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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앞집 큰애기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악령은 노래를 부르며 제 목구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바닥까지 닿을 정도로 긴 혀를 뽑아내더니 그것을 제 목에 칭칭 감고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러더니 대뜸 제 입을 세로로 쫙 찢어버리며 소리치기를.

         

       “자, 목매러 가자!”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촉수처럼 수많은 혀가 솟아났다. 말미잘이 촉수를 뻗듯이 목구멍에서 돋아난 혀는 쭉쭉 늘어나며 사방으로 퍼졌고,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며 포위망을 구성하는 수많은 점술사의 목을 노리며 날아갔다.

         

       “더럽게 역겹군! 제기랄!”

         

       자신에게 날아오는 혀를 바라보며 점술사들은 제각기 자신의 손에 들린 카드를 통해 이능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검이 그려진 카드를 든 이들은 어검술(馭劍術)을 사용하는 무인처럼 검을 뽑아내 조종하였고, 지팡이가 그려진 카드를 든 이들은 땅과 허공에서 솟아나는 나무창을 이용해서 혀를 꿰뚫었다.

         

       점술사는 무리 사냥이라도 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방어적인 태도를 고집하며 악령과 거리를 유지했고, 오직 날아오는 혀를 요격하고 꿰뚫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몇 번이고 공세를 반복하며 악령의 혀 수십 개가 꼬챙이에 꽂혀서 부채의 살처럼 되었을 때, 한 점술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그 점술사의 손에는 흡혈귀 숙녀가 그려진 카드가 들려 있었는데, 나른한 표정과 입가에서 흘리는 피는 여인이 식사를 마쳤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흡혈귀 숙녀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턱을 괴고 있었는데, 턱을 괴지 않은 손에는 무언가를 도축하기라도 한 듯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검이 들려 있었다.

         

       마이너 아르카나 검의 여왕(Queen of Swords)이었다.

         

       “어우, 징그러워라.”

         

       그는 덜렁거리는 머리통을 간신히 단 채 연신 촉수를 뽑아내고 있는 악령을 질린 듯 쳐다보며 카드에서 피로 이루어진 검을 뽑았다.

         

       피로 만들어진 검은 손에 들리기가 무섭게 점술사의 혈관을 타고 올라가며 그의 신체를 강화해주었다. 또한, 여성스러운 행동을 하는 점술사가 들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여자가 사용할 때만 적용되는 힘이 적용되었다.

         

       주술에서 비롯된 권위와 위압이 검에 서린 것이다.

         

       주술적 상징으로 인해 다시 강화된 검은 피로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점술사는 검날에 흐르는 예기를 확인한 뒤, 피로 만들어진 검을 그대로 악령에게 꽂아버렸다.

       사선으로 꽂힌 검은 악령의 명치와 달랑거리는 머리를 그대로 꿰뚫어버렸고, 악령은 제 몸이 검에 꿰이자 발악이라도 하려는 듯 바둥바둥했지만 이내 소용없음을 깨닫고는 씨익 웃었다.

         

       “아이고야. 살아선 줄에 매달리고, 죽어선 검에 매달리누나.”

         

       껄껄껄껄껄.

         

       악령은 덜렁거리는 입으로 찢어질 듯 그렇게 웃더니, 그대로 형체를 허물어뜨렸다.

       물감이 번지듯 나타난 것과는 정반대로, 더러운 오물이 허공에서 바닥으로 쏟아지듯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바닥에 쏟아진 잔해는 쓰레기장에서 퍼온 것 같은 끔찍한 악취를 품고 있었고, 왜인지 모르게 끈적거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아휴우, 곱게 죽지도 않네요.”

       “그래도 의외로 해치웠어. 이런 역겨운 악령이 이렇게 쉽게 사라질 리가 없는데, 희한한 일이야.”

       “어머. 아무리 강해 봐야 우리는 여럿이고 악령은 하나인데 뭘 어쩌겠어요? 우리를 상대로 이 정도나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게다가 쉽게 사라진 것도 아니에요. 평범한 점술사였으면 어떻게 되었겠어요? 호호.”

