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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섞…여 있다고요?”

        

       “음….이걸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꼬…”

        

       독의는 잠시 입맛을 쩝쩝대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네는 혈맥과 기맥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그렇게 말씀하신들…혈맥이 무엇인지 기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허어, 아까 신무공을 논할 때도 놀라긴 했지만 자네는 무척 식견이 높구만. 사실 혈맥과 기맥은 엄연히 다른 것들일세. 원칙적으로 말하면 기맥이라는 말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아.”

        

       사실 기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고찰과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현대인이었고 기가 없는 세상에서 왔으니 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기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순환이다. 기라는 것은 결국 일종의 에너지고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기라는 순환에너지에 특정 형질을 부여해 몸에 붙잡고 있는 것이 바로 내공이다.

        

       “우선…자네의 몸에는 아주 많은 마기가 있네. 그리고 그런 마기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마공을 익혔기 때문일세.”

       

       나는 숨을 삼켰다. 독의로 이름높은 당처인이 마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내가 마공을 익힌 이유…그것은 내가 대머리이기 때문일세.”

       

       “…예?”

       

       “참고로 풍영대주도 대머리일세. 우리는 모두 태양회에 속해 있네. 자네와 자네의 여 낭인이 돈가수 다저용의 머리를 모욕한 낭인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지.”

       

       갑자기 쏟아진 정보에 나는 나도 모르게 당처인의 머리를 보았다. 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기에 고명한 의원 답게 머리카락 한 올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줄 알았는데…대머리였어? 아니 풍영대주가 대머리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나 싶겠지만 나는….마공 사용자들 중 일부는 팔이나 가슴이 털로 뒤덮이거나 털이 길게 자라나는 증상 등에 착안해서 마공을 연구하고 익혔네. 이 천하에서 나보다 마공을 잘 아는 의원은 없다는 말일세. 어느 의원이 직접 마공을 익혔겠는가? 그건 마의놈조차 하지 못한 일이야.”

       

       “알겠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해괴하더라도 자네 몸을 나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의원은 천하에 없단 소리일세.”

       

       “아….이해했습니다.”

        

       독의가 그릇에 물을 붓고는 그 위에 알 수 없는 열매들을 한가득 집어 넣었다.

        

       “이게 바로 지금 자네의 혈맥 상태일세. 자네 피에는 지금 이런 열매와 같은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지. 그래. 자네 자갈이나 돌을 쌓아 둑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아 본 적이 있는가? 물은 지나가지만 물고기는 지나가지 못하는 상태.”

        

       “그게 지금 제 피의 상태란 말입니까?”

        

       “그렇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목적으로 자네의 피를 이런 상태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태가 아주 고약해. 자네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독의가 그릇에 계속 열매를 부었다. 그야말로 열매로 그릇이 꽉 찰 지경.

        

       “그 덩어리들이 자네의 피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기도 하고 기도 순환이 가능할 정도의 틈새는 있지만 충기, 자네 내부에 기가 뭉쳐질 정도의 틈이 없는 상황일세. 그러니 자네의 역량은 이미 일류에 오르고도 남았지만 충기현상을 일으킬 수가 없는 셈이지.”

        

       “그러니까…후우…제 혈관에 불순물이 가득 찬 상태라는 말입니까?”

        

       “사실, 나도 이런 현상을 처음 보기 때문에 자네의 피에 가득 찬 그것들을 불순물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네. 보통 무인들이 말하는 기맥이나 혈관에 노폐물이 끼었다고 하는 현상과는 결이 다르다 할 수 있지.”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 탓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독의는 다기를 들고 와 잔을 주며 나에게 한 잔 따라주었다.

        

       “뭐 그냥 잡스러운 약초를 달인 물이지만 진정 효과가 있는 차일세. 가끔 연구가 막혀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 한 잔 마시고는 하지.”

        

       말없이 독의와 뜨끈한 차 한잔을 후후 불어 마시며 조금씩 넘겼다. 1다경. 뜨거운 차 한잔을 식혀가며 마시는 시간. 차 한잔을 불어 마시는데 실제 몇 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뜨거운 차를 식히며 마시는 동안 내 머릿속 역시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독의라고 해서 정말 괴팍한 방법으로 치료만 되면 그만이라는 우악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아니 피를 마신 시점에서 이미 제정신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네.

        

       “그래. 진정이 좀 되었는가.”

        

       “예. 어르신.”

        

       내가 쓰고 있는 이 몸, 호천안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이다. 호천안은 15세까지 다른 영혼이 사용하고 있었던 몸일까? 그렇다면 내가 왜 갑자기 빙의된 것이고 그 기억은 어디로 갔으며 왜 풀밭에서 깨어났는가. 아니면 그냥 내가 이 무림천하에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몸일까. 만들어진 몸이라면 이런 복잡한 짓은 왜 해놓았는가.

        

       당장 고민해봐야 아무런 결론도 낼 수 없는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차를 한 잔 마시는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내 기억 이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없고 단서도 없으니 우선은 해결해야 할 일에 신경을 집중하기로.

        

       “그래서 제 몸의 증상은 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음. 그래 다시 자네의 피에 떠다니는 알갱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할까. 우선 자네의 몸속에 들어 있는 것들은 정말 여러 기운들이 있다네. 내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자네의 몸에 있는 알갱이들 중 선기와 마기가 존재한다는 것일세.”

        

       “선기..와 마기 말입니까?”

        

       “선기의 알갱이들은 그 수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마기의 알갱이들은 제법 그 수가 되는 거 같더군.”

