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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 와씨!!

        – 커플 지옥! 솔로 천국!

        – 그런데 저게 과연 커?플인가?

        – ㄹㅇㅋㅋ

       

        “그 날은 그렇게 흘러갔고, 그 다음날은…….”

       

        그 다음날 이야기를 꺼내려다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음……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여기서 모든 일들을 다 이야기 할 수는 없겠다.

       

        “자잘한 이야기들이 더 있지만, 그것들만 하더라도 무려 한 달은 이야기할 수 있겠지.”

       

        그렇기에 이번에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중점으로 이야기해 줄 생각이다.

        중간중간 있었던 사건들은 나중에 생각날 때마다 해주기로 하고…….

       

        “어쨌든 그 당시에 나와 리온, 그리고 슈르네는 한동안 잘 지냈단다.”

       

        – 잘 못 지내면 그것대로 공포 아닐까?

        – ㄹㅇㅋㅋ

        – 라나님이 잘 못 지내면 이미 세계 멸망 직전이 아닐까요?

        – 못 지내면 안 되죠.

        – ㅇㅇ

        – 마그마에 몸 담그시는 라나님이 잘 못지내는 곳이라…… (먼산)

       

        이놈들. 나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 것이냐!

        ……물론 맞는 말이긴 하다만.

       

        “이 몸 잠 깸!”

       

        “다시 자거라.”

       

        조물조물…….

       

        “흐야아아아앙~!”

       

        중간에 잠에서 깬 슈르네를 다시 재우고.

        연신 ‘?’를 띄우는 채팅창을 슬쩍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내가 리온의 황궁에 도착한 지 세 달이 지나가던 시점이었단다.”

       

       

        *            *            *

       

       

        올데온 제국이 왕국이던 시절.

        본래라면 왕궁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던 리온이 생각을 고쳐먹고 왕위를 되찾으러 떠나게 된 이유는 별것이 아니었다.

        리온의 숙부이자 아버지의 원수, 그리고 올데온 왕국을 다스리던 국왕이 갑자기 급사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냥 단순히 왕이 죽은 정도였다면 리온이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후계자가 없는 상태에서 급사를 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 당시 리온의 숙부에게는 3명의 자식이 있었다.

        첫째는 가장 정통성이 높았지만, 멍청하고 오만했다.

        둘째는 가장 뛰어난 무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사고를 당해 한쪽 팔이 마비가 되었다.

        셋째는 그나마 똑똑했지만, 안타깝게도 나이가 너무 어렸다.

       

        후계자들의 상황이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후계자가 결정되지도 못한 채 왕이 급사를 해 버렸으니, 그다음의 상황이 예상되지 않던가?

        당연히 왕국의 귀족들은 3개의 파벌로 나뉘어 내전에 들어가기 직전이었고, 그 상황을 검은 숲에 들어온 마법사에게 들은 리온은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 후에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마법사와 슈르네를 데리고 숲을 나갔고, 지금 보듯이 황제가 된 것이다.

       

        ‘하긴. 황제가 되지 못하는 쪽이 더 이상하긴 하지.’

       

        비록 아바타에 불과하지만 엘더 드래곤인 나와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리온은 내가 뿜어내는 마나에 의해 뛰어난 마나 친화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방사능으로 예를 들어 보자면, 이 세계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마나 친화력이 일반적인 생활 방사능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면, 리온이 품고 있는 마나 친화력은 체르노빌 폭발 당시에 누출된 방사능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 세계가 품고 있는 마나의 양이 워낙 적어서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은 적겠으나, 이 세계에 존재하는 어지간한 마법사들보다 더 쉽고 빠르게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것이 바로 리온인 것이다.

       

        게다가 리온 본인은 잘 모르고 있으나, 그는 슈르네의 계약자가 되기까지 했다.

       

        초월자들은 필멸자들과 계약을 맺어, 그들에게 자기 힘을 일부 빌려줄 수 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초월자들은 필멸자들의 세계에 묶여 있을 권리를 얻는다.

        쉽게 말해서…… 신은 인간 세계에 간섭할 수 없지만, 인간 하나와 계약을 맺으면 힘을 제약해서 인간 세계에 내려올 수 있다. 이렇게 알면 된다.

       

        어쨌든 슈르네의 계약자가 되어 버린 리온은 일반적인 인간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초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나가 적은 이 세계에서 리온 정도의 힘을 가진 인간이 날뛰게 되면…….

       

        ‘저렇게 되겠지.’