         

       그는 승리를 자축하면서도 쉽게 이겼다는 사실에 찝찝한지 악령이 남기고 간 잔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이거 악취가 심하네요. 벌레를 매개로 했는데 보통 이런 냄새가 나나요?”

       “그럴 리가 있나. 강령술의 매개체…. 아니, 잠깐. 빌어먹을.”

         

       거친 말투를 쓰는 점술사가 잔해로 다가가 냄새를 맡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매개체에서 나는 악취가 아니다.”

       “귀취(鬼臭)?”

         

       귀취(鬼臭).

       귀신이 내는 냄새.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은 물비린내를.

       칼에 찔려 죽은 귀신은 피비린내를.

       객사한 귀신은 썩은 내를.

       불에 타 죽은 귀신은 고기 굽는 냄새와 탄 냄새를.

         

       그리고, 목을 매단 귀신은 지린내가 난다고 한다.

         

       악령이 사라지고 남은 잔해에서는 지린내가, 그것도 코를 찌를듯한 강렬한 지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귀신의 형상은 눈이 아니라 영혼으로 보는 것처럼, 귀신 냄새 역시 코가 아니라 영혼으로 맡는 것.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안의 모든 영혼은 이 지린내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어-머나, 젠장. 이거 맡고 귀신이 떼로 몰려오겠네?”

         

       그는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쉬지 않고 욕을 뱉으며 천막에 만들어둔 간이 부엌으로 가서 소금을 꺼냈다. 그리고 그가 소금을 가지러 가는 사이 점술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천막의 입구를 틀어막듯 거울로 벽을 세웠다.

         

       그리고 소금을 뿌리려 하는 그 순간.

         

       쾅! 쾅! 쾅!

         

       거울에서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 보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거 안에 있는 거 다 압니다.”

       “지금 영업하고 있잖아요?”

       “문 좀 열어봐요!”

         

       여러 사람의 간곡한 목소리와 함께 벽으로 세워둔 거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술사들은 입을 꾹 닫고는 가져온 소금을 거울에 뿌릴 뿐이었다.

         

       “이봐! 손님이 왔다고!”

       “점쟁아! 점을 보러 왔다는데 왜 문을 열지를 않니?”

       “이리 와서 손님을 맞이해보아라! 열어라. 열어!”

       “거 안에 있는 거 다 아는데 왜 나오지를 않아!”

       “문 좀 열어주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콰앙-!

       쾅!

       쾅쾅!

         

       점술사가 소금을 뿌리자 목소리는 흥분이라도 한 듯 더 거칠어지고 소리가 커졌다. 게다가 그에 비례하듯 거울을 두들기는 소리 역시 심해졌고, 벽의 역할을 대신하는 거울은 당장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처럼 흔들렸다.

         

       “없나? 사람이 없나?”

       “아이고야 안에 있는 거 다 아는데 열지를 않으면 그냥 갈 줄 알았니?”

       “어이고야 단단히도 걸어 잠그셨구먼! 영업을 좀 하세요!”

       “거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데 들은 척이라도 해야지!”

       “문을 좀 열어보세요! 하다못해 고개라도 내밀어봐! 성의가 있어야지! 사람이 성의가 있어야지!”

       “사람이 없나? 사람이 없나? 아무도 없나?”

       “거기 아무도 없어요?”

         

       콰앙-!

       쾅! 쾅! 쾅!

         

       “대답을 해!”

       “없으면 없다고 말을 해!”

       “사람 있어? 사람 없어?!”

       “안에 있는 거 다 안다니까 왜 이렇게 숨을 죽이고 그렇게 입을 꾹 닫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어이고야 그런다고 내가 그냥 갈 것 같으냐?”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그리고 악에 받친 듯 외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쨍그랑!

         

       세워두었던 거울이 산산조각이 나며 천막의 입구가 활짝 열렸다.