        

       무림천하에서 기의 속성이랄 것은 뭐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뭐 예를 들어볼까? 돈가수 다저용이 사용했던 열양공과 같은 비교적 흔한 내공부터 독의 당독렬이 지니고 있는 독의 내공 같은 것도 있다.

        

       선기와 마기는 이런 일반적인 내공들과는 좀 결을 달리한다. 선기의 같은 경우에는 기를 정제하고 정제해 진액만을 뽑은 순도 높은 상태를 일컫는다.

        

       자연상의 기운이라고 순수한 기운은 아니다.

        

       자연상의 기운이란 그냥 흔히 발생하는 기운들이 하나로 뭉친 집합체 같은 것이니까. 대기 중에 산소와 이산화탄소 질소 등이 혼합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비유하자면 선기는 산소 함량이 무척 높은 공기라고 할 수 있다. 음식으로 따지면 설탕이나 수액 같은 친구일까. 곧바로 열량으로 변환될 수 있도록 잘 가공된 상태라고 할 수 있겠지.

        

       반면 마기는 그냥…잡탕이다.

        

       무작정 양을 늘리고 본 선기의 대척점. 음식에 비유하자면 톱밥 섞인 옥수수죽이나 나무껍질을 잔뜩 넣은 순무국 같은 것이다.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몸에 해롭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게…가능합니까?”

        

       아니 마기랑 선기랑 내 몸에서 같이 돌아다닌다는 게 말이 되냐고. 둘이 만나면 서로 중화되어야 되는 게 아닐까?

        

       “나 역시 자네를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일세. 허허. 선기와 마기가 공존하는 몸…아니 피라니. 그러니 내 자네의 피를 한 사발이나 마셔 본 것 아닌가.”

        

       “그, 그렇습니까.”

        

       “아마 자네의 체질, 정확히 피에는 어떤 특질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일단 말일세 피에 기가 녹아 있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네. 앞서 말했듯 기맥과 혈맥은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

        

       “알겠습니다…그래서…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그건 지금부터 연구해 봐야지.”

        

       독의의 말에 맥이 탁 풀렸다.

        

       “하지만 임시방편이나마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네.”

        

       “..무엇입니까?”

        

       “자네의 품안에 있는 영약. 그걸 나에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

        

       옥주자령단을 말하는 걸까. 품 안에 있는 옥주자령단의 목함을 꺼내 독의에게 건네주었다.

        

       “음. 침으로 한번 찔러 맛을 봐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침을 찔러 옥주자령단의 맛을 본 독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라면 자네의 문제를 일부분 해소할 수 있겠군.”

        

       심장이 쿵광거렸다. 애써 심호흡을 통해 흥분을 다스렸다. 무려 8년만의 경지 상승이다. 당연히 흥분이 될 수밖에.

        

       “이 환단은 어딘가 비경 같은 곳에서 얻은 모양이지? 아니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닐세. 이 환단이 소량이나마 선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일반적인 영약은 몇 개나 구해 봤습니다. 그 중에서는 선기를 머금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독의가 허허롭게 웃었다.

        

       “자네 말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선기가 어린 영약을 구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군. 무엇보다 일반적인 내공운용과는 정 반대의 방식을 사용할 걸세.”

        

       “정 반대라 하심은?”

        

       “보통 영약을 먹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기를 갈무리해서 자신의 내공으로 만드는 일 아닌가. 그러려면 영약의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지. 때문에 영약이라는 것들은 천천히 녹아내리며 조금씩 기를 발출한다네.”

        

       “하지만 나는 이 영약을 자네의 몸속에서 단번에 터트릴 걸세. 그럼 그야말로 해일과 같은 기의 파도가 자네의 기맥을 휩쓸게 될 것이고 자네의 피에 섞여 있는 마기 역시 선기와 아주 강하게 충돌하게 되겠지. 피에는 마기 덩어리들이 제법 안정적인 형태로 뭉쳐 있는 것 같지만 그 정도 충격을 버틸 정도는 아닐세.”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이미 영약을 몇 개 먹어본 몸이었다. 독의가 말한 대로 영약이라는 것은 최대한 천천히 기운이 풀리도록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런데 그런 물건을 먹고도 보통 몸에는 큰 부담이 오기 마련.

        

       보통 영약을 하나 섭취하면서 얻을 수 있는 내공은 짧아도 수 년, 길면 수십 년 동안 운기조식을 통해 모아야 할 양이었다.

        

       그런 양을 하루아침에 얻으려고 하니 아무리 천천히 기가 풀린다고 해도 몸에 큰 부담이 걸리기 마련이다.

        

       근데 그걸 한번에 몸에 쏟아 붓는다고?

        

       “그…부작용이 없겠습니까?”

        

       “목숨이 위험하거나 영구적인 상해가 나지는 않을 것이네.”

        

       독의가 허허롭게 웃어 보였다.

        

       “내가 누구인가? 의원이기 이전에 당가의 독공 고수일세. 사람의 신체가, 기맥이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가지고 어느 때에 파괴되는지 이 천하에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지. 내상을 입거나 기맥에 무리가 갈 가능성은 높지만 내 말끔히 치료해주겠네.”

        

       “후…”

        

       다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치료라니. 절로 썩은 웃음이 지어지는 상황이었지만…

        

       “하겠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내다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런 업로드가 좀 늦고 말았네요.

    꾸벅.

    *22/08/11 내용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내용 수정 내역이 궁금하신분들은 공지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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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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