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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어디 보자…. 이, 이걸 하시려고요?”

       

       창구 직원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다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듯 입을 막았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바로 갔다 오려고요. 저랑 여기 실비아 씨랑 같이요.”

       “알겠습니다. 바로 접수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는 간단히 접수를 마치고 돌아섰다. 

       

       ‘후후, 꼬맹이 표정 보소.’

       

       아직도 창구 근처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소년은 나를 거의 위인 바라보듯 하고 있었다. 

       

       ‘…근데 계속 저렇게 보니 좀 부담스럽긴 하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소년을 지나쳐 용병 길드를 나섰다. 

       

       ‘사실 나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말이지.’

       

       크랫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할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아르와 나의 마법, 그리고 내가 열심히 수련한 단검술. 거기다가 실비아 씨라는 강력한 보험까지 있으니 크랫 던전 정도는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을 거다.

       

       다만 던전 안에 정말로 소년이 잃어버린 낡은 펜던트가 있느냐 하는 게 문제였다. 

       

       ‘이 의뢰를 해 본 적이 있어야지.’

       

       게임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이 의뢰를 해 본 적이 있었다면, 크랫들이 가져갔다는 펜던트가 던전 밑바닥에 있는지 산기슭에 떨어져 있는지 알고 간단하게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평소에 마음씨 좀 곱게 썼어야 했는데. 후우.’

       

       고작 67실버짜리의 가성비 안 나오는 의뢰는 해 본 적이 없었던 탓에 나조차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 이제 생각나네. 펜던트 회수 의뢰. 수락은 하지 않았지만 본 적은 있어.’

       

       크랫이 서식하는 던전에 가서 펜던트 찾아 오기. 보수 67실버.

       빙의 전, 게임 초중반에 캐머해릴의 용병 길드에 방문했을 때 한 번 지나가듯 본 적이 있는 의뢰였다. 

       

       ‘지나가듯 본 적 있는 의뢰를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저건 보수가 애매하게 67실버여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나.’

       

       물론 당시에는 ‘뭐 이런 꽝 의뢰를 메인 페이지에다가 걸어 놨어?’라고 생각하고 바로 휙 넘겨 버렸다.

       

       ‘그때가 수락 가능한 마지막 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내가 수락하지 않았으면 수수료도 못 돌려받을 뻔했군.’

       

       일단 내가 수락을 한 이상, 의뢰를 완료하지 못하더라도 수수료는 90% 환급 받을 수 있다. 10%는 완료하든 완료하지 못하든 원래 길드 몫이고.

       

       이걸로 꼬맹이도 한시름 놓긴 한 거겠지.

       

       ‘게임 할 당시에는 이렇게 수지 안 맞는 의뢰가 나오면 너무 양심 없다는 생각에 솔직히 좀 짜증도 났었는데, 막상 이렇게 의뢰자가 찾아와서 딱한 사정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뜨끔하단 말이야. 아르 덕분에 찜찜한 마음도 이번 기회에 해결할 수 있겠어.’

       

       조금 변명을 하자면, 그땐 메인에 어머니 유품이란 말도 안 써 있었고 그냥 펜던트 회수, 크랫 던전, 보수 67실버라는 요약 정보만 제공되었었다. 

       

       물론 클릭해서 세부 정보를 볼 수도 있긴 했지만, 요약 정보만 봐도 할 이유가 없는 의뢰였기에 바로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었고.

        

       ‘후. 그때 해 둘 걸.’

       

       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 없는 일.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크랫 던전을 돌파하고 펜던트를 찾아 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크랫 던전도 내가 가려고 했던 꿀 빨 수 있는 사냥터에 비해 효율이 안 나오는 거지, 아예 경험치가 안 오르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이 의뢰를 완료하고, 다른 사냥터는 나중에 가도 충분하다.

       

       단검술을 진짜 실전에 적용하는 첫날이니 몸풀기로는 오히려 제격이라고 볼 수도 있을 터.

       

       “저, 저기요!”

       

       내가 그렇게 결심을 다지고 곧바로 출발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으응?”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소년이 용병 길드에서 나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왜 그러니, 꼬마야?”

       “…꼬마 아니에요.”

       “그래. 위대한 소년이여. 무슨 일로 나를 불렀는가?”

       “그냥 꼬마라고 불러 주세요.”

       

       옆에서 실비아가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소년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했다. 

       

       “왜, 왜 제 의뢰를 수락하신 거예요?”

       “의뢰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지.”

       “…?”

       

       당신은 산을 왜 오르는 겁니까? 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라고 한 전설의 답변을 생각하며 말한 거였는데, 생각해 보니까 여기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크흠. 용병이 의뢰를 수락하는 데에 이유가 있나? 그리고 수락하면 너한텐 좋은 거잖니? 왜 굳이 이유를 묻는 거야?”

       

       내가 되묻자 소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제가 생각해도 일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어요. 그래서 솔직히 이렇게 빨리 누군가 수락해 주실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 말에 소년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만약 진짜로 저희 어머니의 유품… 펜던트를 찾아 주시면 제가 꼭 더 열심히 일해서 1골드는 맞춰 드릴게요. 물론 1골드로도 부족한 거 알지만…. 67실버는 너무 적잖아요.”