         

       넝마가 되어버린 입구의 천 사이에는 악령이 있었다.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더러운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그것은 물구나무선 채로 활짝 웃고 있었다.

         

       “사람 있었네?”

         

       그 뒤에 기어 다니고 있던 자벌레처럼 가느다랗고 길쭉한 형체를 한 악령 역시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보시오, 점쟁이. 나 점 좀 봐주시게.”

         

       그리고 그 둘이 말문을 트자 뒤편에 있던 악령들 역시 벌떼처럼 몰려들어 비좁은 천막의 입구에 머리통을 들이밀며 한 마디씩 외치기 시작했다.

         

       “소금 좀 치워주세요!”

       “소금 좀 열어주시겠어요?”

       “들어와도 된다고 말 좀 해주세요!”

       “지금 영업 중이죠? 지금 영업 중이죠?”

       “영업 중이면 손님을 맞아야지!”

         

       그 지옥 같은 풍경에 점술사는 이를 갈았다.

         

       “하. 수작질 하나하나에 악의가 담겨있는 것 같네?”

       “진짜 역겹게도 싸우는구만….”

         

       그는 검게 변색해가는 소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장사하기는 글렀군.”

         

         

         

        * * *

         

         

         

       진성은 벌레를 장막처럼 두르고 있었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ओं अमोघ वैरोचन महामुद्रा मणि पद्म ज्वाल प्रवर्त्तय हूं).”

         

       흙으로 봉분을 쌓은 듯 둥그스름한 모양새로 벌레를 세우고, 거기에 곰팡이와 기생충을 실과 면으로 삼아 커튼을 만드니 그 형태가 마치 군에서 사용하는 텐트의 형상과도 흡사했다. 그리고 그 어두컴컴한 벌레의 커튼의 안에서 진성은 가부좌를 튼 채 끊임없이 입에서 진언을 읊었고, 불길이 타오르는 눈동자로는 저 멀리 천막에서 일어나는 일을 꿰뚫어 보았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자그마한 불기둥이 눈동자의 밖으로 튀어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태양에서 터져 나오는 홍염(prominence)처럼 보였다. 

       홍염이 터져 나올 때면 표면에 날고 있던 벌레 일부가 죽어 잿더미가 되고, 그 재는 악취를 풍기며 바람을 타고 천막을 향해 날아갔다.

         

       재는 하늘거리며 날아가 천막 안으로 몸을 쑤셔 박고 있는 악령들의 몸에 안착하였고, 재가 붙은 악령은 더더욱 광분하며 제 안위도 생각하지 않은 채 점술사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점술사는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이용해 악령들을 계속해서 막아내었고, 이는 동이 틀 때까지 계속되었다.

         

       “쯧.”

         

       동이 트자 밖에 있는 악령들은 빛에 몸이 부서지기 시작하였고, 천막 안에 있는 악령들은 거울에 반사되며 증폭되는 햇살 때문에 밖에 있을 때보다 더 빠르게 증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에 달라붙은 잿더미 때문에 광분한 악령은 평소처럼 몸을 숨기거나 도망을 치는 대신, 불꽃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천막으로. 점술사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방이 겪는 최후가 그러하듯, 악령들 역시 모조리 부서지며 최후를 맞이하였다.

         

       악령이 모두 사라지자, 점술사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전신 거울을 바닥에 눕히고는, 연못에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거울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렇게 점술사는 거울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쨍그랑!

         

       점술사가 몸을 감추자 천막 안에 있던 모든 거울에 금이 생기더니 모두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천막은 누군가 불이라도 지른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마치 기름을 먹인 천을 태우는 것처럼 맹렬하게 타오른 불꽃은 천막과 천막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태워버렸고, 이윽고 반짝거리는 거울 파편만 남긴 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거울 파편은 그렇게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는데도 그을음 하나 없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고, 한데 모여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 형상은 사람이 주먹을 쥔 모습과 닮았는데, 주먹에는 중지로 보이는 것이 우뚝 튀어나와 있었고, 손등 부분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Fuck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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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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