       

        “흡!”

       

        쿠과과과광!!

       

        리온이 내지른 주먹이 그대로 거대한 바위를 박살 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인간들이 죄다 입을 떡 벌린 채 고개를 조아린다.

       

        “신의 대리인이시여!”

       

        “오오오!!”

       

        “황제 폐하 만세!”

       

        저 정도의 힘을 가졌으니, 리온이 황제가 되지 못하는 쪽이 더 이상한 일인 것이다.

        아무렴. 누가 가르쳤는데?

       

        ‘문제는…….’

       

        이 올데온 제국에는 아직 리온을 견제하는 세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리온의 손에 끝장나버린 2왕자와 리온의 보호 아래에 들어온 3왕자를 제외한 다른 세력.

        변방으로 쫓겨난 1왕자의 세력이 바로 그것이다.

       

        1왕자는 2왕자가 리온의 손에 끝장나는 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항복을 한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리온으로서도 자신에게 항복한 1왕자를 처리할 명분은 없었고, 결국 적당한 작위와 함께 변방으로 쫓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간간이 리온의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흠.”

       

        나는 시선을 돌렸다.

        단순히 아바타의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 ‘감각의 시선’을 돌린다.

        그와 동시에 나의 의식 일부가 다른 곳으로 향한다.

       

        “황제를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쾅!

       

        의식이 연결된 순간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용금으로 만들어 낸 작은 날파리의 몸이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소리의 충격이 크다.

        잠자코 소리와 시야에 집중하니, 이어서 다른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있소!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어서 시야가 확보된다.

        한 공간 안에 모인 일단의 무리가 한 테이블에 앉아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안 된다고 말만 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 와야 할 것이 아니오!”

       

        “그럼 그대가 해보든가!”

       

        “저 괴물과 같은 힘을 가진 황제를, 어떻게 막냔 말이다!”

       

        “말 다 했소?!”

       

        싸우고 있는 인간들의 얼굴을, 리온이 보여 주었던 몽타주와 비교해 본다.

        음…… 1왕자의 남아 있는 세력들이 확실하군.

       

        “그만! 우리끼리 싸워서는 될 일도 되지 않소!”

       

        쾅! 쾅! 쾅!

       

        그들 중 그나마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이가 나서고서야 진정하는 인간들.

        모두가 진정한 것을 확인한 우두머리가 한숨을 내쉰다.

       

        “다들 알고 있겠지? 지금 황제의 힘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음을.”

       

        “으음.”

       

        “쩝….”

       

        이 세계의 인간 평균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 리온은, 인간들에겐 흡사 신의 대전사와 같은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당연히 그를 따르는 귀족층과 민중들의 지지도는 하늘을 꿰뚫을 듯 상승했고, 지금도 상승하는 중이다.

       

        그게 얼마나 대단했냐면, 평민에 마녀라는 여러 악의 어린 소문이 돌고 있는 나를 황후로 삼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데도 ‘황제는 그래도 된다!’라는 여론이 생길 정도겠는가?

        나의 아바타가 가진 악명이 리온의 명성에 묻힐 정도라면…… 지금 리온의 지지도는 금강석만큼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간, 1왕자 전하의 승산은 아예 없어질지도 모르오.”

       

        “……하지만 방법이 없잖소!”

       

        “그렇소. 이미 대부분의 귀족들이 떨어져 나갔는데, 무슨 수로 황제를 끌어내린단 말이오!”

       

        1왕자가 리온에게 항복하지만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지지층이 더욱 두터웠을 것이다.

        하지만 1왕자는 겁을 먹고 리온에게 항복한다는 선택을 해 버렸다.

        그리고 무리와 무리의 경쟁에서 우두머리가 다른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 무리는 이미 끝장났다고 봐야 한다.

       

        ‘패배한 우두머리를 따를 무리는 없는 법이니…….’

       

        그래도 그 선택 자체는 옳은 판단이었다.

        내가 생각해 봐도 1왕자와 리온이 싸우게 될 경우, 리온의 승산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우두머리에 대한 욕심만 버렸다면 현명한 인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욕심이 과하구나.”

       

        “네?”

       

        내 중얼거림에 리온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그에게 고개를 저어 주고, 다시 스파이 벌레 쪽으로 의식을 돌린다.

       

        “차라리 우리도 황제의 아래로 들어간다면…….”

       

        “헛소리하지 마시오!”

       

        누군가가 항복을 권유하지만 그의 주장은 순식간에 묵살당했다.

