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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오센 왕국의 왕성.

       그곳에서는 작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

       여왕을 보필하는 이들만 해도 백을 가뿐히 넘는 숫자였기에.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는 그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뭐?! 여왕님이 혼사에 관심이 없으시다고?!”

       “혼사에 관심이 있으셨다면 진작 다른 귀족들과 교류를 하지 않았겠나.”

       “에이 이 사람아. 아직도 소문이 늦네. 혼사에 관심이 넘치신다니까?”

       “뭣?”

       “벌써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고?”

         

       오센 왕국의 여왕. 베아트리스 오센.

       그녀는 왕성에서 자주 입방아에 오르는 대상이었다.

       여왕이라서. 활동을 많이 해서. 대단한 사람이라. 질투의 대상이라서. 예뻐서.

       뭐 그런 이유도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왕성의 주인이니까.

         

       갤러리 주인이나 다름없는 주딱이 항상 입방아에 오르는 것과 비슷했다.

       심지어 터무니없는 소문이 도는 것까지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 여학생이라거나, 사실은 대륙을 주무르는 드래곤 일족이라거나, 목숨과도 같이 소중한 인감을 남에게 줬다거나.

       여왕에게도 비슷한 소문이 돌았다!

         

       혼사에 관심이 없다. 여왕은 사실 동성애자다. 아니, 무성애자다. 아니 사실 인간을 싫어한다 등등.

       여러 이야기가 돌았으나 옛일이다.

       전부 오래 전에 떠돌던 쉰 떡밥이다.

       이제는 새로운 소문이 돌고 있었다.

         

       “여왕님이 사실 남자에 푹 빠졌다던데.”

       “여왕님이 남자를 한 명 데려왔었지.”

       “뭣이?!”

       “남자를?!”

       “에이 이 사람들아. 소문이 그렇게 느려서야 쓰나. 그건 한참 전 일인데.”

         

       “그래서 딸이야 아들이야.”

       “이 미친 인간이. 그렇게까지 출발하진 않았네.”

         

       새로운 남자의 등장!

       여왕에게 새로운 스캔들! 아니, 사실상 첫 스캔들!

       사람이 누구나 좋아하는 연애 이야기였다. 그것도 주변 사람의 연애 이야기!

       누구나 연애를 하고 누구나 사랑을 좋아한다.

       그러니 뜨거운 주제였다.

         

       “맙소사. 드디어 여왕님도 사랑을 알 나이인가?”

       “진작 알았어야 하는 거 아니오?”

       “여왕님은… 슬슬 알 때가 됐지.”

         

       하지만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기억 안나나? 처음에.”

       “아. 드디어 남자를 데리고 온 줄 알아서 분위기를 만들어줬던 거.”

       “그렇게 화난 여왕님은 처음 봤었지.”

       “우리도 그런 줄 알고 서둘렀다가 월급을 삭감 당했어.”

         

       괜히 일을 저질러서 혼났던 지난날의 과오를 떠올렸다.

       아니, 남자를 데려왔으니 분명 무언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 이번에도 헛소문이다.

       분위기는 ‘여왕에게 남자는 없다.’ 로 흘러갔다.

         

       “자네는 여왕님을 믿지 않는 건가? 여태까지 보아온 여왕님을 생각해보게.”

       “맞지. 어디 남자를 사귈 사람으로 보이나?”

       “남자를 사귄다면 그게 말이 안 되지. 무려 우리 여왕님인데!”

       “그거 왕족모욕죄일세.”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

       “오히려 사실을 말해서 죽는 것이지.”

       “크흠. 요즘 세상은 살아가기 힘들군.”

         

       여왕님을 하루 이틀만 보아온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여왕이 되었던 그녀이기에. 이들은 여왕을 긴 시간 봐왔다.

       여태까지 그녀의 성장 과정을 전부 봐온 이들이기에 말할 수 있었다.

         

       여왕은 사춘기조차 오지 않았다!

       사춘기조차 피해가고 항상 싸늘한 찬바람이 부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 여왕님이 남자를 안다?

       해가 서쪽에서 떠올라도 올게 왔군.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를 데려온 것은 사실 아닌가?”

       “으음….”

         

       그러나 여왕이 직접 남자를 데리고 오긴 했다.

       믿기 힘들지만 목격자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 사내는 여왕님이 직접 데려온 게 맞지.”

       “그것도 여왕님이 무단으로 외출해서….”

       “무단외출…! 야밤에 남녀 단 둘…?!”

       “어이어이 어둠 아래 남녀가 할 건 하나 밖에 없지 않은가.”

       “야광 드래곤 모형을 보는 것 말인가?”

       “그거 말고.”

       “흠.”

