”

        ​

        “음… 언데드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어요.”

        ​

        저번에 엘프의 숲에서 봤을 때랑 느낌이 또 달랐다.

        ​

        이번에는 무언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느낌.

        ​

        육체에 남은 미련들이 잔뜩 느껴졌다.

        ​

        그리고 타락해 가는 영혼들의 사념도.

        ​

        “엘프들이 도착하면 바로 산으로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아요.”

        ​

        “바로 말인가?”

        ​

        “빨리 알아보기는 해야 하거든요. 산 정상이 너무 시커멓게 변했어요.”

        ​

        클로셀 영감이 뒤를 따라오던 마법사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후 다시 나에게로 왔다.

        ​

        “준비는 시켜 놓았네.”

        ​

        그런데 말이다.

        ​

        “제가 말하는 대로 해도 되는 건가요…?”

        ​

        나는 전쟁이라고는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이다.

        ​

        이 많은 사람이 마치 내 말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 같지 않은가?

        ​

        “자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희생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세.”

        ​

        “으음…”

        ​

        “나머지 작전은 알아서들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게. 다들 뛰어난 친구들이니 부족하지는 않을걸세.”

       

       하기야 내가 없었어도 어떻게든 전투를 이겨냈을 사람들이었다.

       

       이 영감들은 이미 대륙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사람들이니까.

       

       “희생자를 줄인다라…”

       

       아마 내 역할이 이런것이 아닐까.

       

       “쉽지 않겠네.”

       ​

        저벅 –

        ​

        우르르 –

        ​

        사람들이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

        다들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

        전투에 적응을 한 것일까.

        ​

        동료들의 죽음을 농담으로 잊어보려는 기색이 있는 것도 같았다.

        ​

       그걸 보는 나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너머에 다른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

        “영감님.”

       

        “말 하시게.”

        ​

        “조금 빨리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

        아까부터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

        “영혼들이 마을을 돌고 있어요…”

        ​

        멀리서 영혼들이 줄을 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

        하나 같이 눈이 멍하게 풀린 것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

        “….이래서 물을 많이 먹은 거구나.”

        ​

        성문으로 줄을 지어 간 영혼들이 방향을 바꾸어 다시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

        장승들이 그들의 길을 돌려 놓은 것이다.

       

       “영혼을 홀려놨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행*******독자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크리스의 휴가는 산에 갔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