       “그래도 네가 가져올 수 있는 돈은 전부 가져온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너무 감사해서….”

       

       말을 하던 소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돈을 모은 다음에 의뢰하면…. 또 어디론가 옮겨져 영영 못 찾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저런.”

       

       실비아가 소년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괜찮단다, 꼬마야. 어쨌든 우리는 의뢰를 받아 완료하면 정해진 보수를 받게 되어 있고, 이건 아무리 사소해 보이지만 엄연한 ‘계약’이란다. 네가 더 지불할 의무는 없어.”

       “…….”

       

       소년은 뭐라고 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마 ‘그래도 꼭 드릴 테니 받아 주세요’라고 말하려다가, 그 돈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하는지 상상을 한 모양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정말로….”

       

       소년은 그래도 드린다는 말 대신, 조용히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나 참, 아직 의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감사하다니. 그리고 꼬마야, 감사 인사를 하려면 나 대신 얘한테 하렴.”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아르를 꺼내 들었다. 

       

       “쀼우!”

       “…?”

       

       내 손에 들린 아르가 허공에 다리를 동동 휘두르며 소년을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귀…귀엽다….”

       

       아르를 본 소년의 눈물이 멈추었다. 

       

       “귀엽지? 나는 다른 의뢰 고르려고 했는데, 얘가 네 거 하자고 해서 하게 된 거야. 그러니까 고맙다는 말은 얘한테 해.”

       “저, 정말요?”

       “이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하겠어.”

       

       나는 몸을 낮추어 아르를 소년의 앞에 내밀어 보였다. 

       

       “쀼!”

       “아, 안녕.”

       

       아르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소년도 멍하니 홀린 듯 손을 흔들었다. 

       

       “네, 네가 내 거 의뢰 하자고 해 줬니?”

       “쀼웃!”

       

       아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활짝 웃었다. 

       

       “와, 정말로 말을 알아들어…. 신기해.”

       

       신기해하던 소년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소년은 아르가 쭈욱 내민 손을, 양손을 내밀어 조심스레 잡으며 말했다. 

       

       “고마워. 진짜 고마워. 정말로….”

       “쀼우우!”

       

       아르는 소년의 손을 꼬옥 맞잡아 주었다. 

       

       “아저…형은 그럼 테이머이신 거예요?”

       “뭐, 그렇지.”

       “얘는 종이 뭐예요? 너무 귀여운데….”

       “와이번이야. 새끼 때 무리에서 떨어져 버린 아이를 주웠지.”

       

       좀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라 실수로 드래곤이라고 대답할 뻔했다. 

       

       “와이번….”

       

       소년은 아직도 아르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와이번이라고 연신 중얼거렸다. 

       

       “저…. 결심했어요. 나중에 만약 저도 무리에서 떨어진 새끼 와이번을 발견하게 되면 절대 지나치지 않고 주워서 키워 줄 거예요. 형처럼요.”

       “…아직 펜던트 찾아 온 것도 아닌데 그건 좀 너무 간 거 아니니?”

       “그래도요. 저희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항상 말씀하셨거든요. 도움을 받으면 감사와 함께 꼭 답례를 하고, 나중에 꼭 다른 곤경에 처한 사람을 똑같이 도와 주라고요.”

       “으음. 훌륭한 어머니셨구나.”

       

       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이렇게 되니 거짓말을 한 게 좀 미안하긴 하네. 뭐, 상관없나. 어차피 사람이 살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새끼 와이번을 줍는 일은 웬만해서는 벌어지지 않을 테니.’

       

       심지어 그건 나에게도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빙의 전에도, 후에도 말이다. 

       

       “여튼, 우린 이제 네 어머니의 펜던트를 찾으러 가 봐야 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너도 돌아가 있으렴.”

       

       내가 일어나자 소년은 마지못해 아르의 손을 놓았다. 

       

       “감사합니다!”

       

       소년을 뒤로 하고, 우리는 곧바로 크랫 던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여긴가 보네요.”

       “끄응. 이런 오지가 뭐가 좋다고 여기서들 사는지….”

       

       나는 투덜거리며 마지막 고개를 넘었다. 

       

       저 아래쪽에 있는 커다란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평범한 동굴과는 달리, 그 동굴은 입구부터가 45도로 기울어져 있어, 바로 땅 속으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었다.

       

       ‘크랫들은 저런 식으로 서식지를 만들지.’

       

       원래 저 땅은 더할 나위 없이 평평한 땅이었을 거다. 

       

       “가죠.”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간 나는 앞장서서 동굴 입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그리고 입구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레온 씨! 발밑!”

       

       실비아의 외침과 함께, 오른쪽 발밑에서 미세한 진동을 느낀 나는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파악!

       

       “쮜이익!”

       

       발밑에서 튀어 나온 크랫의 발톱을 피한 나는, 옆으로 돌며 허리춤에서 꺼낸 단검을 있는 힘껏 크랫의 목에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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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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