         

       이야기를 듣던 주방장이 콧방귀를 뀌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은데. 소설을 쓰는 군.”

       “그럼 이건 어때. 평소에 집무실에 자주 들락날락 거린다던데.”

       “흠…. 그것도 별 거 없는 것 아닌가?”

       “뭣?”

       “남녀가 함께 무려 집무실에 같이 있는데!”

       “아니지.”

         

       데려온 사내가 집무실로 들어가 일을 한다? 이건 놀랍지 않았다.

         

       “뭐 집무실에서 이상한 낌새라도 있었나?”

       “그건 아니지만.”

       “그렇게 추측하는 것조차 여왕님께 불경한 짓이야.”

         

       공적인 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왕이라 한들, 공적인 일로 남자를 만나는 일이 없던 건 아니다.

       증거가 없다 증거가!

       어딜 물적 증거도 없이 생사람을 잡으려 하는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여왕을 보좌한지 20년은 가볍게 먹고 들어가는 이들이다.

       그런 충성심을 부수기엔 너무나도 얄팍한 주장이었다.

       여왕님에 대한 충성심테스트를 하는 격이었다.

       그들의 굳건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왕님은 연애의 연 도 모르는 연애 노답이라고!

         

       “그리고 항상 같이 다니는 분도 있으니 집무실에 단 둘도 아니야.”

       “호위가 있지.”

       “용사님이 호위한다던데요?”

       “용사님이 호위할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떤 인물이지?”

       “누군가 들은 정보가 있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모르는 정보. 아무도 모르는 사내. 여왕이 데려온 사내.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는 이들의 눈에는 강한 호기심이 서렸다.

         

       “그 분은 평소에 집무실에 오래 있어요.”

       “음….”

       “얘기를 들어보니, 평소에 같이 체스를 두신다고….”

       “체스 선생인가?”

       “하지만 체스 선생이라기엔 왕성에서 머무르기까지 하지 않나.”

       “체스 선생을 용사님이 호위까지 한다고?”

       “거기에 왕성에서 머무른 시간도 꽤나 길지.”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 분위기 속.

       시녀 중 한 명이 의견을 냈다.

         

       “그냥 같이 노는 친구 아닐까요?”

       “친구?”

       “같이 논다고…?”

       “그 여왕님이?”

       “여왕님은 업무를 중요시 하시지.”

       “집무실에서 논다라….”

       “접객실도 아니고?”

       “말이 안 되는 일이야. 상상조차 하기 힘들군.”

         

       하지만 집무실에 자주. 오래 머무른다.

       뭔가… 뭔가 있다. 이전의 남자들과는 취급이 다르다.

       소문을 듣기 좋아하는 그들의 직감이 꿈틀거렸다.

         

       “업무라기엔 너무 길고 체스 선생이라기엔 그런 것 같진 않고.”

       “진짜 친구인가?”

       “친구에 불과한 건가? 아니라 보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에헤이. 이 사람아. 러다가 친구 되고 친구가 자기 되고 자기가 여보 되는 걸 모르는 건가.”

       “그래서 자네가 멜리랑.”

       “그건 조용히 하게.”

       “흠… 오히려… 이런 상황이기에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여왕이 데리고 온 남자에 여태까지와는 다른 패턴!

       이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 남자는 누구이고 뭐하는 사람인가?

         

       “정확히 그 남자에 대해 아는 사람 있나?”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 사람만 고개를 끄덕였다.

       주근깨가 특징인 시녀. 에이미였다.

         

       “제가… 그분의 방을 청소해요.”

       “뭣이!”

       “그렇다면…!”

       “그 사내에게서 특별한 점이 보이나?”

       “귀족인가? 아니면 돈이 많은 자산가? 그만한 능력이 있는가? 얼굴은?”

         

       신분? 얼굴? 능력?

       그녀는 자신이 봤던 것을 종합해서 떠올렸다.

         

       “귀족이라 하기엔 귀티가 나지 않고… 음… 돈이 많다고 하기엔 옷부터가 뭔가 꼬질꼬질하다 해야 하나….”

       “얼굴은?”

       “어… 생기다 말았어요.”

       “음….”

       “능력은?!”

       “평소에 외출을 안 하시는 분이라 모르겠어요.”

       “어떻게 사람이 외출을 안 한단 말인가!”

       “백수인가 봐요. 방에 한나절은 가볍게 머무르시더라고요.”

         

       대외활동조차 하지 않는다고?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지.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사내가 손을 들었다.

       여왕 근위대 소속의 기사였다.

         

       “위험한 것 아니오?”

       “위험하다니?”

       “신상도 모르고 능력도 모르며, 무언가는 있는데. 용사님을 호위로까지 붙였다면… 여왕님은 속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만.”