       

        “인제 와서 황제의 아래로 들어간들, 그가 우리를 곱게 받아줄 리가 있겠소?”

       

        “맞소.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젠장.”

       

        인간들이 한숨을 푹 내쉰다.

        인제 와서 발을 빼기에는 늦어 버렸고, 승산은 없는 상황.

        그들에게 남은 방법은 이제…….

       

        “방법이 있다면 어쩌겠소?”

       

        “뭣잇?!”

       

        “방법이 있다고?”

       

        ‘??’

       

        방법?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걸까?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들에게 남은 희망은 없다.

        리온의 지지층은 확고하고, 그의 힘은 인간의 평균을 아득하게 뛰어넘는다.

        게다가 본의 아니게 나 역시 리온의 곁에 있는 이상, 저들에게는 승산은 아예 없다.

        그런 상황에서 방법이 있다니?

       

        “다들 알고 있겠지? 황제가 검은 숲의 마녀를 약혼녀로 들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어찌 참담한 일이란 말입니까?”

       

        “위대한 올데오니스 왕가…… 아니, 황가의 혈통에 천하고 사악한 마녀를 들이다니!”

       

        나를 들먹이는 인간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찾았길래 날 들먹이는 것일까?

       

        “하지만 그 마녀 역시 보통이 아니지 않소?”

       

        “천한 혈통이나, 그 실력만큼은 보통이 아니었소.”

       

        “으음…….”

       

        수도 옆에 산 하나를 새로 만들어 준 보람이 있는지, 인간들이 신음을 흘린다.

        리온이든 나든, 어느 쪽이든 그들로서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겠지.

       

        “하지만 신의 대전사라고 불리는 황제와는 달리, 마녀는 그저 천한 마녀가 아니겠소?”

       

        “그 말은……?”

       

        “들어와라!”

       

        우두머리의 말에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온다.

        그것은 색이 바랜 회색 머리를 늘어뜨리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핀 노파.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몸에 두른 로브를 붙잡은 그 인간이 다른 인간들…… 그러니까 귀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흘흘흘……. 안녕하십니까 귀족 나으리들.”

       

        “누, 누구냐?!”

       

        “놀라지 마시오. 내가 남부에서 찾아온 마녀니까.”

       

        ‘마녀?’

       

        우두머리 인간.

        아니, 우두머리 귀족의 말에 조금 놀랐다.

        이 세계에 나 말고도 마녀라는 이명을 사용하는 인간 마법사가 존재했단 말인가?

       

        ‘……있을 수도 있지.’

       

        생각해 보니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나도 마녀라고 불렸는데, 나 이외에도 마녀라고 불리는 이들이 존재할 수도 있지.

       

        ‘그런데 왜 마녀를 데려온 거지?’

       

        “마녀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마녀가 아니겠소?”

       

        “그 말은…….”

       

        “이 마녀가, 황제의 곁에 있는 마녀를 처리해 줄 것이오.”

       

        귀족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마녀가 황제의 마녀를 약화시킨 후, 우리는 그 마녀를 이용해 황제를 끌어내릴 것이오!”

       

        “오오오!”

       

        “굉장하오!”

       

        ‘…….’

       

        너무 한심한 계획을 ‘굉장한 계획이다!’라고 외치는 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렇게 수고를 들여서 정탐을 한 이유가 겨우 이것을 보려고 그랬던 것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리온과 같이 놀 것을 그랬다.

       

        ‘앞으로 한 달 뒤면 결혼식이라 바쁜데…….’

       

        더 이상 신경 쓰는 것은 의미 없다는 판단하에, 벌레와 연결되어 있던 의식을 끊어낸다.

        그리고 어느새 내 입술을 훔치고 있는 리온의 머리를 양팔로 감싸 안았다.

       

        “……마녀님. 너무 정열적이신 것 아닌가요?”

       

        “자는 약혼녀의 입술을 마음대로 빼앗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큭큭거리며 웃은 리온이 나를 안아 들었다.

        내 등과 무릎 뒤에 손을 넣어 안아 든 리온이 말했다.

       

        “오늘이야말로 재우지 않을…….”

       

        “동침은 결혼하고 나서.”

       

        “……에이씨.”

       

        리온이 혀를 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이가 많으셔서, 조금 틀딱이신 드래곤님이십니다.

    참고로, 19금은 없읍니다.

    제가 못쓰는 것도 있는데, 인방에서 19금 썰 푸는 것도 이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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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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