       “속아…?”

       “…사기꾼!”

       “그럴싸한 이야기야….”

         

       여왕님이 뭔가 속고 있다면?

       그 사내에게 홀랑 속아서, 과할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면??

       이건 국가적인 위기였다.

         

       “그 사내에 대해 조사해보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시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기다만 사내. 그가 위험한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니!

         

       “그 얼굴로 위험함을 숨기고 있었던 거군요.”

         

       하지만 이젠 속지 않는다.

       왕궁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퍼졌다.

       왕성의 식객. 생기다만 사내를 조심하라…!

         

       그런 소문과 이야기가 왕성 내부에 확 퍼진 동안.

       베아트리스는 어제의 일을 상기하는 중이었다.

         

       ‘저희 사이에 뭘.’

         

       주딱의 그 한마디가 그녀의 마음에 꽂혔다.

         

       “저희 사이…. 무슨 사이일까요.”

         

       무슨 사이냐고 묻고 싶지만, 그녀에게 그런 용기는 없었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아직은 남녀로서. 뭔가 바라기엔 진행도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하아아….”

         

       이 감정. 그냥 친구 관계나. 아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과 같진 않았다.

       왕궁의 숨통을 트이게 해줘서 고맙고. 자꾸 보답하고 싶고.

       주딱의 얼굴을 보고 있거나, 이상한 짓을 목격하면 괜히 귀엽게 보인다.

       이게 평범한 감정일리가 없었다.

       이성으로서 끌리는 느낌이었으니까.

         

       “주딱….”

         

       베아트리스는 야릇한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주딱과 침대에서 남녀가 할 법한 입맞춤….

       상상만 해도 귓불이 달아오른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너무… 음….”

         

       그녀도 어엿한 성인이기에 남녀의 교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책으로 공부하고 그림으로 익혔다. 어떤 과정인지도 상세하게 알았다.

       상상으로 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생생한 망상!

         

       그러나 여왕에게 절대 그려지지 않는 모습이 있었다.

       그런 과정까진 어떻게 가는 걸까.

       남녀가 갑자기 옷을 벗고 바로 합체를 하진 않을 거다.

       그럼 그 전에… 뭐… 어떻게…?

         

       ‘책에선 입맞춤부터 라고 했는데….’

         

       그 입맞춤은 도대체 어떻게 시작하는 걸까.

       손을 잡는 것도 좋다고 했는데.

       손을 잡는 건 어떻게…?

       갑자기 덥석 손을 잡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럼… 손을 잡을까 물어보나? 괜히 물어봤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어떻게 하지?

         

       “….”

         

       성지식은 충분하지만, 연애 지식은 처참 그 자체.

       아무리 생각해도 달달한 장면이 그려지지 않아, 그녀는 포기했다.

       한쪽으로 편향되어있는 망상을 멈추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

       이제 여왕의 하루가 시작될 시간이니까.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옷을 입고 집무실로 향했다.

       오늘은 조금 일이 쌓여있어, 바쁜 터라 행정 업무를 서둘러 처리했다.

       여왕만이 처리할 수 있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진 못하지만.

       그녀는 지치지 않고 기계처럼 일을 해나갔다.

         

       주딱이 놀러 오기 전에 일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기다려야 하니까.

       일을 재빨리 해결한 뒤엔, 숨을 돌리고 문을 의식했다.

       곧 있으면 문이 열리고 그가 나타나겠지.

       그리고 기쁘지만 감정을 숨기고 차분하게 대답하겠지.

       그녀는 주딱을 기다리는 이 시간마저 즐거웠다.

         

       “오늘은 조금 늦네요.”

         

       평소라면 15분은 일찍 왔을 텐데.

       설레서 애간장이 타는 이 기분.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속이 근질근질 거린다.

       지금이 인고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긴 기다림 끝에 결국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여왕님 놀러왔는데. 괜찮죠?”

       “마침 업무가 끝나서 괜찮아요.”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차리는 용사와 달리, 한 없이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주딱.

       그의 행동에 베아트리스의 마음이 편해졌다.

         

       누군가 보면 예의가 없다고 하겠지만.

       오히려 여왕은 그의 허물없는 태도가 좋았다.

       오늘도 주딱과 보내는 시간은 편안하고 좋겠지.

         

       느긋한 분위기의 집무실. 그때 누군가가 노크하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전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평소와 같이 다과를 준비해 온 시녀였다.

       항상 해오던 일의 연장이지만. 다과를 준비한 시녀의 시선이 주딱에게로 향했다.

         

       “….”

         

       행복한 기분의 베아트리스와 달리, 의심으로 가득한 시녀는 주딱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빛바랜마틴님 후원감사합니다!!!!!!!

    베아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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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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